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대 학사·석사
영남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23회·사법연수원 13기
인천지법·서울가정법원·대구지법 판사
사법연수원 외래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현 한국교육법학회 회장
현 경북대 로스쿨 교수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의 대학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초가 될 법조인 양성을 책임질 만큼 공공성을 갖춘 윤리적 집단이 아니다. 이런 대학 사회에 법조인 양성을 100% 맡겨 놓은 것이 문제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신평(60) 교수가 한국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제도와 정부의 로스쿨 운영에 대한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신평 교수는 판사로 재직 중이던 1993년 사법부의 특권의식과 계급주의, 법조계의 일상화된 부패 타파를 호소한 기고문을 작성·발표한, 이른바 ‘정풍(整風)운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사법부 개혁을 요구했던 당시 정풍사건으로 그는 판사직을 그만둬야 했다. 이후 법학자로서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내는 등 학계에서도 명망을 쌓아 왔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시절 신평 교수를 향해 “전관예우 한 번 받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을 만큼 개혁적 법조인이자 학자로 꼽히고 있다. 그런 신 교수가 최근 한국 로스쿨 체제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함께 제도개혁을 들고나왔다.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기자는 지난 4월 15일 경북 경주에 있는 신평 교수 자택을 찾아가 그를 만났다. 대구 경북대에 재직 중인 신평 교수는 주말이면 종종 자택이 있는 경주를 찾곤 한다. 이날도 신평 교수는 대구를 떠나 경주로 내려왔다. 신평 교수와의 경주 자택 인터뷰는 약 3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신 교수는 이 인터뷰를 통해 로스쿨 일부 교수들이 보이고 있는 기득권 사수를 위한 이전투구 행태, 공정성이 의심되는 입학 전형 논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줬다. 또 한국 로스쿨 체제의 구조적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지난 3월 신평 교수는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란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이 책 108쪽에 ‘“○○○ 변호사 아이들이 이번에 우리 법전원에 원서를 냈는데 꼭 합격시켜야 한다”고 하며 동료교수 연구실을 찾아다니는 교수나…’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이 한 문장을 통해 ‘모 교수가 2014년 경북대 로스쿨 입학 과정에서 로스쿨 지원자 부모의 입학 청탁을 받았고, 해당 학생이 최종 합격했다’는 청탁 입학 의혹이 확산된 것이다. 신 교수가 경찰에 직접 나가 “이 부분은 들은 이야기를 옮긴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경북대도 대학본부 차원의 로스쿨 입학 면접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로스쿨 입학과 관련한 각종 의혹은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소위 ‘금수저’로 불리는 특정 계층에 유리하게 입학 전형이 만들어져 있다거나, 입학 자기소개서와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의 배경을 노골적으로 공개하는 행태, 특히 입학 로비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은 이미 만연해 있다.

이같은 로스쿨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해,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교육부가 전국 25개 로스쿨의 3년치 입학 관련 내용을 전면조사했다. 그런데 조사가 끝나고 몇 달이 지났음에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교육부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 사이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자녀 등 전·현직 고위 법관 자녀 10여명, 또 전·현직 검찰 고위 인사들 자녀 30여명의 입학에 문제가 있던 것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신 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을 쓴 배경에 대해 먼저 밝혔다. 그는 “로스쿨 교수로서 로스쿨 재학생들이 제대로 된 법학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제도의 개선을 제안하는 책”이라며 “책의 내용 역시 보다 좋은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로스쿨 체제로의 개선 방향과 일부 로스쿨 교수들의 자정을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내용들 모두를 제쳐 두고 책에 단 두 줄 등장하는 입학 청탁 내용만 부각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신 교수에게 논란이 된 로스쿨 입학 전형의 불공정성과 입학 청탁 등 부정 논란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자녀들의 로스쿨 입학을 부탁하는 청탁 전화를 받은 적이 있나요. “있는 건 사실입니다.”

