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청와대에서 긴급 회동한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 ⓒphoto 뉴시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청와대에서 긴급 회동한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 ⓒphoto 뉴시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지속적으로 단행, 이제 ‘핵무기 체계’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크기와 무게의 핵폭탄이 있고, 상대방의 표적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있을 경우 ‘핵무기 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핵폭탄과 미사일은 마치 실과 바늘의 관계와 같아서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무기 체계로서 기능할 수 없다. 북한은 김정일이 사망한 후 불과 1년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장거리 미사일을 두 번이나 발사했고 3차 핵실험마저 단행, 핵무기 체계의 완성에 근접하고 있다. 작년 12월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은 그 사정거리가 미국 본토에 도달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추정되며, 3차 핵실험을 통해 폭발력을 증대하는 동시에 폭탄의 무게를 상당 수준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핵을 저지하려는 지금까지의 노력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동안 사용했던 어떤 방안도 북한의 핵 개발 의지를 꺾는 데 무용지물이었다. 북한의 핵 개발 의지가 국제사회의 비난, 경제적 압박, 국제기구의 감시에 의해 꺾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들의 견해는 언제라도 ‘호전주의자’라고 매도당했다. 북한의 핵 야욕을 ‘대화’를 통해 포기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천진난만’과 ‘비(非)전략’은 오늘의 황당한 상황을 초래한 주범이다.

그렇다면 이제 곧 핵무기 체계를 완비할 북한 앞에서 대한민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 방안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핵을 보유한 북한은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핵무기는 물리학이 아니라 정치와 전략 문제다.

북한 핵무기의 전략적 목표

많은 사람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서울과 대한민국이 다 파괴되어 버리는 악몽을 꾸거나 미국과 북한이 한판 대(大)전쟁을 벌일 것을 상상한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기 위해 저토록 애쓰고 있는 첫째 목적은 ‘미국과 전쟁하지 않기 위해서’이며, 둘째 목적은 ‘대한민국을 전쟁 없이 통째로 집어삼켜 자신이 원하는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다. ‘전쟁론’을 쓴 독일의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목적은 ‘적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기 위한 것이며, 적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적의 ‘군사력을 격멸하라’고 가르쳤다. 그는 또한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말함으로써 전쟁이란 막가파식 싸움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행위여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클라우제비츠의 이 유명한 전쟁론은 ‘절대 병기’인 핵무기의 존재를 상정하지 않은 것이다. 두 나라가 싸울 때 한편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적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기 위해 ‘적의 군사력을 격멸’하지 않아도 된다. 핵이 없는 상대방은 국가와 사회의 총체적 파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핵을 보유한 상대방과 전면 전쟁을 벌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비하여 대한민국과 미국을 핵 공격할 수 있게 되는 날,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대남 전략의 폭은 대폭 넓어지게 될 것이다. 북한은 큰 도발, 작은 도발, 게릴라 침투 등 각종 방법으로 한국을 괴롭힐 수 있지만 ‘핵전쟁으로 확전’될 것이 두려운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할 때, 미국의 핵우산이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미 대한민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북한은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남북한 문제에 미국은 개입하지 말라’고 선언하고 대남 침략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개입할 경우 ‘우리는 미국을 핵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서울을 구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느냐’며 미국을 윽박지를 것이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수 있게 되는 날,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과 안보 개입은 그 신뢰성이 대폭 상실될 것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목적은, 역설적이게도 미국과 전쟁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가능하면 한국과도 전쟁하지 않은 채 자신의 정치적 목적, 즉 주체사상 아래 한반도를 적화통일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의 가능한 대안들

북한의 핵무기 체계 완성이 목전에 도달한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은 이론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 북한의 핵위협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스라엘식’이라 불리는 것으로 북한의 핵 보유 노력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동시에 위험한 이 방안조차도 지금이나 가능하지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갖춘 후에는 불가능하다.

둘째 방법은 확대된 전쟁억지, 즉 미국의 핵우산을 빌리는 방안이다. 이는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할 수 ‘없는 한’ 유용하다.

셋째는 북한의 핵무장에 대비, 북한과 같은 수준으로 대한민국도 핵무장을 갖추는 일이다. 이 방법은 역사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된, 그 효율성이 이미 증명된 방안이며 한국도 이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략의 역사는 핵 위협에 당면한 나라들이 택했던 가장 흔한 전략이 ‘독자 핵무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1945년 7월 16일 미국이 핵실험에 성공, 첫 핵 보유국이 된 이후 미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항하던 미국의 최대 라이벌 소련은 핵무장에 박차를 가했다. 소련은 1949년 8월 29일, 예상보다 훨씬 빨리 핵실험에 성공해 두 번째 핵 보유국이 된다. 소련의 핵 보유는 영국을 두렵게 했다. 영국은 1952년 10월 3일 호주 서쪽 태평양 한복판에서 핵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세 번째 핵 보유국이 됐다.

