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한 원주~강릉 복선전철 공사 현장. ⓒphoto 연합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한 원주~강릉 복선전철 공사 현장. ⓒphoto 연합

서울역 본역 서쪽의 공항철도 서울역과, 동쪽의 지하철 1·4호선 서울역을 연결하는 지하 환승통로는 4년째 공사 중이다. 2011년 6월 착공해 4년이 다 돼 가도록 뚫릴 기미가 없다. 거의 삽으로 땅굴을 파는 속도다. 서울역 공항철도 지하 3층에 있는 공사현장은 가림막으로 굳게 닫혀 있다. 공사 거리는 300m 남짓이다.

지난 2월 10일 서울역 동쪽 천안행 급행전철 플랫폼에 붙어 있는 공사현황판을 보니 완공시점이 ‘2015년 3월 31일’이라고 쓰여 있다. ‘2015년 3월 31일’이란 문구는 스티커로 한 번 덧댄 티가 났다. 그 아래에는 ‘2014년 7월 16일’이라고 적힌 떼내다 만 스티커도 붙어 있다. 공사 발주처인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한국철도시설공단(이사장 강영일)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자주 묻는 민원(FAQ)’에는 ‘서울역 연결통로 공사는 2014년 8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이라고 적혀 있다. 완공 시점이 워낙 오락가락 바뀌다 보니, 틀린 답을 아예 방치해 놓은 듯했다.

지하 연결통로 개통이 지연되다 보니 공항철도와 지하철 1·4호선을 갈아타는 승객은 불편하기만 하다. 공항철도 직통열차와 일반열차 승객은 지하 7층에 있는 플랫폼에서 거의 솟구치듯 올라와 지상 2층에 있는 서울역 대합실을 동서로 횡단한 뒤 다시 지하 2층까지 내려가 지하철 1·4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공항철도와 1·4호선을 이용하는 출퇴근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은 이런 고역을 매일 거듭하고 있다. 코레일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서울역을 이용한 사람은 3506만여명. 지하철 서울역(1·4호선, 공항철도, 경의선)의 일평균 승객은 21만명으로, 서울 강남역(약 23만명)에 이어 2위다. 해당구간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은 환승 거리가 멀다 보니 체면 불구하고 노약자와 장애인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서울역 지하 환승통로는 2009년 8월,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공항철도 활성화 방안에 따라 공사를 시작했다. 환승이 불편하다 보니 승객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는 관련 고시를 내걸고, 사업기간은 ‘2011년~2013년’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2013년 11월 해당구간에 강관압입작업을 끝마친 지 1년이 넘도록 완공 소식은 감감하다. 서울역 플랫폼 아래로 통로를 뚫기 위한 정지 작업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구간이라 해당 사업은 국토교통부의 ‘정책실명제 중점관리 대상사업’으로도 선정됐다. 당시 중점관리 대상사업 내역서 역시 사업기간은 ‘2011~2014년’으로 못 박고 있다. 특히 ‘추진현황 및 계획’에는 ‘2014년 서울역 연결통로 신설 완료’라고 적시돼 있다. ‘중점관리 대상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구간은 완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다.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1·4호선 간에 ‘소프트 환승(간접 환승)’이 된다지만 ‘무늬만 환승’에 불과하다. 선후불 교통카드(티머니, 교통신용카드 등)의 경우 그나마 환승처리가 된다. 하지만 1회용 교통카드와 정기권은 환승할 때마다 개집표소 비상게이트(출입구)에 있는 역무원 호출 버튼을 눌러야 한다. 개집표소를 통과할 때마다 버튼을 누르고 역무원에게 “문 좀 열어 주세요”라고 일일이 요청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모르는 지방 승객과 외국인 승객들은 1회용 교통카드로 요금을 이중지불한다. 중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 이용객이 많다 보니 ‘공항철도 환승안내’란 공고를 4개 국어로 붙여 놨다. 지하철 1호선 개찰구 근처에는 지난 2010년 12월에 내건 ‘환승통로가 없어 개설 시까지 다음과 같이 처리됨을 알려 드린다’는 안내문만 내걸려 있었다. 서울메트로 서울역장 명의로 안내문을 내건 공고시점은 2010년 12월. 벌써 5년째 아무런 대책 없이 내걸려 있는 셈이다. 서울역 연결통로 감리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정률은 99%로 오는 3월에는 예정대로 준공할 수 있다”며 “더 늦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서승환 장관(왼쪽)과 여형구 제2차관(교통차관).
국토교통부 서승환 장관(왼쪽)과 여형구 제2차관(교통차관).

국토교통부(장관 서승환)가 관할하는 각종 주요 공사가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서울역 지하 연결통로뿐 아니라, 호남고속철도(오송~광주송정), 수도권고속철(수서~평택) 등 각종 국책공사의 공기도 이런저런 이유로 줄줄이 밀리고 있다. 과거 국책공사 건설현장에서 자주 들렸던 ‘돌관(突貫)공사’란 용어는 유물이 된 지 오래다. 돌관공사는 인력과 자재를 집중투입해 최단기간에 끝내는 공사다. 공기가 하염없이 늦어져도 책임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호남고속철 1단계(오송~광주송정) 개통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개통이 4월로 한 달 연기됐다. 여형구 국토교통부 제2차관(교통차관)이 “호남고속철 개통 시기는 4월”이라고 밝히면서다. 국토교통부 철도운영과는 “호남고속철도는 3월까지 모든 개통 준비가 완료될 예정이며, 개통 시기는 관계기관 일정 협의를 통해 4월 초로 정해졌다”며 “서대전역 경유 등 철도공사의 KTX 운행계획에 대한 지역 간 입장 차이와 개통 시기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당초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공언했던 호남고속철 개통시점은 2015년 3월이다. 신년사는 국토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KR)도 3월 개통을 목표로 운행계획을 짜왔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1월 강영일 이사장까지 나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행사까지 열며 “3월 개통”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정책자료와 산하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주요사업 현황 소개에는 호남고속철 ‘오송~광주송정 구간은 2014년 완공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올 4월로 개통이 늦어진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관할하는 수도권고속철도 역시 개통목표 시점을 훌쩍 지난 지 오래다. 수도권고속철도는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경기도 평택 지제역까지 61.1㎞의 고속철도 신선(新線)을 부설하는 사업이다. 선로 용량 포화로 추가열차를 투입하기 어려울 정도인 서울역~시흥 구간을 대체하기 위해 사업비 3조1197억원을 투입한 대형 국책사업이다.

