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비정규직은 통계청이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집계된다. 통계청은 매달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와 별도로 매년 3월과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실시한다. 여기서 정의하는 비정규직은 크게 한시적근로자, 시간제근로자, 비전형근로자로 나뉜다. 한시적근로자는 근로 계약기간을 정한 기간제근로자가 대표적이다. 1년, 2년, 3년 단위로 계약서에 근로기간이 명시된 경우다. 통계청은 조사 설문에 “고용될 때 근로기간을 정하였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이를 파악한다.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계속 일하는 경우에도 한시적근로자에 포함된다. 계약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업무 종료 후 여러 가지 이유(이전 직장 복귀, 특정계절에만 일하는 계절근로 등)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도 한시적근로자에 포함된다. 한시적근로자 외에 시간제근로자는 1주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경우를 뜻하며, 비전형근로자는 파견·용역근로자를 비롯해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퀵서비스 배달기사·골프장 캐디 등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가정내근로자, 건설일용근로자·파출부 등의 일일근로자 등이 포함된다.

이에 반해 정규직은 단일 고용주와 고용기간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은 계약관계를 맺어 정년을 보장받으며 전일제로 일하면서 임금수준이 연공서열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를 뜻한다.

지난 8월 통계청 조사에서 비정규직이 사상 최초로 600만명을 돌파하며 전년 동월 대비 13만1000명이 증가한 607만7000명을 기록한 것은 시간제근로자의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 188만3000명이었던 시간제근로자는 올해 200만명을 돌파해(203만2000명) 7.9% 증가했다. 한시적근로자(350만8000명)의 증가율(2.2%)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이다. 반면 비전형근로자(211만2000명)는 작년에 비해 10만2000명(-4.6%) 감소했다. 통계청 이진석 사무관은 주간조선에 “최근 시간제근로자가 꾸준히 느는 추세”라며 “60대 이상 연령층과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를 원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했다. 실제 여성 시간제근로자(144만5000명)는 전년 대비 8만8000명이 늘어 남성 시간제근로자(58만7000명)의 증가 수(6만명)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도 60세 이상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2013년 49만9000명에서 57만8000명으로 증가) 60세 이상 연령층 외에는 20대와 10대에서 늘었고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거의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었다. 전문가들은 시간제근로자를 포함해 전체 비정규직의 연령별 분포를 봐도 20대와 60세 이상에서 비정규직이 높게 나타나는 U자형을 그린다고 지적한다.

통계청 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지만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숫자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숫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통계에서는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노동계 시각을 대변하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이원보)가 지난 8월 통계청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 수는 852만명으로 통계청이 파악한 수보다 245만명이나 많았다. 비율로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45.4%에 이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주간조선에 “통계청은 설문조사를 통해 한시근로, 시간제근로, 호출근로, 특수고용, 파견근로, 용역근로, 가내근로 등 7개 범주만 골라낸 후 나머지는 다 정규직으로 간주하지만 여기에 잡히지 않는 비정규직도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가 이런 지적을 하는 기본 이유는 임시일용직과 상용직이라는 오래된 구분 때문이다. 통상 상용직은 고용계약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정해지지 않는 경우를, 임시직은 1개월 이상 1년 미만, 일용직은 1개월 미만인 경우를 뜻한다. 통계청이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실시하기 전에는 매달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파악하는 이 상용직, 임시일용직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정부에서 정규직, 비정규직을 추산했다. 상용직은 정규직으로, 임시일용직은 비정규직으로 간주한 것이다. 2002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실시하기 전 이 기준을 적용하면 비정규직 규모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한시적·시간제·비전형 근로자 등의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자 비정규직 비율은 27.4%(2002년 8월 기준)로 급감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당시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는 논리적 근거를 대기 위해 비정규직 기준을 바꾸고 비정규직 수를 인위적으로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유선 위원은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구분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해온 비정규직 기준인데 미국식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면서 여기서 파악되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잡혀 버렸다”며 “우리 연구소가 파악한 비정규직 수 852만명은 통계청 조사에서 파악된 임시일용직 661만1000명에 상용직이더라도 한시적·시간제·비전형 근로자로 파악된 191만1000명을 더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비정규직 기준을 적용할 경우 건설현장에 상당 기간 출근하는 근로자 등 장기 임시직은 제외된다는 게 김유선 위원의 주장이다.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 연구위원도 주간조선에 “요즘은 비정규직 중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2년 근무를 채우고 나서도 정규직 전환도 못한 채 해고되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정규직에 미치지 못하는 대우를 받으면서 근무하는 이른바 무계약직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이런 근로자들도 통계청 조사에서는 비정규직에서 제외된다”며 “사실상 임금근로자이면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학습지교사나 보험판매사, 퀵서비스종사자 등도 통계청 조사에서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비정규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장열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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