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간조선 로고     [2371호] 2015.08.24


[포커스] 연세대 전자과 교수의 ‘창조과학’ 강의 개설 反과학!

김효정  기자 

▲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성경 ‘창세기’를 바탕으로 하는 창조과학은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 아니라 6000~1만년이고,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대로 창조가 이뤄졌으며, 노아의 방주는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라는 게 ‘창조론’의 주장이다. “진화론이 틀렸고, 창조론이 맞다”는 것은 유럽에서는 이미 마무리된 논쟁이고, 미국에서도 이제는 추가 기울어진 얘기지만 한국에서만은 현재진행형이다.
   
   3년 전인, 2012년에 이른바 ‘창조과학’ 옹호 단체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가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 실린 시조새와 말의 진화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려 한국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교진추의 시도는 과학자들의 반박이 이어지자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 8월에도 서울시교육청에 같은 청원이 접수된 바 있다. 역시 과학자들과 교육 전문가들에 의해 무산된 일이지만, 이번에는 대학에 창조론 수업이 개설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비판이 빗발쳤다.
   
   해당 대학은 연세대다. 기독교 정신을 건학 이념으로 내세운 학교이니만큼 학교 내 신학대학이 존재하고, 만약 창조론 수업이 신학대학 내에 개설됐다면 큰 논란 없이 지나갔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 비판을 받는 창조론 수업은 공과대학에 개설됐다. 최윤식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맡은 교양 수업으로 이 대학 신입생이면 누구나 신청해서 들을 수 있다.
   
   수업의 정식 명칭은 ‘Freshman seminar (창조과학)’이다. 학점이 부여되는 수업이 아니라 일정 기준에 따라 ‘Pass’ 또는 ‘Non-pass’를 받게 되는 수업이다. 수업 계획서에 적힌 수업 목표는 다음과 같다. ‘기독교인으로서 과학자는 성경의 내용과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의 지식 사이에서 갈등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 이 과목에서는 성경 속에 들어 있는 내용 중 과학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보고, 창조론과 진화론에 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과학자로서 납득할 만한 성경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 수업 목표에 대해 기초과학학회연합체 회장을 지낸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는 “종교의 영역인 창조론과 과학의 영역인 진화론은 엄연히 다른 분야인데, 종교로 과학을 비판하겠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창조론의 근거는 성경에 있다. ‘창조과학’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건 1960~1970년대 미국이다. 목사이자 철학박사인 신재식 호남신학대 교수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창조론자 헨리 모리스(Henry Morris)가 창조론 관련 책을 출간하고, ‘창조과학’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하며 공립학교 과학 수업 시간에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 이 시기다.
   
   “창조론의 역사적 맥락을 간단하게 짚어보면, 창조론은 성서를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보수주의 전통에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이르면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이 약해지는데, 위기를 탈피하는 방식 중 하나가 자유주의 신학과 진화론을 척결하는 운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신재식 교수의 설명이다. 1920~1930년대에 크게 불었던 창조론 바람은 잠시 가라앉았다가 1970년대에 다시 불기 시작했는데, 근본주의 신앙 운동과 맞물려 상당히 많은 미국인에게 영향을 주었다.
   