신 교수는 이 부분에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유력한 법조인으로부터 자녀의 입학을 부탁하는 듯한 청탁성 전화가 있었고, 청탁에 대한 대가로 추정할 수 있는 ‘제안’이 있었음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 로스쿨 입학 전형을 앞두고 청탁성 전화는 얼마나 오나요. “사실 저한테 많이 오는 건 아닙니다.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 로스쿨의 경우 그런 청탁 전화가 엄청나게 많을 겁니다. 어느 교수 말에 의하면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한 정도로 많이 온다고 하니 말입니다.”

- 입학 청탁 전화가 오면 전화한 사람이 어떤 말을 하나요. “보통은 ‘우리 아이가 이번에 (로스쿨에) 지원했는데 잘 좀 봐 주십시오’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알아보는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신평 교수의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출간 이후, 경북대 로스쿨 입학 전형에서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런데 이 의혹이 불거지자 ‘신 교수가 청탁 의혹을 받은 학생의 면접에 참여했고, 함께 면접에 참여한 교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는 논란도 함께 일었다.

- 입학 청탁 의혹이 있던 학생에게 면접 점수를 높게 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인가요. “해당 학생에게 제가 어떤 점수를 줬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북대) 로스쿨 원장과 부원장이 조사를 해서 나온 말일 테니 아마도 그 말이 맞을 듯싶습니다.”

신 교수는 입학 면접에서 문제가 된 학생뿐 아니라 자신이 면접관으로 평가한 다른 학생들에게도 높은 면접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학 청탁과 함께 상당수 로스쿨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입학 지원용 자기소개서는 물론 면접 과정에서 로스쿨 지원자들이 자신의 배경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입학 전형 과정의 불공정성과 부정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경북대 로스쿨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면접 중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직접 ‘너희 아버지 뭐하시노?’라고 묻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면접관 교수 ‘너희 아버지 뭐하시노?’

- 로스쿨 입학 면접에서 면접관이 지원 학생에게 부모의 배경을 물은 게 사실인가요. “한 인터넷 매체에서 제가 면접장에서 (청탁 입학 의혹을 받았던 지원 학생에게) ‘너희 아버지 뭐하시노’라고 물었다는 식으로 보도했습니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면접 구조상) 제가 지원 학생에게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당시 면접에 면접관이 3명이었고, 제가 주면접관이었지요. 3명의 면접관이 역할을 분담했어요. 제 역할은 구술면접이라고, 면접 대기실에서 지원 학생들에게 미리 나눠 준 문제의 답과 풀이 과정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몇 번 문제에 답해봐라’고 묻는 게 제 역할이었고, 이것을 넘어서는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 면접관으로서 구술 문제의 답을 묻는 것 이외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네, 제 역할은 (면접 전에) 이미 한정돼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저는 로스쿨 입학 지원생이 쓴 자기소개서조차 보지 않았습니다. 다른 교수가 봤습니다. 그러니 제가 면접 보는 학생에게 그런 질문을 할 이유가 없는 거지요.”

- 그럼 (2014년 경북대 로스쿨) 면접장에서 면접관이 지원 학생에게 ‘너희 아버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는 건 어떻게 된 건가요. “기억으론 그 말이 나온 건 맞습니다. 그 말을 제가 한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히는 것이고요, 그런 말이 나온 게 맞습니다.”

당시 면접에서 면접관인 교수가 지원자에게 “너희 아버지 뭐하시냐”고 묻고, 지원자가 그 답을 한 게 사실인지 신 교수에게 재차 확인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고등학교나 대학 입학 면접에서조차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부모나 가족의 이름·직업·재력 등 배경을 묻거나 답하지 않는다. 이런 내용을 추론할 수 있는 질문과 답도 일절 하지 않는다. 이는 상식이다. 이런 질문이나 답변이 나오는 순간 입시 부정 의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에게 당시 면접에 대해 좀 더 물었다.

