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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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코스닥시장에선 삼성전자의 하루 거래대금을 능가하는 주식거래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과거에도 종종 삼성전자의 주식 거래대금을 초과한 사례가 있지만 요즘처럼 증시에 마땅한 호재(好材)가 없을 때, 그것도 코스닥에서 나온 폭발적 거래량은 일종의 사건이었다. 해당 기업은 반기문(72)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이 부회장으로 재직했던 B사. 이날 B사의 주식 거래대금은 7117억원이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의 거래대금은 3860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거래대금만 놓고 보면 시가총액 5000억원의 ‘다윗’이 시총 220조원의 ‘골리앗’을 가볍게 제친 격이다. B사의 거래대금이 폭발했던 동력은 뭐였을까. ‘반기문 테마주’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날 반기문 총장의 동생인 반모씨는 ‘형(반기문 총장)의 후광으로 인한 부담감’을 이유로 B사 부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로 인해 B사 주식은 연이틀 하한가를 찍으며 주가가 반토막났다. 지난 4월, 주당 4000원대였던 B사 주식은 9월 초 1만3000원을 넘겼고, 9월 29일 현재 5630원이다. 반기문 테마주의 대장 격이던 B사가 테마주에서 이탈하자, 개미 투자자들은 또 다른 반기문 테마주로 대거 이동해 증시에서의 ‘반기문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일례로 반기문 총장의 사촌동생이 투자한 기업으로 알려져 테마주로 묶였던 P사, C사, 그리고 또 다른 P사 등은 한때 주가가 최대 400% 이상 폭등했으나, 지난 9월 26일 “(반기문 총장과) 성만 같을 뿐 친척이 아니다”는 해당기업 임원 반모씨의 입장 발표로 인해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선주자 테마주의 말로(末路)는 허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현상은 반기문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후보 등 다른 잠룡들도 관련 테마주가 있긴 하지만 반기문 테마주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자를 유인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게 한국증권거래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반기문 테마주 열풍은 언론의 대선후보 여론조사 보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반기문 사무총장은 지난 5월 말 제주에서 열린 관훈토론회 참석 이후 유권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증시에서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가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반기문 총장은 제주 관훈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대통령을 한다는 건 예전에 생각해 본 일이 없다. (대권 관련) 얘기가 자생적으로 나오는 건 내가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

“인생 헛되게 살지 않았다”

이 발언은 평소 반 총장이 즐겨 쓰는 어법이 아니라는 점에 비춰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기자는 반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외교관 출신 A씨를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반 총장님이 관훈토론에서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표현을 외부에서 한 걸 보고 놀랐다. 내가 아는 한 반 총장님은 권력을 목표로 두고 있지 않다. 국가 전체의 수준을 높이고 틀을 바꾸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대통령 출마를 선택할 수는 있겠지만, 권력을 얻기 위해 정치공학에 열중하는 기존 정치인과는 다르다. ”

관훈토론회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후 반 총장의 지지율은 더민주의 문재인 전 대표를 앞지르며 대선주자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7~8월에 반 총장은 지지율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랬던 그의 지지율은 추석을 앞두고 다시 상승세를 탔다. 추석 연휴 뒤 나온 유력 신문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이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경쟁 후보군과 지지율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27일 보도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은 13명의 여야 다자대결 지지도 조사에서 27.4%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문재인 전 대표는 16.5%를 얻어 2위 자리를 지켰고, 그 뒤를 이어 안철수(8.2%), 박원순(4.4%), 오세훈(4.3%), 김무성(2.8%) 순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등이 9월 첫째 주에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20% 초반의 지지율로 1위를 했던 반 총장이 추석 연휴 이후 다른 여론조사에서 20% 후반대로 상승하며 경쟁자들과 간극을 벌린 것.

특히 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은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여론조사의 상위권자들과의 3자 대결 구도에서도 평균 40%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며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 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의원의 3자 구도에서는 38.5%를 얻어 문재인 전 대표(28.1%)와 안철수 의원(14.5%)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반 총장은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위에 올랐다. 대전과 충청 지역에서는 40.2%의 지지율을 거둬 충청대망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 9월 26일 중앙일보가 자체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한 추세였다. 전체 후보군 가운데 반 총장은 32.7%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인 문 전 대표(17.3%), 3위 안 의원(8.1%) 등과의 격차는 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보다 더 벌어졌다.

왜 귀국 시점을 1월로 했을까?

