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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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김광림 의원(경북 안동·새누리당)은 지난 9월 2일 주간조선과 만나 “자영업자의 탈세가 결과적으로 자영업자의 수를 늘리는 데 일조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4번째로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사회가 된 배경에는 탈세가 쉽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사회적 배경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김 의원은 한국의 자영업자 평균 소득 탈루율은 37%에 달한다면서, “특히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의 높은 소득 탈루율(43%)로 인해 자영업을 하면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자영업자가 현금 매출을 누락하거나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2011년 말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 소장을 지낸 경제통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김 의원은 “자영업자가 탈루한 세금을 제대로 거두는 일은 안팎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주간조선이 국토부로부터 입수한 ‘1억원 이상 수입차 보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 상당수가 고가의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어, 법인 대표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법인등록 차량에 대한 세금감면혜택제도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제는 기업 윤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외국에서는 한국처럼 회사 사장이라고 회사 차를 타고 다니는 일이 없습니다. 만약 고가의 회사 차를 사서 타고 다니고 세금을 감면받는다면, 그건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 몫을 줄이는 겁니다.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 김 의원은 “세무점검을 ‘간편조사’ 방식으로 하여 단기적으로 반복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게서 세금을 제대로 거두는 일은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 세수 결손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3년째 계속되는 세수 결손 문제는, 지난 8월 6일 정부가 발표한 ‘2015 세법 개정안’에서도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김 의원은 세수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세출 구조조정’을 얘기했다. “한국의 복지 예산이 115조원입니다. 그런데 이게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가고 있지 않아요. 중복으로 지원받는 사람이 없는지, 부정 수급받는 사람은 없는지, 비효율적이고 낭비되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복지 지원 횟수나 대상을 줄이는 일은 최후로 미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다른 구조조정 대상으로 SOC(사회간접자본) 분야를 지적했다. “지금 짓고 있는 도로가 무척 많습니다. 이게 정말 필요해서 건설되는 것인지 꼼꼼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리 궁전을 짓고 축제성 행사를 열면서 불필요하게 예산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렇게 정리된 세출로도 세수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증세다. “세수난을 해결하기 위한 증세는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할 일”이라는 게 김 의원의 말이다. “세금은 원래 경기가 좋을 때 많이 걷히고, 불경기이면 적게 걷힙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해서는 경기가 활성화되면 됩니다.” 김 의원은 서류더미에서 한 신문기사를 꺼내 들었다. “일본 아베 정권 세수가 2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살아나면서 세입이 늘어났다는 얘기입니다. 증세만큼 경기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증세 문제는 어느 정권,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꺼내기 어려운 얘기입니다.” 김 의원은 다시 자료를 보면서 얘기를 이었다. “2005년에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진 것은 물론이고 2007년에는 정권을 내놔야 했습니다. 일본도 민주당이 2012년에 소비세 인상을 발표하면서 총선에서 대패하고 실권했습니다. 호주도 2010년 자원세 도입을 발표했다가 총리가 교체됐고요.” 김광림 의원은 “아마 내년 총선, 다음 대선에서도 증세 문제를 쉽게 들고나오는 정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증세를 해야 한다면 우선 손을 대기 쉬운 것은 부가가치세다. “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은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낮습니다. 세수를 가장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증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부가가치세율을 높이는 일은 미래를 위해 남겨 둬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재원이 필요합니다. 통일재원을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부담하려면 부가가치세율을 올리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 다음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이 소득세다. “소득세율을 올렸을 때가 법인세율을 올렸을 때보다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는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싱가포르, 홍콩은 꾸준히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우리만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 뻔합니다.” 김 의원은 “사실 법인세 올리자고 말하는 일이 가장 쉽다”며 “전체 경제 구조에 대한 고려가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현재 대기업에 대해 비과세, 감면 혜택을 주던 것을 엄격하게 적용해 축소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주주 배당금을 높이고, 월급을 올려주고, 투자를 하도록 독려하는 대신 미워도 법인세율을 높여 적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총선을 반년 정도 앞둔 지금, 김광림 의원은 지역구에 머무르다가 서울의 국회에는 일이 있을 때만 올라온다고 한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안동이 공천 과정에서 치열한 격전지로 꼽히고 있는 만큼, 인터뷰 당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다시 한 번 강조했던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에 대한 의견도 물어봤다. 대답은 명쾌했다. “국민과 당원이 자신의 대표를 선택하는 것, 당연한 일 아닙니까.”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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