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10여년 전부터 기업 고령화 문제를 연구해 왔다. 2006년에는 ‘고령친화적 기업경영 모델’을 제시했고, 정년 60세 법안이 통과된 2013년 이후에는 이에 걸맞은 임금체제 개편방안을 연구해왔다. 지난 7월 13일 연세대학교 대우관 내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분주해 보였다. 그는 “10년 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인건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해 왔는데 이제야 제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만 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노동시장은 비슷한 듯 다르다고 한다. “정년 60세 법안의 수혜자들은 깔때기형 윗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붐세대다. 이들은 종신고용에 연공제를 원하는데, 그들이 원하는 임금구조로 가다간 한국 사회가 큰 위기에 봉착한다. 일본과 한국의 정년연장 시기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정년연장 시행 당시 고도성장기였기 때문에 성장의 낙수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인건비 부담과 인력총량의 증가를 흡수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임금피크제가 병행되지 않으면 인건비 부담을 당해낼 도리가 없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위기가 온다.”

그는 일본에서 가져온 용어인 ‘임금피크제’ 대신 ‘임금 조정’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정년연장은 일본은 노동인력이 부족해서 고령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국은 노동인력 부족을 대비한 선행조치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한국은 ‘노동인력 부족’이 아니라 ‘임금체계 구조 개편’이 더 시급한 현안인 만큼 ‘임금 조정’이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임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임금피크제를 반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정년 60세 시대,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삭감이 아니다. 임금피크제를 하더라도 생애총액임금은 늘어난다. 이 부분은 노동경제학에서 입증됐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임금피크제 안착을 위해 노사 간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낼지가 중요하다. 개별 사업장에 걸맞은 다양한 형태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관건이다.”

정년 60세 시행 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기업의 총비용 감소효과는 7.5%인 데 반해, 인건비 부담은 17.5%가 증가한다. 임금피크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지만 교수는 “생산성과 연동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직된 임금체계인 ‘호봉제’에서 유연한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단기적 임금피크제 도입’ ‘중장기 임금체계 개편’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 인구구조와 인력구조의 엇박자가 초래하는 노동시장의 대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김민희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