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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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오후 부산 수영구 한 카페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마주 앉았다.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가하고 있는 그는 이날 부산·울산·경남 경선 투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3월 25~26일 치러진 호남 경선에서 압도적 득표율(광주·전남·제주 60.7%, 전북 72.6%)로 1위를 차지한 그는 자신의 고향인 부산과 경남에서도 1위를 자신하는 듯했다. 실제 이날 밤 개표 결과 그는 부산·울산·경남에서도 74.5%의 득표율로 3연승을 이어갔다.

최근 그의 연설을 들어보면 종전의 가늘고 높은 톤에서 굵고 낮은 음색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대면해 보니 그의 말에도 날이 서 있었다. 그의 날 선 말들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있었다. 5년 전 야권 대선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상대방을 향해 그는 강한 승부욕을 내보였다. 그는 “내가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이번 대선은 안철수·문재인 양강 구도로 치러지고 결국 내가 승리할 것”이라며 자신이 왜 비교우위에 있는지를 조목조목 짚었다. 지난해 총선 때 ‘야권 분열=필패’라는 공식을 뚫고 3당 체제를 만들어낼 때처럼 그는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 어제 더불어민주당 호남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6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호남 유권자들은 국민의당 경선에서는 안 전 대표에게도 몰표를 줬는데 호남 민심을 어떻게 해석하나. “9만명이나 현장 투표했던 우리의 호남 경선에는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참가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도 어린아이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들을 많이 만났다. 아이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열망 아니었겠나. 반면 민주당은 어떻게 보면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참여자들 위주의 경선이었다. 우리와는 성격 규정이 완전히 다르다.”

- 문재인 캠프 측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해 ‘호남의 스페어타이어’라는 표현을 썼는데. “오랜만에 저쪽에서 맞는 표현을 한 것 같다.(웃음) 내가 스페어타이어면 문 후보는 폐(廢)타이어라고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 지난 1월 초부터 이번 대선이 ‘안철수와 문재인 양강 구도’로 간다고 강조해왔는데 그런 자신감의 근거가 뭔가. “객관적 사실과 역사적 흐름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이번 대선은 어떤 후보가 나오든 결론은 정권교체다. 지난 총선 때 다당제가 시대적 흐름이었듯이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가 시대적 흐름이고, 반드시 나와 문재인 대결로 간다.”

그는 지난 총선 때 다당제가 시대적 흐름이었다는 확신을, 한 지역구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얻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총선 때 지역구 주민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한 어르신이 ‘평생 새누리당만 찍어왔다’고 하길래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답이 ‘믿을 수 없는 민주당보다 익숙하게 실망감을 주는 새누리당을 찍는다’였다. 그때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40% 지지층이 콘크리트가 아니고 대안이 없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젠 다당제로 가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총선 때 야권이 분열되면 새누리당이 200석이 넘는다고 난리들을 쳤지만 결국 나는 신념을 갖고 돌파했고 3당 체제를 만들어냈다. 나는 이번 대선도 정권교체가 시대적 흐름이라고 믿는다.”

- 그럼 두 사람을 제외한 다른 당 후보들은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번 대선에서는 의미가 없다. 문재인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안철수다.”

- 문재인 캠프에서는 양강 구도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이 보수당과 후보 단일화 협상을 하는 등 ‘야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지난 총선 때처럼 결국 국민과의 연대를 통해 양강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제는 정치인들이 미리 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판을 만들어주면 정치인은 따라가는 시대다. 정치인들이 정치공학적으로 판을 만들고 국민들 보고 따라오라고 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탄핵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정치인들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꽂으면 되는 막대기로만 보고 덧셈 뺄셈을 하는데 국민들은 정치인들 머리 꼭대기에 있다.”

- 국민의당 후보가 되면 보수당 쪽에서 연대나 단일화 요구가 올 것으로 보이는데. “내가 3원칙을 이미 분명하게 밝혔다. 특정인 반대를 위한 공학적 연대와 정치인들만을 위한 무원칙한 연대, 그리고 탄핵 반대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연대에는 반대한다.”

- 그렇다면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연대와 단일화 협상에는 참가할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데 그래도 양강 구도가 이뤄질 수 있다고 자신하나. “그렇다. 나는 자신감이 있다.”

- 국민의당 후보가 된 후에도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때도 단일화 협상에 응하지 않을 생각인가. “그런 상황은 오지 않는다. 대선 구도는 4자 구도에서 양강 구도로 갈 것이다.”

