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photo AP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photo AP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5월 2일 눈물을 쏟아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였다. 모디 총리는 집권 1년(5월 4일)을 이틀 앞두고 타임 편집장 낸시 깁스와 2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 타임으로부터 ‘총리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타임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눈물을 흘리고 목이 메인 가운데 “가난입니다”라고 말했다.

국가 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쏟는 건 드물다.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모디 총리에게는 더욱 생각할 수 없다. 모디 총리는 당시 타임 편집장의 질문을 받고 “그 질문이 내 안의 깊은 곳에 있는 걸 건드렸다.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열차에서 차이(인도 전통차)를 팔았다. 어머니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다른 사람의 집에서 그릇을 씻고 집안일을 해줘야 했다. 나는 가난을 매우 가까이서 봤고, 가난하게 살았다. 가난이 뼈에 사무쳤고, 내 인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첫 번째 자극이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과거 가난의 기억 때문에 눈물을 흘려도 그뿐이다.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 하지만 인도 수도 델리의 빈민촌과 영국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나온 뭄바이의 세계 최대 빈민촌 다라비에는 가난 때문에 신음하는 사람이 아직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인도는 지구촌에서 빈곤선 이하 인구가 가장 많다.(인구의 23.6%인 2억7600만명·2011년 세계은행 조사)

인도는 한국인에게 정서적으로 거리가 멀다. 인도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도는 매우 낮다. 모디 총리 이야기를 하는 건, 그가 한국을 5월 18~19일에 찾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중국과 몽골을 방문(5월 14~17일)하고 이어 한국을 찾는다.

모디 총리는 중국과 한국 순방길에 오르기에 앞서 중국의 웨이보에 가입해 중국인들에게 인사를 했다. 한국인에게는 카카오톡에 가입해 인사말을 하진 않았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지난 5월 6일 인사말을 올렸다. “한국 국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을 5월 18일과 19일에 다시 방문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모디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에 구자라트주의 주총리(2001년 10월 7일~2014년 5월 22일)로 일했고, 2008년 주 통상사절단을 이끌고 투자 유치를 위해 방문한 바 있다. 나는 당시 한국 기자로 거의 유일하게 그의 방한을 주목했고, 서울 남대문 앞에 있는 대한상의 건물에서 모디 당시 주총리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 있다. 그는 카리스마가 있는 정치인이었다.

모디 총리의 한국 방문과 관련해서는 제조업 분야 협력이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라고 인도의 일간지 힌두스탄타임스는 지난 4월 28일 보도했다. 힌두스탄타임스는 “한국 방문은 제조업 육성정책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시각과 관련되어 있다. 인도는 한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제조업 강국인 한국과 공동 생산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한국은 인도의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관심이 크다”고 보도했다.

한국 방문은 그의 집권 1년과 때를 같이한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 5월 26일 총리가 되었다. 인도는 내각책임제 정부체제다. 5년마다 실시되는 연방하원 선거에서 과반수 이상을 획득한 정당이 정부를 운영한다.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인민당(BJP)은 지난해 4, 5월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집권했다.(현 281석) 당시 집권당인 인도국민회의당은 전체 하원 의석 545석 중 44석을 얻는 데 그치는 참패를 기록했다. 10년 만의 정권 교체였다. BJP의 승리는 총리 후보로 내세운 모디가 이끌어낸 승리였고, 그는 인도 경제를 다시 일으켜세우겠다고 공약했다.

