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룡 대표와 트레져헌터 임직원들. 왼쪽부터 김영도 전략이사, 박진우 마케팅이사, 황민철 재무이사, 조성문 부장, 송재룡 대표, 박석훈 운영이사, 홍수진 사원, 김정민 개발이사, 임휘준 사원, 김창헌 팀장.
송재룡 대표와 트레져헌터 임직원들. 왼쪽부터 김영도 전략이사, 박진우 마케팅이사, 황민철 재무이사, 조성문 부장, 송재룡 대표, 박석훈 운영이사, 홍수진 사원, 김정민 개발이사, 임휘준 사원, 김창헌 팀장.

“TV처럼 일방적으로 공급되는 콘텐츠 대신 인터렉티브(사용자와의 상호작용) 미디어에 의한 콘텐츠 소비가 늘고 있다. 크리에이터(온라인 DJ)들의 치솟는 인기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 게임 중계로 유명한 양띵(본명 양지영)님은 ‘초통령(초등학생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지금 추세라면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SM이나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가수의 인기를 넘어서는 날도 머지않았다.”

지난 5월 26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트레져헌터’ 본사에서 만난 송재룡(38) 대표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스웨덴의 유명 크리에이터 퓨디파이(PewDiePie·유튜브에서 활약하는 게임 중계자)는 연수익이 100억원이 넘는다. 유명 방송국 국장도 그를 만나기 위해 한 시간 이상 기다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송재룡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멀티채널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이하 MCN) 분야 개척자이자 1인자다. MCN이란 유튜브, 아프리카TV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제작 인프라를 제공하고 콘텐츠 유통, 마케팅, 광고 유치, 세무 회계 등을 지원하는 신종 사업. 쉽게 말해 스타 크리에이터들의 소속사 개념으로 보면 된다. 한 크리에이터가 여러 개의 채널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멀티채널네트워크로 불린다.

한국의 MCN 사업은 2013년 CJ E&M이 시작했다. 송재룡 대표는 당시 MCN사업팀장을 맡아 불모지였던 MCN 분야를 개척했고, 올해 1월 7일 MCN업체 ‘트레져헌터’를 창업해 100여명의 소속 크리에이터를 거느리고 있다. CJ E&M과 KT 등 대기업도 MCN을 적극 육성하는 분위기인데, MCN 전문회사로는 트레져헌터가 규모 면에서나 수익 면에서나 독보적이다.

이 회사가 5개월여 만에 이룬 성과는 놀랍다. 트레져헌터는 ‘인터넷계의 SM’으로 불린다. 스타급 연예인들의 대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처럼 스타급 크리에이터들을 대거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레고블록 같은 샌드블록으로 다양한 세계를 구축해 가는 온라인 게임) 중계의 4대 천왕 중 도티를 제외한 양띵, 악어(본명 진동명), 잉여맨(엄기환)이 이 회사 소속이고, 아프리카TV 4대 여신으로 꼽히는 토크 크리에이터 김이브(본명 김소진), 코리아 비트박스 챔피언그룹 스팀마블(릴마블+스팀마블) 등 쟁쟁한 크리에이터들이 이 회사 소속이다. 이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동영상 누적 조회수는 19억5000만건(5월 28일 기준)이 넘는다.

시장성을 읽은 투자사들은 이 회사에 하나둘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코오롱, 엔젤, 알바트로스 인베스트먼트 등이 이 회사에 총 67억원을 투자했다. 트레져헌터는 하루가 다르게 업무량이 폭증해 직원을 늘리는 중이라고 한다. 6월 초에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330㎡(100평)짜리 스튜디오가 별도로 달린 대형 사무실로 이전할 예정이다. 장소는 현재 사무실에서 가까운 강남구 삼성동 포스코사거리 근처. 현재 임직원은 20명 정도인데, 이전한 사무실에서는 30명 정도가 근무하게 된다. 신설되는 크리에이터 전용 스튜디오는 수원에 있는 스튜디오에 이어 제2호다.

송재룡 대표는 이번 주간조선과의 인터뷰가 창업 이후 언론 최초의 인터뷰라고 했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했다. 그는 그간 인터뷰를 거절한 이유에 대해 “MCN 업계를 리드하는 입장에서 부담감이 컸다”고 밝혔다. 나는 지인을 통해 송 대표를 채근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사투리가 심했고 말이 매우 빨랐다. 회사를 창업한 후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데, 인터뷰 전날도 급한 일이 있어 새벽 4시에 잠들었다고 한다. 인터뷰 자리에는 송 대표의 대학(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선배인 박석훈 운영이사가 같이했다.

송 대표는 5개월 만에 이룬 성과에 대해 “운이 좋았다”며 운을 뗐다. “1인 미디어의 성장세를 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가 돈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다. 어린 세대를 보면서 ‘다양하게 분화된 취미’가 시대 흐름이라는 걸 읽었다. 이런 양상이 운 좋게도 내 눈 앞에서 펼쳐졌고, 팀장을 하면서 사업적으로 완성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게 됐다. 마침 양띵님이 CJ E&M과의 전속계약이 끝난 상태라 함께 일을 하게 됐다.”

