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쿠(車庫)카페 창업자는 쑤디(蘇菂·36) 사장이다. 2011년 베이징 중관촌(中關村)의 쇠락한 책방거리에서 처쿠카페를 창업한 이래 13억 대륙 ‘촹커(創客·창업자)’들의 창업 요람으로 키워냈다. 이후 유명인사가 됐고, 2013년에는 ‘처쿠카페-중국 실리콘밸리의 창업몽(創業夢)’이란 책까지 인민출판사에서 냈다. 인민출판사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름을 붙인 중국 관영 출판사다. 한마디로 중국공산당이 인정한다는 말이다. 이 책에는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중관촌의 전설’인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 롄샹(레노버)의 창업주 류촨즈(柳傳志) 회장이 직접 서평을 썼다.

덕분에 쑤디는 요즘 중국 제일의 유명인사가 돼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지를 바쁘게 돌아다닌다. 주간조선이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은 지난 2월 춘절(春節) 연휴 직전. 인터뷰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지난 3월 6일 성사됐다. 국내 언론과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다. 중관촌 창업대가의 처쿠카페 골방에서 마주 앉은 그는 전형적인 베이징 ‘따거(大哥)’였다. 넉넉한 풍채에 짧게 자른 스포츠머리, 굵직한 목줄기에서 나오는 선 굵은 베이징 사투리가 인상적이었다. 한 시간의 인터뷰 동안 그는 넉살 좋게 웃으며 내게 양해를 구하고 독한 중국산(産) 홍탑산(紅塔山) 담배 연기를 연신 뿜어 댔다. 쑤디는 “지난해 말에는 한국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최양희)이란 사람이 왔다 갔다”며 “3월 19일 한국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로부터 한국에 와달라는 초청을 받았는데, 다른 일정 때문에 못 간다”고 말했다.

쑤디 사장은 베이징 출신으로 베이징연합대학(전문대)에서 전자통신을 공부하고, 처음에는 컴퓨터 판매 영업사원 등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이후 2004년 인터넷 분야로 전업해 유망한 기업들에 투자하려고 했다. 하지만 투자가 쉽지 않았다. 너무 커서 ‘대(大)’ 자란 수식어조차 잘 안 붙이는 베이징에서 투자자를 만나고 다니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쑤디는 “베이징은 차도 워낙 밀리기 때문에 여러 창업자들을 만나려다 보니 하루에 한두 명 만나는 게 고작이었다”며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이 한데 밀집해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업계에도 좋고 의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임대료가 저렴했던 베이징 중관촌의 책방거리에 2011년 둥지를 튼 것이 처쿠카페다. 그는 “차고란 뜻의 카페 이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애플),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구글), 제프 베조스(아마존) 등 세계를 제패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창업자들이 ‘차고’에서 창업했다.

쑤디는 “처쿠카페를 열 때만 해도 주변이 황량했으나, 창업자에게 번화한 거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처쿠카페는 문을 연 지 수개월 만에 입소문을 타고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중국 최초의 카페형 창업 인큐베이터인 처쿠카페가 성공을 거두자 ‘3W(WWW)카페’ ‘빙고카페’ ‘IC카페’ 등 카페형 창업 인큐베이터들이 우후죽순 인근에 들어섰다.

처쿠카페 출신 대박 스토리도 나왔다. 쑤디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사진을 만화 캐릭터로 바꿔주는 ‘모만상지(魔漫相机)’란 앱 역시 처쿠카페 출신 창업자들이 개발했다”며 “한국에서도 쓰는지 모르겠지만, 모만상지 같은 앱은 중국, 태국 등 전 세계 100개국에서 3억명이 내려받는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고 자랑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 벤처캐피털(VC)도 넘쳐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쑤디는 “현재 중국 국내 투자 환경이 매우 활발하고 돈 있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며 “경험 있는 창업투자회사뿐만 아니라 각지의 돈 많은 토호(土豪)들도 공부할 겸 돈을 싸들고 찾아온다”고 했다. 쑤디는 “두 달 전에 만난 친구는 투자에 투자가 꼬리를 물어 십수배 수익을 낸 덕분에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며 “그저께는 미국에서도 한 창업 투자자가 처쿠카페를 찾아왔다”며 기자에게 명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처쿠카페가 주목받으면서 쑤디는 지난해부터 중관촌 창신문화발전촉진회 비서장이란 감투까지 썼다. 그는 “중관촌 창신문화발전촉진회에는 류촨즈(레노버), 리옌홍(바이두), 레이쥔(샤오미), 위민홍(신동팡) 등 거의 100여곳의 중관촌 출신 기업가들이 속해 있다”며 “내 역할은 인터뷰와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중관촌 창업 역사와 문화를 잘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쑤디는 “중국 정부도 인터넷 창업을 장려하는 추세”라며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양회에서 말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궈진룽(郭金龍) 베이징시 당서기가 두 차례 다녀갔고 며칠 전에는 완강(万鋼) 과학기술부장(장관)도 왔다 갔다”고 말했다. 당에서 신뢰한다는 사인을 보낸 것. 하지만 그는 “나는 공산당원이 아닌 무당파”라고 웃었다.

쑤디는 ‘돈을 벌었느냐’는 질문에 “돈을 벌려고 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20위안(약 3500원) 커피 한 잔만 팔아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돈은 잃지 않을 정도면 그만이고, 이런 창업 분위기와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그리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했다. 2층 처쿠카페로 올라오는 계단에 내건 창업 광고판 역시 창업자들의 건의로 시작한 광고사업이다. 쑤디는 “광고사업은 내가 낸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처쿠카페에 오는 사람들이 먼저 광고를 내걸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걸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쑤디는 현재 광동성 광저우에서 젊은 창업자들을 위한 창업숙사(유플러스)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무려 3개동 400개 객실에 달하는 ‘창업자 전용 숙소’ 개발사업이다. 그는 “샤오미 레이쥔(雷軍) 회장이 직접 투자했다”고 했다. 레이쥔 회장은 5분 만에 1억위안(약 18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저렴한 비용의 창업숙사에 입주한 창업자들은 24시간 창업에 전념할 수 있다. 건물 아래에는 처쿠카페처럼 직접 창업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시스코 텔레컨퍼런스(화상회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세계 각지와 미팅을 가질 수도 있다. 일반 아파트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이와 독신 등 몇 가지 입주 조건을 내걸었다. 쑤디는 “오는 4월쯤에는 베이징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최종적으로는 광저우,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지에 올 연말까지 1만개 객실의 창업숙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쑤디는 “중국 젊은이들의 실력은 선진국에 근접했다“며 “베이징대, 칭화대 졸업생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기술과 사상의 전파가 빨라지면서 젊은이들의 기층 기술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했다. 그는 “20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하드웨어를 보면 한 번만 봐도 ‘중국산(産)’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창업열기와 함께 ‘레드닷 어워드’를 받는 상품이 느는 등 수년 만에 바뀌었는데 이는 5년 전만 해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쑤디는 “이런 추세가 몇 년 더 유지된다고 생각해 보라”며 “이런 인재들이 배양돼 쏟아진다는 것이 공포스럽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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