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여주지청장 ⓒphoto 이진한 조선일보 기자
윤석열 여주지청장 ⓒphoto 이진한 조선일보 기자

“윤석열, 전라도 홍어 XX 맞다. 국정감사 때 말하는 거 들어보니 전라도 사투리 억양, 발음이 섞여서 나옴.(채동욱도 마찬가지고)”

지난 10월 21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에 올라온 글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으로 일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항명’성 발언을 하고 난 후의 일이다. ‘세브란스병원장’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네티즌의 글은 262개의 추천을 받았는데, 다른 네티즌들 역시 “(윤석열 지청장이) 전형적 전라남도 얼굴임” 등 동조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윤석열’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윤석열 전라도’ ‘윤석열 프로필’ ‘윤석열 출생지’가 뜬다.

윤석열 지청장의 출생지는 서울. 윤 지청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충암고를 나와 1991년 33회 사법시험을 합격해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윤 지청장의 아버지는 대구 출생이고 어머니는 강원도 강릉 출생이다. 일부 네티즌이 제기하는 ‘윤석열은 전라도 출생’은 근거 없다.

왜 이 같은 유언비어가 나돌았을까. 우선은 이른바 ‘윤석열의 난’을 최근 야당 측에서 다시 힘을 얻고 있는 대선 불복 움직임과 연계해 보려는 경향 때문이다. 윤 지청장을 비판하는 쪽에서 그의 최근 행동을 문제 삼아 친야당 내지는, 이른바 ‘정치검사’로 몰아가려 한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윤 지청장이 특별수사팀장으로 지휘선상에 있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군산 출신이고 야당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22일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대선 불복 움직임 과정을 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 특채된 인사들과 연관성이 있어 그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 지청장이 2003년 광주지검 검사로 특채됐던 사실을 지적했다. 네티즌들 역시 “윤석열이 일처리가 좀 단순 무식하고 거침없는 경향이 있다고? 그래서 노무현 때 특채됐구나”(일베 닉네임 ‘ㅋㅋ’)라고 동조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베 등 커뮤니티에서는 윤석열 지청장이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과 관련해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구속한 사건에 대해서도 “광주일고 금융마피아들이 부산 서민 등쳐먹고 부산 경제 휘청이게 한 대표사건이 바로 부산저축은행 사태. 그 축소 수사에 관여한 범죄검사도 저 윤가 놈이었군”(닉네임 ‘종북척살2013’) 같은 ‘과거 파헤치기’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윤 지청장은 오히려 검찰 내부에서는 대체로 ‘MB 정부에서 잘나간 사람’으로 분류된다.

윤 지청장의 출생지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와 주장이 난무하는 것이 이번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전라도=진보=민주당’이라는 단순한 공식이 사실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건을 단순히 여당 편 혹은 야당 편으로 이분화해서 해석하려는 경향도 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에서 200개 가까운 추천을 받은 글에는 “(윤석열을 조사해) 반드시 채XX(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지칭하는 말)과 민X당과의 배후 커넥션을 밝혀야 한다”(닉네임 ‘빨갱이없당간첩수’)라는 글 아래로 “제발 민주당하고 커넥션 있길(닉네임 ‘김뭐중’)”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네티즌들 스스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MLB 파크의 ‘청양꼬추’라는 네티즌은 “(윤 지청장이) 극보수 쪽이라고 한다” “전라도와는 하등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고, 이에 대해 네티즌 ‘eagles fly’는 “어떻게든 지역색 입히려 한다”며 자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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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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