집권 1년을 맞으면서 그의 성적표가 주목받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경제 성적표다. 인도의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아웃룩은 지난 5월 16일 “모디 총리는 재계로부터 큰 기대를 받고 1년 전 집권했으나 당시의 기대는 사라진 걸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개혁의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는 말한다”고 했다. 아웃룩은 이어 “의심할 바 없이 모디 정부가 기업 규제를 푸는 것부터 해서, 시장을 열어 투자를 유치하고, 노동시장의 개혁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과장된 믿음은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경제분석에 강한 포스코경영연구원(원장 곽창호)이 지난 5월 13일에 낸 보고서 제목은 ‘인도 모디노믹스, 믿을까 말까?’다. 임정성·이대우 수석연구원이 공동으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모디노믹스 믿고 싶은 근거들’ ‘모디노믹스 믿기 힘든 복병들’을 열거하고 있다. 모디 총리의 경제 성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는 말이다. 인도연구원(원장 이옥순)이 지난 5월 2일 목포대학교에서 ‘인도 모디 정부 1년 평가’를 주제로 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은 “모디노믹스는 성공진행형”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이나 당초 기대에는 미흡한 것이라는 표현이다. 전임 국민회의당 2기 정부의 경제 성적이 너무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모디 정부의 지난 1년은 큰 변화가 있었던 듯한 느낌을 준다.

경제 지표상으로는 좋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모디 정부 출범 전에 비해 1~1.5%포인트 상승하여 2014년 3분기에는 8.2%, 4분기에는 7.5% 성장했다. 인도 시장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시 늘어나 모디 정부 출범 10개월간 이전 대비 36% 상승(255억달러)했다. 인도의 대표적 증권시장인 뭄바이 증시의 주가지수(SENSEX)는 2014년 4월에 비해 26%나 뛰었다.

이런 지수는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외부환경 변화에 힘입은 바 크다. 모디 정부가 내부 개혁을 통해 투자를 이끌어내고 고용창출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모디 총리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9월 25일 요란하게 시작한 제조업 프로그램인 ‘메이크 인 인디아’도 효과를 거두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 재계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인도 경제미디어들이 전하는 모디 정부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다. 인도의 대표적 경제일간지인 이코노믹타임스는 지난 5월 5일 ‘모디 정부 1년: 인도 주식회사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본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20명 이상의 인도 대기업 임원, 정치인, 정당 지도자, 고위 관료들을 취재한 결과 “정부 고위 인사의 부패는 크게 줄었다”면서도 정부가 재계와 일하는 방식에 불만이 확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뭄바이 소재의 한 기업인은 “누구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도 모디 총리에게 접근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지난해 말에 인도산업연합(CII)에서 참석자들은 정부가 더 일을 해야 한다고 정부를 향해 요구했다고 전했다. 인도 주택금융 공기업인 주택개발금융공사(HDFC)의 디팍 파레크 회장은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 사람들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뭄바이 소재의 다른 기업인은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7~8%의 경제 성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이코노믹타임스는 보도했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 주총리 재직 당시는 친기업적 정치인으로 이름이 높았다. 인도의 갑부인 무케시 암바니(릴라이언스그룹 회장), 라탄 타타(타타그룹 회장)와는 자주 만났고, 이들의 투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타타그룹의 국민차 프로젝트가 웨스트벵갈주의 포퓰리즘 정치에 휘말려 좌초하자 공장을 구자라트에 유치한 게 바로 모디였다. 그런데 총리 취임 이후에는 친기업 행보가 ‘부자 정당’이라는 비난에 직면하자 몸을 사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디 총리는 강한 리더십이 특징이다. 그는 “수십 년 새 어떤 인도 총리보다 에너지가 넘친다.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영국 BBC)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디라 간디 총리(1966년 1월 24일~1977년 3월 24일, 1980년 1월 24일~1984년 10월 31일) 이후 가장 강력하게 정부와 당을 손에 틀어쥐고 있다고 얘기된다. 집권당(BJP)에는 자신의 최측근인 아미트 샤를 대표로 임명해 통제하고 행정부는 총리실(PMO)을 중심으로 관장하고 있다. 인도의 정치분석가 나르자 초드리씨는 BBC와의 지난해 11월 5일자 인터뷰에서 “(현재의 정부는) 대통령제와 같다. 권력을 총리실을 중심으로 집중화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하루 17~18시간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경찰서에 들러 근무자들을 격려하기도 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10월 2일에는 빗자루를 직접 들고 뉴델리 주택가 골목을 쓸며 ‘인도를 깨끗이 하자’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5월 4일 부처의 탄신일(Vesak Day)을 맞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인도의 석탄일은 한국과 다르다. ⓒphoto EPA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5월 4일 부처의 탄신일(Vesak Day)을 맞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인도의 석탄일은 한국과 다르다. ⓒphoto EPA

