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중국 군함 가흥함(왼쪽)과 연운항함이 해군 인천부두에 들어오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2002년 중국 군함 가흥함(왼쪽)과 연운항함이 해군 인천부두에 들어오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푸를 청(靑)’에 ‘섬 도(島)’. 우리의 서해를 향해 날카롭게 삐죽 튀어나온 중국 산둥(山東)성의 남단 칭다오는 중국인에겐 가슴 뭉클한 도시다. 라오산(嶗山)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 깨끗한 공기, 해안을 끼고 있는 정경까지 중국 여느 도시들과 비교해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칭다오는 휴양지로도 1순위다. 기자가 만났던 대다수의 중국인은 입버릇처럼 “노후를 칭다오에서 보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중국의 도시 갑부들 사이에선 칭다오 해안에 별장을 구매하는 것이 한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100여년 전부터 군항 역할

칭다오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자연생태경관과 명승 고적이 많다. 반전(反轉)이 있다면 관광·산업도시이면서 군항(軍港)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칭다오를 떠올리며 이곳에 중국 해군본부가 있다는 것과, 수십 척의 잠수함·전함이 정박해 있다고 여기는 중국인은 드물다. 이들의 마음속에 칭다오는 항상 평화로운 도시이자 가장 살고 싶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칭다오는 지역의 이름을 딴 ‘칭다오맥주’와 라오산의 깨끗한 광천수로 유명하지만, 칭다오맥주 본사와 해군기지가 불과 몇 킬로미터를 두고 마주하고 있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 해군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해군박물관에 가면 된다. 중국 해군이 1988년 완공한 이 박물관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중국 해군 발전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칭다오 루쉰(魯迅)공원과 샤오칭다오(小靑島)공원 중심에 있으며 입장권은 1인당 60위안(9800원)이다. 중국엔 해군기지가 300여곳에 달한다. 이 중 200곳은 섬(海島)에 있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의 동쪽, 서해에 있는 대형 해군기지는 8곳이다. 칭다오, 톈진, 상하이, 광저우 등이 이에 해당하며 본부는 칭다오다.

칭다오가 해군본부로 지정된 데에는 오랜 역사가 있다. 총 면적 1만1000㎢의 작은 어촌마을 칭다오는 1897년 독일군이 군항으로 삼으면서 중국의 주요 항구로 거듭났다.

1차 세계대전(1914~1918) 때는 일본의 차지였다. 하지만 “우리 중국인에게 19세기는 치욕의 시대였고, 20세기는 회복의 시대였으며, 21세기는 우리의 우수성을 떨치는 시대가 될 것이다”란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말처럼, 칭다오 해군기지는 오늘날 중국 핵잠수함의 모항(母港)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은 모두 65척으로 이 중 핵탄두미사일탑재잠수함이 3척, 핵공격잠수함이 7척, 디젤잠수함이 55척에 달한다. 전투함인 구축함은 26척, 호위함 49척, 연안전투함은 200여척이다.

이 중 칭다오 군항엔 30여척의 핵탄두미사일탑재잠수함과 디젤잠수함이 정박해 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총 잠수함의 절반에 해당한다. 정박된 핵잠수함은 ‘구글어스’(구글이 제공하는 인공위성으로 내려다본 세계지도)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어스에서 촘촘히 정박된 잠수함과 군함의 모습이 오늘날 중국 해군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해군력 앞세워 국제사회 위상 높이려는 것

중국 인민해방군 행사에 참여한 해군 잠수정. ⓒphoto AP·연합
중국 인민해방군 행사에 참여한 해군 잠수정. ⓒphoto AP·연합

미국의 중국 군사전문 관리와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중국이 이른바 ‘바다방어계획’에 따라 핵 잠수함 함대 구축에 나섰으며 항공모함을 진수시키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준비하는 한편 태평양 지역의 해군력도 예상보다 빨리 강화하고 있다. 또 강해진 해군병력만큼이나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싶어한다. 최근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따른 우리의 한·미합동훈련 실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행동으로 전해 온 것만 해도 그렇다.

한국이 지난해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한·미합동훈련을 벌일 것이라고 하자, 중국 역시 “한국의 서해는 우리의 동해다. 이는 우리의 안방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우리보다 한 달 앞선 6월 해상훈련에 돌입했다.

중국은 6월 30일부터 7월 5일까지 상하이와 저장성(浙江省) 앞바다에서 합동작전을, 7월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은 옌타이(烟台) 앞바다에서 전시해상병력 및 무기수송훈련을 선보였다. 중국의 해상수송선대가 적의 장거리 공격을 받은 상황을 가정, 4대의 구조헬기와 4척의 구조선이 전속력으로 현장에 도착, 최단시간 내에 이들을 구조하는 훈련이었다.

당시 베이징의 군사전문가 리샤오닝(李曉寧)은 “중국의 국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에 강렬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과의 어색한 관계 속에 남중국해 진출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양국간 관계가 개선되면서 남중국해 및 태평양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아직 미국에는 훨씬 못 미쳐

그래도 세계 해군력의 90%쯤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에는 아직 훨씬 못 미친다. 이는 중국 해군의 최대의 약점이자 중국 해군력이 세계로 나아가는 데 해결해야 할 숙제다. 미국 해군이 여러 가지 이유로 동남아 국가들에 배치되고 있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중국이 지금처럼 해군력을 과시해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한 이런 현상도 계속될 것이다.

바다를 빼앗긴 민족이 안보를 지켜낸 역사가 없다. 팽창하는 중국의 해군력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의 해안은 봉쇄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능동적 대비책이 필요하다. 우리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두고 야 5당과 국방부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국방부가 제주 서귀포 인근에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야 5당은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 진상조사단은 “지난 3개월 동안 조사활동을 벌였지만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설치해야 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국방부는 제주도와 근처 바다를 지키려면 지금의 부산, 진해, 목포로는 부족해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방송인 김제동씨는 “선제적 파괴다. 적들이 파괴하기 전에 아군이 파괴하는 꼴이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중국과 서해를 마주하고 있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우기는 일본도 우리와 동해를 마주하고 있다. 해군기지는 칭다오뿐 아니라 미국 하와이에도 있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도 칭다오나 하와이처럼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유마디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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