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나와라 박근혜 하야’ 구호를 외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나와라 박근혜 하야’ 구호를 외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들이 아프다. 상실감과 허탈감으로 우울증이 생겼고, 분노와 비애로 화병이 생겼다. ‘설마’ 했던 의혹의 퍼즐들이 딱딱 맞아들어가는 걸 보는 것도 충분히 괴로운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니…. 망연자실하다. 멍하다. 의욕상실이라는 전염병이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근면성실은 마지막 희망의 끈이었다. 가진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리에서 그저 열심히, 묵묵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세상이 오리라 믿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끈이 흐물흐물해지고 있다. 얼마나 더 아파해야 할까. 이 깊은 상처는 치유될 수 있을까. 온라인 공간에 외쳐대는 국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빚 때문에 돈 버는 기계처럼 일하셨다. 본인 자식들한테만큼은 그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시겠다며 우리한테 열심히 살라고 하셨다. 나와 동생들 책값과 학원비에는 절대 돈 아끼지 않으셨고 대학 다니는 동안에도 학비 걱정 말고 공부하라며… 그렇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살았다. 그게 옳은 길이고 그러면 부모님처럼 빚은 안 지겠지, 부모님이 원하는 그런 인생을 살 수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아버님 어머님 죄송합니다. 요즘 들어 그렇게 살아온 제 인생이 좀 슬퍼지네요. apri****

까도까도 매일 새롭게 알게 되는 불신으로… 슬퍼서 눈물 나고 어른들이 못나서 이런 부끄러운 세상을 만들어줘서 미안하고, 이래저래 눈물 나요. 분노로 인해 밤에 잠이 안 와서 이렇게 뉴스만 보고 있네요. 밤에 일을 하려면 지금 잠을 자야 하는데, 눈은 왜 이리 안 감기는지 환장하겠습니다. 이런데 대통령이라는 자는 잠을 잘 주무셨겠죠? 무뇌인이니까요. 우리 애들 미래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네요. 자식도 하나 없는(?) 대통령은 걱정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 자기만 눈감으면 되니까요. 형재애도 없는 대통령이 국민들 가슴을 알기나 할까요? 많이 많이 슬프네요. kuda****

요즘 어수선한 게 아무 의욕도 없고 허한 느낌만 든다. oliv****

뉴스브리핑 보다가 엉엉 울었다. geah****

세월호 때도 이런 허망함, 뻥 뚫린 느낌이었지요. 일상생활 중간중간에 찾아오는 이 상실감을 말로 할 수 없습니다. 40대 아줌마들 오늘 대화 주제도 최순실과 박근혜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평생 신어 보지도 못할 명품 신발을 보면서 어이도 없고… 눈물이 납니다. aato****

먹먹하다. 그리고 막막하다…. sokj****

나라를 잃은 아픔과 애통이 누군가에겐 삶의 전부가 되어 그 나라를 위해 살게 할 만큼, 나라를 잃은 상실은 어떤 상실과 비교할 수 없겠죠. 안타깝게도 지금 모든 국민들이 그 상실감을 겪고 있습니다. khg0****

일본에 주권 빼앗긴 이후 이렇게 수치스러운 적이 처음입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국가인지도는 바닥을 치고도 남겠지요. rich****

화가 나지 않는다. 그냥 슬프다. 자랑스러운 나의 대한민국이 어디까지 망가져야 하는가. seom****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이토록 무능한 나는 차라리 타국으로 나가는 게 현명한 걸까… 나의 행동, 나의 삶이 다른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어지는 삶. 나는 개돼지로 살고 싶지 않다. 이 나라에서 자유를 가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whoy0****

이게 나라냐? 정말 수치스럽고 창피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나 오십대 아줌마다. 답답하고 기가 막혀서 속이 터질 것 같다… 속도 머리도 다 터져 버리겠다. pho0****

도대체 대통령이란 자리에 대해 고민이나 해봤는가. 최소한 유치원생만큼의 사고만 해도 절대 그 자리에 못 있을 거다. pho0****

세상이 부정부패로 찌들고 서민들 먹고살기 힘들어도 그래도 언젠가 나아지겠지, 내가 믿는 대통령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겠지 하는 희망 때문에 버티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 희망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은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 쳐 봐도 안 된다는 좌절감… 마지막 희망마저 배신당했기에 국민들은 정말 살 떨리고 잠을 못 이룰 정도의 분노와 치욕감을 느낀다. wken****

국민들이 최순실 박근혜 때문에 분노조절장애라는 병이 생겼다. htw8****

정말 허탈하다.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한 것이 저들의 부와 안위, 권력에 놀아났다니…. y3nj****

국민이 이렇게 한마음 한뜻이 된 게 이런 일 때문이라니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요. 이 상황에서도 3주 남은 수능에 책을 펴야 하는 현실이 미치도록 답답합니다. appl****