네 번째 핵 보유국은 프랑스인데, 프랑스의 사례는 핵무기 보유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핵전략 이론’에 의해 뒷받침된 사례다. 프랑스는 자신의 핵기술과 능력에 비해 비교적 늦은 시점인 1960년 2월 13일 알제리의 사하라사막에서 첫 번째 핵실험을 했다. 영국이 핵무장한 이후 더 이상의 핵 확산을 우려한 미국과 소련의 제약 끝에 이뤄진 핵실험이었다. 당시 미국은 미국의 핵으로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며 프랑스를 설득했다. 프랑스는 미국이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뉴욕을 희생시킬 각오를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믿었고 ‘파리를 보호하는 확실한 방안은 프랑스 자신의 핵무기 보유’라고 생각했다. 피에르 갈루아(Pierre Gallois) 장군은 ‘프랑스는 미국처럼 강력한 핵무기 체계가 아니라, 소련의 공격 야망을 좌절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Force de Dissuasion)’만 가지고 있어도 된다는 논리 아래 프랑스의 독자적 핵무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다섯 번째 핵 보유국은 1964년 10월 16일 신장(新疆)의 로프노르에서 핵실험에 성공한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위협과 점차 적대국으로 변질돼 가고 있던 소련과의 관계 악화를 핵무장의 근거로 삼았다. 중국의 핵무장은 중국의 숙적인 인도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인도는 1974년 5월 핵장치(nuclear device) 폭발실험에 성공, 여섯 번째 핵 보유국이 됐다. 인도의 핵폭탄 보유에 자극받은 나라는 인도의 숙적 파키스탄이었다. 파키스탄 역시 1972년 이래 핵무기 보유를 위해 노력했고, 1998년 5월 2일, 5기의 핵장치를 폭발시켰다. 그중 하나는 고농축 우라늄탄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경우는 특이하다. 100발 이상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이스라엘은 핵 보유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 독자 핵무장론이 나온 지 이미 여러 해 됐지만, 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여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정치권에서도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국가안보를 진정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 독자 핵무장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다른 어떤 나라의 핵무장보다 잔인하고 비겁하다. 역사상 어느 나라도 동족을 대상으로 핵 개발을 단행한 적은 없다. 북한의 핵은 동족인 대한민국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 만든 것이며, 또한 공격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든 ‘못된 것’이다.

지난 2월 12일 평양 주민들이 기차역 대형 전광판을 통해 핵실험 소식을 지켜보고 있다. ⓒphoto AP
지난 2월 12일 평양 주민들이 기차역 대형 전광판을 통해 핵실험 소식을 지켜보고 있다. ⓒphoto AP

독자 핵무장은 생존을 위한 권리

북한은 마치 미국과 싸우기 위해 핵을 만든 것처럼 말하고, 핵전략의 본질을 알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은 정말 그런 줄 알고 있다. 북한이 진정 전략의 본질을 알고 있는 나라일진대 미국과 전쟁하기 위해 핵을 만들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미국과 핵전쟁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자살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이미 설명한 대로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을 이룩하고, 이 과정에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없게 막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확전(擴戰)이 두려워 천안함 피격 시에도, 연평도 포격 시에도 과감하게 대처하지 못한 대한민국이 핵무장한 북한의 도발에 과감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비한 이후 한국은 북한이 하라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닐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의 도래를 막아줄 유일한 방법이 독자 핵무장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북한의 공갈과 협박을 막는 수단이며, 한국이 핵무장을 한 경우라야 북한 체제의 변화도 유도할 수 있다. 핵무장하지 않은 한국이 북한 체제를 변환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핵무장한 북한 정권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을 때 한국을 그대로 둘 것 같은가.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북아시아 안보질서가 엉망이 될 것, 미국·중국·러시아가 가만있지 않을 것, 국제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이 국제 제재를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들이 제시된다. 타당한 이유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의 삶과 죽음에 대해 논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동북아 안보질서, 경제파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우리가 북한의 위협 앞에 떨게 될 상황이 닥쳐오는데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미국, 중국, 러시아가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날 우리는 즉각 핵무장 노력을 중단 혹은 폐기하겠다는 조건을 걸면 된다. 우리가 핵무장을 각오하는 날 미국, 중국, 러시아 역시 보다 현실적인 북한 핵 저지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 공격을 가하기 직전 이를 정밀 공격하겠다는, 세계전쟁사에 전례가 없는 현실성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보다 독자 핵무장을 결단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훨씬 양호하고 안전한 전략일 것이다.

이춘근

연세대 정외과 졸업. 미국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전쟁론), 오하이오대 박사과정 수료(전쟁사). 육군 제3사관학교 교관. 세종연구소 외교안보연구실장. 자유기업원 부원장. 저서 ‘북한 핵의 문제’(1995), ‘북한의 군사력과 군사전략’(2012),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2013) 등.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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