‘우리 아버지 ○○이다’ 난무 자기소개서

- 입학 전형 규정과 면접에 대한 규정이 있지 않나. ‘부모나 집안 등 지원자의 배경을 묻는 것’이 가능했다는 말인가요.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비로소 로스쿨 교수들이 모여 ‘이거 문제가 있는 거니까 앞으로 시험에서 이런 걸 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자’고 얘기가 된 겁니다. 이전까지는 ‘면접을 어떻게 진행해야 한다’는 제도적인 것도 구체적인 툴(방식)도 아예 없었습니다.”

- ‘면접관이나 지원자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에 대한 규정이 그동안은 없었다는 건가요. “그렇지요. 로스쿨을 지원하는 학생들이 로스쿨 지원용 자기소개서에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지처럼 집안·부모 등을 써 놓는 게 사실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습니다. 왜 일반인의 인식과 로스쿨 내부의 인식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제도적 정비는 전혀 돼 있지 않았습니다.”

- “아버지가 누구고, 우리 집은 어떤 집이다” 같은 말이 면접에서 나오면 로스쿨 입학에 영향을 미치게 되나요. “미칠 수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누구도 이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 사람이 없던 거지요.”

입학정원 120명<표 참조>인 경북대 로스쿨에서는 2014년 로스쿨 입학 전형 당시 지원자의 부모 이름과 직업 등을 입학원서에 쓰지 말도록 입시요강에서 밝혔다. 하지만 지원자가 부모 이름과 직업을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에 쓴다고 해도 이를 막을 수도, 불이익을 줄 수도 없었다. 입시요강에 기재된 내용을 어겨도 제재 규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경북대 로스쿨 입학전형에서 부모의 이름과 직업 등 자신의 배경을 언급한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대 로스쿨 관계자는 “면접에서 지원자의 부모 이름과 직업 등 배경을 묻는 질문이나 답은 할 수 없다”며 “이런 일이 있었는지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신평 교수는 한국에서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 원인으로 로스쿨 교수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했다. 현재 대학에 관계없이 한국 로스쿨 교수는 ‘이론교수’와 ‘실무교수’로 나뉜다. 이론교수는 법조인으로서의 실무 경험 없이 오직 학위를 받고 과거 법대와 현재 로스쿨의 교수가 된 사람들이다. 반면 실무교수는 사법시험 합격과 사법연수원을 거쳐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으로 경험을 쌓은 뒤 교수로 임용된 사람들이다.

이론교수 vs 실무교수

로스쿨 안에서는 두 교수 집단 간의 갈등이 상당하다는 게 신 교수의 말이다. 특히 이론교수들 중 ‘전투적 이론교수’로 분류되는 일부 로스쿨 교수들이 있다. 이들이 전국 로스쿨에서 매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로스쿨의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들 전투적 이론교수들이 ‘실무교수’들에게 강한 반감을 표출하며 공격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현재의 로스쿨 교수 사회는 전투적 이론교수들이 주도하는 공정하지 않은 룰이 지배하고 있다”며 “법원·검찰 출신 로스쿨 실무교수들이 이 공정하지 못한 룰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했다. 실무교수들은 이 같은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전투적 이론교수들이 실제로 논문심사 같은 권한을 통해 논문작성에 익숙하지 못한 실무교수들을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 그런 갈등이 있다면 실무교수들이 왜 전투적 이론교수들에게 반발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것인가요. “대학은 철저히 파벌 사회입니다. 또 철저히 머리수를 헤아리는 사회이지요.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며 교수 사회는 일반적으로 80(이론교수)대 20(실무교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쿨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20의 실무교수들이 무시돼 버립니다. 형식적 다수결을 내세워 80 대 20이 아니라 100 대 0의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니 실무교수들이 버티기 힘든 구조가 되는 것이지요.”

