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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전개 시나리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담론(discourse)이란 존재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논리를 통해서 대상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상을 보는 새로운 해석과 처방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미래를 새롭게 규정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주 5월 23일 워싱턴 D.C에서는 소규모 안보세미나가 개최되었다. 그런데 그 규모에 비해서 매우 파괴력 있는 주제가 다루어졌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가정할 때, 한반도에서의 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가 심도있게 토의되었다. 그 대안으로 미 국방부 핵 관련 담당 부차관보인 피터 판타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북한 핵에 대한 역내 억지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쟁지역간의 이동이 용이할 뿐 아니라, 배치 여부를 적이 포착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확실히(absolutely)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북한 핵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실패를 상정한 대안(Plan B)도 준비하고 있다는 점과 이것을 미 국방부 현직 부차관보의 입을 통해 공론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정적으로 끓어 올랐던 북핵 대응책들
2017년 한반도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 국내 정치권과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경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이에는 이’라는 심정으로 우리도 핵을 갖자는 핵 보유론이 제시되었다. 이 핵 보유론엔 미국을 설득하고 안되면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자체 핵무기를 갖자는 목소리와 핵무기 보유는 당장 어렵더라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핵 보유론은 한미동맹을 파탄낼 것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의 틀안에서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자는 것과, 이를 더욱 강화해서 NATO의 경우처럼 미국의 전술핵폭탄을 유럽 국가들의 전투기로 작전하도록 하는 핵공유정책(Nuclear-sharing Policy)이 제안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2018년 북한의 돌연한 태도변화로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북한의 핵포기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우리의 핵보유론 주장들은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잊혀졌던 북핵 대응을 위한 전술핵 운영 방안이 워싱턴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통해 재점화된 것이다. 이번에는 전술핵 재배치가 아니라 전술핵을 한반도 주변 해상 구축함에 탑재하여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논의의 가장 큰 난관은 사드 배치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반핵진보단체들의 반대시위였는데, 해상 구축함에 순항미사일에 탑재해서 전개할 경우에는 우리 국민 뿐 아니라 북한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작전 당사국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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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열린 안보 세미나에서는 한반도에 해상 순항미사일을 배치하는 안이 등장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배치 시나리오가 어떻게 변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근차근 전술핵 전개를 준비하는 미국
이것이 방법론적으로만 타당한 것이 아니다. 그간 미국은 차분하게 이 문제를 큰 틀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우선 2018년 2월에 발표된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이하 NPR)에서 ‘유연한 능력’(flexible capability)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저위력(low-yield)의 전술핵무기를 개발하여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퇴역한 핵탑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복원하여 맞춤식 억제능력의 다양성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바마 정부 시절, ‘핵없는 세계’ 정책의 정반대 방향인 것이다. 여하튼 트럼프 정부는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의 일환으로 핵무기의 적용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NPR이 미국 내부적인 준비였다면, 국제관계 속에서 조치는 중거리 핵전력 협정(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이하 INF 협정)의 폐기였다. INF 협정은 1987년 12월 미소간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 순항미사일과 그 발사대를 1991년 6월까지 완전히 없애겠다는 합의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러시아가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올 2월에 폐기를 통보하고, 러시아의 협정 실천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6개월 후인 8월부터 무효화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를 통해 트럼프 정부는 중간거리 핵탑제 순항미사일의 부활에 대한 규범적 족쇄를 벗어나면서, 동북아에서 중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INF 협정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실제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술핵무리를 활용한 중국포위와 북한에 대한 핵억지전략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강대국의 힘은 어디에 있는가? 단순한 그들이 보유한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만 헤아릴 수 있는 것 같지 않다. 미국과 북한간의 핵협상 과정에서 여실히 보여지는 것처럼,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아직도 무궁해 보인다. 평화적 외교적 해법이 가장 소망스러운 방법이고,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한 카드 뿐 아니라, 실패에 대비한 대응책들도 책상위에 올려놓고 있는 듯하다.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이를 ‘빨리, 정확하게’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입력 : 2019.05.28 | 조회 :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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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나무와 숲

‘나무와 숲’은 현안 이슈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큰 틀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주된 관심사는 남북관계, 외교·안보 문제이며, 그 영역을 정치 현안 등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현재 협력안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청와대 대북전략담당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 ‘협력안보’의 모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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