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분장에 달러를 입에 문 ‘월가 점령’ 시위대.
좀비 분장에 달러를 입에 문 ‘월가 점령’ 시위대.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가 일본화(Japanification)될 수밖에 없는 이유, 즉 전환형 복합불황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를 8가지로 제시한다. 10월 말 출간될 저서 ‘세계가 일본 된다’에서 이 부분을 발췌해 소개한다.

1. 환경오염

1968년 로마클럽은 닫힌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물부족, 대기오염 등 다양한 환경문제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가 되었다. 중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환경문제로 성장이 멈출 것이라는 보고서도 종종 나오고 있다.

꾸준히 새로운 친환경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지구 전체를 살릴 정도는 아니다. 지구를 재생시킬 정도의 과학기술이 출현하려면 아직도 수십 년 혹은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할 듯하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당장의 위기다. 환경 위험과 대응 기술 개발 간에 시간의 미스매칭이 30~40년 정도 발생할 전망이다.

석유시스템을 친환경으로 대체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태양광 발전 보조금의 경우에도 벌써 정부 재정의 한계로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눈앞의 경기 침체에 정부 재정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 그리고 보이지 않는 환경 부문에 투자를 늘리기에는 정치인의 임기가 너무 짧다.

과학기술 발전의 역설도 생각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원유 탐사와 시추 기술의 발전으로 석유 고갈 위험이 크게 줄고 있다. 1980년대 북해유전이 개발될 당시에는 200m 이내의 얕은 수심에서 석유를 채굴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수면에서 12㎞까지 채굴되고 있다. 이런 심해유전에서 원유를 채굴해도 생산원가는 배럴당 8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화석연료 사용을 증가시키는 기술이 더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은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세계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싸졌다. 원전이 중단되면서 석유,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급속히 증가했다. 이 결과 세계 최대 채권국이었던 일본이 경상수지 적자국으로 전락하면서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일본 소비자의 생활고가 깊어지고 있다. 환경문제가 성장을 제한하면서 경제 전체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기오염에 의한 종말’이라는 신조어로 ‘에어포칼립스’란 용어를 만들었다. 중국이 환경오염으로 글로벌 투자가 줄고 인재가 탈출해서 결국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 혁신의 한계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은 ‘거대한 침체(The Great Stagnation)’란 책에서 인류의 혁신은 1873년을 피크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근대화 이전에는 낮은 과학기술의 발전 단계로 혁신이 그만큼 쉬웠다. 1873년경은 전기, 자동차, 석유에너지 사용이 막 도입되던 시기였다. 이후 인구 단위당 혁신이 감소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도 하락하고 있다.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비행기를 개발한 1903년 이후 15년이 지난 1차 대전 후 유럽 각국은 3만~4만대의 전투기를 보유했다. 현재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바로 이런 엄청난 혁신이 발생하던 19~20세기에 탄생했다. 요즘 최고의 혁신 제품인 스마트폰의 본질은 ‘삐삐’의 진화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는 주장도 많다. 즉 유선으로 의사를 전달하던 시대에서 삐삐는 인류 최초로 개인이 무선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의사 전달이 가능해진 혁신적 제품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은 삐삐의 성능을 개선한 것이지 근본적인 혁신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혁신적이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복제할 수 있는 것이다.

혁신은 획기적인 제품의 등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해야만 한다. 인류 수명을 연장하고 질병 치료를 손쉽게 하는 값싼 약물이 개발된다면 전체 GDP의 10%를 상회하는 의료비용을 줄여서 세계경제는 성장 궤도에 재진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출현은 요원하다. 수퍼박테리아의 진화속도가 기술 발전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3. 사회 양극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자본주의의 한계 논쟁이 뜨겁다. 피케티는 자본주의 경제가 성숙할수록 부의 집중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1870~2010년간의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국가의 자본을 소득으로 나눈 자본·소득 비율이 197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전체 GDP 중 임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7년 62.6%에서 2013년에는 59.7%로 줄었다. 반면 GDP 대비 기업 이익은 3.9%에서 20.3%로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미국 등 신자유주의 체제 국가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21세기 들어 부의 불평등 문제가 심화된 것은 20세기 후반부에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변화는 1990년대에 PC 등 IT 기기가 본격 보급되어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냉전 종식을 알리고 세계화를 촉발한 독일 통일(1989)과 소련의 붕괴(1992)로 세계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적 변화로 불과 20여년 만에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회의 부는 기업가, 자본가, 기업으로만 집중되었다.