반 총장은 지난 9월 15일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등과 만나 “내년 1월쯤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국내 주요 일간지들은 “반 총장이 사실상 출마를 결심했다”는 기사를 쏟아내며 반기문 신드롬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반 총장 측근은 이런 언론의 보도에 선을 그었다. 앞서 나온 측근 A씨의 말이다. “얼마 전까지 반 총장은 한국 정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했던 언론이, 요즘에는 온갖 흐름을 간파하고 있는 정치고수로 반 총장을 치켜세우고 있다. 귀국 시기를 묻는 질문에 원론적으로 ‘1월 중순쯤’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여야 정치권은 반 총장이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시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한때 박근혜 대선 캠프의 비선(秘線)을 총괄했던 인사 B씨의 해석이다. “반 총장 주변에서 언론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것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 동안에는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12월 말, 대과 없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 또한 반 총장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1월 중순 귀국한다는 건 이미 자신이 대권 후보로서 국가를 위해 어떤 소명의식을 갖고 있고, 그걸 실천하기 위해 빨리 귀국한다는 얘기다. 지금 국내가 태평성대라면 반 총장은 대선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북한 핵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사드로 인해 남남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듯 반 총장 측 인사들도 반 총장이 내년 초 대선주자로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측근 A씨의 말을 다시 들어본다. “발군의 실력을 갖춘 인물이 나와 국가 전체를 개선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반 총장은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프로치(접근)하고 있다.”

2017년 대선의 상수가 된 반기문 총장. 그가 과연 신드롬이 아닌 정치적 실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여야 정치권에서는 모두 소명의식만으로는 대선을 완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반 총장이 국내 복귀 후 극복해야 할 숙제가 널려 있다는 것이다. 여야 중진 정치인들이 반 총장을 아직까지 강력한 대선주자로 평가하지 않는 이유의 하나가 바로 현실정치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반 총장이 넘어야 할 산은 5가지 정도다.

첫째, 반 총장은 내년 1월 귀국 후 기존 정당에 입당할 것인지, 아니면 제3지대를 개척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새누리당, 더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은 당의 대선주자가 복수일 경우 반드시 경선을 치르게 돼 있다. 각 당은 늦어도 3월부터는 사실상 후보 경선 레이스에 돌입, 8월 전에 대선 후보를 확정 짓게 된다. 반 총장이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인 1월 초로 귀국 시점을 잡은 건 조직과 자금을 가진 정당행(行)을 선택할지, 아니면 제3지대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지에 대한 선택에 앞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 관여했던 핵심 인사의 말이다. “반 총장이 퇴임 직후 귀국하겠다는 건 제3지대와 여당 입당을 두고 끝까지 저울질하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정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새누리당에 입당하면 친박을 등에 업고 가야 한다는 문제에 부닥친다. 정권은 레임덕이고, 당은 지리멸렬한데 이걸 끌어안는 순간 지지율은 흔들릴 게 뻔하다. 안철수 등을 묶어 중간지대를 장악하고 난 뒤 새누리당 후보를 단일화 형식으로 끌어안는 게 필승카드다.”

그가 새누리당에 입당하게 될 경우 당내 경선은 피할 수 없다. 당내 경선이 친박과 비박의 구도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반 총장이 승리한다 해도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여기에는 조직과 자금의 문제까지 수반된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단계에서는 반기문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반 총장을 대안으로 여기는 상황이다. 안철수 현상과 달리 이러한 상황이 실체가 되려면 반 총장이 현실정치의 벽을 넘어야 한다. 친박 또는 새누리당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들어와 보면 결코 간단치 않다는 걸 금세 실감할 수 있다.”

야당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3지대에 머물면서 새누리당을 향해 선진국 수준의 정치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더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관측이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하면 (지지율이) 빨리 무너질 수 있다는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다행히 새누리당의 후보 중에는 반 총장을 넘어설 인물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면 반 총장은 제3지대에서 새누리당의 변화를 요구하며 때를 기다릴 것이다.”

여당 입당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과도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하지 않더라도 박 대통령의 지지를 얻는다면 집권여당을 흡수하는 게 용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새누리당 비박계 전직 의원의 분석을 들어보자.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이 선호하는 최적의 후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두 사람의 관계 설정이 입당 여부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밖에서 몸집을 키우고 막판에 새누리당을 장악하는 건 박 대통령과의 교감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성공해야 하는 전제조건이 따라붙는다.”

