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스위스 베른의 상공업 직업학교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photo 뉴시스
지난해 1월 스위스 베른의 상공업 직업학교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photo 뉴시스

대학진학률 29%인 나라가 있다. 이 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7.0%로 우리나라의 9.3%보다 훨씬 낮다. 생애선택자유지수 역시 우리나라의 두 배가 넘어, 세계에서 제일 높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고 구할 수 있는 나라. 스위스다.

“학생들에게 본인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해야 한다.” 스위스의 직업 교육을 총괄하는 필리프 그네기 스위스 연방직업능력개발원장이 지난해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스위스의 의무교육은 초등 과정 6년, 중등 과정 3년 등 9년제다. 스위스 학생들은 8학년이 되면 3일간의 실습 과정을 통해 적성과 진로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을 갖는다. 이 중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인문계 고등학교 김나지움(Gymnasium)에 입학하는 학생은 30% 정도. 나머지는 적성에 맞는 직업교육을 받는다.

스위스의 직업교육훈련(VET·Vocational Education Training) 시스템은 높은 청년 고용률과 만족도를 자랑하는 제도다. VET의 특징은 학교와 기업 현장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는 것이다. 훈련생들은 3~4일은 기업에서, 1~2일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다. 기업에서는 훈련생들을 교육해 즉시 산업 현장에 투입한다. 우리나라 직업 교육은 ‘교육’과 ‘훈련’에 방점이 찍혀 있는 반면, 스위스의 직업 교육은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배양’에 집중하는 셈이다.

훈련생들은 월급도 받는다. 훈련생들의 훈련과 급료 지급과 관련된 비용은 국가가 절반, 기업이 절반을 담당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훈련생들은 운영에 도움이 된다. 대개는 1~2년 정도 훈련을 받고, 곧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데 이렇게 경력을 쌓은 훈련생들은 졸업하자마자 그 기업에 취직해 일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를 키우는 데 정부의 보조를 받는 셈이다.

이렇게 취직한 훈련생이 승진할 수 있는 ‘한계’도 없다. 우리나라 기업 고위 임원 중에는 고졸 출신이 거의 없다. 하지만 스위스의 산업 현장에서는 학벌보다 쌓아온 경력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훈련생 출신이라고 해서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

물론 스위스에서도 진로에 혼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제도까지 마련돼 있다는 것이 스위스의 생애선택자유를 높이는 이유다. VET 과정을 3년간 거치고 났는데도 자신의 진로에 확신이 서지 않으면 얼마든지 진로를 변경할 수 있다. 당장 훈련 과정 중에도 상담받을 수 있는 상담사가 배치돼 있다. 경력을 쌓다가도 경로를 이탈하는 학생들을 위해 중도 투입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경력 기술자를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도 있어,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고 싶을 때 학위를 취득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도 스위스의 이런 직업 교육 시스템을 본떠 제도를 마련하는 중이다.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은 스위스 베른의 한 직업학교를 찾아 직접 VET 시스템을 견학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실질적 도움을 얻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역시 우리나라 직업 교육의 방향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고 밝혔다.

키워드

#커버스토리
김효정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