25세인 양띵은 트레져헌터의 소속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기획이사를 겸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많은 양띵은 회사 창립 당시부터 송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만들고 싶은 회사를 함께 꾸려 나가고 있다. ‘보물 찾기’라는 뜻의 회사 이름 ‘트레져헌터’는 송 대표가 지었다. 송 대표는 “1인 방송인은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 크리에이터이자 보물이다. 트레져헌터는 보물을 발굴하고 키운다”라고 사명의 의미를 설명했다. 1인 방송인을 지칭하는 용어는 플랫폼마다 다르다. 아프리카TV는 ‘BJ(Brodcasting Jockey)’로, 싸이월드에서는 ‘싸이PD’로 불리고, 미국 유튜브에서는 ‘유튜버’, 외국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비디오 블로거’로 불린다. ‘크리에이터’는 송 대표가 CJ에서 MCN사업을 이끌 당시 CJ에서 사용한 명칭이라고 한다.

MCN의 수익모델은 다양하다. 크리에이터의 세계에서 인기는 곧 돈이다. 구독자가 많을수록 돈이 붙는다. 양띵의 경우 5분 이내의 방송 한 편당 광고료가 2000만~3000만원을 호가한다. 대기 중인 광고가 너무 많아 당분간 받지 못하고 있다. 단순 수익 면에서 볼 때 김이브가 양띵보다 한 수 위다. 10대부터 40대까지 팬층을 거느린 김이브는 아프리카TV 시청자에게 받은 별풍선으로 거둔 수익이 8개월 동안 3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리에이터의 세계는 기성세대에게는 신세계지만 10~20대에게는 친숙한 세계이자 일상이다. 스타 크리에이터 양띵, 대도서관, 김이브 등은 10~20대의 우상이다. 50~60대에게는 조용필과 남진, 30~40대에게는 소녀시대와 서태지의 인기에 필적한다고 할까. 취재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인식을 통해 세대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양띵과 대도서관을 아십니까?” 물으면 10~20대는 “그럼요”라며 당연한 듯 쳐다봤지만 30대 이상은 대부분 “엥? 그게 뭐야? 사람이야?”라는 반응이었다. 나 역시 양띵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통해 처음 알았다. “양띵 한번 만나는 게 소원인 친구가 많아요”라는 말을 통해 양띵의 인기를 실감했고 “양띵 누나가 학교습격 이벤트를 한대요”라는 말을 통해 그가 한국의 젊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마인크래프트 게임 중계자로 유명한 양띵(본명 양지영). 국내서 크리에이터 중 가장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그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유튜브 구독자가 185만명에 달하고, 아프리카TV 애청자는 96만명에 이른다. 누적 시청자 수는 무려 3억6000만명. 양띵의 채널은 10개 가까이 된다. 유튜브, 아프리카TV 플랫폼 안에 5~6개의 채널이 있고 네이버팬카페, 페이스북 외에도 모바일용 ‘양띵TV’도 보유하고 있다. 채널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를 통해서는 주로 마인크래프트 게임 방송을 하고,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는 먹방과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방송을 내보낸다. 양띵은 종종 먹방과 요리도 선보이는데 ‘양띵의 킹푸딩 만들기’ 동영상 시청자는 48만명이 넘었다.

송 대표는 양띵의 인기를 보여주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먼저 양띵 로고 지갑 이야기. 트레져헌터에서는 이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들의 캐릭터를 살린 온라인 쇼핑몰 ‘크리마켓’을 운영하는데, 양띵 로고를 새기고 양띵 캐릭터 카드를 삽입한 양띵 지갑은 초대박이 났다. 오픈과 동시에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고, 오픈 한 시간 만에 5000만원어치가 다 팔렸다. 지갑 하나에 1만5000원이니 3300개가 1초마다 하나씩 팔린 셈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오는 5월 30일에 이 회사에서 개최하는 ‘제1회 부모와 함께하는 키버 아카데미’ 이야기. ‘키버’는 키즈 유튜버(Kids You Tuber)의 줄임말로, 유튜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부모 세대와 유튜브에 친숙한 아이 세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양띵이 기획했다고 한다. 양띵, 악어, 잉여맨, 스팀마블 등 이 회사 소속 스타 크리에이터가 대거 출연하는 이 아카데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박석훈 이사는 “단 이틀간 번개공지 후 지원서를 받았는데 3일 만에 1500팀 이상이 응모했다. 접수자가 너무 몰려 사흘 만에 접수를 마감했다. 33팀만 초청할 수 있는 자리라 심사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를 우상시하는 학생들에게 MCN계의 개척자인 송 대표 역시 우상 같은 존재다. 송 대표는 학생들로부터 페이스북 메일을 통해 숱한 편지를 받는다.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트레져헌터 인사과나 업무 쪽으로 취직하려면 어떤 자격이 필요합니까?’ ‘트레져헌터 사장님. 저는 다룰 줄 아는 분야가 많고 열정도 많습니다. 혹시나 나중에 일손이 부족하면 직원이 아닌 알바라도 부탁드립니다’ 같은 내용이다.

