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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의 늪,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DB.
한동안 잠자고 있었던 6자회담이 지난주부터 부상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다. 6자회담 당사국은 2003년 8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회의를 가졌다. 북한 핵 포기와 관련하여 가장 구체적 합의도 나왔다. 2005년 9월 19일에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NPT 및 IAEA 안전조치에 복귀한다”라고 주어와 목적어가 명확한 합의문에 서명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핵 포기 의사가 명확하다며 합의한 판문점 선언이나,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문과 비교해 보면 부러울 정도다. 지난해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북한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북한이 합의 실천의 첫 단계인 신고·검증을 위한 시료채취를 거부함으로써 6자회담은 뇌사상태에 빠졌다. 따지고 보면 1994년 미북의 제네바 기본합의, 남·북·미·중·일·러 6자회담의 9·19 합의, 그리고 최근의 미북정상회담도 협상 결렬의 핵심 원인은 북한이 과거 핵 실체를 명확하게 밝히기 거부하면서 비롯된 일이었다. 향후 북한 핵 포기의 진정성 여부도 신고·검증에 응할지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미국은 최종적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핵폐기(FFVD)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뇌사상태에 빠진 6자회담이 4월 25일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깨어나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해서 논의할 때 6자회담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북러정상회담 후 곧바로 베이징으로 날아간 푸틴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발언권을 높이고 있다. 중국도 북러정상회담이 한반도 다자대화 체계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언론에 흘리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은 과거에 실패한 6자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입을 통해 선을 그으며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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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폐회에서 각국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사진=조선DB.

그럼 이 대목에서 미국을 제외한 각국의 6자회담에 대한 계산법을 알아보자. 첫째, 러시아는 미중 간 무역분쟁, 남중국해의 패권경쟁을 지켜봐 왔다. 국제세력 구도에서 마이너리그로 밀린 러시아가 메이저리그로 진입할 수 있는 징검다리로 북핵문제 개입은 매력 있는 입구다. 무엇보다 미국을 견제할 카드로서도 유용하다. 크렘린은 한반도 문제가 러시아 역내 문제라며 보폭을 넓힐 태세다.
 
둘째, 중국의 입장이다. 미북정상회담 전후로 중국을 찾던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중국은 비행기를 지원하며 후원국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했지만, 늘 마음 한켠은 북한이라는 조커를 미국에 빼앗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차라리 의장국인 중국으로서는 6자회담 틀에서 직접 통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포기를 이끌어 낼 가능성은 낮지만, 북핵문제가 외교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것도 가히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의 세 번째 세습 지도자로서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은 뼈아픈 실패다. 대화를 재개하려면 결렬될 때의 협상 칩보다 더 나은 칩을 던져야 한다. 즉 ‘영변 핵시설+알파’부터 제시해야 하는데 그건 핵 포기의 빗장을 여는 것이라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마냥 버티기기도 두렵다. 합리적이고 전통적 지도자 기준으로는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다시 올려놓는 것도 부담이다. 러시아가 제안한 6자회담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며 대화 분위기만 유지시키고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최악의 선택은 아니다. 6자회담은 미국으로부터 직접적인 핵 포기 압박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넷째, 일본에 있어서 북한 핵문제는 꽃놀이패다. 상황이 악화되면 일본의 군사력 확장과 보통국가화에 적극 활용하고, 상황이 호전되면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며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그런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가 크게 나쁘진 않다. 다만 미국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과 다르게 움직이긴 어렵다.
 
다섯째, 한국 정부로서는 현재의 상황이 가장 곤혹스럽다. 미국과 북한 어느 쪽도 양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 한편을 움직일 만한 유인책도 마땅치 않다. 당초 북한의 핵 포기는 장기적 과제이고,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 과제로 보고 있던 터라, 당장은 남북한 간 긴장완화 분위기만 지속되면 국민적 비판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2017년처럼 미국과 북한 간 군사적 충돌 위기설이 재확산되는 것이다. 북핵 포기 자체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대화 분위기를 지속시킬 수 있는 6자회담이 최악의 선택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과거 6자회담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지 못했을 때 진행됐다. 핵물질 생산만 막으며 시간을 보내도 치명적이지 않던 때다. 지금은 다르다. 북한은 실질적인 핵무기 위협국이다. 지금의 6자회담 재개는 위장막에 불과하다. 다자협상은 양자회담처럼 단박에 결렬될 위험이 적다. 그만큼 단박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적다. 특히 국가의 핵심적 이익을 논의하는 장에서는 ‘시간죽이기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시간적 요소는 핵물질, 핵탄두, 미사일의 숫자가 늘어나는 민족 비극의 공간일 수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몇몇 행위자에게 있어서 6자회담은 북핵 상황을 관리한다는 명분에서 쉽고 편리한 선택일 수 있으나, 북핵 해결의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리는 무책임한 선택이다. 적어도 우리는 대북 경제제재 분위기를 약화시키고, 시간을 흘려보내게 될 6자회담의 부활을 결사 막아야 한다.

입력 : 2019.04.30 | 조회 :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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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나무와 숲

‘나무와 숲’은 현안 이슈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큰 틀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주된 관심사는 남북관계, 외교·안보 문제이며, 그 영역을 정치 현안 등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현재 협력안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청와대 대북전략담당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 ‘협력안보’의 모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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