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김성규
일러스트 김성규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 “들어본 적 없습니다”….

지난 12월 7~8일 열린 1·2차 최순실국정농단 청문회는 거짓말 퍼레이드였다. 재벌총수나 정치인, 참고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엇비슷한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었다. 증인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불리한 의혹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물거나 부인했다. 특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60여차례에 걸쳐 “모른다” “아니다” “만난 적 없다” “그런 적 없다”고 회피해 ‘미꾸라지’ ‘오리발 실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완벽한 거짓말이란 없다. ‘말’이 아닌 ‘비언어적 단서’에는 거짓말의 숱한 증후가 숨어 있다. 입으로는 거짓말을 해도 증인들의 표정이나 몸짓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단서를 흘리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거짓말’의 저자 김형희 한국바디랭귀지연구소장은 “이번 청문회 증인 중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에 능숙하다”며 “만약 우리가 진실을 몰랐다면 청문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연기에 속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특히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에게서 거짓말의 전형적인 단서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짧은 대답, 거짓 미소, 무표정, 눈동자 좌우 이동, 입술 꽉 다물기, 일관된 목소리 톤 등을 거짓말의 단서로 꼽았다. 그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의 거짓말 전략은 다르다.

“50명의 거짓말 1083개를 분석했다. 거짓말을 할 때 남성은 말을 많이 하는데 반해, 여성은 말을 줄이는 경향이 강하다.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평균 15.2개의 단어를 사용했는데, 여성은 5.2개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눈동자 좌우 이동, 눈 깜빡임 증가, 침 삼키기, 의미 없는 소리(쩝~, 쓰~, 어~), 몸 앞뒤로 움직이기, 긴 침묵 시간 등의 단서를 보이는데, 여성은 미소, 무표정, 목소리 톤 올라감, 입술의 비정상적인 움직임 등의 단서를 보인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서도 이런 단서가 발견된다. 소위 ‘팩트 깡패’로 불리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거 영상을 내밀 때였다. 내내 안정된 표정과 음성으로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 실장은 박영선 의원의 물증 앞에서 무너져내렸다. “최순실을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던 김 실장에게 박영선 위원이 그가 위증을 하고 있다는 결정적 영상을 보여주자 당황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 영상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모습을 담은 것으로, 김기춘 실장은 박근혜 후보가 최순실씨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할 때 박근혜 캠프 법률자문위원장으로서 맨 앞에서 지켜봤다. 이 영상을 들이밀자 김 실장은 몸을 앞뒤로 움직이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또한 짧은 대답으로 일관하던 그는 말을 더듬으면서 “지금, 저, 최순실, 죄송합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며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제가 이제 보니 못 들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라며 말을 정정했다. 그리고도 계속 “최순실이라는 사람과 접촉은 없었습니다. 정윤, 정윤회도 모릅니다. 정윤회와 접촉한 일이 없습니다”라며 말을 계속 보탰다. 탁자 위의 볼펜을 만지작거리고 종이를 들었다 놨다 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문회장에서 립밤을 바르는 영상으로 화제가 됐는데, 입술이 마르는 것도 거짓말의 단서가 될 수 있다. 몹시 긴장한 상태에서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기 때문이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라”는 우리 속담은 일리가 있다.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면 긴장하게 된다. 거짓말하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앞뒤 계산을 한 후 말을 해야 하므로 인지적으로 생각에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뭔가를 꾸며내야 할 때 우리의 뇌는 많은 일을 한다.

김형희 소장에 의하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이는 거짓말의 단서는 ‘안면비대칭’이라고 한다. 좌측 얼굴은 우뇌, 우측 얼굴은 좌뇌의 통제를 받는데, 우뇌는 언어·분석·이성적 사고를, 좌뇌는 감정·비언어적 영역·직관을 담당한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안면비대칭은 이 둘이 충돌할 때 보이는 증후다. 손으로 코를 만지거나 입을 막는 행위 또한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는 돌발행동으로 거짓말의 단서가 된다. 안면비대칭은 거짓말 전과 후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사기범죄 비율 OECD 1위

“입만 열면 거짓말!” 이번 청문회를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처럼 “한국인은 거짓말을 잘한다”는 속설이 이전부터 있어왔다. 이는 비단 속설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한국이 ‘세계 1위의 거짓말 공화국’이라는 통계가 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범죄 대비 사기범죄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기범죄가 무려 27만4086건이었다. 하루 750여건, 1시간에 31건의 사기범죄가 발생한다는 통계로, 2분마다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일본의 3만8302건보다 7.2배 많은 수치다. 인구대비 범죄 비율을 생각하면 한국인의 사기범죄 비율은 훨씬 더 높다. 하지만 이 비교에는 국가 간 사법문화의 차이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치의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역사에서도 ‘한국인은 거짓말쟁이’라는 기록이 있다.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은 ‘하멜표류기’에서 “조선인은 남을 속이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남을 속이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잘한 일로 여긴다”고 했다. 정반대 평가도 있다. 일본 작가 도요타 아리쓰네는 “한국인은 솔직하고 성급하여 스파이로 적절하지 않다”고 했으며, 일본의 기업인이자 작가 모모세 다다시는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에서 “한국인은 솔직하고 조급하여 치밀한 일본인에게 백전백패다”라고 했다.

