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ㄱㅎ 국회의원 완전 뭉개는군요. 거기에 나팔수도 총궐기하는군요.”
“국회에 들어와 특권이라는 것을 청와대 ㅇㅇ수석 시절과 비교해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김현 의원에게 직접 들어보니 잘못한 부분이 없는데 일이 이상하게 꼬여들었다.”
“지켜주고 방어해주고. 과도한 공격에 대해 반격해야 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의 카톡 단체방.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의 카톡 단체방.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전체 국회의원(130명)을 대상으로 하는 카카오톡 단체방이 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당의 정치적 움직임과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이 오간다. 이런 까닭에 “카톡 단체방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냐”는 말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카톡 단체방은 지난 4월 생겼다. 여성의원 전용 카톡방, 초·재선 의원 중심의 카톡방이 당시에도 있었다. 그러다가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형 이슈가 불거지자,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단체방이 등장했다. 박영선 의원, 김현 의원 등이 카톡 단체방 개설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톡방에서 당내 각 계파는 사안별로 이견을 보일 때가 많지만 자유롭게 소신을 피력한다.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 등 당내 비주류는 카톡방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카톡방의 대화는 30여명 정도가 이끈다. 친노(친노무현) 성향의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이 이 중 다수다. 상대적으로 지역구 관리 부담이 적은 비례대표의원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한 온건파 의원은 “친노파를 위한 공간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카톡방이지만 90여명 정도는 그저 ‘눈팅’(눈으로 채팅을 지켜보는 것)만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일부 의원이 카톡방에서 마치 전체 입장을 대변하는 양 떠든다.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 적지 않다. 중도 성향의 다수 의원들은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그냥 지켜만 본다”고 말했다.

주간조선이 카톡방을 취재할 당시 이 방 이용자 수는 113명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7명은 불참한 상태였다. 주간조선은 카톡방의 대화 중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약 7일분을 취재했다. 이때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해 온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과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카톡방의 성격상 대화 그룹의 비공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간조선이 새정치민주연합 카톡방 대화 내용을 취재한 건 의원들의 대화 내용이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일부 의원은 민심과 거리가 있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최근 비판의 도마에 오른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의원들의 생각을 보자. 지난 9월 30일을 전후한 시기 카톡방에 올린 글에서 A 의원(시민단체 출신 초선)은 “ㅂㄱㅎ(박근혜 대통령을 가리킨다) 국회의원 완전 뭉개는군요. 거기에 나팔수도 총궐기하는군요. 없애버린 국회의원 연금에 200개 특권까지 다 부활하는군요. 거짓선동에 속수무책 당하고만 살아야 하나요”라고 썼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께서 오늘 또 국회를 쎄게 비난하더니, 때아닌 국회의원 특권 논란으로 시끄럽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남 탓만 해도 되는 대통령의 특권이 부럽습니다. 대통령 말씀을 대서특필하는 언론이 한 편인 게 더 부럽습니다”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원 세비는 국민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 “만약에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의 특권을 비판했다. 이를 계기로 언론에는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비판 기사가 이어졌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의 일부 의원이 박 대통령의 발언과 언론 보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200가지 특혜가 뭔지 목록 좀 보자(이모티콘 ‘아오 확 기냥’)”면서 역시 불만을 터뜨린 B 의원(학계 출신의 비례대표)은 한 발 더 나아가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국회의원을 비교하며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권이 미약할 뿐 아니라 이를 지적하는 언론의 보도는 “황당하다”고 했다. B 의원은 노무현 정권시절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카톡방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국회의원이 특권층이 되는 것은 나도 반대지만 언론보도는 정말 황당합니다. 제가 처음 국회에 들어와 그 특권이라는 것을 청와대 ㅇㅇ수석 시절과 비교해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수석은 방도 받고 직원 20여명에 관용차도, 수행비서도 나옵니다. 직원 인건비, 차량지원 이런 거 다 필요 없습니다. 출장을 가면 출장비를 받습니다. KTX 지원, 해외출장비 다 필요 없습니다. 공공요금, 통신비 필요 없고 휴대폰도 사줍니다. 후원금, 정치자금은 수석처럼 업무추진비가 없으니 그 대신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나도 밖에서는 업무추진비 외에 후원금을 따로 모아 쓰는 줄 알았습니다. 무노동무임금, 정말 황당합니다. 본회의 말고는 일이 아니다? 경험해 보니 본회의야말로 형식적인 일이었습니다. 저 같은 실용파는 웬만하면 그 시간에 딴일 하고 싶습니다. 내가 반개혁파로 전향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비판은 국민과 정치를 이간질하는 모함이거나 단순무식의 표출입니다. 아마 국회의원 특권의 핵심은 공천에서의 유리함, 지역에서의 영향력, 이런 것 아닐까요.”

