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연합
ⓒphoto 연합

제주공항에서 서쪽으로 20여㎞, 애월읍 애월북서길에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G-DRAGON) 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드래곤(권지용·28)은 지난해 한담해변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바닷가 부지 5000㎡(1500여평)를 매입한 것으로 주간조선 취재 결과 밝혀졌다.

현재 이곳에는 카페 ‘몽상’이 들어서 있다.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으로 카페의 두 개 면을 차지하고 있는 통유리 창 밖으로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카페 ‘몽상’은 지드래곤이 운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주도에서 가장 뜨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 한류팬들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달려오는 ‘성지(聖地)’로 떠올랐다.

지드래곤은 카페 주변 나머지 부지에 갤러리, 개인 작업실 등을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지드래곤은 최근 미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작가들과 협업한 ‘피스마이너스원’이라는 제목의 전시로 화제를 불렀다. 미술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드래곤은 미술 작품을 사모으는데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갤러리에는 그가 수집한 그림 작품들을 걸 생각이다. 그 외에도 이곳에서 지드래곤 이름을 걸고 국내는 물론 해외 한류 관광객을 끌어들일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다. 말 그대로 지드래곤 타운이 형성되는 셈이다.

지드래곤은 스타들의 스타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통하는 글로벌 브랜드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3년 9월 15일자에서 지드래곤과 관련 “그는 음악을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머지않아 세계는 지드래곤으로부터 배울 것이다”라고 극찬을 했다. 지난해 빅뱅의 월드투어 중에서 미국 LA스테이플스센터 공연은 빌보드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입장 수입을 올린 공연 톱10’에 랭크됐다. 단 한 차례 공연에 1만3361명이 입장한 공연 수익은 19억6000여만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드래곤은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으로도 통한다. 그는 지난해 9월 영국 패션 전문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이 선정한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500인에도 뽑혔다. 지드래곤의 브랜드 가치는 중소기업을 능가한다. 지난해 11월 도쿄돔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2월 24일까지 예정된 빅뱅의 일본 돔 투어는 18회 공연 입장객이 9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당 5만여명이 몰리는 셈이다. 지드래곤의 구상대로 몽상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관광객 유치와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드래곤은 애월 이외에도 제주도 우도에도 2호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이다. 부지는 애월에 있는 몽상과 콘셉트를 맞춰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곳이다.

지난 1월 2일 주간조선이 사진 촬영을 위해 카페 몽상을 방문한 날도 카페 안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카페 밖까지 밀려드는 손님들과 사진 촬영을 하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몽상은 현재 임시오픈 상태이다. 건물이 미처 완공도 되기 전에 SNS 등을 통해 몽상이 알려지면서 팬들이 정신없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지난해 9월 중순 급하게 임시오픈을 하고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몽상은 그동안 행정적인 문제 등 마무리 작업에 시간이 걸리면서 정식 오픈이 계속 늦어졌다. 현재 메뉴, 동선을 점검하고 있고 가구 등 인테리어를 교체한 후 1월 중순 정식 오픈할 계획이다. 정식 오픈 땐 카드 매출 전표 등 몽상의 모든 서류는 지드래곤 본명인 권지용의 이름이 대표로 찍히게 된다.

제주도 애월읍에 있는 지드래곤의 카페 ‘몽상’. ⓒ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제주도 애월읍에 있는 지드래곤의 카페 ‘몽상’. ⓒ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드래곤의 몽상

지드래곤이 만든 ‘몽상’ 로고
지드래곤이 만든 ‘몽상’ 로고

지드래곤이 몽상에 쏟고 있는 애정은 특별하다. 이곳을 방문한 지드래곤은 노을이 지는 바다 풍경에 반해 제주도에 사는 지인을 통해 부지 매입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몽상’이라는 브랜드명과 카페 몽상에 사용하고 있는 로고도 지드래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지드래곤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도 지인들을 불러 이곳에서 파티를 열었다.

지드래곤은 부지 매입에만 최소 25억원 이상이 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제주도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지드래곤이 부지를 매입할 당시 인근 땅값은 3.3㎡당 150만~200만원 선이었다. 그 전년도만 해도 50만~60만원 선이었다. 이곳은 지난해 MBC 미니시리즈 ‘맨도롱 또똣’의 촬영지인 카페 ‘봄날’로도 유명해졌다. 몽상 옆에 바로 봄날이 위치해 있다.

지드래곤이 애초 이곳에 땅을 구입한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그림 걸어놓고 작업장 겸 지인들 초대해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아지트 같은 카페를 꿈꾸면서 지난해 자신의 생일인 8월 18일 오픈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드래곤의 계획은 그야말로 몽상에 그쳤다. 임시오픈한 상태에서 하루 평균 1000여명 가까이 몰려들면서 에스프레소 머신 3대가 모두 고장이 날 지경이었다고 한다. ‘지드래곤’이라는 브랜드의 힘이다.

지드래곤은 걸어 다니는 1인 기업이다. 얼마 전 tvN의 ‘명단공개’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지난해 가장 황금기를 보낸 스타 3위에 빅뱅을 올리고 지난해 빅뱅의 총 수입을 1500억원으로 추정했다. ‘명단공개’ 측은 앨범과 음원판매 115억원, 15개국 월드투어 공연수익 등을 추산한 것이라고 밝혔다. 빅뱅은 지난해 발표한 신곡마다 음원차트를 휩쓸면서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명단공개’ 측 계산만 따져도 지드래곤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양현석 대표)로부터 받는 수입은 연 100억원대를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속사와 연예인의 수익 배분은 신인의 경우 소속사와 연예인이 8 대 2 또는 7 대 3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인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경우는 소속사와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5 대 5로 나눈다. 빅뱅처럼 톱스타인 경우는 거꾸로 소속사보다 연예인이 더 많이 가져가기도 한다.

