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인근의 가지푸르 도축장에서 소를 끌어내고 있다. 인도는 세계 2위의 소 수출국이다. 지난해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후 소 도축 관련 법을 강화해 인도 도축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 ⓒphoto AP
인도 뉴델리 인근의 가지푸르 도축장에서 소를 끌어내고 있다. 인도는 세계 2위의 소 수출국이다. 지난해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후 소 도축 관련 법을 강화해 인도 도축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 ⓒphoto AP

인더스문명을 바탕으로 하는 인도는 지금까지 하나의 국가라기보다는 하나의 대륙으로 존속하고 있다. 그 인도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다양성이란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인도의 인종은 백색의 아리아, 황색의 몽골인, 흑색의 니그리토가 함께한다. 세계 주요 4대 종교의 발생지인 인도 종교 공동체는 전체 인구의 78.35%를 차지하는 힌두교, 14.88%의 이슬람교, 2.5%의 기독교와 1% 미만의 시크교, 불교, 조로아스터교, 자인교, 유대교와 7%에 달하는 북동부 원주민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샤머니즘 종교를 가진다. 지배적 종교인 힌두교는 창시자도, 유일한 경전도, 하나의 체계적 의식도 없는 다신교 공동체이다.

인종과 종교만큼 언어도 많다. 인도 대륙에는 1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 공동체가 216개나 된다. 인도 헌법은 영어를 제외한 공용어로 18개 언어를 지정하고 있고, 국영 라디오 방송인 AIR도 21개 언어로 방송한다. 우리는 힌디어를 인도어로 생각하나 힌디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인도는 29개의 주와 7개의 직할지로 구성된 연방제 국가이다.

이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인도 사회는 나누어진 사회이다. 특히 힌두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카스트제도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특정 계층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도록 한다. 전체 인구의 16%에 달하는 오염된 집단으로 불가촉천민인 달릿은 신으로부터도 버림받은 사람이다. 달릿과 전체 인구에 7%에 달하는 부족원주민은 인도 헌법이나 정치인이 인간은 평등하다고 외쳐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문화적 다양성은 정치적으로도 상 파리바르(Sangh Parivar)를 중심으로 하는 극우 힌두주의자, 북동부 7개 주를 거점으로 하는 분리주의자, 오리사 등을 거점으로 하는 극좌 공산주의자, 이슬람신도가 다수 지역인 카슈미르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 등이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고, 테러를 일상화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13년 전체 608개 지역 가운데 205개 지역에서 테러가 발생하였고, 매년 수백 명 이상이 희생당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우파정당인 인도 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BJP)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이를 이끈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가 되었다. BJP 압승은 기존 인도국민회의의 실정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한편으로 BJP의 종교적 편향이 크게 작용하였다. 1980년 구성된 BJP는 주로 도시의 중산층, 사업가, 상인 계층과 힌두의 종교적·문화적 가치를 가진 보수주의자를 지지층으로 가지고 있다. 이들이 독자적 정권을 탄생시킴으로써 많은 사람이 사회적 갈등이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는 인도의 사회 갈등이 직간접적으로 종교와 관련이 있고, 이를 정치가 확대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BJP가 1998년에서 2004년까지 집권한 연립정권 때에 파키스탄과의 갈등이 확대되고, 테러가 증대하는 등의 사회적 갈등을 확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02년 모디 총리가 주총리로 일하던 구자라트에서 2000명 이상의 이슬람교도가 학살된 주민 폭동이 발생하였고, 이를 모디가 묵인하고 감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집권세력인 BJP는 힌두민족주의(Hindu Rashtra)를 추구하는 우파 민족주의 정당이다. 이들에 있어서 힌두민족주의는 힌두 종교 공동체만이 아닌 인도에 사는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강조한다. 그러나 BJP 반대 측은 종교와 인종 차별적이고 파시스트적이며 권위주의 세력이라고 비판한다.

BJP와 모디가 집권한 뒤에 힌두 종교 편향주의적 성향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예로 BJP가 집권한 마하라슈트라주(주도 뭄바이)에서는 소의 도축과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이는 쇠고기를 먹는 힌두 이외의 종교인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외에 기독교도나 부족에 대한 힌두교로의 개종을 강요한다거나, 여성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무슬림 공동체를 악마처럼 생각한다거나, 교육과 문화 활동에서 힌두주의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작은 정부라는 이름으로 달릿에 대한 재정 보조금을 줄이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부족 원주민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인종적 편향에 대하여 인도 정부는 침묵으로 방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모디 정권의 친기업가적 성향은 농민, 원주민, 달릿 등의 사회적 소외집단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인도 발전에서 가장 커다란 걸림돌로 이처럼 나누어진 사회를 지적한다. 인도의 유력 일간지인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지난 1월 8개 대도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8%가 힌두민족주의를 이끄는 상 파리바르가 발전에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응답하고 있다.

인도 국민이 BJP와 모디를 선택한 것은 발전에 대한 열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인도의 현 지배세력은 발전보다는 힌두민족주의를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몰입하여 발전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인도 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갈등이 현재화되어 사회불안을 가속시킬 것이다.

모디 정권의 지난 1년은 새로운 정권의 출범과 함께 사회 모든 분야가 정중동(靜中動) 또는 허니문 기간에 있다. 그리고 모디가 혼자서 원맨쇼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사회 갈등과 통합 분야에서 큰 변화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모디는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인도는 정권 변화와 함께 많은 사회적 갈등이 잠재화되어 있다. 만약 모디 정권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에 의한 경제성장과 포퓰리즘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각종 정책이 계획대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힌두와 무슬림의 종교 갈등, 소외집단인 달릿과 카스트 간의 계급 갈등, 도시와 농촌 간의 발전 갈등, 농촌에서 소작인과 지주 간의 소유 갈등, 공산주의자와의 이데올로기 갈등이 현재화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인도인은 자신들을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지금까지 인도가 나누어져 있으면서도 존속하여 온 것의 원동력에는 인도식 민주주의가 있다. 중국에서는 주민들이 반발하더라도 도로를 직선으로 만들지만, 인도에서는 주민이 반발하면 돌아서 간다는 말이 있다. 인도식 민주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디는 정치적으로 ‘작은 정부 큰 거버넌스(Minimum Government, Maximum Governance)’ 구호에 의하여 협력적 연방주의, 사회 각 분야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힌두 종파주의, 거짓 세속주의에 의해서 편향된 발전을 추구한다면 잠재화된 사회 갈등은 현재화되고 그 갈등은 다시 인도식 민주주의에 의해서 새로운 정권을 선택할 것이다. 이것이 인도가 가진 잠재력 가운데 하나이면서 인도 발전을 지연시키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박홍윤

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박홍윤 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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