하지만 그는 권한 위임을 하지 않고 자신이 다 결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건 원맨쇼다. 총리가 모든 걸 다 하려고 한다. 국방정책에서 외교정책, 재정까지 직접 안 하는 게 없다. 심지어는 해외 순방을 갈 때 자신을 수행할 재계 대표들의 명단을 직접 정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 결과 부처의 힘이 약화되고 모든 걸 총리실이 결정하기 때문에 총리실만 바라본다는 것. 이 때문에 “권한을 부처에 위임해야 한다. 그런 뒤 부처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채찍을 휘두르면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영국 BBC 2014년 11월 5일자)

그의 리더십은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BBC는 “모디 정부에 대한 인도 언론의 접근은 엄격하게 통제된다”고 보도했고, 기업인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관료들은 총리실이 강력하게 나오자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소위 복지부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디 총리가 점수를 많이 받은 과목은 외교다. 그는 지난 1월 미국을 방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다. 중국의 시진핑 총리를 지난해 9월 인도로 초청, 자신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에서 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주요국으로는 처음으로 작년 8월 30일 일본을 방문, 아베 신조 총리로부터 330억달러를 약속받은 바 있다. 이번 중국 방문은 시진핑 주석의 인도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모디 총리는 시 주석을 자신의 고향인 시안(西安)에서 만난다.

모디 총리는 활발한 외교를 통해 인도의 국제무대에서의 공간을 더 넓힌 걸로 평가받는다. 인도의 정치분석가 판트씨는 “(모디 정부는) 대중국 외교의 공간을 늘리기 위해 일본, 베트남, 그리고 미국과의 실질적인 유대관계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영국의 BBC는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다시 궤도에 돌려놓기 위해 모디 총리가 노력했다”고 말했다.

인도 내부에서 모디 총리는 몇 가지 공포심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힌두 극우파의 재부상에 대한 우려다. 힌두우파는 사회단체 RSS(민족봉사단)가 대표하며 이 조직은 집권 BJP의 이념적 멘토이기도 하다. 정치 이념으로 힌두우파 이념, 일명 힌두투바를 구축해야 한다고 믿는 급진 세력이다. 모디 총리는 ‘모든 인도인을 위한 정부이며 종교 차별은 없다’고 수없이 반복하나 집권세력 내에서 소수 종파에 대한 차별 발언과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뭄바이를 주도로 하는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집권한 BJP가 주내에서 소 도살을 금지시킨 게 그 한 예다.

모디는 인도를 바꿔낼 것인가. 많은 경제학자와 기관은 인도가 2050년이면 경제규모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제3위로 올라간다고 전망한다. 현재의 인도는 명목GDP에서는 세계 7위(2308억달러)이고, 구매력GDP 기준으로는 세계 3위다. 모디 총리는 이같은 전망에 부합하기 위한 내정 개혁을 이뤄낼 것을 요구받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집권 1년을 보냈고, 5년 임기 중 4년을 남겨두고 있다. 또 이변이 없는 한 2기 5년간의 집권이 예상된다. 모디라는 지도자에게 10년을 위임하면, 이 시기는 인도가 21세기 중후반에 수퍼파워로 클지를 결정할지 모른다. 모디 총리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12살인가 13살 때 나는 스와미 비베카난다의 책을 읽었고 용기와 비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비베카난다(1863~1902)는 힌두교 개혁가로 라마크리슈나 교단을 세운 바 있다. 12억 인구의 나라, 그것도 중국과는 달리 다양한 얼굴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를 이끄는 건 쉽지 않다. 스와미 비베카난다가 힌두교를 개혁했듯, 모디 총리는 인도를 바꿀 수 있을까. 세계가 궁금해 하는 세계사적 문제다.

최준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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