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전남 여수시 사곡리 일대 부동산. 오른쪽 무인도도 이 회장 소유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전남 여수시 사곡리 일대 부동산. 오른쪽 무인도도 이 회장 소유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전라남도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궁항마을. 40여가구가 채 살지 않는 조그마한 마을이 처음 언론에 주목을 받은 것은 2007년경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마을 앞 바다에 있는 무인도를 비롯해 이 일대 부동산 8만4000㎡를 2004년부터 2년에 걸쳐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이건희 회장이 매입한 부동산은 모두 ‘자연녹지’이고 총 14필지이다. 건축행위를 할 경우 법정 건폐율 20%를 적용받아 부분적으로 건축이 가능토록 돼 있다. 2005년 10월 이건희 회장은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헬기를 타고 여수에 내려와 부동산을 둘러보고 갔을 정도로 사곡리 부동산 매입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특히 이 회장이 찾았을 때 인근 레스토랑을 대여해 신라호텔 조리사들이 와서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기자가 이곳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07년 말이었다. 이 회장이 땅을 샀던 소라면 일대는 ‘여자만’으로 불리는 바다를 끼고 있으며 여수에서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다. 하지만 여수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17번도로를 벗어나 지방도를 따라 30분은 달려야 하는 외진 곳에 있어서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은 여수엑스포가 열리는 여수반도 동남쪽과는 정반대인 서북쪽에 위치해 있어 당시 여수에 불던 ‘부동산 광풍’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이 회장이 직접 관심을 갖고 부동산을 샀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때문에 이 회장이 소라면 부동산을 산 것을 두고 ‘별장을 짓는다’ ‘영빈관을 짓는다’ ‘복합리조트를 개발한다’ 등 갖가지 말이 많았다.

당시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3.3㎡당 5만원 선에서 거래됐으나 이 회장의 토지 매입 이후 35만~40만원까지 상승했다. 소라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시 이 회장이 부동산을 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문의가 좀 있다가 한동안 뜸했다”며 “최근 들어 다시 문의가 조금씩 있는데 대부분 외지사람”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이곳을 다시 방문한 것은 7년이 지난 11월 26일이었다. 머릿속에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7년 전의 이 일대 모습은 사라졌다. 주변에는 어림잡아 20개가 넘는 펜션이 들어섰다. 이탈리아 레스토랑도 생겼다. 사곡리와 접해 있는 장척마을에는 이 회장 소유의 무인도를 정면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들어섰다. 사곡리에서 차로 7~8분 정도 달린 화양면에는 ‘죽림지구’로 불리는 신도시가 들어섰다. 고층아파트에 근린시설까지 수도권 신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죽림지구 인근 웅천지구는 한창 고층아파트가 올라가고 있었다. 특히 부영건설은 죽림과 웅천 일대에 땅을 대거 사들여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고 있었다. 모두 7년 전에는 없던 것들이었다. 천지개벽과 다름없었다. 여수의 경제중심지도 이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수 거북이공인중개사 문정애(58)씨는 “여수엑스포 때만 해도 여수 동쪽으로 사람들이 몰렸는데 지금은 소라면과 화양면 일대로 사람들이 옮겨가고 있다”며 “매매나 전세 매물이 나오면 바로바로 나간다”고 말했다. 7년 전과 비교해 그대로인 것은 이 회장의 부동산과 여자만의 아름다운 풍경뿐이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이곳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회장 부동산 인근을 찾는 중국인이 많다고 한다. 여수 전체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늘게 된 계기는 2012년 여수엑스포 때다. 제주로 가던 중국인들이 바다 건너 여수에 와서 엑스포를 보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중국과 여수를 오가는 크루즈가 생긴 것도 그때쯤이다. 지금은 수천 명의 중국인이 크루즈를 타고 들어와 여수를 관광하고 중국으로 돌아간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암웨이 인센티브 관광단 2만명이 다섯 차례에 걸쳐 로열캐리비언 인터내셔널 크루즈(14만톤급)를 타고 단체 관광을 왔었다.

