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52호] 2017.04.10

다자 속 양강 승자는 누구?

5·9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지난 4월 4일 국민의당 경선을 끝으로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모두 확정됐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본선에서 맞붙게 됐다. 현 구도라면 이번 대선은 다자(多者) 대결 양상으로 치러진다.
   
   이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강(兩强)구도를 형성한 문재인·안철수 후보다. 향후 변수는 양강구도 속에서 막판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연대 가능성 정도가 남아 있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가 모두 대선을 완주할 경우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다. 문 후보의 견고한 지지율(40% 안팎)이 가진 힘이다. 그러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 대결이 현실화하면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당내 경선 흥행에 따른 ‘컨벤션 효과’와 반(反)문재인 기류의 반사이익까지 보태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자구도를 예상하는 이유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는 좌파와 우파 또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정권교체론에 힘입어 중도·진보 진영 주자 간 양강구도가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 후보가 유권자로부터 외면받는 현상이 대선 초반의 흐름이다. 보수 유권자 상당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공동책임을 보수정당에 지우고 있다. 그로 인해 보수 성향 후보 간 연대나 단일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치공학적 연대가 적폐(積弊)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현재 대부분의 정당들은 연대 시너지 효과보다 연대 시 선명성을 잃어 정치적 기반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다자 대결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할 수밖에 없다.
   
   정당의 뿌리가 같다는 점에서 연대 혹은 합당의 대상으로 먼저 주목받은 곳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다. 영남권에 기반을 둔 양당은 대선 과정에서 보수 후보단일화를 통해 진보 진영 후보에 맞서야 한다는 통합론을 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양당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감정적 발언을 주고받으며 간극이 더 벌어졌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바른정당을 향해 “우리는 바른정당과 이혼한 게 아니고 별거 중이다” “큰집(한국당)으로 돌아오라” “한국당에 친박은 없다”는 말로 러브콜을 보내왔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친박세력 정리에 대해서는 화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홍 후보는 “선거에서는 지게 작대기도 필요하다”면서 친박세력을 끌어안았다. 홍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4월 4일 대구·경북 선대위 발대식에서 “홍준표 정부가 들어서면 박근혜는 산다”고 발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참석했다.
   
   홍 후보는 자신을 비판하는 유승민 후보를 향해 “유 후보가 자꾸 시비를 걸면 지난 대선 때 이정희 의원 역할밖에 안 된다”는 힐난도 했다. 그는 또 바른정당을 ‘응석 부리는 아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당시 통진당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문재인 후보와 함께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정부 보조금을 받은 뒤 선거 막판 불출마를 선언해 ‘먹튀 논란’을 불러왔다.
   
   홍 후보의 최측근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홍 후보가 이미 당내에 친박은 없다고 선언했으니 친박 청산은 없다”고 말했다.
   
   “보수는 종북좌파 정권의 탄생을 막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들이다. 홍 후보도 친박세력의 핍박을 받은 사람이지만, 지금은 부차적인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함께 호남표를 나눠 먹는 구도는 우리에게 기회다.” 홍 후보는 이번 대선을 우파 대 좌파의 이념 프레임으로 끌고가고자 한다. 우파 후보인 자신과 좌파 후보인 문재인의 양강구도 속에서 안철수 후보의 중도표를 쟁탈하는 구도를 희망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는 지난 4월 4일 “홍 후보와 후보단일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바른정당 입장에서는 친박 청산을 거부하고 박 전 대통령을 끌어안겠다는 홍 후보와 함께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보수 진영 후보의 단일화를 통해 진보 성향 대선주자에 맞서야 한다는 여론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됐다. 보수 성향의 TK(대구·경북)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대선 초반인 현재는 1~2위를 안철수·문재인 후보가 차지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고 새누리당에서 분화했다. 새누리당에서 당명을 바꾼 한국당과의 차별화 전략은 장기적 관점에서 불리할 이유가 없다고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그래서 당 내부에서는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 등을 염두에 두고 대선을 완주하는 게 당이 사는 길이라는 주장이 팽배하다. 새 보수의 싹을 틔우자는 자강론(自强論)이다. 유 후보는 최근 “한국당은 변한 게 하나도 없고, 홍 후보는 자격이 없는 부끄러운 후보”라고 비판을 가했다. 홍 후보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계류 중인 사실을 거론하며 ‘무자격자’로 몰아붙인 것이다. 홍 후보는 지난 2월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이 항고해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유 후보와 가까운 이혜훈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로서는 시간적 제약이 너무 아쉽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바라보고 합리적 보수정당의 길을 가야 한다는 현실적 고민을 하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각자 이번 대선을 치른다면, 보수우파 진영은 한동안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여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성향의 정치분석가 A씨는 “대선 이후 보수의 재편을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양당이 합친다 한들 현재로선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각자 대선을 완주한다 해도 결국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홍준표, 유승민이 2선 후퇴하게 될 것이다. 그때 보수를 하나로 묶을 새로운 인물이 나오게 될 것이다.”
   
   
   국민의당+바른정당?
   