B 의원은 그러면서 소선거구제의 폐단도 지적했다. 그는 “세비 낭비의 핵심은 시간의 절반을 국정이 아닌 지역구 관리에 써야 하는 상황이겠지요.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저는 국회에 들어와 보고야 실감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특권 비판에 의도가 숨어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D 의원(노동계 출신의 초선)은 “감시(와) 견제기관, 국회를 약화시켜 행정부 관료, 관피아 천국을 만들고 싶은 건가?”라고 했다.

카톡방에서는 국회의원 특권을 비판하는 언론사에 대해 특히 반감이 강했다. C 의원(언론계 출신의 비례대표)은 “연합뉴스 기사 아주 교묘하게 정치불신을 부추기네요. 아직 국민은 국회의원 연금 폐지된 걸 모르고 폐지운동을 한다는데, 이 연합 기사는 연금법 바뀐 걸 알고도 정치불신 조장하는 나쁜 기사…”라고 비난했다. C 의원은 “언론을 보면 저도 가끔 헷갈려요. 연금이 아직도 폐지 안 됐나 하고 ㅎ”라고 했다.

만 65세 이상의 전직 국회의원에게 매월 120만원씩 지급되던 이른바 의원연금은 19대 국회 때 폐지됐다. 그러나 18대 국회의원을 포함, 그 이전에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은 이 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연금을 계속 받는다.

E 의원(여성단체 출신의 재선) 역시 “MBN 뉴스에 국회의원 연금 120만원 받는다고 허위보도했어요. F 의원실에 신고했어요. 카톡에 허위사실 여전히 유포되고 있는데, 방송까지… 대응 필요하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F 의원은 “네… 대응할께용”이라고 답했다. 시민단체 출신의 또 다른 비례대표인 F 의원이 언론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카톡방의 의원들은 언론사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했다. H 의원이 ‘통신업체가 원가를 부풀려 수십조원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는 자신의 의혹 제기가 한겨레신문 1면 머릿기사로 보도됐다고 하자, 동료 의원들은 이를 앞다퉈 격려했다. M 의원(노동계 출신의 재선)은 “참 잘했어”라고 했고 일부 의원은 “스타 탄생!!”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칭찬 릴레이에 동참했다.

연합뉴스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종합편성채널을 운영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았다. B 의원은 “종편들, 새정치 비대위는 계파 수장들이고 새누리 혁신위는 대권잠룡들이라고 ㅠㅠ”라는 글을 남겼다. 일부 의원은 메이저 언론을 비판하기 위해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인용했다.

카톡방에서는 ‘증세(增稅)’에 대한 솔직한 대화도 오고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줄곧 증세 반대론을 폈지만 일부 의원은 “증세는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K 의원(시민단체 출신의 초선)은 “서민세금 증세 문제 캠페인 구호로 뭐가 좋을까요. 고민은 우리가 집권해도 증세는 해야 할 텐데, 무조건 세금폭탄 논리는 적절치 않을 테고요. 서민 증세는 안 됩니다. 이 정도로 가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E 의원은 “오늘 정책조정회의에서도 고민한 건데요.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가 대비되는 ‘부자 감세 철회 없는 서민 증세 반대’가 좋다는 생각인데, 너무 길어 서민 증세는 안 됩니다로 했대요”라고 답했다.