- 그런 양강 구도가 언제쯤 이뤄진다는 말인가. “4월 초 각 당 후보들이 정해지면 처음에는 내가 격차가 있는 2위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렇지만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급속하게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질 것이다.”

-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면 안희정 지지표 중 상당수가 안철수 지지표로 이동할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오는데 그런 상황도 염두에 둔 것인가. “물론 염두에 둔다. 대선 구도가 앞으로 요동칠 것이다.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으로 본다.”

그는 이번 대선과 관련해 자신의 예언들이 지금까지 100% 적중해왔다는 말도 했다. “인터넷에서 안철수 대선 예언만 모아놓은 자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 같은 걸 캡처해서 날짜까지 다 나오는데, 거기 보면 내가 우리 당 총선 의석 수를 35~40석으로 예언하는 것부터 나온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설 지나면 그만둘 것이라는 예언도 있다. 2월 10일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불출마도 예언했는데 40일 지나 그것도 현실화됐다. 이제 남은 예언은 안-문(安文) 양강 구도와 최종 승자가 안철수라는 것뿐이다.”

- 왜 양강 구도에 그렇게 집착하나. “친문(親文) 패권세력의 집권을 막는 것이 그만큼 절박하고 그걸 해낼 수 있는 게 나뿐이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계파 패권세력에 다시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 계파 패권세력이 뭔가. 끼리끼리 나눠 먹는 것 아닌가.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박근혜의 문제 플러스 계파 정치 때문이었다. 자기들끼리 나눠 먹으면서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지 않고 무능한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니까 나라가 이꼴이 된 게 아닌가. 계파 패권정치의 끝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다. 다시 한 번 나라를 계파 패권세력에 맡기면 우리는 남미처럼 추락한다.”

- 문재인 후보 측이 집권하면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반복될 것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친박 정권도 그래서 망한 것 아닌가. 문재인이 집권하면 친박에서 친문으로의 계파 교체지만 내가 집권하면 대한민국 정치의 주체 세력을 바꾸는 것이다.”

- 친문은 자신들이 친박과 같은 계파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익 추구 집단이 아니라 이념 집단이라는 주장인데. “동의하지 않는다. 본질은 같다고 본다.”

- 일각에서는 국민의당도 호남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판한다. 호남당이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안철수의 새정치가 발목 잡혀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총선 때 우리는 전국에서 골고루 표를 받았고 정당 득표율에서는 민주당을 앞섰다. 앞으로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각 당은 대선주자 중심으로 재편된다. 나는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에서 인재를 등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문제를 푸는 데 적임자라면 문재인 캠프에 있는 사람들도 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당은 더 확장성이 있다. 만약 우리가 지역당에 국한돼 있다면 지금 여기저기서 같이 손을 잡자고 러브콜이 오겠나. 지금 국민의당 중심으로 모든 당이 연대를 얘기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제일 확장성이 많은 당이다.”

- 만약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돼 공동정권을 꾸리자는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이길 테니까.”

- 양강 구도 끝에 안철수가 문재인을 이길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가 뭔가. “선거는 구도와 인물, 그리고 정책이라고들 얘기한다. 나는 인물과 정책에서 문재인 후보를 이길 자신감이 있다. 대통령은 준비됐다고 시켜주는 게 아니라 시대가 요구해야 한다. 국민들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인물인지 판단해서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다. 시대정신에 맞는 사람은 문재인이 아니라 나다.”

- 현재의 시대정신이 뭐라고 보나. “나는 다섯 가지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직하고 깨끗한 리더십, 유능한 리더십,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십, 책임지는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 등이다. 정직하고 깨끗한지만 따져 봐도 나는 지금껏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그건 국민들이 다 안다.”

- 문재인 후보보다 정치인으로서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나. “정치인들의 유능함은 말로 주장해봤자 소용없다. 지난 정치 역정을 통해 어떤 성과를 이뤄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정치인의 종합 성적표는 선거다. 우선 지난 70년 한국 정치사에서 혼자 창당해서 40석 가까운 정당을 만든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데 현역 중에는 나밖에 없다. 나는 직접 출마한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해 당 대표로서 총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15석 안팎의 재보궐 선거까지 세 번의 전국적인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그 다섯 번의 선거 결과 재보궐 선거에서 한 석을 빼앗긴 것을 제외하면 다 이겼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의 선거 지휘 성적표는 어떤가. 궁금하면 찾아보길 바란다.”

