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260개 시민단체 연합체가 ‘돈정치 종식’ ‘기업 로비스트 추방’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260개 시민단체 연합체가 ‘돈정치 종식’ ‘기업 로비스트 추방’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photo 뉴시스

‘1만3700명’.

2009년 워싱턴포스트지가 밝힌 워싱턴DC의 로비스트 숫자다. 연방정부에 로비스트로 등록한 사람만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간헐적으로 일하는 임시 로비스트를 포함할 경우 1만5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1995년 제정된 ‘로비공개법’에 의하면 미국에서 로비스트는 ‘업무 시간의 최소 20%를 의원, 의원 사무실 요원, 정부 관리와 접촉하는 데 보내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이 벌이는 로비의 개념은 ‘정책입안자나 결정자와의 직접적인 접촉뿐 아니라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규정돼 있다.

미국 국회의원의 수는 상원 100명과 하원 435명 전부 535명이다. 1만37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의원 한 명당 로비스트 26명이 달라붙는다는 의미다. 저소득층을 위한 헬스케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라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의료 비즈니스는 안정적이면서도 최고 수익을 보장하는 분야다. 헬스케어 입법화를 위해 의료 관련 로비스트 수요가 급증한 시기가 바로 오바마 집권 초기인 2009년이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당시 ‘로비스트 정치’를 멀리하겠다고 공언한 이른바 ‘청렴 후보’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워싱턴에 가장 많은 로비스트를 불러들인 장본인이 바로 오바마다. 올해 발간된 ‘Washington Representatives’에 따르면 현재 워싱턴 로비스트의 수는 2만명으로 늘었고, 로비회사는 2500개에 이른다.

로비스트의 소굴 고급 레스토랑들

워싱턴에는 굴뚝이 없다. 제조업 공장이 단 하나도 없는 순수한 3차 서비스업으로 먹고사는 곳이 워싱턴이다. 로비스트는 그 같은 배경에서 탄생한 워싱턴 정치의 또 다른 주역 중 하나다. 미국은 로비활동을 수정 헌법의 청원권에 따른 시민 권리로 간주해 1946년 ‘연방 로비규제법’을 제정하며 로비스트 등록과 활동 내용 보고를 의무화했다. 미국에서는 6개월 동안 5000달러 이상을 받은 로비스트나 2만달러 이상을 수임한 로비 회사는 등록이 의무화돼 있다. 상하원 사무국에 누가 자신들을 고용했으며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를 고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용기간과 소득액, 경비로 인정되는 비용과 액수도 등록해야 하며 6개월에 한 번씩 수령금액, 사용한 돈의 용도와 활동 내용 등도 보고할 의무를 가진다. 이를 위반할 경우 상하원 사무총장이 서면으로 위반 사실을 통보한 후 60일간 소명 기회를 줬다가 아무 반응이 없으면 위반 사실을 연방 검사에게 통지한다.

미국에서 로비스트들은 ‘정치’를 활용해 자신의 이권을 확장하려는 데 혈안이 된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은 자신들이 창조해낸 자본주의를 수출하며 신봉하는 나라다. 아무리 파리가 들끓어도 음식 전체를 버리지는 않는다. 로비스트의 의견을 통해 기업의 생각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물론 로비스트 고용주 중에는 돈에 올인하는 기업만이 아니라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지역주민이나 특정 이념을 구현하려는 이익단체도 포함돼 있다.

의회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입법 기능, 즉 법 제정에 있다. 예산권은 법에 기초한 후속 조치일 뿐이다. 2만명에 이르는 워싱턴의 로비스트는 상하의원에게 접근해 그들의 이해관계를 법제화하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입법화될 경우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 배정이 뒤따른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지만 레스토랑은 이들 로비스트와 의원들을 연결해주는 주된 공간이다. 식사를 함께하거나 사적인 파티를 여는 장소로 고급 레스토랑이 은밀하게 활용된다. 사실 워싱턴에서 상하의원을 직접 불러내 식사를 함께할 정도의 로비스트는 극히 드물다. 최하 10명 정도인 의원 정책보좌관들이 주로 로비스트와 만나 의견을 교환한다. 10여년 전 백악관 참모와 로비스트가 함께한 점심식사에 초대된 적이 있었는데, 객관적인 통계를 요구하는 참모와 그 어떤 질문에도 명쾌하게 답하는 로비스트 사이의 두뇌 싸움이 인상 깊었다.

