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성공한 나라다. 지킬 가치가 충분한 나라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의 보수가 있다. 대한민국 보수가 좌파에 비해 인정받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세계적 유례가 없는 성공의 역사다. 유럽, 미국, 일본 등을 제외하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대한민국과 비교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이 지난 60여년 동안 이룬 찬란한 성취를 추월한 나라는 아직 없다. 중국이 근접하고 있지만 정치적·경제적으로 아직 지켜보아야 한다. 중국은 정치적 민주화라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아직 복수정당이 허용되지 않는 공산당 일당이 통치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6·25전쟁 직후 최악의 나라였다. 나라의 모든 산업시설과 기반은 무너졌다. 3년의 전쟁은 처절했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그 폐허 속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건설이었다. 그래서 더욱 값지다. 2012년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7대 수출대국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다. 대한민국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5대 공업국이다. 경제력뿐만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화도 달성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성숙도는 세계 167개국 중 20위로서 ‘완전 민주 국가’로 분류된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지난 60여년간 대한민국이 이룬 성취다.

김광동 교수는 그의 글에서 “대한민국 보수의 성공은 구한말 및 대한제국 시대에 있었던 문명개화라고 하는 커다란 방향성, 가치, 사고의 흐름의 연장선이며, 이러한 가치와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 이승만의 자유당이고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이다. 그리고 이 보수가 만들어낸 것이 근대 산업화, 민주공화제, 시장가치, 특히 근대 산업화를 중심으로 하는 번영이었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한민족과 한반도의 문명개화와 실력양성이라고 하는 가치를 지향했고 그 연장선상에 민주공화제와 자주독립이 추구되었다”고 쓰고 있다.

대한민국 성공 가져온 열린 보수

대한민국의 보수는 세계에 열려 있었다. 조선 말기처럼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었다. 과감히 세계 선진문명을 받아들였고 이를 우리식으로 소화했다. 그리고 세계와 당당히 경쟁했다. 대한민국 보수는 사실과 진실에 열려 있었다. 끊임없는 사실의 추구와 수정, 숙고를 통해 성공으로 한발 한발 나아갔던 것이다. 대한민국 보수는 실력에 열려 있었다. 실력이 있는 나라들의 성공과 인재들에 항상 열려 있었다. 그들 나라들을 배우는 길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에는 이런 사실과 실력에 열려 있는 보수의 가치와 태도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산업화 초기 대한민국도 당시 세계의 조류였던 ‘수입대체형 산업화’로 가고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는 이미 부산 등 항구에서 민간 차원에서 있었던 일본과의 활발한 무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산업화 방식을 수정했다. 세계 유례가 없는 ‘수출주도형 산업화’는 이론에만 매달리지 않는 보수의 열려 있는 태도가 있었기에 시도될 수 있었다. 우리식 산업화의 길을 간 것이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한민국 보수는 실력 있는 인재에 항상 열려 있었다. 실력이 있다면 아무런 연고가 없이도 요직에 등용되었다. 박정희(1917~1979) 대통령은 세계를 뒤져 실력 있는 인재를 모시는 일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대한민국의 인재들도 정부의 이런 열린 태도에 적극 호응했다. 선진국에서 받고 있는 혜택과 대우에 턱없이 부족해도 대한민국 성공을 위해 기꺼이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성공은 우연히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들의 땀과 눈물과 보수의 열린 태도 등이 하나 되어 이룩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룬 성취의 한가운데 대통령 박정희가 있다.

지난 18대 대선은 차선의 선택이었다.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을 두고 세칭 진보주의자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는 절박함의 선택이었다. 더구나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온 나라를 뒤흔드는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실패한 길로 가자고 조르는 철없는 세력에 맡길 수 없다는 선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그렇게 탄생했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주장에 동조하고, 이명박 정부가 행정수도 대신 세종시를 경제혁신도시로 만들자는 주장에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버틸 때, 자신이 한 말을 지키려는 원칙 있는 사람이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이해했다.

대통령은 실패 인정하고 2선 후퇴해야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부터였다.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는 수많은 보수인사들을 만나고 의견을 경청했다. 그러나 집권하면서부터 태도가 돌변했다. 누구도 대통령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고 도움을 주었다는 보수인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국가의 핵심요직에 등장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은 최순실 사건이 터지면서 이해되었다. 공적인 채널이 무시되고 사적인 채널이 동원되었던 것이다. 최순실과 차은택, 그들이 비선에서 국정을 농단했다.

어떤 가치와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사람이 장막 뒤에서 대한민국의 국정을 농단했다. 비선의 실체가 여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실력과 가치가 한 번도 검증되지 않았던 사람이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에 기가 막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에는 열려 있고, 나머지 다른 이들에게는 닫혀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 보수가 그동안 지녀온 사실과 실력에 열려 있다는 가치에 배반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은 대한민국의 성공 방식과 정반대의 길이다. 봉건시대에도 그런 국정 운영은 없었다. 소수이기는 했으나 의정부와 판서들이 책임지고 국왕과 국정을 운영했다. 또 국왕과 신하들이 국정 운영과 철학을 논하는 경연도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도 국정을 국왕이 전횡하거나 밀실에서 운영하면 실패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국왕과 신하의 독대는 허용되지 않았다. 밀실정치의 폐단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박정희는 국정 운영에 각 분야의 실력자들을 대거 등용하고 이들이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하도록 방패가 되어주었다.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은 열정과 실력을 가진 엘리트들이 공개적으로 벌이는 치열한 경연장이었다.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한 팽팽한 긴장감! 그렇기에 자원 하나 없는 이 자그마한 나라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보수는 조롱당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공에 어떠한 기여도 한 적이 없는 좌파는 물 만난 고기처럼 대한민국 보수를 조롱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성공이 극적인 것이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는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 대한 인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 보수가 더 이상 조롱과 웃음거리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성공신화 방정식을 회복해야 한다. 보수의 가치인 사실과 실력에 대한 열린 태도로 돌아가야 한다. 최고의 인재를 구하고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구하여 국정을 맡기고 자신은 2선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것만이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 기념재단 2013년 시민공모작 가운데 이철우는 이렇게 노래했다.

“피할 길은 없다. 돌아서 가라는 것은 아니다. 주저앉으라는 것은 더욱 아니다. 누가 고난을 뛰어넘는 것이라 했는가. 고난은 그 속에 빠져 아프게 쓰라리게 허우적거리며 헤쳐나가는 것이다. 고난과 성공은 하나의 길이다. 하나의 선상에 일렬로 서 있는 기어이 거쳐 가야만 할 한 고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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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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