이 대목에서 그는 “대통령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새로운 경험을 해보라고 시키는 게 아니라 국가대표들처럼 실력으로 점수를 따라고 시키는 것이다. 그전에 정치적 성과물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고 잘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 시대정신을 담은 다섯 가지 리더십 중 나머지는 어떤가. 왜 자신이 앞선다고 생각하나. “미래 대비 리더십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은 산업화·정보화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전문가들과 직접 토론해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컴퓨터도 잘 못 다루는 사람이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

지난 3월 26일 오후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 전북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두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 ⓒphoto 연합
지난 3월 26일 오후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 전북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두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 ⓒphoto 연합

그는 책임의 리더십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책임질 일, 잘못한 일은 국민께 항상 사과하고 책임져왔다고 강조했다. “나는 우리 당 리베이트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당을 살리기 위해 대표직을 내려놨다. 나는 정치인이 책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치를 하지 않을 때 대한민국 정치인의 가장 큰 문제로 본 것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책임지지 않고 버티다가 국민들이 나가떨어지면 계속 자리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안 바꾸는 게 대한민국 정치였다. 참모들의 책임도 결국은 리더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그는 지난 총선 직후 터진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을 ‘안철수 죽이기’로 규정했다. “한 달간 계좌추적을 해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는데도 언론을 통해 리베이트 받았다고 덮어씌웠지만 재판에서 관련자 전원이 무죄를 받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언급한 다섯 가지 리더십 중 문재인 후보는 몇 가지에 해당한다고 보나. “그건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다. 계파정치가 통합의 리더십은 확실히 아니다. 계파정치에 얽매이면 골고루 인재등용을 못 하고 결국 나라가 망한다.”

- 다선의원 입장에서는 안철수나 문재인이나 다 정치신인으로 비칠 텐데 결국 두 사람이 뭐가 다르다고 생각하나. “나는 국민들이 불러서 정치에 나섰다. 적어도 나는 국민들이 나를 왜 불렀을까 내내 고민해왔다. 그건 정치를 배우라고 부른 게 아니라 정치를 바꾸라고 부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 후보의 정치에 대한 자세에 대해선 내가 뭐라 말하지 못하겠지만 정책은 확실히 다르다.”

- 정책적으로 어떤 점이 가장 다른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문 후보는 아직도 정부가 다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건 20세기 사고인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정부는 민간의 자율성과 실력을 발휘하게 기반을 만들고 뒷받침하는 데 그쳐야 한다. 앞장서서 명령을 내릴 때가 아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더 그렇다. 1·2·3차 산업혁명 때는 한 가지 기술로 인한 혁명이기 때문에 미래가 예측가능했지만 지금은 첨단기술들이 융합해 혁명이 일어나는 시대여서 쉽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앞장서 끌고 가겠다고 하면 모두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는 일자리도 공공부문에서 80만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일자리 주체도 이제는 민간이다. 정부는 세 가지 기반만 만들고 지원하면 된다. 교육개혁을 통해 창의적 인재를 기르고, 과학기술혁명으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를 만들면 된다. 인재와 기술, 실력으로 성공하는 사회가 되면 민간에서 일자리는 저절로 만들어진다. 문재인 후보는 1970년대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이끌고 가려 한다는 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정부의 역할이 바뀌기 위해서는 조직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육부의 예를 들었다. “정부의 일하는 방식이 앞에서 끄는 게 아니라 뒤에서 미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정부 결정을 따라오라는 게 아니라 민간의 결정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부를 예로 들면 지금의 조직은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랑 교육지원처 정도의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장기 교육정책을 만들어내야 하고 정부는 지원만 하면 된다.”

- 대통령이 되어서 딱 한 가지 개혁만 허용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정경유착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 문제를 개혁함과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과거의 일 중에서는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헌재가 판결문에서도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고 강조했지만 앞으로는 대통령이 팔을 비튼다고 응하는 재벌들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대통령 탄핵이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권력기관의 힘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장치도 만들어야 하고, 전관예우의 뿌리도 뽑아야 한다.”

-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문재인 후보와는 많이 다르다고 보나.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TV토론을 딱 한 차례 했는데 그때 ‘김정일이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한테 사과를 했으니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도 좋으냐’는 질문이 있었다. 문 후보는 바로 재개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나는 안 된다고 답했다. 개인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당국의 공식 사과와 우리 국민에 대한 신변안전 보장을 약속해야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 알았는데 문 후보와 나는 안보관도 그렇고 차이점이 많다. 그런데 요즘 보면 문재인 캠프에서 자꾸 우리 정책을 베낀다. 정책만이 아니라 단어까지 베낀다.”