최근 워싱턴에서는 레스토랑 위크(Restaurant Week)가 진행됐다. 매년 8월 중순 일주일간 계속되는 레스토랑 프로모션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통상 가격의 절반 정도의 메뉴가 선보인다. 워싱턴뿐만 아니라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이벤트인데, 보통 여름 겨울 각각 1주일씩 열린다.

워싱턴 의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피오라. 로비스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워싱턴 의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피오라. 로비스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워싱턴 레스토랑 위크의 풍경

이 여름철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 지난 8월 15일 필자가 들른 곳은 워싱턴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피오라’(www.fioladc.com)였다. 연방의회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자가트(Zagat)에 따르면, 2015년 워싱턴 내에는 전부 2144개의 레스토랑이 영업 중이다. 요리의 질이나 가격 면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수준의 레스토랑이 ‘피오라’다. 의회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이란 점에서 로비스트들의 주된 활동무대이기도 하다.

피오라에 들어선 것은 오후 1시45분쯤이다. 보통 손님이 드문 늦은 시간대이기에 예약 없이 찾았다. 예약을 하지 않을 경우 고가로 치솟는 호텔 숙박비나 비행기 요금과 달리 레스토랑은 예약 없이 가도 똑같은 가격에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피오라는 3년 전 일본 기자의 소개로 알았던 곳이다.

셰프는 이탈리아 북부 휴양지 코모(Como) 지방에서 온 스테파노 프리게리오(Stefano Frigerio)씨다. 산악지대 요리인 고기류와 더불어 시푸드(sea food)에도 조예가 깊다. 주로 밀라노에서 요리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고급 시푸드의 원조는 나폴리와 같은 남부 바닷가가 아닌 북부 내륙지방인 밀라노다. 내륙지방인 안동의 고등어가 유명하듯, 바닷가 음식점이 자랑하는 양과 신선함이 아니라 질과 성숙함이 고급 시푸드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여름의 늦은 점심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 함께 텅 빈 레스토랑 전체를 혼자서 음미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피오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깜짝 놀랐다. 인산인해다. 바에서 기다리다가 테이블에 앉은 것은 2시25분쯤이다. “점심의 경우 평소보다 예약이 4배 정도 늘었다. 점심 영업시간을 30분 더 늘려 마지막 주문을 오후 2시30분에 받을 정도다. 저녁 예약은 오후 5시30분부터 밤 9시30분 예약까지 1주일 내내 전부 찼다.” 이탈리아 발음의 매니저는 ‘100% 예약’으로 채워진 아이패드 앱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자리에 앉는 즉시 주문을 했다. ‘레스토랑 위크’ 특선으로 22달러짜리 3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가격의 절반 정도다. 디저트는 티라미수 하나지만 에피타이저와 메인요리의 경우 각각 두 가지 선택이 가능했다. 각각 가스파초와 호박을 가미한 연어튀김 요리를 주문했다. 차가운 가스파초는 한여름 스페인의 상징이다. 그러나 마늘이나 양파의 맛이 스며든 강렬함과 거리가 멀다. 향이 약하게 우러날 뿐 전체적으로 연약하고 섬세하다. 이탈리아 요리에 마늘을 많이 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무리 많아도 마늘 한쪽 정도 넣는 것이 정석이다. 맛이 아니라 향을 위해 마늘을 사용한다. 연어튀김은 겉만 살짝 태운 훈제요리다. 장작불이 아닌 가스로 구웠다고 한다. 화재법 규정이 엄격한 곳이 워싱턴이다. 나무로 고기를 굽는 곳은 워싱턴에 있는 페루식 닭고기 전문집 정도에 불과하다. 코스요리라는 점과 음식 수준을 고려해 볼 때 평상시라면 한 끼 식사값이 40달러 선은 될 법하다.