국토교통부가 당초 공언했던 개통 시점은 2014년 말이다. 지금도 국토교통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정책자료집에는 사업기간이 ‘2008~2014년’으로 명시돼 있다. 또 ‘서울~시흥의 대체노선이 수서~평택 구간 신선을 호남고속철과 함께 2014년 말까지 완공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호남고속철과 수도권고속철 모두 2014년 동시 완공이 물건너간 상태다.

수도권고속철의 경우 시종착역을 수서역으로 할지, 삼성역으로 할지를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으며 2015년 6월로 개통시점을 한 차례 미뤘다. 지금은 2016년에나 개통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대전광역시와 광주광역시 사이의 지역갈등에 휘말리는 통에 개통 목표시점을 연기한 것과 비슷하다.

공항철도 서울역 연결 환승통로 공사 현장. ⓒphoto 김유정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공항철도 서울역 연결 환승통로 공사 현장. ⓒphoto 김유정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사업추진 당시 국토부는 “(서울~시흥 구간은) 주말, 명절 등 특수한 경우 선로 용량을 초과해 최대 190회까지도 운행하고 있어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며 “선로용량 확충이 1년이라도 연기될 경우 연간 48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적시했다. 국토부의 말대로라면, 개통이 1년 이상 늦어지면서 4800억원이 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안전사고 우려도 상존하는 셈이다.

2조4252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12월 27일 개통한 경의선 복선전철은 공기(工期)를 맞추려다 ‘반쪽 개통’시킨 경우다. 서울 용산역에서 경기도 파주시 문산역까지 연결하는 경의선은 복선전철화를 완료한 후, 기존의 중앙선과 직결해 ‘경의중앙선’이란 이름으로 개통했다.

하지만 공덕역에서 용산역까지를 연결하는 1.9㎞ 구간 가운데 있는 효창역(경의중앙선)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 4번 출구를 나오니, 거대한 가림막이 흉물스럽게 쳐져 있다. 공사 현장을 한 바퀴 빙 둘러봐도, 언제 공사를 시작해 언제까지 완공하겠다는 공사현황판조차 붙어 있지 않았다. 공사 현장 주변은 여전히 흉물스러운 복공판들로 뒤덮여 있다.

원래 효창역은 경의중앙선 완공과 함께 여객영업을 시작해 6호선과 환승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 있는 역사 공사가 덜 끝나, 새로 개통했다는 경의중앙선 열차는 효창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 ‘연내(2014년 12월) 개통’이란 목표를 맞추기 위해 공사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철도를 먼저 개통시킨 것이다.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공사도 벌써도 수차례 연기되기를 반복했다. 신논현역에서 종합운동장 사이를 연결하는 4.5㎞의 구간. 지난 2008년 6월 착공하면서 당시 국토교통부 철도국이 공언했던 개통 시점은 2014년 2월. 하지만 그간 개통이 2014년 12월로 한 차례 늦춰졌다가 다시 4개월 늦어진 오는 3월 28일에야 개통을 앞두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관급공사의 공기를 수시로 어기면서 주변 지역민들의 불편도 늘어나고 있다. 철도 개통 등 호재(好材)에 맞춰서 인근 부동산 등에 투자한 사람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 공기가 무한정 늘어나면서 생기는 각종 사회적 갈등비용 역시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호남고속철 개통이 지연되면서 확대재생산되는 대전과 광주 간 지역갈등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가 관할하는 주요 국책사업이 공기를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원주~강릉 간 120㎞를 연결하는 복선전철 건설은 오는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춘 사업이다. 인천공항에서 강원도 원주, 평창, 강릉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승객을 실어날라야 한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약속한 사업이기도 하다. 한국철도시설공단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호남고속철 이후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추진 중인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했다.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건설에 책정된 사업비는 모두 3조9411억원으로,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100% 국고에서 출연한다. 올해 국토교통부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지원예산으로 편성된 1조3537억원 가운데 가장 많은 9200억원이 원주~강릉 복선전철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2012년 6월 착공에 들어갔는데, 늦어도 오는 2017년 12월까지는 철도를 완공하고, 시험운행에 착수해야 한다. 하지만 인구 21만에 불과한 강릉시가 강릉역을 지하화해 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통에 벌써 상당한 시간을 낭비한 상태다. 역이 지하에 들어서면 공사기간과 공사비가 곱절로 든다. 강릉역 지하화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수익 0.2로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대관령을 통과하는 난공사 구간이고, 비슷한 규모의 국책사업이 줄줄이 연기된 터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의 한 관계자는 “강릉역은 문화재 문제가 있었는데 지하화하기로 결정이 났다”며 “원주~강릉 복선전철의 지난해 말 기준공정률은 34%로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오는 2017년 말 완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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