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본사 앞에서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본사 앞에서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노동 기득권층인 대기업 강성 노조들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무능한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유능한 청년들이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대청련)이 지난 5월 28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청년실업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대청련은 ‘청년들의 권익 확대’를 목표로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 10여명이 지난해 9월 만든 단체. 현재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전국적으로 8000명이 준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 단체는 지난 2월부터 매달 민주노총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대청련은 왜 정부나 기업이 아닌 노동조합에 청년실업의 책임을 묻는 걸까.

대청련은 청년실업의 여러 원인 중 대기업 강성 노조가 핵심이라고 본다. 노조가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지나치게 강화했기 때문에, 근로자의 생산성이 저하돼도 해고를 할 수 없게 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린다는 것이다.

지난 6월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공덕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김동근 대청련 대표(경희대 음대 4년)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제한적인 현 상황에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업이 유능한 근로자들을 고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강성 노조가 이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과 노동자들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계약을 하면 되는데 일부 강성 노조들과 노동 규제가 정규직을 과보호해 능력이 없는 사람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1980~1990년대에 입사한 정규직들 중에서는 하루에 몇 시간 일도 하지 않고 신문이나 보면서 연봉은 1억원 넘게 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나태하고 무능한 이들을 해고하고 근면하고 유능한 청년들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높은 청년실업률은 저성장과 고령화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겹쳐 발생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합심해야 하는 이 시기에 귀족·강성노조들의 연합체인 민주노총은 기득권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노동귀족의 기득권 포기와 노동 유연성 강화’라는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아버지뻘 되는 노동자들의 목을 자르고 직장에 들어가면 참 행복하겠다”는 식의 비난이 가해지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청년과 장년 일자리는 제로섬(zero-sum)게임이 아니다. 능력 있는 젊은이가 자기 자리를 찾으면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산업 전체적으로 효율이 증대돼 일자리가 늘어나게 되고 더 많은 이가 실업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노조가 꿈꾸는 ‘실업률이 낮으면서 해고도 당하지 않는 세계’는 유토피아”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말하는 세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청년 실업만 가중되는 현재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최선만을 좇다가 고용안정성과 실업률을 모두 놓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라며 “노조가 양보하면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길을 택할 수 있다”고 했다.

대청련은 민주노총 앞에서 네 달이 넘게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민주노총으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은 적은 없다. 김 대표는 “노조 지도부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고 상생하는 길로 나서야 한다”며 “앞으로도 민주노총 앞에서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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