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있는 한국뉴욕주립대(SUNYKOREA) 교사. 2012년 개교해 2개 학과 228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 있는 한국뉴욕주립대(SUNYKOREA) 교사. 2012년 개교해 2개 학과 228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글로벌캠퍼스의 겉모습만 보고 송도의 외국 대학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건너편으로 휑한 공사 부지를 지나서, 차 몇 대 다니지 않는 거리에 캠퍼스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우수 대학을 우리나라에 유치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워진 글로벌캠퍼스에 처음 들어선 것은 미국 뉴욕주립대(SUNY)다. 지난 2012년 3월 문을 열었다. 2년이 지나 지난 3월, 미국 조지메이슨대(GMU)와 벨기에 겐트대가 신입생을 모집했고 지난 9월 미국 유타대가 첫 신입생을 받았다.

그래도 아직 4개 대학 재학생 수는 많지 않다. 한국뉴욕주립대는 2개 학과 228명의 학생이, 한국조지메이슨대는 67명,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53명, 유타대 아시아캠퍼스는 19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때문에 지난 11월 25일 인천시의회에서는 “외국 대학에 대한 운영비 지원이 적절한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본교와 같은 학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교육적 측면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송도의 외국 대학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개교한 지 3년째에 접어드는 한국뉴욕주립대의 진짜 모습을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은 평소에도 종종 “우리 대학에는 대통령 후보가 셋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 “방글라데시에서 하나, 케냐에서 하나, 에콰도르에서 하나. 20~30년만 두고보세요. 대한민국 대학 출신 대통령이 전 세계에 셋 나올 테니까요.”

한국뉴욕주립대는 총 20개국 학생들이 다니는 말 그대로 ‘글로벌’캠퍼스다. 대부분이 동남아 및 서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의 제3세계 국가에서 온 유학생이다. 김춘호 총장은 “우리나라가 지난 60년간 급속 성장했던 가장 큰 원동력이 교육”이라면서 “우리가 미국에 건너가 공부하고 돌아온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개도국에 기회를 줄 차례”라고 말했다. 한국뉴욕주립대의 개교 목적 중 하나, ‘글로벌 리더를 기른다’를 설명하면서 나온 말이다.

요즘 김 총장이 제일 자주 만나는 사람은 주한 외국 외교관들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유학을 갈 정도면, 이미 미래가 보장된 인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 유학생이 우리나라로 온다고 생각해봐요. 10년, 20년 뒤에는 ‘지한파(知韓派)’ 인재가 그 나라의 ‘톱’이 되는 겁니다.” 저절로 한국뉴욕주립대에는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은 파키스탄의 CEO, 부르키나파소의 장관, 베트남의 교수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캠퍼스에 다니는 일은 단순히 영어 수업을 듣고, 외국 대학 학위를 따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에요.” 김춘호 총장이 장담하는 부분이다.

글로벌캠퍼스 중 가장 늦게 개교한 유타대의 캠퍼스 이름은 ‘아시아캠퍼스’다. 한인석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총장은 “아시아 지역을 공부하려는 학생까지도 미국으로 건너가는 상황에서, 미국의 시스템으로 아시아에서 아시아 공부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아시아, 특히 한국을 무대로 삼아 연구하려는 예비 연구자들이 이번 학기에 다수 지원했다. “교수진은 모두 본교에서 파견 나온 분들인데, 의외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직접 한국에 와서 아시아 연구를 할 기회가 흔하지 않거든요.”