두 번째는 반 총장이 현재의 지지율을 공고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정치권 밖에서 형성된, 즉 유엔 사무총장의 이미지가 만든 결과물이다. 이 지지율이 단순한 ‘인지’ 단계를 넘어 유권자의 일반적 ‘태도’로 굳어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조직과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그가 만약 제3지대를 선택한다면 지지율을 유지하는 게 더욱 힘들어진다. 2007년 당시 이명박 캠프의 선거기획을 총괄했던 핵심 인사 L씨의 말이다. “누군가를 지지하는 형태는 그게 단순한 인지의 결과냐, 아니면 장시간에 걸쳐 형성된 태도이냐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뉘어진다.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장시간에 걸쳐 지지율이 만들어진 ‘태도’로서의 지지였다. YS는 민주화를, DJ는 반독재 등으로 스키마(schema·인지의 틀)가 생겼고 지지율은 공고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박근혜 후보도 나름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아직 그런 게 없다. 현재 지지율은 유령이나 팬덤이다. 소속 정당조차 없기 때문에 2002년 이회창 총재의 대세론보다 상황이 나을 게 없어 보인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오랜 법조경력과 관료 생활로 다져진 ‘대쪽’ 이미지가 대세론을 형성하는 데 주효했다. L씨의 말을 더 들어보자. “아들 병역 비리의혹으로 반쪽이 되긴 했지만 이회창 총재는 대쪽이라는 이미지로 1997년과 2002년 압도적 지지율을 형성했었다. 만약 반 총장이 대선판에 들어온다면 사회경제적 복합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을 위해 국가 대개조를 위한 수준 높은 구상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반 총장의 지지율은 ‘대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과거 이회창, 고건 등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수준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더욱이 충청대망론에 담긴 허구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L씨의 설명이다. “지역주의 패러다임은 과거식이다. 최근 선거는 지역보다 세대와 이념 중심으로 간다. 앞으로 선거에서 지역 기반을 강조할수록 운신의 폭만 좁아질 뿐이다. 과거 이회창 총재의 케이스로 볼 때 대선까지 1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의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세 번째는 선거 막판 후보단일화의 실마리를 과연 반 총장이 풀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내년 대선은 선거 직전까지 3자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대선주자가 될 경우 더민주당과는 본선 경쟁을 피할 수 없다. 2012년 대선 당시 안 의원은 더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남아 있어 다시 단일화를 하기 어렵다.

물론, 3자 구도라 할지라도 한국 정치 구도상 궁극적으로 양자 대결로 짜일 공산이 크다. 반 총장이 선거에 뛰어들어 3자 구도를 형성하면 선거 막판에 단일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 구도를 놓고 보면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이 각각 독자 후보를 낼 것으로 확실시된다. 만약 반 총장이 제3지대에 있으면서 국민의당을 끌어안게 된다면 반 총장과 새누리당, 더민주당의 3자 구도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민병두 더민주 의원의 전망이다. “반기문 총장은 막판에 안철수 후보와 연합을 모색할 수 있다. 매개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 아닐까 싶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외치(外治)는 반 총장이 맡고 나머지는 협치(協治)가 가능한 세력에 준다는 설정이 가능하다. 안철수 의원도 나쁠 게 없다. 정치혁명의 주인공이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에 대해 국민의당 측은 “안철수·반기문 연대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한다. 안철수 의원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의 말이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반감이 반기문 현상을 만든 거 아니냐. 그러나 실제 정치판에 들어와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그게 현상인지, 실체인지 금방 판가름 난다. 반 총장이 여당을 장악하고 검증과정을 통과하면 지지율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안철수·반기문 연합의 임팩트는 크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는 얘기다. 안 대표는 양당의 기득권을 혁파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그걸 해냈을 때, 안 대표에게 공간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네 번째는 자질론과 권력의지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지난 9월 15일 반 총장에게 “결심한 대로 이를 악물고 하시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 메시지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9월 15일 유엔 본부에서 반 총장을 만났을 때 전달됐다.

반 총장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을 떠나 유엔 사무총장으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게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지만, 국내 사정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답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한국은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반 총장이 관훈토론회에서 “대통령을 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은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얘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구석진 곳까지 살펴보지 않고는 정확한 시대정신을 체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서민들과의 교감에서 엇박자가 생길 수도 있다. L씨의 말이다. “내가 대통령감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러나 반 총장은 외교관으로만 살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스타일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주변에서 이런 부분을 커버할 인적자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외교적 사안 이외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 있던 B씨도 반 총장의 강력한 권력의지가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이명박 후보는 본인이 망가져도 국가를 위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서 각종 의혹을 온몸으로 맞으며 돌파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본인의 노력에 의해 당선된 걸로 믿고 있는데, 이런 것은 국가적 소명의식으로 무장됐을 때 가능하다. 그게 흔히 말하는 권력의지다.”

마지막으로, 반 총장은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선주자로서의 검증과 함께 사적인 부분도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반 총장 측은 후보 검증을 염두에 두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의 친동생인 반모씨의 B사 부회장직 사퇴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2006년 반 총장의 재산은 12억원 정도였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신고한 공직자 재산내역에 그렇게 나와 있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는 10년 동안 그의 재산내역에는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가족과 친인척에 대한 언론의 검증도 피하기 어렵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말이다. “대선을 치른다면 모든 후보가 도덕적·윤리적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평생 공직생활만 해온 분들은 이 과정에서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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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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