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간조선 로고     [2188호] 2012.01.02


[뉴스 인 뉴스] 이웅렬 코오롱 회장 수난시대

박혁진  기자 

삼화저축은행 불법대출사건 구설수
美 듀폰社와 1조원대 소송
코오롱 재킷서 발암물질 검출
…이번엔 이상득 의원실 커넥션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5월 14일 청와대에서 미래기획위원회 1차위원으로 위촉된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오른쪽)에게 위촉장을 주고 있다. photo 전기병 조선일보 기자
SLS 이국철 회장의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불똥이 코오롱그룹(회장 이웅렬)으로 튀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이 회장의 로비 창구로 지목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실 박배수 보좌관을 수사하던 중 차명계좌에서 정체불명의 뭉칫돈을 발견했다. 수사진은 이 돈이 코오롱에서 나왔다는 것을 확인, 지난 12월 22일 코오롱 임직원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12월 28일 박 보좌관을 기소하면서 일단 코오롱그룹관련 내역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 “박 보좌관에게 포괄적 뇌물혐의를 입증할 만한 대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차원에서 공소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코오롱그룹이 왜 박 보좌관에게 돈을 줬는지, 어떤 이유로 차명계좌를 이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 출신(코오롱 대표이사 사장 역임 후 1988년 퇴사)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수사를 통해 이 의원실 박 보좌관과 임모 비서관 등이 코오롱 출신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지면서, 코오롱을 24년 전에 떠난 이상득 의원과 코오롱과의 관계가 화제다.
   
   
   MB, 코오롱 출신들 중용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에게 2011년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연초에는 이 회장 본인이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전 회장과의 친분으로 인해 언론의 주목을 받더니 하반기에는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 듀폰사와 1조원대 송사에 휘말렸다. 최근에는 코오롱 재킷 발암물질 논란부터 SLS그룹과 제일저축은행 수사로 인한 뜻밖의 유탄까지 맞는 등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코오롱그룹은 현대차, 효성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수혜기업 중 하나라고 재계에서는 말해왔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코오롱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중용됐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 중심에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있었다. 이 의원은 주변에 코오롱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다.
   
   가장 대표적 인물이 김주성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다. 코오롱에서 회장 비서실장, 대표이사, 구조조정본부장 등 핵심 보직을 맡았던 김 전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지냈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됐다. 당시 국정원 내에서는 ‘기업인 출신인 김씨가 국정원 기조실장이란 자리에 오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선뜻 나서서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 “당시만 해도 ‘만사형통’(모든 일은 형님 이상득을 통해야 한다는 뜻)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의원의 힘이 막강했다”며 “김 전 실장의 임명 뒤에는 이 의원의 강한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회사(국정원) 내부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이웅렬 회장 역시 정권 초반인 2008년 5월 1기 미래기획위원회에 임명된 유일한 대기업 오너이기도 했다.
   
   
   삼화저축은행 사건이 발목
   
   현 정부에서 활약했던 코오롱 출신 인사는 또 있다. 코오롱아로마트릭스 이수영(여·44) 대표다. 코오롱 경영기획팀 상무보와 전략사업팀 상무를 지낸 그는 현 정부 초기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됐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주요 추진 정책이었던 ‘녹색성장’을 주도했던 기관이다. 공교롭게도 코오롱은 물사업과 태양광사업 등 ‘녹색성장산업’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지목하며 투자를 해왔었고 그 중심에 이 대표가 있었다. 그래서 이 대표가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되자 재계에서는 코오롱에 특혜를 주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논란이 잠잠해진 2009년 6월 이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관련된 논란은) 사실이 아니며 누구보다 환경문제에 열심히 전념해서 얻어진 실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오롱은 발효를 앞두고 있는 한·미FTA 최대 수혜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코오롱 핵심사업인 섬유사업 등이 FTA 대표 수혜 종목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잘나가던 코오롱의 기세는 지난 5월 삼화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이웅렬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꺾이기 시작했다. 당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신삼길-곽승준-이웅렬로 이어지는 이른바 ‘삼각 커넥션’을 주장하며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2011년 1월에 우리금융지주의 (영업정지 당했던) 삼화저축은행 인수 직전에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리고 다음달인 2월 18일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에 성공적으로 인수돼 삼화저축은행이 살아났다”고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상득 의원의 입김이 이웅렬 회장을 통해 삼화저축은행 인수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었다.
   
   
   주가 두 달 만에 반토막
   
   사업적으로는 미국 듀폰과의 1조원대 소송에 큰 타격을 입었다. 코오롱 주력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듀폰의 아라미드 섬유에 관한 영업비밀 및 기밀정보를 훔쳤다는 혐의로 미국 법원에서 소송 중이다. 일단 미국 버지니아주 동부 연방지방법원은 1심에서 코오롱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1조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한 상태다. 현재 코오롱은 미 법원에 항소 중이며 국내에서도 코오롱과 듀폰이 형사상 맞고소를 해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한때 13만원에 육박했던 코오롱의 주가는 소송 소식이 알려진 9월 중순부터 급락해 현재는 6만원대 초반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코오롱 재킷 발암물질 검출 소식과 검찰 수사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특히 검찰 수사의 경우 전혀 돌발적인 변수가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코오롱 직원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코오롱 계열사 한 직원은 익명을 전제, “삼화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때부터 이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했는데 잇따른 악재가 터져 곤혹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여기에 최근 검찰 수사는 그야말로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터져나온 것이어서 우스갯소리로 ‘굿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잇따른 악재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코오롱의 한 임원은 “코오롱이 (이명박 정부의) 수혜기업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김 전 실장은) 퇴직한 지 오래되셨고 국정원에 간 것은 개인적인 선택이다. (악재가 겹쳤다는 식의) 표현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현재 검찰 수사 및 2012년 사업 전망을 물으려는 기자의 질문에 “운전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