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53호] 2017.04.17

외신 기자들이 서울로 몰려온다?

▲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인 NBC뉴스의 ‘간판앵커’ 레스터 홀트(왼쪽)가 지난 4월 2일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photo NBC
지난 4월 10일 오후 4시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미국 보도전문채널 CNN의 서울사무실을 찾았다. CNN은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 두 칸을 합쳐 하나는 사무실, 하나는 스튜디오로 쓰고 있다. 이날 스튜디오 안에서는 최근 서울에 새로 부임한 알렉산드라 필드 특파원과 촬영팀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CNN 홈페이지에 따르면 필드 특파원의 원래 근거지는 홍콩이다. 그는 홍콩에서 김정남 피살 관련 이슈를 다루다가 한국으로 넘어온 뒤 대통령 탄핵,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한 취재를 하고 있다. CNN은 평시에 폴라 핸콕스 특파원을 비롯한 1개의 팀만을 서울에 상주시킨다. 핸콕스 특파원 역시 최근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 인권 탄압 등 한반도 안보 문제를 주로 보도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CNN 관계자는 “현재 한반도 정세를 심각하게 보기 때문에 특파원이 서울에 더 들어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3대 지상파(NBC·CBS·ABC) 방송사 중 하나인 ABC뉴스도 현재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곤두세우고 있다. ABC뉴스는 미 3대 방송사 중 유일하게 서울에 지국을 유지하고 있다. 조주희 ABC뉴스 서울지국장은 전화통화에서 “현재 한반도의 상황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이집트 등 세계 각국에서 연속으로 테러가 일어나고 있는데 북한은 상존하고 있는 테러국이고 트럼프가 연일 경고를 날리는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가 긴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세계의 외신 기자들이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 지상파 방송사 NBC의 간판앵커 레스터 홀트는 지난 4월 2일부터 사흘간 오산공군기지에서 생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오산공군기지의 A-10 공격기 앞에서 검은색 패딩점퍼를 입고 방송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오산공군기지 일부를 독점 공개했다. 홀트는 미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북핵 위협을 막기 위해 군사 공격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이 서울에 모인다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한국 방문이 한반도 정세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정세는 전 세계의 관심사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CNN, 르몽드 등 세계 주요 매체의 외신 기자들이 연평도를 찾아 현장을 취재했다.
   
   외신 기자들이 몰리기 시작한 현 서울의 분위기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영변 선제폭격설이 검토됐던 1994년을 떠올리게 한다.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특사교환 실무회담에 나온 박영수 북한 대표의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한국과 미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국민들 사이에 전쟁에 대한 공포가 급격히 확산됐었다. 전쟁 발발을 우려해 식료품 사재기 현상도 벌어졌다.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미 주요 매체들은 자사의 간판급 기자를 한국에 급파해 현장의 긴박감을 자국에 전했다.
   
   호주로 향하던 미국의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최근 한반도 방향으로 선수를 돌린 것도 외신 기자들의 발걸음을 빠르게 하는 요인이다. 칼빈슨호는 4월 15일쯤 한국 작전 전구(KTO·Korea Theater of Operations)에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이동하는 이유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면서 “이 시기 한국에 미 항모가 들어서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예측불가 김정은 vs 말로만 하지 않는 트럼프
   
   서울을 찾는 외신 기자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공식적인 집계가 불가능하다. 서울을 찾는 외신 기자들은 한자리에 특별히 모일 일이 없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이 있긴 하지만 잠깐씩 서울에 들르는 외신 기자들은 클럽 사무국에 파악되지 않는다. 언론사들이 자사 기자들의 규모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점도 한몫한다. 국내든 해외든 언론사들은 서로 경쟁하는 구조라 취재·보도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CNN 서울사무실의 특파원이 왜 늘었는지, 특파원들이 한반도의 정세를 어떻게 보는지를 문의하기 위해 CNN의 공식 채널로 요청했지만 답변이 어렵다는 설명만 돌아왔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서울을 방문하는 외신 기자들이 최근 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 CBS뉴스와 서울 사무실을 함께 쓰는 영국 ITN뉴스의 맹주석 서울특파원은 기자와 만나 “기자를 포함한 촬영팀이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가 국외로 나갔고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며 “4월 초를 기점으로 인력을 보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신 기자들이 대선과 같은 국내 정치 이슈에 함몰돼 있는 반면 외신 기자들이 오히려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엄중하게 본다”며 “2011년 연평도 사태 이후 긴장이 최고조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NBC 역시 홀트 앵커의 방한 이후에도 평소보다 많은 기자들이 서울을 거점으로 취재활동을 하고 있다.
   
