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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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박근혜·문재인 후보 간의 대선전이 뜨거울 때 박근혜 캠프 측에서 연락이 왔다.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주간조선 기사 중 반박과 정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정윤회·최순실 부부가 강원도 평창에 17만8500㎥(약 5만4000평) 규모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박근혜 후보와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해 기술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당시 주간조선은 한나라당 당직자의 말을 인용해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당시 박근혜 후보가 신촌로터리에서 괴한에게 피습당했을 때 박 후보가 입원했던 병실에서 간호를 한 사람이 최순실이라고 보도했는데, 박근혜 캠프 측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메신저로 찾아온 사람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었다. 대통령 연설문 등 중요한 문건들을 최순실씨에게 전해줬다는 의혹을 사며 지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때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처음 만나본 그는 캠프에서 준비한 반박 정정 보도문을 보여주면서 정윤회·최순실 부부와의 관계에 대해 알려진 세간의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당시 비선 의혹이 일고 있던 정윤회씨에 대해 “2004년 의원실을 떠난 후 우리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윤회씨와의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사수”라고 답했다. 자신을 박근혜 의원실 직원으로 뽑아 일을 가르쳐준 사람이 정윤회씨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입문 계기가 됐던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 당시 정윤회·최순실 부부가 대구에 아파트를 구해 박 대통령과 함께 숙식했다는 보도가 최근에 나온 바 있다. 이 선거 후 정윤회씨는 박근혜 의원실의 비서실장이 됐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2012년 대선 당시 정윤회씨가 운영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돌던 ‘강남팀’ ‘삼성동팀’ 등의 비선 조직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근혜 후보 삼성동 자택 인근에 박정희 대통령의 유품을 정리해둔 사무실이 있다고 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을 하다 보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집중이 안 된다며 가끔 삼성동 사무실에서 ‘페이퍼 워크’를 한다고 했다. 당시 그는 연설문과 보고서를 쓰느라 일에 파묻혀 지낸다고 했다.

선관위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의원들의 지출 내역을 분석해본 적이 있다. 후원금을 허투루 쓰는 게 있는지 찾아보자는 취지였는데 회계상으로는 크게 문제되는 걸 발견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박근혜 의원실의 자료를 훑어보다가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의원실 직원들을 위한 명절 떡값, 선물비, 야근 부식비 등으로 돈이 쏠쏠하게 나간 게 눈에 띄었다. 다른 의원실과 달리 이런 용도의 지출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 당시 박근혜 의원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의원님이 우리를 가족처럼 챙겨준다”며 “마음 씀씀이가 남다르다”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을 18년간 따른 문고리 3인방이 진짜 가족 같았을지 모른다. 2012년 12월 2일 문고리 중 한 명이었던 이춘상 보좌관이 지방유세 지원을 다녀오다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 박근혜 후보는 하루 동안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유세장에서의 율동과 로고송도 금지시키며 애도를 표했다. 박 후보는 당시 영결식장에서 자주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정호성 전 비서관을 포함한 이들 문고리 참모들은 충신일까 간신일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충신이겠지만 훗날 평가는 그럴 것 같지 않다. 박 대통령과의 상하 관계에서 이들에게 바른 판단과 직언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 무리일지 모른다. 너무 과도한 권한을 부여받아 열심히 일한 것이 이들의 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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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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