2차 대전 후 약 70년이 경과하면서 인류는 역사상 최장의 평화시대를 살고 있다. 이 결과 경제적 부의 편중이 세습되면서 여타 직업과 사회적 지위도 세습되고 있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 결과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구조적인 소비 감소의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의 경우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빈부격차다. 만일 중국이 중앙정부의 재원으로 다시 고성장을 추구한다면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빈부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 이럴 경우 공산당 1당 체제인 중국은 중산층의 소비가 줄면서 궁극적으로 시민혁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본의 불평등도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과 맥을 같이한다. 버블이 붕괴된 이후 일본도 지니계수가 올라가고 있다. 단카이(團塊)세대 이상의 고령자들은 버블 시대에 저축이나 주식, 부동산 투자를 통해 축적한 여유자금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젊은층은 자산을 축적할 기회조차 없었다. 급증하는 프리타 중심의 고용으로 직업도 불안정하다.

불평등을 유발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수정하려는 시도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무한한 소유 욕망을 제거하는 방법은 아직 없어 보인다. 오히려 욕망을 제어하는 종교조차 소유 욕망 속에 함몰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양극화는 고착화되고 이는 다시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4. 공급과잉

공급과잉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두 번째 공급량 증대 원인은 이데올로기 시대의 종말이다. 일부 학자들은 냉전 종식 이후 중국 등 구공산권 지역에서만 생산능력이 2배 증가한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중국의 경우 2000년 철강 생산량은 약 9억t이었다. 그러나 2014년에는 19억t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1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세 번째 원인은 대규모 전쟁과 대불황이 2차 세계대전 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생산력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 자유무역의 증대, 기업 간의 지나친 경쟁 등을 유발한 세계화 현상도 중요한 공급과잉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데올로기 시대의 종말과 함께 글로벌 아웃소싱이 일반화되었다. 2013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기준 약 3억대를 생산했다. 이 중 베트남에서만 40% 정도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이후에는 베트남에서만 50% 이상 생산할 전망이다.

21세기 들어 중국의 본격적 투자 증가는 공급과잉의 직접적 원인이다. 현재 중국은 투자가 너무 과도하다. 반면 내수시장은 너무 취약하다. 현재 중국의 GDP를 분해하면 투자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5%대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반면 내수시장은 36%에 불과하다. 미국 71%, 일본 63%, 독일 57%, 한국 53%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다. 더 큰 문제는 내수 소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반 중국 경제에서 내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였다. 인구 14억명의 대국이 계속적으로 공장만 짓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수요 증가는 미미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주 소비계층인 선진국의 인구는 정체 혹은 줄고 있다. 환경 악화로 이미 기업의 비용은 크게 늘고 있다. 즉 생산원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 노출된 기업은 생산원가 상승을 자체 혁신으로 부담하고 있지만 환경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판매가로 전이될 수 있다. 이때는 소비가 줄어들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부족함(결핍) 때문에 어려워했다. 그러나 향후에는 공급과잉 때문에 고민할 전망이다.

5. 인구 감소

저명한 인문지리학자인 영국의 대니 돌링(Danny Dorling)은 최근작 ‘100억명(POPULATION 10 BILLION)’에서 세계 인구는 대략 2050년경 90억명을 고점으로 정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72억명과 비교하면 18억명이 추가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어떤 연구 결과든지 시점의 문제일 뿐 약 30~50년 후 인구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1880년대 유럽에서 콘돔이 개발되고 1960년대부터 피임약이 시판되면서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했다. 동시에 의약의 발달로 기대여명이 크게 증가했다.

부부 1쌍이 2.1명 이하로 출산하면 세계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1.06명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선진국은 1.5명 내외로 출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지역에서조차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 튀니지는 2명, 코스타리카도 1.9명 출산한다. 종교의 영향이 강한 이란도 1970년 6.6명에서 현재 1.9명으로 감소했다. 중국도 1970년대 4.71명에서 정부의 강력한 1자녀 갖기 정책시행으로 지금은 1.63명에(2010년 현재)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세계 시스템은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인구 감소는 정치, 교육, 종교 등 사회 시스템과 레저·운송 등 내수산업 전체의 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간의 갈등이 발생한다. 정부와 사회가 출산을 지원하려 해도 고령자의 복지와 충돌한다. 국가 재정이 매우 어려운 상태이고, 기업도 전환형 복합불황으로 성장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령자가 다수이면서 오피니언 리더 계층인 노인정치(Silver Democracy) 사회에서 연금 개정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렵다.