10대와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인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소문을 듣고 스타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찾아본 기성세대들의 반응은 엇비슷하다. 먼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게 도대체 왜 인기지?” 크리에이터들의 방송은 시시껄렁하고 시간낭비처럼 여겨지기 쉽다. 거친 언어가 툭툭 튀어나오는 것도 듣기에 불편하다.

트레져헌터 송재룡 대표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트레져헌터 송재룡 대표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송재룡 대표도 그의 나이에 맞는 취향을 가졌다. 그에게 “양띵과 악어의 인기 비결이 뭐냐”고 묻자 송 대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동석한 박석훈 이사 역시 “나 역시 그들이 왜 인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들은 이렇게 분석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언어와 감성이 주효한 것 같다”(송 대표), “공감이다.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인데 말을 잘하고, 외모도 괜찮다면 스타 크리에이터가 될 확률이 크다”(박 이사). 초등학교 5학년 내 아이에게 “양띵이 왜 좋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말도 재미있게 하고 우리를 잘 아는 것 같아요. 양띵보다 마인크래프트를 잘하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너무 잘해도 재미없어요. 양띵은 친구 같아서 좋아요.”

나와 취미가 같은 친구 같은 스타. 크리에이터들의 인기 비결이다. 크리에이터들은 하나같이 친숙한 말투와 재기발랄한 입담을 가졌다. 김이브는 ‘고민 상담가’로도 명성이 높다. 외모, 남녀관계, 음식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해 시청자 고민을 실시간으로 들어준다.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청순가련형 여자가 내가 올리는 고민을 읽어서 수십만의 시청자와 공유해주고 카리스마 있는 입담으로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소통게임인 셈이다.

송재룡 대표는 트레져헌터 창업 전 세 곳의 직장을 거쳤다. ㈜EM 미디어 신규사업팀에서 2년, ㈜좋은사람들 전략기획팀에서 3년 정도 일했다. 2010년에 CJ E&M에 입사해 2014년 말까지 근무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 회사를 나왔고, CJ에는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창업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그는 두 달도 안 돼 회사를 차렸다. 창업은 그를 믿고 ‘트레져헌터’호에 합승한 선후배들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그는 “짧은 서울 생활 동안 ‘저 분과 일해보고 싶다’는 분들께 연락해서 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그가 MCN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인 미디어의 급속한 성장세를 지켜보면서 ‘양띵 같은 스타가 수백, 수천 명을 먹여살리게 될 것’을 내다봤고, CJ E&M에서 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MCN사업에 뛰어들었다. 구글코리아, 미국 등을 다니면서 급성장하는 MCN 시장을 깊숙이 들여다본 그는 머지않아 한국에도 MCN 시장의 포문이 열릴 것을 직감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미국 MCN 시장을 본 후 크리에이터 세계에 빠졌다. 그때부터 어떻게든 이 사업을 현실화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관련 분야의 여러 분을 찾아다니며 MCN 시장을 어필했다. 한국은 2~3년 전부터, 미국은 5~6년 전부터 MCN 분야의 본격적인 포문이 열렸다.”

송 대표는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MCN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DNA’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DNA’란 급변하는 디지털 세계에 촉수를 곤두세웠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각 시행하는 체질을 말한다. 직감대로 움직이는 거다. 기승전결에 따른 시나리오를 충분히 예상한 후 움직이면 늦는다.”

콘텐츠 소비 방식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매스미디어’라는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개인화’ ‘맞춤화’되는가 하면 일반 TV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발한 형식의 콘텐츠가 등장한다. 트레져헌터가 배급을 맡은 ‘72초’도 그 한 예다. 모바일 환경에 맞는 72초짜리 초압축 드라마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에 감각적으로 녹여냈다. 회사명도 아예 ‘72초’(대표 성지환)다. 일주일에 두 번 네이버 등에 서비스되는 이 드라마는 열흘 만에 조회 수 100만건을 넘어섰다.

송재룡 대표가 바라보는 미디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시대’를 거론했다. “현재 한국에는 1만명 정도의 크리에이터가 있다. 머지않아 100만 크리에이터 시대가 올 거다. 최근 ‘방과후 티브이’라는 고등학교 연합 영상 동아리와 협약을 맺었다. 전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흔한 학생들의 흔하지 않은 이야기를 찍고 싶다고 하더라. 점점 시청자, 소비자 위주의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도가 기존보다 훨씬 빠르다. 주간조선 같은 전통 미디어와 MCN 같은 신규 미디어 사업이 윈윈할 수 있도록 콘텐츠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고민이 필요하다.”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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