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사건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의 무한한 가능성에 감탄한 한 해였다. 바둑 천재 이세돌 9단 vs 알파고 대결에서 인공지능이 승리를 거두었고,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에서 인공지능인 IBM의 왓슨이 인간을 누르고 퀴즈왕으로 등극한 데 이어, 올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이 EBS 장학퀴즈에 참가해 인간 퀴즈왕 4명과 맞대결을 펼친 끝에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정보를 이해·판단하고, 더 나아가 추론에 창의성까지 발휘하게 되자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을 거라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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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딥러닝이 낳은 걸작품, 알파고

많은 사람들은 알파고가 로봇이라고 생각한다. 알파고는 사람이나 로봇처럼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딥러닝(deep learning)’이 낳은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딥러닝은 인간의 신경망을 본뜬 인공신경망을 통해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컴퓨터가 주어진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분석해 의미를 찾아내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뜻한다.

딥러닝은 출력과 입력 사이에 겹겹이 층(layer)을 쌓아 사물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신경망 형태의 구조를 만들어간다. 먼저 컴퓨터에 투입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해 특정지도를 형성한다. 아주 작은 특징부터 큰 특징까지 추출한다.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쳐 특징을 추출하는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 알고리즘을 통해 상위계층으로 올라갈수록 어려운 내용을 학습할 수 있다.

구글은 딥러닝 소프트웨어인 알파고에 프로바둑기사의 대국 기보(碁譜) 3000만건을 입력한 뒤 알파고 스스로 대국하는 경험을 쌓게 했다. 이 같은 학습능력 덕분에 사람이 바둑 규칙을 일일이 입력하지 않았음에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이다.

지난 11월 15일, 구글은 또 인공신경망 번역(NMT) 기술을 적용한 한국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터키어 등 8개 언어 번역 서비스를 내놓았다. 기존의 구글 번역은 문장이 들어오면 단어나 구로 나눠서 과거에 사람이 번역해 놓은 문서에서 어떻게 번역됐는지 통계에 따라 번역 결과를 내보내는 통계적 기법을 이용했다. 하지만 인공신경망 번역기는 문장을 통째로 받아들여서 학습된 결과에 따라 번역문을 내놓는다. 새롭게 등장한 이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를 이용해 보면 꽤 자연스러운 문장이 도출돼 깜짝깜짝 놀랄 정도. 구글은 총 103개 언어를 인공신경망으로 번역할 계획이다.

 ⓒphoto si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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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료ㆍ금융ㆍ범죄 해결까지, 수퍼컴퓨터 왓슨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의료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은 IBM이 만든 수퍼컴퓨터 ‘왓슨(Watson)’. 왓슨은 현재 의료와 과학, 금융, 범죄 해결에까지 활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왓슨은 200명의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법을 제시했는데 그 정확도가 82.6%에 달했다. 이는 2013년 10월부터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머신 러닝을 통해 백혈병 환자 진료에 관한 지식을 학습해 얻은 결과다. 올해 새로 개발된 뇌졸중 분석 알고리즘은 불과 5분의 1의 시간 만에 전문의의 90% 이상의 정확도로 뇌졸중을 판별하고 있다.

왓슨은 방대한 진료 기록을 읽고 요약하여 의사에게 전달하는 일뿐만 아니라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한다. 환자의 나이, 성별, 인종, 질병 경력, 가족관계 및 가족의 질병 경력 등 각종 정보를 파악한 후 다양한 치료 방법 중 어떤 유형의 치료가 더 효과적인지, 부작용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총체적 진단 결과를 제시한다. 인공지능이 일반인의 범주를 넘어 전문가의 영역을 넘볼 정도까지 이른 것이다.

 ⓒphoto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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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글의 자율주행차, 2025년엔 도로를 달린다

멀고 먼 이야기 같았던 자율주행차도 어느새 현실 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월 13일(현지시각) 구글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각장애인이 페달 없는 자율주행차에 탑승해 시험 운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구글이 가장 앞서 있는 상태. 2009년 이후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구글은 그동안 주로 시내 도로에서 370만㎞ 이상의 시험 주행을 해왔다. 자율주행 기술은 센서를 통해 상황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판단’한 후, 조향과 제동 등으로 차를 적절히 ‘제어’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은 2020년 전후, 시내처럼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는 2025년에서 2030년 정도면 상용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4 대화하는 채팅봇, 스스로 검색과 예약까지

요즘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이 대세다. 채팅봇이 바로 그것. 채팅봇은 메신저로 인간처럼 대화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그냥 대화만 하는 게 아니라 친구와 채팅을 하면서 은행 송금, 쇼핑 물품 검색, 항공권 예약 등의 업무를 단번에 할 수 있다. 쇼핑·금융 등의 앱 기능을 대화창에 합친 다기능 메신저인 셈이다.

페이스북은 메신저 앱에 채팅봇을 적용하여 뉴스나 날씨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비롯해 비즈니스용으로 인공지능 비서 ‘M’ 기술도 선보였다. 물건 구매나 선물 배달, 레스토랑 예약, 여행 일정 짜기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비서다. 이를테면 해당 채팅봇이 이용자에게 ‘무엇을 사고 싶으세요?’라고 물을 수 있고, 이용자는 ‘신발이요. 근데 배송은 얼마나 걸려요?’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러면 채팅봇이 질문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답을 해주는 완전 자동식이다. 또 이용자가 메신저로 이번주 목요일 오후 6시에 인원 5명이 함께할 뉴욕 시내의 스파게티 집을 찾아 예약해 달라고 하는 등의 업무를 인공지능 비서 ‘M’에게 메시지로 시킬 수 있다.

네이버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 ‘톡톡’도 고객들과 쉽게 소통하도록 제공하는 일종의 채팅 서비스다. 톡톡을 이용하면 고객의 웬만한 질문에는 채팅봇이 알아서 답해준다. 상품재고, 옵션, 가격정보를 알려주고 주문까지 받는다. 이처럼 굵직한 테크 기업들이 채팅봇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모바일 환경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통로가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문자 메시지와 메신저를 가장 편안한 대화법으로 생각한다. 수년 전만 해도 상상에 그쳤을 이런 기술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photo steem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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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간의 뇌를 넘어서는 시점, 싱귤래러티가 온다

미국의 물리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29년쯤이면 인간의 뇌와 성능이 다름없는 기계지능이 나타나고, 2045년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지르는 특정 시점(특이점)’인 싱귤래러티(Singularity)가 온다고 예언하고 있다. 여러 단계를 쌓아 올라가다 보면 사람만큼 영리한 지능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물론 아직은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에 사람의 손길이 더욱 필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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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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