L 의원(시민단체 출신의 비례대표)은 이런 글을 올렸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증세 반대한다는 것은 자기 모순입니다. 그러나 부자, 대기업은 그냥 두고 서민 증세하는 것은 안 되니(까) 부자 감세 철회 없는 서민 증세 반대로 제안했던 것입니다. 부자 감세 철회(로) 법인세 인상되면 서민 증세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서민 증세 안 된다고 하면 결국 증세 반대론이 되어 자기모순적 주장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L 의원은 증세 문제가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당 지도부에 방향 설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L 의원은 “세금 문제에서 당장의 정치적 계산을 하면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이 결국은 없어집니다. 증세 없는 복지확대론의 허구성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대기업, 부자들에 대한 증세와 조세감면 축소를 강조, 서민 편을 들면서도 증세가 이루어지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조세 재정 논쟁은 다음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카톡방 의원들은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김현 의원 등 검·경의 조사를 받는 동료 의원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한 초선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김재윤 의원님을 면회하였습니다. 병원장을 만나 김 의원의 건강회복에 만전을 기해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환자복을 입고 있는 김재윤 의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김재윤 의원은 입법로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다. B 의원은 “김재윤 신학용 신계륜 김현 의원 등이 큰 고생하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도와야 할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신학용·신계륜 의원도 입법 로비와 관련된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히 카톡방 의원들은 대리기사 폭행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는 김현 의원을 감싸는 입장이어서 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 G 의원(시민단체 출신의 재선)은 “그(김현)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 김현 의원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고 했고 이에 대해 B 의원은 “그러게 말입니다. 김현 의원에게 직접 들어보니 잘못한 부분이 없는데 일이 이상하게 꼬여들었다”고 답했다. H 의원(운동권 출신의 초선)은 “지켜주고 방어해주고. 과도한 공격에 대해 반격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I 의원(차기 당권 노리는 중진)은 “혼자 외롭게 둬서는 안 됩니다. 당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습니다”라고 했다. 카톡방 의원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관련된 혐의로 김현 의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일부 의원은 카톡방에 ‘지라시’(사설 정보지)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N 의원(친노 성향의 초선)은 “[증권가 찌라시] 속보. 김정은, 뇌어혈로 이미 스스로 운신할 수 없는 상태. 중국에서 풍문, 이란에서 보도 있음”이라고 글을 남겼다. 뒤이어 다른 의원도 “그냥 시중에 돌고 있는 겁니다”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에 대한 장문의 루머를 소개했다. 그러자 이 글을 읽은 J 의원은 “방금 국정원장과 통화했는데 다리가 아픈 걸 제외하곤 아무런 특이점이 없고 중국 신문은 공식 오보라고 수정했다고 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O 의원(학계 출신 비례대표)도 교통법규 개정 관련 이메일 내용을 소개하며 카톡방에서 진위 여부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자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을 지낸 국회의원은 “어제 확인했습니다. 경찰청에… 용역 발주는 하였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합니다. 하도 문의가 많아 경찰청에서 입장 발표 검토 중이랍니다”라는 답변을 남겼다. 그는 경찰청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이다.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임명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과 관련해 “평생 한 번이라도 헌혈을 했는지, 적십자봉사회 활동은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라”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동료의원에게 부탁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P 의원(여·비례대표)은 “검찰이 카카오톡을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보안을 이유로 독일의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대화방을 옮기자고 제안했다. 검찰의 감시를 피해 최근 ‘사이버 망명지’로 각광받고 있는 텔레그램에 의원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카톡방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되고 있었다. 재선 의원이 올린 글이다. “연구원 정례 현안조사 결과입니다. 매달 두 번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주민세 자동차세 담배세(인상) 찬성 34.9 반대 54.6, 복지를 위해 추가 세부담 용의 찬성 43.8 반대 46.2 -중략- 정당 지지도 새누리 44.3 새정치 14.5.”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적 실망감이 반영돼 정당 지지율이 1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는 이보다 더 심각한 14.5%로 조사된 것이다.

카톡방에서는 당 혁신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카톡방을 주도하는 호남 출신의 중진 의원은 “혁신은 실천”이 중요하다면서 실천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기존에 당에서 마련해 놓았던 혁신안을 활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현재의 혁신위 활동에 일정한 반대 뉘앙스를 풍긴다. 이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답글을 남겼다.

반면 4선 의원은 “자학적 혁신 그만하고 기본에 충실하자”고 썼다. 이에 대해 동의하는 의원들은 상당수 답글을 이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지만 당내 각 계파 간 혁신에 대한 입장 차가 커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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