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신설한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은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됐다.
2010년 신설한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은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됐다.

깔때기 인력구조는 넥센타이어(대표 강병중)에는 먼나라 얘기다. 이 회사는 인력구조의 이상형으로 꼽는 ‘항아리형’이다. 임직원 5714명 중 30대가 45%로 가장 많고 20대(33.2%), 40대(16%), 50대(5.3%), 60대(0.6%) 순이다.(2015년 6월 말) 비결은 역발상 투자에 있다. 다른 국내 제조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동남아로 이전하던 2010년, 넥센타이어는 경남 창녕에 대규모 공장을 신설했다. 1조5000억원을 투자해 49만5000㎡(15만평) 부지에 첨단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은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 됐다. 공장 신설 후 1000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했다. 2010년 2646명이던 국내 임직원은 2014년 3962명으로 늘었다. 4년 만에 30% 이상의 인력이 증가한 것이다.

넥센타이어는 4년 연속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을 선정하는데, 4년 연속 선정된 기업은 세 곳에 불과하다.(넥센타이어, 후니드, 유베이스) 넥센타이어가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유는 더 있다. 최근 노동계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임금피크제’를 이 회사는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오고 있다. 2010년부터는 57세 정년을 58세로 늘리면서 생애최대임금(57세 기준)의 80%를 적용했고, 2012년부터는 한발 더 나아가 ‘선택적 정년제’를 시행했다. 정년 58세를 선택할 경우 생애최대임금의 80%를, 정년 59세를 선택할 경우 70%를 받는 제도다. ‘23년 무분규 달성’도 고용창출 우수기업 선정 이유 중 하나다.

역발상 투자의 결과는 어떨까.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창녕공장은 넥센타이어의 비약적 도약의 발판이 됐다. 넥센타이어 측은 이에 대해 “‘고품질 타이어’에 승수부를 띄운 결과”라고 설명한다. 저임금 노동력의 대량 생산 대신, 고임금 노동력의 고품질 생산에 목숨을 걸었다는 얘기다. 2000년 당시 2064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4년 사상 최대의 실적인 1조7588원을 기록했다. 내수시장 점유율도 크게 늘었다. 2000년 당시 8%에 불과하던 내수시장 점유율은 현재 25%를 넘어섰다.

가장 큰 희소식은 해외 시장의 반응이다. 고품질 타이어는 글로벌 명품 자동차의 주문쇄도로 이어졌다. 2012년 일본 미쓰비시의 중형차 랜서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피아트, 미국 크라이슬러와 닷지, 독일의 폭스바겐, 체코 스코다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2014년 북미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최초로 선보인 ‘올 뉴 크라이슬러 200’ 세단에도 넥센타이어 제품을 장착했다. 넥센타이어의 고객사는 130개국 250여개사에 달한다.

넥센타이어의 과감한 투자와 고품질 생산은 선순환 구조를 낳았다. 경남 창녕공장 신설로 회사 매출이 크게 늘었고, 주문이 쇄도해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인력확충 계획 규모도 크다. 2018년까지 협력업체를 포함,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 강병중 넥센타이어 대표

“노사 간 비전 공유가 비약의 디딤돌 됐다”

강병중(64) 대표는 넥센타이어의 비약적 발전을 이룬 수장이다. 1999년부터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겸 회장을 맡아 16년간 이끌어왔다. 2011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한국경영인협회 주관)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재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21세기 경영인상’을 받았다. 주간조선은 넥센타이어 본사인 경남 양산시에 있는 그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 경쟁사들이 중국과 동남아로 진출하는 2010년 당시 넥센타이어는 경남 창녕에 대규모 공장을 건립했다. 창녕공장 건립을 두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안다. “그렇다. 창녕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한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경제상황도 안 좋은데 국내에 공장을 건립하겠다고 하자 반대가 심했다. 땅값도 비싸고 인건비 부담도 큰데 왜 외국에 나가지 않고 한국에 그 많은 투자를 해서 큰 공장을 짓느냐고 의아해했다. 투자 규모가 당시 매출액보다 큰 1조원이 넘었기 때문에 노조와 임직원의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컸다.”

- 반대 여론을 어떻게 잠재웠나. “나로서는 제품 품질에 대한 자신감, 국내외 바이어들의 주문 급증 등 여러 측면에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내부의 힘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면 대규모 투자를 해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수개월에 걸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투자 계획, 중장기 발전 가능성 등을 공유하는 설명회를 했다. 노동조합과도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갔다.”

- 제조업 분야는 노사 간 마찰이 심하다. 23년 연속 무분규 달성 비결이 궁금하다. “넥센타이어는 1999년 넥센타이어로 사명을 변경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직원들 마음속에 ‘안정된 회사가 있어야 우리가 있다’는 정서가 형성된 듯하다. 노사의 상생이 없으면 회사도, 직원도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거다. 회사 측은 직원과의 소통을 늘려갔다. 경영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큰 현안에 대해서는 노조와의 합의과정을 꼭 거쳤다. 직원 복지에 대한 꾸준한 투자도 노사 간 신뢰의 바탕이 됐다.”

- 왜 창녕인가. “창녕은 물류와 용수, 전력공급 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갖췄다. 수출의 관문인 부산 신항만과는 1시간 거리다. 인근에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는 데다 추가로 산업단지가 조성될 계획이어서 주변 인프라가 뛰어나다. 창녕군 측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투자 지원금을 보탰고, 토지매입과 도시가스, 오폐수 허가, 전기시설 등 행정적인 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다. 정부 측 도움도 있었다. 정부의 산업단지 특별법 제정으로 2년 이상 걸리던 행정 절차가 6개월 이내로 간소화됐다.”

- 창녕공장 건립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인구 증가가 가장 크다. 공장 건립 당시 창녕의 인구는 매년 감소 추세였다. 그러다 공장 건립이 결정된 2009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현재 창녕군은 경남도내 10개 군부 중 유일하게 연속 5년 인구가 증가한 지역이 됐다.”

- 현재 한국의 고용시장은 심각한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제조업체 수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IT업과 서비스업의 발달로 제조업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 나라의 경쟁력은 제조업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쌓은 탑처럼 무너지기 쉽다. 제조업은 투자와 고용 구조가 여타 업종과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 제조업 분야 리더들에게는 ‘노사화합’을 강조하고 싶다. 고품질 제품 생산의 주역은 생산현장 직원들이다. 이들의 고용형태가 불안하면 좋은 품질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사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뿌리 깊이 가져야 한다.”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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