   보수 성향 정당의 결합이 무산될 경우 이번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후보 간 연대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지금처럼 문재인 후보와 박빙의 구도를 유지한다면 안 후보가 승리를 위해 선거 막판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국민의당은 국회의원 의석 수 39석의 소수정당이다. 또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정권을 잡은 뒤에도 연대한 정당과의 협치(協治)를 통해 국정운영의 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이 중도진보 성향의 국민의당과 선거연대를 하는 모양새는 거부감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양당은 공히 “연대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이번 대선에서 연대나 단일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국민의당을 향해 “민주당 2중대”라고 비판하며 한국당과의 ‘진짜 보수’ 논쟁을 시작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각자의 길을 가는 이면에는 막판 후보단일화가 실현될 경우 각 후보의 지지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만 단일화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의 고민은 호남의 지지세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보수와 손을 잡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자칫 호남표를 문재인 후보에게 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호남 표심은 40 대 40 정도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양분한 상황. 과거 호남 유권자들이 선거 막판 “당선될 후보에게 몰표를 던져왔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국민의당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도 국민의당과 손잡을 경우 보수의 주도권을 한국당에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호남과 손잡은 바른정당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밀 경우 대선주자도 내지 못하는 정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년 지방선거 전에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 그래서 바른정당도 일단은 독자적으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거 막판 양당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른정당의 경우 복수의 국회의원이 “국민의당과 연대 가능성에 대한 끈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정치적 상황 변화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언제든 연대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다자구도서 골든 크로스 가능할까
   
   이번 대선은 과거와 달리 정당 간 연대 또는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정치평론가가 다수다. 각 정당이 처한 현실과 공학적 연대의 시너지가 크지 않은 선거구도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안철수 후보가 다자대결 구도에서도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넘어서는 이른바 ‘골든 크로스’가 현실화되면 연대의 불씨는 꺼질 것이다. 두 사람의 양자 대결구도를 상정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자구도에서도 역전된다면 안철수 바람이 이번 대선을 휩쓸 공산이 적지 않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4월 4~5일 전국의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다자 대결 시 문 후보는 38.4%, 안 후보는 34.9%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3.5%포인트) 내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 매일신문과 MBN이 지난 4월 5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문 후보 41.3%, 안 후보 34.5%로 나타났다.
   
   추세로 보자면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맹렬히 추격하는 양상이지만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 상황은 조금 바뀔 수 있다. 현재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원내 의석 수 39석의 소수정당이 집권했을 경우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적지 않다. 안 후보 스스로 지지율 상승의 동기를 이끌어내기보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반감(反感)을 가진 보수층의 전략적 선택을 받아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현재 안 후보의 지지율은 충성도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좌클릭 정책이 나올 경우 보수표 이탈로 인해 지지율 상승세가 언제든 꺾일 수도 있다.
   
   현재의 지지율 조사가 보수 진영의 전략적 선택이 가진 함정이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보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TK지역의 표심이 안 후보를 대안으로 상정했다는 식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만 이들이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 후보에게 실제 투표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보수 유권자의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안 후보의 득표력은 지지율에 못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안 후보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아직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렇게 분석했다. “다자구도가 아니라면 문 후보가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 후보가 향후 우클릭 정책과 통합 메시지 등을 보강하는 식으로 보수와 진보의 평균에 수렴하는 행보를 보인다면 50% 지지율에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이제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유권자 투표율 낮을 듯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다자구도로 가면 문재인 후보가 손쉽게 이긴다”는 얘기가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영호남에서의 고른 지지와 수도권 젊은 유권자층에서 강세를 보이는 문 후보의 지지율이 비교적 공고하다는 것이다. 확장성은 부족하지만 지지자의 충성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도 전화통화에서 “다자 대결구도에서는 문 후보를 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연대의 고리를 완전히 끊지 않고 선거 막판까지 불씨를 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허상이다.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그를 향하는 지지율은 반기문, 안희정 등을 거쳐 시류에 따라 변하는 표심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안 후보가 대선 승리를 원한다면 연대 가능성을 차단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정치학계에서는 결국 연대나 연합의 막판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성민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연합정권은 야합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1890년 독일의 연정부터 1940년 프랑스 동거정부까지, 유럽의 민주주의는 연정을 통해 발전해왔다. 한국도 이제 연정과 연대를 통해 이념갈등과 국론분열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그 촉매제는 후보들의 자기 헌신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유승민·김종인의 지지를 끌어내면 박빙의 선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선거 막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극적 연대가 성사될 경우 민주당은 정의당의 지지를 끌어내며 선거구도를 3자구도로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 문재인, 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3자구도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작업에 주역으로 참가했던 한 인사는 “2002년 대선과 지금은 정치 상황이 전혀 다르다”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지금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좋은 그림이다. 성향이 다르거나 색깔의 차이가 있다. 보수에 대한 심판론이 지배하는 선거에서 유권자는 여전히 차선 또는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이번 대선판은 정책 대결보다는 결국 검증 대결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아들 취업 특혜 의혹,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교통사고 은폐 의혹 등으로 수세에 있다. 안철수 후보 역시 부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특채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들이 부동층의 표심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선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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