일본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있어 가장 먼저 위기가 발생한 국가이다. 이미 인구는 2008년 최고 1억2808만명에서 약 100만명이 줄어들었다. 2050년이 되면 65세 이상자는 3800만명으로 전체 인구 9500만명의 40%를 넘길 전망이다. 재단법인 일본 재건 이니셔티브가 2013년 발간한 ‘일본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일본의 의료비용은 2050년에 90조엔을 넘겨 GDP의 11%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0조엔 중 50조엔 이상은 75세 이상의 고령자 의료비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적연금 채무는 이미 일본의 GDP와 유사한 550조엔으로 추정된다.

타일러 코웬이 ‘거대한 침체’에서 제시한 혁신과 경제성장률. 그는 1873년을 피크로 혁신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낮은 과학기술 단계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던 혁신이 줄어듦으로써 경제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일러 코웬이 ‘거대한 침체’에서 제시한 혁신과 경제성장률. 그는 1873년을 피크로 혁신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낮은 과학기술 단계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던 혁신이 줄어듦으로써 경제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6. 부채 사회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일반화되었다. 대출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선진국 정부는 부동산 구입을 적극 장려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2002~2008년까지 부동산은 50~100% 정도 상승했다. 중국에서 공장을 짓는 동안 선진국들은 부동산 투기에 열중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주택 매입 시 LTV비율(주택가격 대비 부채 비중)이 평균 80%대였다. 런던 등 심한 지역은 90%를 넘기기도 했다. 2007~2008년이 되자 부동산 투기는 정점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당시는 중국 등 이머징국가의 설비투자가 상당 부분 완공되는 시점이었다. 부동산이 더 이상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고평가되었고, 새로 지은 주택의 입주가 늘어나고, 4~5년간 지속된 설비투자로 공급과잉이 발생하는 시점이 바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도산하는 시점의 풍경이다.

미국은 지나친 투기에 대한 우려로 정책금리를 2004년 6월 1%에서 2006년 6월 5.25%까지 수직 상승시켰다. 부동산과 기업에 대한 대출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경기는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빈집은 늘어가는데 집은 팔리지 않고 이자 부담만 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은 신규 투자로 공장이 돌아가는데 경기 침체로 물건이 팔리지 않았다. 이자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주가도 폭락한다.

이런 상황이 되자 빚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문제가 된다. 리먼브러더스에 이어 베어스턴스, 메릴린치와 같은 세계적 금융기관이 도산한다. 부채에 중독되었던 금융기관 전체가 대출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위기였다. 자본주의 사회 전체의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은 정책 공조에 나선다. 국가 구분 없이 4가지 경제정책을 시행했다. 역사상 가장 낮은 초저금리, 무한정의 자금 공급, 재정지출의 획기적 확대,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한 민간 소비 부양 등이다. 방법은 가장 과감하고, 무한정으로, 전 세계가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었다.

이런 조치로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는 2009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안정되어 간다. 문제는 정부 재정에 있었다. 사회 전체적으로 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부채의 가치를 낮추든가, 아니면 경제성장률을 높이면 가능하다. 그러나 2008년 시점에서는 어느 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개인과 기업이 부채를 갚지 못해서 발생한 금융기관의 부채는 정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늘려야만 했다.

정부의 과도한 경기부양으로 재정적자가 국가 구분 없이 사상 최고치까지 증가했다.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조만간 공적연금이 고갈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가가 지급할 능력은 그 어느 국가도 없다. 일본은 단카이세대가 대량으로 퇴직하는 2012년을 고비로 복지예산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2년 일본의 사회보장 예산만 전체 예산의 30%인 약 26조엔을 넘겼다. 이 금액은 전체 세수 42조엔의 60%가 넘는다. 이 상태로라면 2025년에는 세수의 대략 2배에 달하는 복지예산을 지출해야 한다. 부족분은 국가부채를 늘려서 충당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라면 국가가 존재하기 어렵다.