글로벌캠퍼스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대안학교’ 역할을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최한나 한국뉴욕주립대 기획처 대리는 “요즘 한국 대학들도 글로벌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진짜 글로벌은 영어 수업을 많이 개설한다거나 외국인 교수 몇 데리고 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커리큘럼과 교수진 모두 본교와 같거나 본교가 승인하는 범위 내에서 구성되기 때문에, 한국 대학과는 사뭇 다르다. 최 대리는 “쉽게 설명하자면, 졸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기자가 글로벌캠퍼스를 방문한 지난 12월 둘째 주는 기말고사 기간이었는데, 학생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니 과연 공부량이 엄청난 듯했다. 최 대리는 “대부분 미국 대학들처럼 팀 프로젝트가 학기 중에도 수차례 있는데,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어우러져 많은 과제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신 글로벌캠퍼스의 대학들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의식이 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봤던 한국 학생 중에는 공동체 생활에 적응을 못하거나 학점만큼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학생도 더러 있었어요.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싶었습니다.” 한인석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총장의 말처럼 글로벌캠퍼스의 대학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학생 관리 측면이다.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한국뉴욕주립대의 모든 학생은 ‘레지던셜 칼리지(RC)’ 프로그램에 따라 예외 없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 글로벌캠퍼스의 기숙사 시설만 1인1실 1300실, 2인1실 700실로 총 3000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기숙사에서 학생들은 일대일 상담을 통해 주 2회 진로교육, 심리 치료 등의 시간을 갖고 각종 봉사활동이나 문화체험활동에 참여한다. 김춘호 총장은 “교수들도 본교에서 파견 나왔기 때문에 학생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다”면서 “국내 어느 대학에서도 교수와 학생이 이처럼 가까이 교류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최한나 대리는 “졸업장만 따고 취업률만 높이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학생, 교수, 교직원과 모두 소통하면서 화합하고 교류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뉴욕주립대 설립 초기부터 학생 상담을 담당한 최한나 대리는 요즘 입학 문의를 해오는 학생들의 얘기를 전했다. “글로벌캠퍼스에 오는 학생들은 한국의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가도 당장 입학할 만큼 우수한 학생이에요. 그런데 왜 이름이 알려진 명문대로 가지 않는지 살펴보면, 대개 꿈과 진로가 확실한 학생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 자신의 진로를 직접 개척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최 대리는 “우리 학교에는 유독 대통령이나 외교관, CEO처럼 초·중학생이 말할 법한 꿈을 가진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나이가 들고, 진학하면서 자신의 꿈을 낮춰 잡기 시작하지만 글로벌캠퍼스의 학생은 오히려 진로를 확장시킨다는 얘기다.

전 과목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고, 외국인 학생 수가 한국 국적 학생 수만큼 있기 때문에 영어 구사 능력은 대학 입학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런데 한국뉴욕주립대에 입학하려고 공인영어성적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학은 학생이 지금 얼마큼의 능력을 갖췄느냐보다 가능성을 더 많이 믿습니다. 저희도 그래서 공인영어성적을 입학 후에 제출해도 된다는 ‘조건부 입학’ 제도를 만들었어요. 지금 영어 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노력해 향상시킬 수 있는 학생을 원합니다.”

재학생 수가 적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최한나 대리는 “매 학기 지원율은 3~4대 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의 정원은 말 그대로 ‘최대한의 인원’일 뿐이에요. 학교가 판단하기에 학생의 능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그냥 불합격시키지요.” 모든 대학이 마찬가지다.

벨기에의 겐트대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전 세계 40위권 안에 드는 유럽의 명문대학이다. 송도 글로벌캠퍼스에도 분자생명공학과, 환경공학과, 식품공학과 등 3개 학과를 우선 개설했는데, 정원 225명 중 첫해에 54명만 뽑았다. 토마스 뷰어만(Thomas Buerman)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괄디렉터는 “학생이 과학에 얼마나 관심이 많았는지, 전체 수학과 과학 이수 시간이 얼마였는지를 꼭 본다”며 “특히 문과 학생에게는 수학, 생물 등 개별 과목 시험 성적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가 바이오 관련 학과에 특화돼 있다면, 한국조지메이슨대는 경제학과와 경영학과 두 학과를 먼저 개설해 사뭇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본교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두 명이나 나오는 등 원래 조지메이슨대가 경제·경영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자살방지연구센터 등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 시설을 갖춘 유타대 아시아캠퍼스에서는 우선 글로벌사회복지, 심리, 커뮤니케이션 등 사회과학 분야의 학과를 개설했다. 공학, 융합기술 분야로 유명한 뉴욕주립대가 기술경영학과와 컴퓨터공학과 학생을 먼저 모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캠퍼스의 대학들이 서로의 특성을 살려 교류하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한인석 유타대 총장은 “아직 구상 단계이지만 네 개 대학 간 학점 교류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유타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공학 계열의 다른 학교 수업을 듣는다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이 휴즈(Joy Hughes) 한국조지메이슨대 총장은 “글로벌캠퍼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조지메이슨대가 미국 버지니아에서 처음 설립됐을 때만 하더라도 넓은 농지에 둘러싸인 건물 한 채의 아주 작은 학교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버지니아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말 그대로 일류 대학(Tier 1 school)이 되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한 송도의 글로벌캠퍼스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유학수지 적자는 34억630만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로 유학 오는 유학생 수는 3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김춘호 총장은 “국내 대학의 글로벌화, 허브화는 글로벌캠퍼스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5년, 10년 후의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교육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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