   미국인뿐만 아니다. 현재 한국의 창조과학회(회장 이은일·고려대 의대 교수) 등 창조론을 주장하는 대부분의 단체 소속 사람들은 당시 미국에서 유학하던 사람들이다. 신재식 교수에 따르면 “신학자나 목회자가 창조과학을 소개하고 가르친 것이 아니라 이공계 박사 학위를 가진 평신도가 미국 유학 시절에 배운 창조과학 운동을 그대로 직수입해 이식한 것”이다. 그 사이 미국에서는 창조론이 여러 공식적인 무대에서 퇴출되고, 그에 대항하기 위해 ‘지적설계’라는 창조론 분파가 생겨나는 등 변화를 겪었지만, 한국에서는 1970년대 미국의 근본주의적 신앙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창조론은 교육 분야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창조과학연구소(Institute for Creation Research)가 세워지고 창조론을 공립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한다는 창조론자가 늘어났다. 미국 남부 아칸소주나 루이지애나주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루이지애나주가 진화론을 가르칠 때 창조론도 가르치도록 명한 ‘창조론과 진화론의 균형취급법(Balanced Treatment for Creation-Science and Evolution-Science Act)’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1987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 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장 윌리엄 브레넌은 판결문에서 “균형취급법은 진화라는 사실을 거부하는, 특정한 종교 교리를 위해 과학 과목을 바꾸는 일”이라며 “특정 종교를 국교로 정하는 법을 금지한 국교부인조항(Establishment Clause)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나아가 루이스 파월(Louise Powell) 판사는 “균형취급법의 존재 이유는 종교적 신념”이라고 단언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이 판결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창조론은 과학이 아니라 종교라는 것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성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톨릭에서도 교황이 지난해 진화론을 인정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도 진화는 가설 이상의 이론이라고 했고, 베네딕토 16세도 우주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 교수는 “종교의 교리 해석에도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종교 수업에서 창조·진화 논쟁을 다루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된다”며 “하지만 이번 연세대 수업 개설 문제는 이 수업이 과학 공부를 시작할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10일, 수업 개설 내용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연세대 교무처의 반응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하면 “진화론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듯이 기독교 건학 이념을 가진 학교에서 창조과학을 강의하는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게 연세대 측의 말이었다. 그러나 며칠 사이에 연세대 측은 수업을 개설한 교수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로 바뀌었다. 연세대 교무처에서는 주간조선에 “수업에 대해서 권한을 가진 것은 교무처가 아니라 각 단과대학”이라고 밝혔다. 반면 최윤식 교수가 수업을 개설한 공과대학의 손봉수 학장은 “수업 내용도 정확히 알지 못할 뿐더러 수업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교수에게 있다”고 말했다. 교수가 특정 내용으로 수업을 개설한다면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연세대 홍보팀의 차기섭 홍보팀장은 “대학에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교수들이 있다”며 “이번 수업은 다양성에서 비롯된 것일 뿐 연세대의 공식 입장이나 생각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내부의 의견은 어떨까. 인문계열 학과의 한 명예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창조과학 수업 개설은 일종의 전도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세대는 기독교 계열 학교라 모든 학생에게 의무적으로 채플(예배) 수업을 듣게 하지만, 공식적으로 기독교 전도가 아니라 기독교 정신의 함양을 목표로 합니다. 채플 시간에도 공동번역 성서를 사용하거나 대부분 유명 인물을 초청해 강의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건학 이념을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학교 내에서 생겼고, 알게 모르게 교직원에게 개종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14년 전에도 창조론 수업이 한 번 개설됐다가 없어진 것을 볼 때, 이번 수업은 과학적 지식을 알리려는 목표가 아니라 창조론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을 상대로 전도를 하려는 목적으로 생긴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노년의 찰스 다윈 photo 박건형
“창조론의 가장 큰 문제는 과학을 종교로 비판하려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덕환 교수는 “과학이란 합리성, 개방성, 논리성 등을 기본으로 한다”고 말했다. “과학적 근거란 경험에 의거해서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과학적 원리란 영원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비판받을 수 있고 수정될 수 있습니다. 종교는 그렇지 못하지요. 교리에 도전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경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말씀에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과학철학·진화)는 주간조선에 “창조론자들이 반복적으로 하는 주장 중 하나는 진화론도 과학이 아니라 신념이고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이런 주장은 진화론 자체에 대한 오해와 더불어 근본적으로는 과학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우선 창조론이 과학과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입증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장대익 교수는 “신이 설계했다고 하는데 입증하거나 반증할 만한 사례를 어디서 찾을 수 있나”고 되묻는다. “진화론은 지난 150년여년 동안 패러다임으로 소임을 충분히 해 왔습니다. 생명의 변화와 다양성이 왜 일어나는가라는 난제를 매우 성공적으로 풀어왔고, 관련 학회가 만들어지고, 학자를 길러내고, 논문과 책이 쏟아졌고, 지금도 연일 새로운 발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적 패러다임의 전형적인 모습이죠. 창조론에 그런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장 교수는 또 “창조론을 통해서는 새로운 현상들을 예측할 수 없다”며 “기존의 진화론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은 흠집 내기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창조론자들의 ‘흠집 내기’가 집중되는 것은 진화론에서 아직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다. 흔히 ‘미싱링크(missing link)’라고 부르는데, 2012년 교진추가 과학 교과서 내용 중 시조새 부분을 삭제하도록 청원했던 일이 여기서 나왔다. “시조새는 진화된 수각류 공룡의 특징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원시적 조류 중 하나이며, 중생대에 출현했던 다양한 원시 조류들과 함께 수각류 공룡에서 현생 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화석”이라는 게 주된 내용인데, 교진추는 이를 두고 “시조새가 공룡과 조류의 중간 종(種)이라는 교과서의 기술은 삭제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조론에서 주장하는 바는 대개 시조새 논란과 비슷한 맥락을 따른다. 창조론 주장 단체에서도 ‘미싱링크’를 찾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유인원에서 사람으로 진화했다면, 그 사이 ‘중간 종’은 어디에 있느냐는 식의 질문이다. 진화된 종과 그 이전 종 사이에 화석 등을 통해 증명할 수 있는 ‘링크’가 존재해야 하는데, 없거나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진화론이 반증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진추의 교과서 수정 청원에 대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기초과학학회연합체가 함께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는 진화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주장임을 알 수 있다.
   