지난 8월 조선일보는 미국의 2014년 6월 기준 학자금 대출은 무려 1조118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졸업생의 취업률은 전환형 복합불황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이 7년 만에 2배로 증가하면서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컬럼비아대 교수도 “학자금 대출 급증으로 많은 미국 젊은이가 고등교육을 통한 사회적 신분 상승이라는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할 기회를 뺏기고 있다”면서 “학자금 대출의 증가는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뿐 아니라 당장 경제적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차원에서 여전히 부채는 늘고 있다. 국제통화금융연구센터(ICMB) 의뢰로 중앙은행 고위 간부 출신의 경제전문가들이 작성한 제16차 연례 ‘제네바 리포트’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01년 160%였으나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9년 200%에 육박했고, 2013년에는 215%까지 확대됐다”면서 “일반적 인식과 달리 전 세계는 아직 부채 축소에 나서지 않았다. 세계의 총 GDP 대비 부채비율은 계속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7. 미국의 미래와 글로벌불균형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기도 하다. 미국은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 등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국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일본, 지금은 독일과 중국에 조금씩 영향력을 나눠 주고 있다. 미국은 세계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경제력(GDP)과 에너지 소비는 1/4 정도다.

유럽보다 작고 중국보다 역동성이 떨어지는 미국의 세계 지배는 글로벌불균형(global Imbalance)을 기초로 해서 유지된다. 미국이 유발시킨 글로벌불균형 시스템은 미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배타적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 길들여진 세계는 글로벌불균형이 붕괴될 경우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공포에 싸여 있다. 미국이 만든 글로벌불균형을 ‘신비로운 길’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 소비를 충족시킬 만한 제조업 생산이나 원자재가 부족하다. 미국에서 제조업에 고용된 인원은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하다. 제조업과 원자재는 생존의 필수 요소라서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달러를 무한정 발행해서 소비재나 원자재의 수입대금으로 지불한다. 미국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 1982년 이후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는 2013년 현재 9.5조달러다. 2004년 이후에는 GDP의 2.5~4%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찰스 쿱찬(Charles A. Kupchan)이 저술한 ‘미국시대의 종말’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미국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의 자본 중 20%가 미국으로 재유입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은 70%로 증가했다고 전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백악관 고위관리가 부시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비밀번호도 필요 없는 현금지급기로 여긴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만일 중국 등 동아시아가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동시에 미국이 지금과 같이 소비에만 치중한다면 어떤 상황이 나타날까? 글로벌불균형이 균형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이때 미국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의 채권을 구입할 주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신비로운 길의 2차 자금순환이 끊기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가치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아마 수출 중심의 동아시아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다.

필자는 2006년 ‘세계경제의 그림자’란 책을 통해 미국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지적했다. 신비로운 길을 유지시키는 미국의 힘을 필자는 10가지 독점시스템으로 규정했는데, 미국의 독점 시스템은 점점 균열되고 있다. 미국에서 전환형 복합불황의 조짐이 가시화할 경우 미국 이외 국가가 전환형 복합불황에 진입하는 속도가 가속화할 수 있다.

8. 인간성의 변화와 무능한 리더십

전환형 복합불황의 원인인 7가지 요인은 인간성 변화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1~2명뿐인 자녀들은 엄마의 손에 의해 성장한다. 여성화하는 것이다. 양극화에 시달리면서 부채가 많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반사회적 경향이 뚜렷해질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 중독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식으로 전환형 복합불황의 각각 요소는 인간을 변화시킬 강력한 인자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변화하는 인간이 평범한 인간뿐 아니라 반사회적 계층, 혹은 리더 그룹의 인성까지도 함께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즉 리더가 합리적으로 판단하거나 행동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역시 일반 대중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대중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전환형 복합불황의 원인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정책 몇 가지로 바꿀 수 없다. 사회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하는 거대한 전환이다. 그러나 변화를 주도해야 할 사회 리더계층은 기득권을 보유한 계급이다. 변화는 기득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구조적인 시스템 전환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박탈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싸여 있다.

기득권 계층은 전환형 복합불황을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형 대책으로 미래를 준비하면 모두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의 전환형 복합불황 시스템을 치유하는 방법도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믿는다. 역사상 처음 출현한 전환형 복합불황을 산업사회, 냉전시대, 그리고 원초적인 자본주의(신자유주의)에서만 해법을 찾는다. 현실과 다른 과거형 대책의 남발로 사회 리더그룹의 신뢰는 크게 하락하면서 정책의 효과를 낮춘다. 이 과정에서 전환형 복합불황에 가장 먼저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의 저항이 증가하면서 갈등 사회로 진입한다.

양 계층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모든 국가의 사회갈등은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강화된다. 갈등의 강도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다. 전환형 복합불황의 원인 중 주된 갈등은 빈부격차에서 출발하는데 모든 사회문제를 양극화 기반의 계급에서 찾게 된다. 계급을 지키려는 자, 계급을 없애려는 자의 대결은 이데올로기로 포장되어 전환형 복합불황 시대를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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