현 정부의 특기. 국민들 집단우울증 걸리게 하는 것. 세월호, 메르스, 최순실. 노벨 우울상 하나 주고 끝내자. miso****

요즘 진짜 뉴스 보다가 화병 나서 환장하긋다. 대통령은 이런 국민들 심정을 혼자만 모르는 것 같다. 미쳐미쳐~. hyb5****

박근혜를 뽑은 내가 진짜 원망스럽다. 죽을 때까지 비관할 것 같다. 내가 미쳤지. ap60****

어제도 12시까지 야근했다. 노력 없이 저렇게 돈 벌어도 되는 거냐. dbgy****

내 나이 47. 지난 27년간 쉰 적이 없습니다. 그냥 나는 이 나라의 종놈이었나 봅니다. kang****

지금…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을 치고자 고시원에서 찢어지게 공부하는데 한낱 헬스트레이너가 3급으로 이런 십상시 같은 ~~~ 정말 나라는 어디로 가는가? j414****

왜 이 나라는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국민들에게만 엄격한 걸까? 제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 swee****

컵라면도 못 먹고 지하철역에서 쓸쓸하게 죽어간 젊은이는 세월의 풍파를 견딜 나이이고 정유라는 세월의 풍파를 견딜 나이가 아닌가요? m567****

‘(정유라) 누나. 이화여대 합격한 거 축하해. 우린 능력이 부족하고 부모님이 평범하셔서 비싼 말은 못 사주신대. 최선을 다해 공부한 누나들은 그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해서 울었을 텐데. 누난 부자 부모님 잘 둔 그 능력으로 교칙도 바꾸고 들어간 거 대단해.’ ‘우리 학생들은 공평한 시스템에서 심사받은 권리가 있고 그럴 것이라 믿으며 공부하고 있어. 우리의 꿈과 희망, 믿음을 지켜줘.’ 원광고 학생회 대자보

참담하다. 실소가 나기도 한다. 차라리 다른 나라 이야기였으면 마음놓고 비웃기라도 할 텐데, 우리네 이야기라는 사실이 제일 비참하게 만든다. 지난 4년간 대통령을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나와 생각은 다르지만 국가의 안녕과 발전을 위한다는 마음만큼은 같을 거라 믿었다. 그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 것이리라 믿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대통령을 포함한 현 정권은 나의 기대를 처참히 짓밟아 놓았다.… 다른 좌절들과 달리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과 상실감이 든다.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맥락도, 근본도 없는 일이기에….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중에서

아! 슬프다. 허수아비 대통령에 앞잡이 무당. 대한민국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고 했거늘 썩은 물이 철철 흐르는데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찌 밝을 수 있겠는가. 하루하루 힘들게 내 가정과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선량한 국민들이 더 이상 참지 말고 일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본다. eiph****

상식과 웃음과 행복이 통하지 않는 나라. naun****

20살 아들이 도저히 역겨워서 이 나라에서 못 살겠다고 이민간단다. 아주 진지하게ㅠ. 자식, 손자 얼굴 못 보고 살게 될 줄이야. namn****

고려 말보다 더 황폐하고 썩어문드러진 나라! 고려 말은 먹을 게 없어서 칡뿌리나 소나무 연껍질을 벗겨 먹었지만 옳고 그름이 있었고 백성들끼리 서로 돕고 가족이라는 개념과 우리라는 가치관이라도 있었다. vera****

난 이미 이 조국을 버렸소이다. 다 썩어빠진 이 개한민국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hui3****

20대에 어머니 아버지 다 총탄에 보내고 정신적으로 아파서 무당과 이상한 종교에 빠지는 건 이해하겠다. 근데 불쌍하다고 대통령 뽑아주는 건 아니었다. 환자는 병원으로 보내야 맞는 거지. only****

나는 진짜 평소에 정치에 관심 없다. 정치인들 수많은 부정부패 관련 소식에 ‘정치인이 다 그렇지’라는 냉소적인 생각만 가지고 살아온 사람인데 이번 건은 정말 분노가 치민다. dond****

눈물만 나네요. 국민이 믿을 수 없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이런 개판에서 살아야 한다니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네요. wksw****

내가 이딴 나라 지키려고 손가락 부러지고 개고생 하면서 21개월 청춘을 갖다바쳤다는 게 참 기분 더럽다. vand****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헬조선이라며 이민 준비 중인데 너무너무 눈물이 나네요. wear****

아… 진짜 화난다 화난다 화난다. 국민들 미쳐 돌아가시기 전에 자리 내려놓고 수사에 자발적으로 임해라.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다. bada****

가진 놈들 세상이 어떤지, 그리고 그걸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걸 아주 개막장으로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들이 너무 불쌍하고 허무하다. 일벌백계 되지 않으면 이 상처는 치유되지 않을 것 같다. smhy****

가슴이 답답하고 화병이 생겼다. 이 나라가 싫어진다. leer****

근혜야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힘들고 아파해야 하니. wjdd****

이게 국가냐? 속에서 천불 나서 못 살겠다! cyjl****

대선 주자들은 국민의 분노를 다독이고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 제시해주세요. 국민은 살아야 하니까. heem****

11월이 되었네요. 지난 달까지 내가 낸 세금, 도대체 왜 내고 있는 걸까요. 누구한테, 누굴 위해서…. 피가 거꾸로 솟네요. 우리 마누라 겨울 옷도 아직 못 사줬는데…. eh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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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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