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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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파주출판도시 내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다. 50만권의 기증도서가 숲을 이루고 있는 도서관, ‘지혜의 숲’이다. ‘지혜의 숲’ 내에서도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의 1층 공간은 24시간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을 한다. 주말이면 이곳에서 새벽까지 책을 읽다 가는 직장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평일에도 부모가 아이들 손 잡고 와서 각자 원하는 책을 읽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지혜의 숲’은 파주출판도시를 만든 김언호 한길사 대표이자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의 작품이다. 출판계의 아이디어뱅크답게 지난 12월 11일 한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미리 준비나 한 듯 쏟아냈다.

“한 나라의 정신 수준과 삶의 질을 보여주는 것이 도서관입니다. 길 닦는 데에만 돈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정신의 길을 닦는 데 먼저 돈을 써야 합니다.”

“한 시대의 정신을 담아내려면 수백 권의 책이 필요합니다. 그건 고속도로 건설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문화도 인간의 사유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백년대계 차원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인프라가 도서관입니다.”

“사회복지가 의학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서관은 인간의 삶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새로운 차원의 사회복지입니다.”

김 대표는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한 듯 도서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다 지구온난화까지 연결했다.

“사람들이 모든 책을 구입할 수는 없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사고 사람들이 나눠 보는 것은 유한한 인류 자원의 황폐화를 막는 일이고 삶을 지키는 것입니다.”

2014년 6월 문을 연 ‘지혜의 숲’은 주말이면 1000~2000명이 찾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 김 대표는 “독서도 훈련”이라고 말했다. 공간을 만들어놓으니 사람들이 오고 책과 가까워지게 된다는 것. 그는 ‘지혜의 숲’을 모든 도시에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일단 세종시에 두 번째 지혜의 숲을 만들 계획입니다. 세종시의 한 건설회사와 MOU를 체결했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제3, 제4의 지혜의 숲을 계속 만들어갈 겁니다.”

그의 꿈은 ‘숲 속 책 읽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11평(36㎡) 정도 크기로 20~30채의 집을 지어 전부 도서관을 만드는 겁니다. 별도 보고 달도 보고 나무들 합창 소리 들으면서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낭독회도 하고. 저자들이 와서 강의도 해주고 숲 속 음악회도 하고. 전국에 여러 곳 만들어놓으면 굉장한 교육의 장이 됩니다. 휴가는 그런 곳으로 가는 거죠. 꼭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강원도 쪽으로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법인도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는 독서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가장 창조적인 일이라고 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는 창조적인 예술도 경제도 어렵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빠진 청소년들의 10년, 20년 후를 상상해 보세요. 심각한 정신의 위기, 정서의 위기를 겪게 될 겁니다. 국민이 책을 읽게 하고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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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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