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9일 경남 사천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동(棟)에서 직원들이 FA-50과 수리온 헬기의 나사를 조이고 전자기기를 설치하는 등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photo KAI
지난 2월 29일 경남 사천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동(棟)에서 직원들이 FA-50과 수리온 헬기의 나사를 조이고 전자기기를 설치하는 등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photo KAI

2010년 정부는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인 IT·자동차·철강·조선 산업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엔진으로 항공우주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을 ‘글로벌 7’에 진입시키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

우리 항공운송산업은 2010년 당시 여객운송시장 세계 14위, 화물운송시장 3위를 점하고 있었다. 세계 10위권의 국방 예산과 군(軍) 보유 항공기 숫자에서 고정익 8위, 회전익 6위로 항공 제조업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내수를 갖고 있었다. 2010년 국내 항공우주산업 생산 규모는 20억달러 로 세계 16위권이라고는 하나 세계 항공우주산업시장의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참고로 항공우주산업에서 부동의 1위인 미국의 2009년도 생산액은 1890억달러였다. 한국의 100배에 달한다.

러시아, 중국을 제외한 자유진영 세계 시장에서 항공우주산업의 글로벌 7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순이다. 일본의 2010년도 항공우주산업 생산액은 150억달러였다. 당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였던 우리나라 조선산업 생산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세계 항공우주산업 무대에서 글로벌 7에 도달하는 것이 그렇게 황당한 목표는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7인 일본의 생산은 1위인 미국의 8%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 등 몇몇 선진국에서 철저하게 독과점 체제로 장악하고 있는 결코 만만한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항공우주산업이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의욕적으로 산업 발전 청사진을 공표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 수준의 경쟁력 확보에 요구되는 핵심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따라하기’ 전략만으로는 일류에 도달할 수 없다.

필자의 견해로는 일본의 수준을 넘어 글로벌 5 정도는 되어야 소위 항공우주산업계의 일류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류가 되려면 과감한 핵심역량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산업발전 기본계획안에는 우리가 해야 할 거의 모든 경쟁력 확보 방안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기본계획 공표 후 6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선 우리의 위치를 진단해보자. 2015년도 국내 항공우주산업 수급(需給) 규모는 98억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며, 2012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98억달러의 국내 수급 물량 중 국내 생산이 절반인 49억달러(약 5조5300억원)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26억달러를 해외로 수출했다. 이라크와 필리핀에 T-50, FA-50 등 완제기 수출, 보잉사, 에어버스사로의 민항기 부품 수출이 대폭 확대되어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수출 물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6년 전망은 KF-X 등 군수용 항공기 체계 개발 착수와 완제기 수출, 그리고 민수용 항공우주 부품 수출 등으로 수급 규모는 100억달러대를 가뿐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국내 생산이 전년 대비 17% 상승한 57억달러 규모로 전망된다.

국내 항공우주산업 생산 연평균 성장률은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6년간 평균 6.25%, 수출 부문은 11.7%였다. 반면에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공표한 2010년부터 시작해 202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생산 부문 연평균 성장률이 23.5%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즉 수출 증가율의 가파른 성장은 기본계획 달성을 초과하는 수준이지만 현재 57억달러 규모인 산업생산이 5년 후 3.5배에 도달해야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다. 현재의 연 17% 증가 추세에 머문다면 2020년 국내 항공우주산업 생산은 약 110억달러에 그친다. 이는 원래 목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항공산업의 견인차 역할은 군(軍) 수요가 절대적이었다. 2010년 이후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군수 의존도는 60% 이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세계 항공우주시장에서 군수와 민수의 비율은 20 대 80으로, 민수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 선점이 없다면 항공우주산업 글로벌 7 도약은 불가능하다.

민수항공기시장이 군용기보다 10배

참고로 에비에이션위크지에 발표된 2016~2020년 5년간의 세계 항공산업 전망에 따르면 전투기 및 공격기 생산가치는 1013억달러이고, 대형 민수항공기는 1조4530억달러다. 민수항공기의 절반인 49.9%(7253억달러)를 미국의 보잉이 그리고 44.3%(6438억달러)를 유럽의 에어버스그룹이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간 민수항공기시장이 군용기시장보다 열 배 이상 크고, 민수항공기시장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보잉·에어버스와의 전략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즉 보잉과 에어버스의 단순 하청업체에서 벗어나 투자위험공유협력관계(RSP·Risk Sharing Partnership) 등을 통해 전략적이고 대등한 협력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동시에 중형 완제기 틈새시장에 자리 잡고자 시도했던 과거의 노력이 모두 불발로 끝난 현 시점에서 정부는 민수용 완제기와 민간항공기 인증 인프라 구축 그리고 드론을 포함한 민수용 무인항공기산업의 추진 방향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국방부, 산업자원부, 국토교통부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부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절실하다.

군수용 항공기의 경우 KF-X 개발이 본격 착수되었고, 수출에서 훈련기와 경공격기가 특화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항공산업은 세계 훈련기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을 것이 확실하다. 관건은 금년도 미 공군의 훈련기 조달 사업인 TX 사업 수주 여부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강력한 세일즈 외교 지원이 필요하다.

군수용 완제기 수출 시 구매국가에서 장기·저리의 금융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아울러 민수용 완제기 개발 시 주요 협력사끼리 비용과 수익을 분담하는 RSP 참여 방식이 일반적 추세이다. 예를 들어 B787 개발 시 개발비용 134억달러 중 일본 컨소시엄에서 23억달러를 분담하면서 생산물량의 35%를 확보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항공산업 세계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형 민항기 분야 수출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현재까지 산업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경쟁적으로 세부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으나 항공산업계 입장에서 볼 때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국내 항공산업은 2016년 현재 가파른 성장세에 진입하고 있다. 정부가 항공우주산업 육성책 가운데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그에 걸맞은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 계획의 정량적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항공우주산업 생산의 세 배 이상을 5년 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이지만 정부와 산업계가 실질적인 조치를 과감히 실행해 나간다면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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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세종대 기계항공우주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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