실제 지드래곤의 수입은 ‘명단공개’ 측이 추정한 수치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가수들의 수입은 공연, 음반, 행사, 광고 등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그중 한류 덕분에 행사의 비중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게 늘었다.

지드래곤의 경우 빅뱅 그룹 전체가 움직이기도 있지만 그룹과는 별도로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지드래곤이라면 중국에서 초청하는 행사의 경우 한 번 참석하는 것만으로 수 억원은 받는다”고 전했다. 빅뱅과 솔로앨범 곡을 직접 프로듀싱하는 지드래곤은 저작권 수입만도 연 7억~8억원에 달한다. 지드래곤은 한 방송에서 자신의 수입에 대해 언급하면서 “집이 바뀌고 차가 바뀌어 있고 어머니는 날아다니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드래곤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의 펜션 ‘돌체비타’도 지드래곤이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 ‘몽상’에는 하루 평균 1000명 가까이 몰려온다.
카페 ‘몽상’에는 하루 평균 1000명 가까이 몰려온다.

비즈니스 기획사가 뜬다

연간 수입이 100억원대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드래곤은 돈 관리를 어떻게 할까? 지드래곤은 수입은 물론 세금부터 재테크까지 모든 재산관리를 전문 컨설팅 업체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몽상 프로젝트도 이 컨설팅 회사에서 부지매입부터 진행을 맡아왔다. 이를테면 연예기획사처럼 스타의 자산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비즈니스 기획사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컨설팅 회사이다. 할리우드 등 해외에서는 스타들의 우편물, 세금 처리부터 재정자문까지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비즈니스 매니저 시장이 일반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시작 단계인 셈이다. 이 회사는 지드래곤 이외에도 현재 계약을 맺고 있는 연예인이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전략상 회사 이름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 인터뷰에 응한 하대호 전략기획실 팀장은 “연예인, 병원, 스타트업 세 분야의 토털 경영 관리를 내걸고 있지만 현재는 연예인 비중이 많은 상태라고 한다. 하 팀장의 설명이다. “연예기획사처럼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산관리를 해주고 있다. 관리해 주는 대가로 실비를 받고 투자수익이 발생한 경우 일정 비율로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다. 연예인별로 계약조건은 다르다. 비즈니스 플랜도 스타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회계법인, 법무법인과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투자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관리를 하고 있다.” 하 팀장은 지드래곤의 경우 적극적 투자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입을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하 팀장은 “지드래곤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만큼 세금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히고 지드래곤의 한 해 수입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는 “고객의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 팀장은 최근 재정자문을 요청해 오는 배우들이 많다고 했다. “누구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아이돌 스타들도 꽤 많다. 회사에 대한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지드래곤 자산관리를 해준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 하 팀장은 “국내에는 아직 사업 모델이 없어서 해외 스타들의 비즈니스 기획사들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 ‘몽상’ 부근에 지드래곤 타운이 조성될 예정이다. ⓒ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카페 ‘몽상’ 부근에 지드래곤 타운이 조성될 예정이다. ⓒphoto 허재성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연예인들은 불안정한 직업 특성상 인기 수명이 짧은 탓에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이로 인해 사기 사건에 휘말리거나 사업 실패로 피소(被訴)를 당하는 뉴스가 잇따른다. 스타의 이름을 이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해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고, 사업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덜컥 투자를 했다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도 빅뱅의 멤버인 승리가 20억원대의 부동산 투자 사기를 당했다며 동료 여가수를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사건이 발생해 화제가 됐다. 한류 덕분에 케이팝 스타들의 수입의 단위가 달라졌다. 그만큼 전문적인 자산 관리회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이다.

지드래곤을 비롯해 빅뱅 멤버는 지난해 12월 YG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빅뱅의 향후 활동은 군 복무가 관건이다. 멤버들이 군 복무 이후 완전체로 활동할 수 있을지, 각자의 길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다. 빅뱅 멤버들의 개성은 각각 다르다. 지드래곤의 힘은 무엇보다 탁월한 프로듀싱 능력이다. 지드래곤의 끼는 타고났다. 6살이던 1994년 MBC 프로그램 ‘뽀뽀뽀’로 방송에 입문했고, 당시 인기그룹 룰라의 키즈 버전인 ‘꼬마 룰라’로 활동하기도 했다. 가족들과 놀러간 스키장에서 열린 춤 대회에 나가 1등을 차지하며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SM 이수만의 눈에 띄었다. SM 연습생으로 있다 YG와 계약을 맺은 것이 13살 때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이때부터 매일 곡을 한두 곡씩 만들면서 6년간의 연습생 시절을 거친 후 2006년 빅뱅으로 데뷔했다. 지드래곤은 자신의 곡인 타이틀 곡 ‘거짓말’의 히트와 함께 프로듀서 아이돌의 대표주자가 됐다. 올해로 데뷔 10년차인 지드래곤의 대표곡은 ‘삐딱하게’ ‘니가 뭔데’ ‘쿠데타’ 등이다. 지드래곤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을 직접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빅뱅의 리더가 아닌 프로듀서로서도 지드래곤의 브랜드 가치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황은순 차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