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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있는 평화,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지난주 5월 16일(목) 한국국방연구원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의 안보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 발표 내용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과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를 서명한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기조강연을 통해, 남북군사합의의 의의를 역설하면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과거의 주체사상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해 있는 상태”라고 북한 체제를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핵이 있어도 핵 존재가 의미가 없을 정도의 평화’ 외친 안보세미나

그리고 현 정부 초기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부형욱 연구위원은 "지난 1년을 봤을 때 9·19 군사합의 사항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있은 지 며칠이 지나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해상·공중에서 적대행위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핵을 가진 북한을 상정하더라도 한국을 적화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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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5월 9일 동해안 상공을 향해 두 발의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가장 주목되는 주장은 토론에 나선 통일연구원의 홍민 연구위원이었다. 그는  "핵이 있는 국가는 핵이 있기 때문에 평화적이지 못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핵이 있어도 핵의 존재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평화적인 실천이 이뤄진다면 그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세미나 참석자들의 주장 자체도 우려스럽지만, 이것이 일부 진보 학자의 개인의 의견으로만 간주하기도 부담스러운 구석이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국방차관이 당연직 이사장을 맡고, 현역 장교들도 현역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는 특이한 운영구조를 가진 국책연구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방연구원의 이번 세미나가 순수한 학문적 영역에서의 논의라기보다, 정부의 국방정책과 맥을 같이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번 세미나의 발언들을 해석할 수 있을까? 지난 2년간의 북핵 상황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대북특사단을 통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정상회담을 중재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1년 안에 비핵화할 것이라고 김정은이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김정은의 결심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은은 한 번도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늘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다. 북한은 네 번째 핵실험을 수소폭탄 실험 성공으로 선언한 이후인 2016년 7월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남한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에서 합의문에서도 이러한 북한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어 보였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라며 주어도 목적어도 복잡한 합의문을 만들었다. 당시 비핵화는 미북 간에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라고 우리 국민을 설득했다. 그리고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은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다시금 판문점 선언으로 공을 넘기는 되돌이표 합의문이 나왔다.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 있은 후인 2018년 12월에도 북한은 여전히 조선중앙통신 논설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은 노딜로 끝났다.
 
북핵 해결 오리무중 상황의 회피인가, 준비된 북핵 용인 논리인가

이렇게 북한의 비핵화는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는 와중에서 남북한 간에는 열심히 군사부문의 합의를 진행했다. 4월 판문점 선언에서는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며,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정면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를 더욱 구체화하여 9월 평양 선언에서는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교환했다.
 
국민들은 의아했다. 워낙 봇물 터지듯이 많은 신뢰구축, 군비통제 방안들이 쏟아져 나와, 이것이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인지, 최소한 핵문제 해결에 도움은 되는지 따져볼 시간도 없었다. 국방전문가들은 일방적인 양보로 우리의 안보태세가 더욱 불안해 졌다는 우려를 제기히기도 했지만,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들이 핵문제 해결에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에는 딱히 반론이 제기되지는 않았다.
 
이제 그 진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한반도 비핵화이며, 주한미군철수를 달성하고, 그 다음 단계로 핵전력 우위로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젊은 독재자의 장기전략이라는 안보전문가들의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핵이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남북한 간의 평화 실천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번 세미나가 안보 당국의 생각과 연결된 것이라면, 북핵 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국민들의 비판을 조금이라도 모면하기 위한 논리 개발로 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초부터 핵이 있더라도 평화가 가능하다는 신기루를 믿고 열심히 달려온 속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인지 궁금하다.
 
만약 후자라면 더 이상 가당치 않은 논리가 국민들의 생각을 현혹시키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핵 있는 평화는 없다. 핵있 는 평화는 노예 상태일 뿐이다.

 

입력 : 2019.05.22 | 조회 :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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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나무와 숲

‘나무와 숲’은 현안 이슈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큰 틀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주된 관심사는 남북관계, 외교·안보 문제이며, 그 영역을 정치 현안 등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현재 협력안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청와대 대북전략담당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 ‘협력안보’의 모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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