그런데 이곳을 관광 왔던 중국인의 10분의 1 정도는 다시 여수를 찾는다고 한다. 또한 제주에 온 중국인들 중 일부가 여수를 찾는 경우가 잦아졌다. 대부분 부동산 투자를 염두에 둔 사람들이다. 제주도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부동산컨설팅을 하는 한 중개업자는 “제주도의 땅값이 너무 많이 오른 데다가 여수가 제주 못지않게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어 최근 여수에 투자하려는 중국 사람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지난주에도 제주에 부동산 투자를 하러 온 일행 중 10여명이 여수 일대를 둘러봤다”고 말했다. 그는 “여수가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적용되는 지역인 만큼 이제는 제주뿐만 아니라 전남 동남부권에도 중국 사람들의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투자이민제는 법무부 장관이 고시한 지역 부동산에 기준금액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국내 거주자격과 영주권(5년 후)을 주는 제도로, 현재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남 여수, 강원 평창, 인천 경제자유구역, 부산 해운대 및 동부산관광단지 등에 적용되고 있다.

여수 내에서도 중국인이 주로 관심을 갖는 지역은 이건희 회장 부동산이 있는 소라면과 바로 옆 화양면 그리고 경도 일대다. 경도는 전남개발공사 주도로 섬 하나를 골프장과 리조트로 조성해 이미 운영 중이다. 소라면과 화양면 일대는 최근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거나 계획되어 있다. 아파트 등 주거지역뿐만 아니라 전남도와 여수시 차원에서도 관광특구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여수시는 이를 위해 2018년까지 총 186억원을 들여 여자만 연안생태 휴양마을과 갯노을길 조성 등 관광자원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와 복산리 일원에 달천 갯길 생태탐방로, 생태마을 정비, 달천 선착장 복합관광시설 등을 만드는 여자만 연안생태 휴양마을 조성사업을 1차로 추진한다. 이어 갯노을길 조성사업으로 율촌면 상봉리부터 화양면 장수리까지 60㎞ 구간에 탐방로와 하이킹코스에 이어 휴게시설과 전망데크·타워, 안내시설 등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현재 진행 중인 여수~고흥을 잇는 11개의 연륙·연도교가 개통과 발맞춰 여자만은 보성 벌교와 순천만, 그리고 고흥산으로 이어지는 순환형 생태탐방로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여자만 주변의 해양 여건이 생태문화자원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아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역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수시에서는 이곳 일대 개발계획을 장기적으로 추진 중이었지만 정작 중국인의 발길이 잦아진 것은 올해 초 이 지역 신문에 이건희 회장의 부동산이 개발된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부터다. 앞서 언급한 부동산컨설턴트는 “올해 초 이 지역 신문에 이건희 회장이 이곳을 개발하려 한다는 소식이 짤막하게 보도됐는데, 나도 모르는 소식을 중국 사람들이 먼저 듣고 이곳을 가보자 했다”면서 “제주나 여수 등 투자가 가능한 곳의 지역 신문까지 챙겨 볼 정도로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여수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데다가 이곳이 한국 최고 부자인 이 회장이 땅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주로 일을 하는 서울 한 건축설계사무소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중순쯤 시청에 들러 이 회장 소유의 땅에 건축을 하는 방법 등을 문의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이들은 건축과에 들러 건축허가 여부와 절차, 도로개설 등에 대해 상세하게 문의하고 돌아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이 건축설계사무소 관계자들은 “기업비밀로 보안이 필요하니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 나올 때까지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실이 시청 주변에서 확산되면서 지난 1월 보도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31일에는 중국 대승동방실업투자그룹이라는 개발회사 관계자 6명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들과 함께 화양면 일대를 둘러보고 갔다. 대승동방실업투자그룹은 중국 내 유력 부동산 투자회사와 공동으로 참여해 화양면 일대에 호텔, 콘도미니엄, 주거단지 등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이날 방문에는 장쩌민 전 주석의 비서관 출신이자 태자당 출신의 짜찐빠오 전 장군, 대승동방실업투자그룹 한국 측 이진석 회장, 중국 측 리우팡 회장, 조석호 사장 등 최고 경영자급이 참여했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 김영환 팀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화양면 일대에 골프장과 콘도미니엄 등을 개발하려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은 제주도에 비해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약이 있지만 교통 인프라가 늘어나면 점차 중국인의 투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체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여수 일대에 대한 중국인들의 투자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반적으로 국내 부동산에 대한 중국인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적용되는 지역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지금 집중된 제주도 투자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이같은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주거용 부동산보다는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이나 토지 등에 중국인의 투자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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