   당시 기초과학학회연합체 회장이었던 이덕환 교수의 설명이다. “당시 일부 과학 교과서에서 시조새가 조류 또는 파충류에 가까운 ‘유일한 중간 종’으로 오해할 만한 기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진화건 단선적인 진화를 이뤄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수각류 공룡에서 현생 조류에 이르는 진화 과정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해 시조새는 그 많은 원시 조류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에 따라 시조새가 “공룡과 조류의 중간단계”라고만 설명했던 T 교과서의 서술은 “(시조새가) 원시조류로 분류되며 지금은 멸종한 종이다. 중생대의 화석에는 시조새 이외에도 깃털 달린 공룡 등 다양한 단계의 원시 깃털을 가지는 생물의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증거들로 현재의 조류는 공룡의 한 분류군에서 진화되었다고 여겨진다”로 바뀌었다.
   
   시조새 외에도 교진추가 문제 삼았던 부분은 “말의 진화는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당시 교과서에는 일직선을 따라 말의 모습이 점차 변화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실제 진화 과정은 직선형이 아니다. “과학계에서 표현하는 바로는 ‘생명의 나무’, 이른바 관목형 진화 과정이 이뤄집니다.” 이 교수는 모든 진화가 직선형으로 일정한 목표를 향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이 불러오는 오해 중 하나인데, 여기서 적자는 ‘적응한 생물’을 말합니다. 생명의 진화 과정은 무작위로, 방향성 없이 진행됩니다.” 생명체는 ‘진화를 해야겠다’는 어떤 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또 진화가 반드시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무작위로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살아남은 생물, 다시 말해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이 자손을 퍼트려 ‘진화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양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는 부모와는 반드시 다른 자식을 낳습니다. 모든 자식은 부모의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지요.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많이 변한 돌연변이 자녀 중 하나는 부모보다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많이 닮은 다른 자식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요. 살아남은 자식을 두고 ‘적자생존’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목형의 진화 과정 위에 그려지는 생물의 수는 상상 이상으로 많고, 어떤 생물이 진화했다고 해서 이전 생물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닐 수 있다. 이 교수의 설명처럼 진화가 단선적(100만년 전의 말에서 10만년 전의 말)으로, 어떤 방향(더 크고 강하게)을 향해 간다고 생각한다면 ‘미싱링크’ 얘기가 나오고, ‘진화는 상상’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덕환 교수는 “창조론자들이 사실은 진화론의 가장 기본적인 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종교적 주장을 하고 싶어 창조론을 들고나온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측면에서 창조론을 과학으로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A 명예교수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을 했다. “진화론을 비판하면서 다른 과학 이론을 내세운다면 과학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화론을 비판하면서 결국 하는 얘기는 성경의 말씀이잖아요. 과학이 아니다, 종교가 맞다는 얘기를 가르치겠다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장대익 교수는 이번 창조과학 수업 논란이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을 역이용한, 편법에 가까운 방법에서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요즘 대학에서 많이 개설된 신입생 세미나 수업은 수업 편성부터 커리큘럼, 평가방법까지 교수의 자율적인 판단을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수업입니다. 이제 막 학문의 기초를 다지는 신입생이라면 학문을 마스터한 교수가 멘토 역할을 해줄 거라 믿고 듣는 수업이기도 합니다. 만약 창조과학 수업이 사회학과나 신학 수업으로 개설됐다면 논란이 일어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과학의 틀을 쓰고 과학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신입생에게 제공됐다는 점에서 교수의 잘못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최윤식 연세대 전자과 교수의 의견을 듣고 싶어 이메일을 보내고 연구실로 전화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교무처와 공과대학, 홍보처 모두 “폐강을 한다거나 수업 편성에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는 아직 없었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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