22달러짜리 코스요리의 비밀

주변을 훑어보니까 20대 중반의 젊은이들이 주류다. “거의 대부분 의회에서 일하는 인턴들이다. 교통비만 받고 일하지만, 레스토랑 위크를 맞아 사무실 내 인턴 모두가 레스토랑을 찾은 것이다. 젊은이답게 요리의 종류와 가격에 민감하다. 지방에서 올라온 인턴들이 워싱턴에서 접하는 가장 행복한 기억 중 하나가 레스토랑 위크다.”

매니저의 설명을 듣는 즉시 식사비는 누가 내는지 물어봤다.

“각자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국회의원 사무실의 비용으로 처리하거나 로비스트가 내주기도 한다.”

22달러짜리 3코스 요리에 대한 의문이 풀린 것은 “로비스트가 내주기도 한다”는 말을 들은 직후다. 키워드는 25달러다. 연방의회 로비스트법(Federal Regulation of Lobbying Act)에 따른, 로비스트가 제공할 수 있는 식사의 상한가가 바로 25달러다. 입법 관련자나 정치인이 로비스트로부터 접대를 받을 경우 최고 25달러를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이 로비스트법의 핵심이다. 이른바 ‘25달러 벽($25 Limit)’이다.

오는 9월 28일부터 한국에서 시행되는 이른바 김영란법의 원조가 바로 25달러 벽이다. 김영란법도 공직자 등에게 제공되는 한 끼 식사가 3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고로 김영란법이 규정한 5만원 이하의 선물 금지 같은 조항도 미국에서는 벌써 시행 중이다. 1962년 제정된 ‘뇌물,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르면, 미국의 공직자는 공무 수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대가로 금품을 수령하면 15년 이하 징역 또는 25만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뇌물액의 3배가 25만달러보다 많으면 뇌물액의 3배가 벌금 기준이 된다. 단 20달러 이하, 1년 합계 50달러 미만의 선물은 받을 수 있다.

워싱턴 레스토랑들이 ‘레스토랑 위크’를 맞아 마련한 22달러 코스요리는 로비스트법이 규정한 이 25달러 벽을 지키기 위한 ‘묘책’이다. 워싱턴의 레스토랑은 음식값에 세금 10%를 붙인다. 3코스 가격이 22달러이지만 세금을 포함할 경우 24.2달러가 된다. 80센트 차로 상한가 25달러 벽을 넘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레스토랑 위크에 참가한 워싱턴 내 업소는 전부 230곳에 달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점심 메뉴의 대부분은 22달러로 잡혀 있다. 이러한 워싱턴의 예를 참고로 할 때, 한국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의 레스토랑들이 세금을 포함해 2만9900원대의 코스 요리를 선보일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음식값의 15%에서 20% 정도의 팁을 주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가끔씩 세금 포함 가격의 15~20%를 팁으로 지불하는 한국인도 있지만, 미국인이 보면 마음씨 좋은 부자로 비쳐질 뿐이다. 세금을 제외한 음식값 자체의 18% 정도가 일반적인 팁의 수준이다.

문제는 25달러 벽과 팁의 관계다. 과연 팁은 25달러 벽에 포함될까.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답이다. 22달러짜리 코스요리를 즐긴 뒤 100달러의 팁을 지불해도 로비스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사실 워싱턴에서 점심식사 코스요리를 25달러 이하로 먹을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싸구려 햄버거 세트를 시켜도 1인당 10달러 선이고, 히스패닉 식당이나 중국음식점에 가도 3코스로 들어가면 최하 15달러 선이다. 로비스트와 국회의원 참모가 만나 식사를 하는 곳이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인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은 언제나 25달러 벽에 갇혀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로비스트들은 25달러 벽을 우회해서 상대방이 고급 접대라고 느낄 만한 식사를 제공한다. 방법이 뭘까. 로비스트가 가진 지명도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피오라 정도만 되어도 누가 로비스트인지 금방 안다. 이미 예약단계에서 어떤 요리를 준비할지 구상한다. 25달러 벽은 지키지만, 특별 서비스를 통해 고급 음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식이다. 음식의 양과 질을 늘리거나 높이고 종류도 다양화하는 식이다. 모두 특별 서비스다. 예를 들어 15달러짜리 문어 요리를 시켰는데, 50달러짜리 바닷가재 스튜가 끼워 나오는 식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서비스지만 레스토랑 측은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다. 로비스트가 두둑한 팁을 가산해서 지불하기 때문이다. 음식값은 24.20달러지만, 팁은 100달러에 이르는 식이다.