안철수 캠프에 따르면, 그의 기본적인 안보관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자강 안보’라고 한다. 해군·공군을 중심으로 한 첨단 전력 확보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즉 대북 제재의 끝은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우리가 원하는 조건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 문재인 캠프가 어떤 정책을 베꼈다는 건가. “그것도 인터넷 뒤지면 다 돌아다닌다.”

- 2012년 대선 때와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은데 스스로는 무엇이 가장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나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늘 그래왔지만 초심(初心)이 바뀌는 사람은 아니다. 정치하기 전에 쓴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지금 봐도 생각이 똑같다. 내가 ‘안철수연구소’를 처음 시작했을 때 4년 내내 은행에 돈 꾸러 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한 달만이라도 은행에 돈 꾸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러다가 회사가 잘돼 수십억원을 벌어 몇 달이 지났는데 가만히 보니까 내가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는 집도, 타는 차도, 자주 가던 아파트 앞 우동집도 다 그대로였다. 그때 돈으로는 내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다. 나중에 카이스트 교수를 할 때는 ‘무릎팍도사’라는 TV 프로그램에 나가 연예인 못지않은 명성을 얻었는데 그것도 나를 들뜨게 하지는 못했다. 나는 명성도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일찍부터 알았던 것 같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왜 저렇게 국회의원을 하고 싶어할까 소박한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국회의원 되고 나서 의문이 좀 풀렸다. 언젠가 한 대학 초청으로 학생들한테 강의를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강당이 폐쇄돼 강의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대학 소재 지역구 의원이 내가 강의 오는 게 싫어서 강당 문 닫으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들었다. 나는 국회의원 힘이 그렇게 센 줄 그때 처음 알았고 저렇게만 살면 누구나 국회의원 하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권력도 마찬가지다. 나를 바꾸지는 못했다.”

- 그럼 왜 권력을 좇으며 정치를 시작했나. “세상을 바꿔 달라는 국민의 도구로서 일하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정치는 적성이 아니라 소명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시작할 때와 비교해 바뀐 것이 있다면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졌다는 점뿐이다.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속속들이 경험하면서 열망이 더 강해졌다. 당 대표 두 번 하면서 지방선거, 총선 치를 때 여기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면서 지하 10층까지 내려간 경험도 해봤다. 나는 정치에 발을 디딘 후 압축을 넘어 농축 경험을 했다.”

- 직접 겪은 대한민국 정치의 바닥이 뭐였나. “(웃음) 그냥 못 볼 걸 봤다.”

- 정치가 적성이 아니라 소명이라고 했는데 이제 정치가 적성에도 맞나. “정치인은 나한테 의사, IT기술자, 벤처경영인, 대학교수 다음의 다섯 번째 직업이다. 나는 어떤 일이든 도중에 그만둔 적이 없다. 내가 하는 일의 끝장을 본 다음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곳으로 스스로 옮겨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치에서 끝장을 보고 싶다.”

그는 자신이 우유부단한 정치인으로 비친 것은 왜곡된 이미지라는 항변도 했다. “나의 진짜 모습하고 정반대되는 이미지가 우유부단하다는 것이다. 2012년에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결단을 거쳐 대선후보를 양보해줬는데 그걸 정치권에서 우유부단하다는 이미지로 덮어씌웠다.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서 대선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결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진짜 우유부단한 사람은 그런 결단을 하지 못한다.”

- 정치에도 자신감이 생겼다는 말로 들린다. “나는 내가 거쳐간 직업 모두를 항상 제일 어려운 일로 생각하면서 살았다. 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쳐드는 순간 실패가 찾아온다고 본다. 내가 지역구가 있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집에서 나와 매일 아침 중랑천변을 5~6㎞씩 뛰는데 1㎞ 앞의 목표를 생각하면서 뛰면 가도가도 끝이 없고 힘들어진다. 그냥 한걸음 앞만 보면서 겸손한 자세로 뛰어야 한다. 매순간 벽돌 쌓듯이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스타일이고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가 경선에서 압승을 이어가면서 2012년에 불어닥쳤던 ‘안철수 바람’이 다시 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확인한 건 ‘안철수 바람’의 1차 진원지는 바로 그 자신이라는 점이었다. 자기 확신에 찬 그가 유권자들의 마음에 다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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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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