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하면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사진은 거짓말탐지기로 거짓말 여부를 가리는 장면. ⓒphoto www.skepdick.org
거짓말을 하면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사진은 거짓말탐지기로 거짓말 여부를 가리는 장면. ⓒphoto www.skepdick.org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크고 작은 거짓말들이 오간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 평균 1.5회씩 거짓말을 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도 10분 만에 거짓말을 3번이나 한다고 한다. 예의상 하는 하얀 거짓말, 악의적인 새빨간 거짓말, 또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얼굴색 변화 하나 없이 거짓말하는 ‘강심장’도 있다. 그렇다면 주로 어떤 사람들이 거짓말을 잘할까. 또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의 유전자는 따로 있는 것일까.

부모의 80%가 자녀에게 거짓말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와 같은 사회적·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더 잘한다고 한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사회심리학과 폴 피프 박사팀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일수록 도덕적·윤리적 책임감이 떨어지고 거짓말을 더 잘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적이 있다.

연구팀은 컴퓨터로 주사위 놀이를 하게 해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에게 현금을 주는 실험을 했다. 주사위를 다섯 번 던져 나온 숫자를 합산하는 방법인데, 총합은 모두 12가 나오도록 미리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실험 참가자는 195명. 이들 가운데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상류 계층에 속하는 31명의 참가자가 12보다 높은 숫자를 대며 거짓말을 했다.

연구팀은 또 다른 실험을 했다. 복잡한 사거리에서 운전자의 행동을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차량 152대 가운데 값비싼 고급 승용차일수록 교차로에서 차례를 지키지 않고 끼어들기를 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고급 차를 타는 운전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무시하고 먼저 지나치려고 속력을 내는 경향을 보였다. 상류 계층일수록 도덕적·윤리적으로도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였다.

실험 책임자인 피프 박사는 “권력과 부의 풍족함이 그들에게 자유로운 사고와 독립성을 부여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권력층이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윤리적 행위나 비리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비단 상류 계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코넬대학과 매디슨-위스콘신대학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는 연예인들 역시 거짓말을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체 사이즈에 대한 거짓말을 잘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몸무게에 관한 거짓말이 가장 많았다. 여성은 평균 3.9㎏, 남성은 0.7㎏을 줄였다. 또 50% 이상은 키, 20%는 나이를 바꿨다. 전문가들은 ‘이상적인 몸매의 소유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이상적인 수치에 맞춰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거짓말을 잘하는 부류 중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존재가 바로 ‘부모’다. 캘리포니아대학 게일 헤이먼 교수는 학생 130명과 그들의 부모를 조사한 결과 부모의 80% 이상이 자녀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의 행동 중 부모의 거짓말만큼 모순된 것도 없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거짓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치면서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매일 반복한다. 이를테면 세 살배기 어린아이에게 “7시에 자는 것은 법이다. 늦게까지 자지 않는다면 감옥에 간다”라고 하거나 “신발을 신지 않고 밖에 나가면 경찰이 잡아간다” 같은 거짓말을 한다. 자녀들을 통제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다.

그러나 거짓말의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녀에게 거짓말이 가장 나쁘다고 말해 놓고 부모가 거짓말을 한 사실을 자녀가 깨닫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린이가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 것인가를 배워야 하는 시점에 혼란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헤이먼 교수는 지적한다. 하얀 거짓말들도 자주 하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뢰 관계가 약화될 수 있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병적으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어떤 상태에 놓일까. 병적 거짓말 환자를 꼼꼼히 분석하면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위기 상황만 되면 뇌에서 충동조절물질인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돼 순간적으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다음은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러지 않으면 안달이 나서 못 견디는 사람, 마지막으로 거짓말을 지어내 떠벌리면서 말하는 자신도 그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거짓말이나 망상을 현실과 혼동해 사실로 믿어버리는 증상을 ‘공상 허언증(虛言症)’ 또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한다.

유전자 결정론자들은 습관적·병적 거짓말을 대부분 유전적 소질 때문으로 보고 있다. 흥미롭게도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뇌에서는 생물학적인 특징이 나타난다. 영국정신의학저널에 소개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과 야링 양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서는, 병적인 거짓말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한 사람들은 일반인보다 뇌의 앞부분인 전전두엽 영역에 백질이 22〜26%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말쟁이의 전전두엽은 다르다

뇌는 회백질과 백질로 이뤄지는데 바깥쪽에 있는 회백질은 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반면 안쪽의 백질은 받아들인 정보를 다시 꺼내 뇌의 다른 영역으로 보내거나 새로운 정보로 재구성한다. 전전두엽은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등 고도의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차례 거짓말을 하는 동안 들통나지 않으려면 전에 했던 거짓말을 떠올려 앞뒤 정황을 비교해 할 말을 찾는 게 필수다. 이 일은 전전두엽에서도 주로 백질의 몫. 때문에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의 백질이 넓다.

거짓말이 잦아질수록 양심의 가책도 덜 느끼게 된다는 것 또한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영국 런던대학 심리학과 탤리 샤롯 교수팀이 거짓말이 계속될수록 두려운 기억을 저장하는 뇌의 편도체 활동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 자극이 적어지다 보니 점점 더 거짓말을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 경우, 사람이 느끼는 긴장감은 자율신경에 의해 지배된다. 자율신경은 소화기관의 운동처럼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응하는 신경이다. 사람이 밥을 먹으면서 ‘나는 절대 소화하지 않을 테야’라고 아무리 의지를 드높여도 위와 장은 음식을 소화한다. 위장 운동이 자율신경계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거짓말을 하면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높아지는 정도가 다소 적을 수는 있어도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낮아지는 일은 없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거짓을 말할 때 ‘나’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 반면, 진실을 말할 때는 여러 번 ‘나’라는 단어를 쓴다. 이는 거짓말쟁이들이 심리적으로 자신을 거짓으로부터 떼어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거짓말을 탐지할 때 표정이나 행동의 변화를 중요하게 볼 것 같지만 사실은 이야기의 스토리나 말투에 더 집중한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누구나 피노키오처럼 코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코 안의 혈관 조직이 팽창해서 충혈되고, 코가 간지러워져 무의식적으로 긁거나 만지면서 크기가 점점 커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거짓말을 할 때는 코를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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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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