과연 한국인은 거짓말을 잘할까? 만약 그렇다면 한국인의 거짓말은 타고난 것일까, 길러진 것일까? 또 한국인은 왜 거짓말에 관대할까? 외국에는 거짓말 관련 통계도 많고 연구서적도 많지만 한국에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드물다. 최근에 김형희 소장이 낸 ‘한국인의 거짓말’이 한국인의 거짓말을 본격적으로 파고든 거의 유일한 연구다.

거짓말 관련 연구가 가장 활발한 나라는 미국이다. CIA, FBI 기관 출신의 거짓말 전문가들이 거짓말에 대한 교육을 다방면으로 하고 있고, 연구서적도 수두룩하다. 행동경제학계의 권위자인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교수가 쓴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에 의하면 거짓말을 잘하는 민족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미국인이나 중국인 등은 엇비슷한 수준의 거짓말을 했다. 과학자들 역시 거짓말의 유전자를 따로 밝혀내지는 못했다.

주간조선은 이와 관련된 조언을 해줄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일치했다. 한국인이 다른 민족에 비해 거짓말을 더 잘한다고는 볼 수 없으며, 거짓말은 “타고나는 것보다 길러지는 면이 더 많다”고 입을 모았다. 5년 동안 거짓말을 연구해온 김형희 한국바디랭귀지연구소장은 한국인이 거짓말쟁이로 비쳐지는 것을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본다. 거짓말은 식민지 시대를 살아낸 민족의 상처인 동시에 가파른 경제성장이 빚어낸 생존방식이자 부작용이라는 시각이다. “그간 한국은 거짓말을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적 분위기가 있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고, 아직도 생존해 있다. 그들의 자녀 또한 누군가를 일단 의심할 것을 배우면서 컸고, 그렇게 자란 세대가 지금 인구구조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은 속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고, 동시에 속여서 살아남았던 거짓말쟁이의 후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나미 서울대 의대 겸임교수(이나미정신분석연구소장)도 거짓말은 식민지배를 겪은 민족의 특징으로 설명했다. “식민치하의 국민은 국가의 공권력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공권력은 존중해야 할 대상인데, 식민치하의 국민은 지배층의 공권력을 진심으로 존중할 수 없다. 존중하는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교수는 또 “억압과 독재를 겪은 나라는 시민사회 의식이 늦게 발달한다”고 말했다. “같은 유럽이지만 독재를 오랫동안 겪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직업윤리 의식 발달이 늦다. 독재국가에서는 자발적으로 양심과 죄의식을 만드는 데에 혼돈이 온다.”

이 인식에는 “거짓말은 후천적인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나미 교수는 “도덕 개념은 양육 과정에서 자란다. 양심이나 죄의식 등은 후천적으로 심어주지 않으면 선천적으로 자라기 힘들다”고 했다. 김형희 소장도 “거짓말은 학습 효과다. 유아기나 아동기에 부모로부터 학습되며, 청소년기에 거짓말이 더 정교해진다”고 지적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성인이 되어서도 거짓말이 나쁜 것이라고 깨닫기 어려운 구조를 지녔다. 공적인 영역에서 거짓말을 한 사람들의 성공 케이스가 널렸기 때문에 ‘저렇게 해야 성공하는구나’라는 인식을 받기 쉽다. 법무법인 ‘강남’의 이재순 변호사 역시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면이 많다”며 “상층부가 공공연하게 거짓말을 해왔고, 거짓말을 한 사람이 엄단되지 않고 이기는 상황이 쌓여왔기 때문에 ‘거짓말 못하는 사람이 바보’ 식의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상층부의 거짓말 내지 부패를 “어려운 분위기에서 경제성장을 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경제성장 당시 시카고학파의 불균형 성장이론을 받아들였다. 한쪽을 밀어줘서 수요를 창출한 후 나머지 부분이 따라오게 하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으로, 강력한 정부와 약간의 부패가 동반된다. 이로 인해 지도층의 부패가 필요악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관대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탈세와 정치부정, 부패 같은 사회의 규범을 어기는 풍조가 만연한 사회일수록 개인의 정직성도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학술지 ‘네이처’ 3월 24일자에 따르면, 영국 노팅엄대학의 연구자들이 사회의 정직성이 개인의 정직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나라의 정직성과 국민의 정직성이 대체로 같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세대가 썩었으면 자라는 세대도 별수 없다는 말이다.

닉슨 대통령 하야를 보도한 뉴욕타임스.(1974년 8월 9일자) 닉슨의 하야는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보다 거짓말이 치명타가 됐다.
닉슨 대통령 하야를 보도한 뉴욕타임스.(1974년 8월 9일자) 닉슨의 하야는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보다 거짓말이 치명타가 됐다.