   CNN을 비롯한 서방 주요매체는 대부분 아시아 지역의 거점을 홍콩이나 베이징에 둔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사건이 벌어질 경우 홍콩, 베이징 등에 있는 인력이 서울로 넘어온다. CNN이 최근 홍콩의 인력을 서울에 보강한 것은 CNN이 현재 한반도 정세를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지를 시사한다.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높은 일본 매체들도 최근 한반도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북핵·미사일 문제가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도 나설 것”이라고 지난 4월 12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게 되면 사전에 일본과 협의해 달라고 요구했고, 미국이 이를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교도통신도 전날 미국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한 미·일 고위 관료 협의에서 “중국의 대응에 따라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현재 서울에 특파원 3명을 두고 있다.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전화통화에서 “일본인들이 한국 문제에 관심이 많아 늘 보도할 거리가 많다”며 “현재는 북한 문제와 한국 대선 문제를 주로 취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이 긴장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북한의 예측불가능성과 이에 맞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 때문이다. 4월은 15일 김일성 생일, 25일 북한군 창건기념일 등의 행사로 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기다. 여기에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북한의 김정은이 젊은 혈기로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긴장감 조성의 주된 이유다. 한 외신 기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행정부처럼 말로만 끝내고 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연일 북한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날리는 상황에서 예상 못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군이 시리아를 직접 타격했다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의 실행력을 보여준다. 맹주석 특파원은 “한국에 있는 특파원들끼리 만날 때면 농담 삼아 ‘방독면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긴장감이 가득한 상황”이라며 “북한이 생화학무기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진 나라 아니냐”고 말했다.
   
   
▲ 지난 4월 8일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에서 승조원들이 출격 준비 중인 함재기를 점검하고 있다. photo 연합

   실제보다 부풀려진 측면도
   
   일각에서는 한반도 정세의 위험성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대형 보도를 쏟아내는 일본 언론사들이 아직까지 실제로 서울에 특파원 규모를 보강하지는 않았는다는 점이 첫째 이유다. 아사히신문은 서울에 보통 2~3명의 특파원을 두는데, 현재는 3명이 서울에 들어와 있다. 다른 일본 매체들도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반도 위기설을 크게 보도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이나 교도통신도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나 익명의 미·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했을 뿐 구체적인 담당자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영국의 BBC 역시 아직까지 서울에 특별히 인력을 보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희 ABC 서울지국장은 “NBC 홀트의 방한은 오래전부터 기획돼 있었던 걸로 안다”며 “그렇다 해도 많은 외신 기자들이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평시와 다르다고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NBC뉴스 서울지국의 관계자는 “홀트가 최근 한국에 들어온 것은 스케줄상 짜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 맞다”면서 “CNN의 경우 매 시간 뉴스를 생산해야 하니 특파원이 더 들어온 것이고 NBC나 다른 외신의 경우 특별히 서울에 인력을 보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분쟁지역 취재를 전문으로 해 ‘전쟁 개시자’로 알려진 NBC 수석특파원 리처드 엥겔은 이번 홀트의 방한에 동행했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실제로는 한국에 들르지 않았다고 한다.
   
   외신들의 취재경쟁은 한반도 리스크를 실제보다 과장된 것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태 때 외신들의 취재경쟁 과열로 당시 생존해 있었던 김정일이 사망했다거나,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위성사진을 연평도 사진이라고 보도하는 등 오보(誤報)를 하기도 했다.
   
   정부는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국민들이 동요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월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은 논평을 냈다. “최근 사설 정보지 등에서 거론되고 있는 4월 한반도 위기설은 근거가 없습니다. 미국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와의 협의 없이는 어떠한 새로운 정책이나 조치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외신 기자들을 담당하는 외교부 해외언론담당 관계자도 전화통화에서 “매해 봄이 외신 특파원들의 인사철이기도 하고, 정례브리핑을 못 하다 보니 관련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라면서도 “특별히 현재 외신들의 문의가 양적으로 늘어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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