신 교수는 로스쿨 교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의사결정 과정의 왜곡이 결국 로스쿨에서의 올바른 교육을 저해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서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에서 일부 전투적 이론교수들이 로스쿨에서 실무과목을 없애자고 주장한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실무교육 폐지 주장이 관철되면 실무교수의 존립 근거가 없어지게 돼, 결국 로스쿨이 이론교수로만 이루어진 순혈조직이 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일부 전투적 이론교수들의 이런 행보에 대해 신평 교수는 과거 사법시험 출신 법조인들에 대한 반발심과 로스쿨 체제로 인해 높아진 교수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 전투적 이론교수들이 사법시험을 거친 법조인 출신 실무교수들에게 반감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로스쿨 도입 이전 법조계 일부에서는 법대 교수들에 대해 ‘너희는 사법시험에 안 돼서 할 수 없이 법학교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었습니다. 당시 법대 교수들이 가졌던 울분과 반발심이 상당했을 겁니다. 그런데 로스쿨 체제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거지요. 이들이 로스쿨 교수로서 정부와 각종 위원회의 주요 보직을 맡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로스쿨 교수들의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법조인과 로스쿨 교수들의 관계가 역전됐다고 보는 것이지요. 현재 로스쿨 제도는 이론교수들에게 전에 없던 기득권을 준 것이고, 이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 이론교수와 실무교수 간 갈등, 일부 교수들의 기득권 쟁탈전이 로스쿨 학생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인가요. “교수들은 기득권을 전혀 훼손당하지 않으려 하고, 조금의 개선이나 변화 없이 지금 그대로가 좋은 사람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로스쿨 교육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지요.”

신 교수는 이 부분에서 ‘교수 과잉’에 대해 덧붙였다.

“교수들의 수를 한번 보세요. 지금은 그냥 ‘로스쿨 교수의 과잉 시대’일 뿐입니다. 교수를 지금의 2분의 1이나 3분의 1로 줄여도 로스쿨은 문제없이 충분히 기능합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로스쿨 학비를 낮출 수 있습니다. 로스쿨을 비판할 때 늘 가장 먼저 나오는 학비를 낮출 수 있다면 ‘금수저’니 ‘은수저’니 하는 특정계층만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학생도 학비에 대한 장벽 없이 법학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8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교육부

신 교수는 로스쿨 개혁과 제도 개선이 대학이나 로스쿨에 맡겨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학이 법조인 양성에 책임을 질 만큼 공공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대학 사회에 법조인 양성을 100% 맡긴 것이 실책(失策)이라는 말이다.

- 로스쿨 제도 개선을 위해 대학의 자율을 배제하고, 대신 외부 관리 또는 제3의 기관을 통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우리와 같은 대륙법 체계를 가진 프랑스나 독일·일본 등 어떤 국가도 우리처럼 대학에 법조인 양성을 100% 맡긴 곳은 없습니다. 이 국가들의 대학의 수준과 공공성이 우리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법조인 양성에 계속 관여합니다. 우리처럼 대학의 자율성 존중이라는 것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지 않습니다. 우리 로스쿨 제도의 모든 문제가 바로 여기서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 로스쿨을 둘러싼 입학 부정 의혹, 교육과정 문제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교육부 등 정부가 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인가요. “정부는 로스쿨에 간섭한다는 게 대학교수가 몇 명이어야 한다는 식의 하드웨어에 대해서만 요구를 합니다. 정작 어떤 수준의 법학 교육을 해야 하고, 어떤 수준의 수업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같은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모든 걸 대학에 맡겨버립니다. 대학 자율이라는 환상만을 계속 좇고 있기 때문이지요. 교육부가 스스로 손을 놓아버린 꼴입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이 어디 한두 개입니까. 교육부는 로스쿨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막연히 ‘지금 당장 우리한테 문제될 게 없는데 왜 머리 아프게 우리가 간섭해야 하느냐’며 그냥 놓아둔 거지요. 이렇게 8년이 지난 겁니다.”

신 교수는 인터뷰를 끝내며 지난 8년 동안 교육부가 보여준 이 같은 처신이 결국 로스쿨 논란을 더욱 확대시킨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라도 로스쿨 제도 개혁과 함께 새로운 법조인 양성제도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로스쿨 학생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을 정부가 찾으려면 분명히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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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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