20세기 이후의 현상

우리나라 법의 기준이 높은 것도 거짓말 공화국을 부추겼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키기 어려운 법을 만들어 놓고, 이를 통치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거짓말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순 변호사의 말이다.

“한국의 법은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지키기 어렵다. 편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면이 많다. 그렇다 보니 법을 어기는 사례가 많고, 어긴다고 해도 크게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다. 미국은 반대다. 법의 기준이 낮은 대신 위반하면 엄단한다.”

이 변호사는 선거법과 로비, 규제를 과도한 법률의 대표적 예로 들었다. 미국의 선거법에 의하면 누구나 다 원하는 사람을 지지하고 후원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선거법을 곧이곧대로 지키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세계 기준과는 다른 한국적 기준을 다 지키면 국내에서 기업을 하기 어렵다는 것도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로비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합법적 로비가 어렵다 보니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편법이 판을 치게 된다. 이 변호사는 “법과 제도를 현실에 맞게 뜯어고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만화 ‘먼 나라 이웃 나라’ 시리즈의 저자인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 또한 한국인의 거짓말을 20세기 이후의 현상으로 본다. 문명사적으로 봤을 때 다민족 국가일수록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단일민족은 솔직한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은 피해자의 역사가 남긴 흔적이라고 한다.

“다민족이 섞여 사는 나라일수록 진심을 얘기하지 않는다. 공통분모가 적기 때문에 자기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단일민족은 진실이 통한다. 같은 유럽 국가여도 독일인은 프랑스인이나 이탈리아인들과 다르다. 대부분이 게르만 계통인 독일인들은 솔직한 편이지만 프랑스, 이탈리아인들은 속 얘기를 잘 안 한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역사였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피해자는 ‘내가 이 얘기를 했다가 무슨 손해를 볼까?’를 생각하게 된다.”

이원복 총장은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한다기보다 진실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과거 선비정신이 투철했던 조선시대에는 달랐다. 자결을 한다든지 하는 선비의 꼿꼿함이 있었다. 한편 일본인들도 속마음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 속 다르고 겉 다르다는 의미에서 ‘혼네’와 ‘다테마에’로 구별해서 말한다. 하지만 이들끼리 통하는 방법이 있다. 말하는 사람이 A라고 하면서 B를 생각하면 듣는 사람도 A를 B로 알아듣는다. 그러나 한국인은 A를 말하면 A인지 B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한국 정치가 어렵다.”

거짓말쟁이 힐러리의 패배

거짓말 공화국의 반대는 신용사회다. 신용사회의 대표적 국가로는 미국을 꼽는다. 미국인은 정직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번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긴 것을 두고 “정직을 중시하는 미국인의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거짓말쟁이 힐러리’ 대 ‘술 취한 삼촌 트럼프’의 대결에서 거짓말쟁이가 졌다는 분석이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하야 역시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덮고 은폐하려 거짓말을 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미국인들은 거짓말쟁이 대통령에게 관대하지 않다. 닉슨 대통령이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대신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라며 변명과 은폐로 일관하자 의원들이 하나같이 등을 돌렸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빌 클린턴이 탄핵 위기에 몰렸던 것도 마찬가지다.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자체보다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탄로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신용사회에서 고의적인 거짓말은 치명적 범죄다. 미국인은 신용이 생명이다. 미국에서 ‘신용카드’는 아무에게나 발급하지 않는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경제적으로 신용할 만한 사람에게만 발급한다. 대신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은 확실한 사회적 신용을 받는다. 미국 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은 “미국인은 잘 속는다”라는 말에 대체로 동의한다. 내가 거짓말을 안 하니 남의 말도 쉽게 믿는다는 것이다. 대신 한번 거짓말을 하면 끝장나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이 발각되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미국 비자발급 심사 시 범죄기록을 숨기거나 입국거부 심사 이력을 속였다가는 영원히 미국 땅을 못 밟게 될 수 있다. “모든 질문에는 일단 솔직히 인정해야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사회를 잘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충고다.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은 “일본과 독일인들이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 것 역시 거짓말이 들통나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일단 아니라고 오리발 내밀고 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들통나도 거짓말쟁이에게 관대한 분위기도 있다. 거짓말을 정교하게 잘하는 후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기꺼이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이 얼마나 많았나. 거짓말에 관대한 데에는 거짓말쟁이를 엄단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분위기도 있다. “속은 놈이 잘못이지”라는 시선이 만연하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 말로 정직성에 딴지를 걸기도 하고, “적당히 남을 속일 줄 알아야 성공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 거짓말이라는 것이 밝혀져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뻔뻔한 태도로 오히려 방귀 뀐 놈이 성 내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데에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깔려 있다.

거짓말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지만 더 이상 사회 분위기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대변혁의 변곡점에 서 있다. 메시아 같은 강력한 지도자나 영웅이 나타나길 바라는 국민정서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지만 그보다 먼저 구성원 개개인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 전체의 인식이 개선될 수 없다. 칼 세이건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구분하는 비밀은 비판적 사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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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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