로비스트가 당장 엄청난 팁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레스토랑 입장에서 보면 다음 기회가 약속된다. 로비스트가 혼자 오거나 동료들과 함께 찾아와서 식사를 한 뒤 두둑한 팁을 던져주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로비스트가 레스토랑 요리사를 집안에 불러 정치인 후원 파티를 개최하면서 점심 때의 식사비를 파티 비용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다. 레스토랑 내 비밀스러운 공간을 식사 장소로 잡은 뒤 특별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도 있다. 모두 편법이나 꼼수지만 불법은 아니다.

워싱턴 레스토랑 피오라가 최근 ‘레스토랑 위크’ 때 선보인 22달러짜리 3코스 요리. 로비스트로부터 공짜로 제공받을 수 있는 식사 상한선인 25달러에 맞췄지만 내용은 알차다. 왼쪽이 에피타이저로 나온 가스파초, 오른쪽이 메인인 북극산 연어 요리.
워싱턴 레스토랑 피오라가 최근 ‘레스토랑 위크’ 때 선보인 22달러짜리 3코스 요리. 로비스트로부터 공짜로 제공받을 수 있는 식사 상한선인 25달러에 맞췄지만 내용은 알차다. 왼쪽이 에피타이저로 나온 가스파초, 오른쪽이 메인인 북극산 연어 요리.

사문화됐지만 못 바꾸는 법

사실 25달러 벽은 이미 미국에서 사문화(死文化)된 조항에 불과하다. 1995년부터 실행에 들어갔지만, 당시는 물론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효성 여부가 의문시된 법이다. 법 개정 논의가 진작부터 일어난 것은 당연하다.

2010년 10월에는 당시 공화당 소속 앨라배마 주지사 밥 릴리(Bob Riley)가 나서서 25달러 벽을 100% 높인 50달러로 조정할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릴리 주지사의 노력은 무위로 끝난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는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모두가 사문화된 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정치인의 공짜 식사 상한선 인상에 동조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정치인에게는 1달러도 아깝다는 심정은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 모두 똑같다고 봐야 한다.

25달러 벽의 존립 근거 자체를 무너뜨릴 환경 변화도 다가오고 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미슐랭의 워싱턴 입성이다. 오는 11월 서울판 미슐랭 레드 가이드북 등장에 앞서 미국의 수도에서도 마침내 미슐랭이 등장하게 된다. 미슐랭 입성과 함께 워싱턴의 레스토랑들은 비상이 걸렸다. 너무나 알찬 피오라의 22달러 코스요리는 11월 미슐랭 스타 획득을 의식한 선심 공세라 볼 수 있다.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필자는 피오라가 미슐랭 원스타 수준의 레스토랑이라 확신한다. 미슐랭이 25달러 벽과 연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통 미슐랭 스타를 따는 순간 해당 레스토랑의 음식비는 최하 20%, 많으면 100% 정도 인상되기 때문이다. 미슐랭 스타에 걸맞은 고급 재료를 사용하고 서비스 개선과 실내 장식비에 투자하면 음식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미슐랭 스타는 안 그래도 사문화된 25달러 벽을 무너뜨릴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이 반드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괜찮은 워싱턴 레스토랑이라면 미슐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비싼’ 미슐랭 레스토랑을 피할 수가 없다. 25달러 벽의 기반이 점점 약해진다는 의미다.

한 달 뒤면 한국에서도 미국의 25달러 벽을 모방한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접대로 다져진 인맥이 많은 걸 좌우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김영란법이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현실을 무시한 법 적용이라는 불만과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한국 사회의 투명성은 김영란법 적용으로 한 단계 높아질 듯하다. 이와 관련, 미국에서 이미 시행해온 ‘원조 김영란법’의 현주소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영란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25달러 벽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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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호 퍼시픽2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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