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53호] 2017.04.17

트럼프·시진핑 수식어 잔치 발표문 독해법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중국학술원 연구위원·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를 산책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photo AFP
지난 4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이의 첫 정상회담은 양국 무역 문제와 북한 문제를 놓고 각자의 입장만을 풀어놓았을 뿐 의견 접근 없이 평행선만 달린 것으로 보인다. 회담 후 공동성명 하나 발표되지 않았고,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나선 회담 후 설명도 서로 말이 맞지 않았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내에 중국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확한 방문 시기를 주지 않아 회담 분위기가 썰렁했음을 보여주었다. 트럼프의 연내 방중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회담 후 설명을 통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에 중국을 국빈방문 해주도록 요청했다”고만 말하고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은 전하지 않았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중국 방문 초청을 받아들였으나 중국 측의 요청은 2017년 연내 방문이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 방문이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날짜를 보자고만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방문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기는 했으나 연내 방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회담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서 왕이 외교부장은 “양국 국가원수는 7시간이 넘는 대화를 통해 양국의 공동 관심사와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여러 가지 중요한 공동인식에 도달했으며, 회담의 성과 또한 풍부한 것이었고, 앞으로의 두 나라 관계 발전에 건설적인 기초를 놓았다”고만 말하고 구체적인 회담 성과는 거론하지 못함으로써 회담이 사실상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회담 전반 분위기 묘사도 “두 지도자 사이의 화학작용(chemistry)은 적극적인 것이었고, 의견 교환은 진지하고(frank), 솔직하며(candid),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것이었다. 많은 외교 담판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각자 의견 개진만 하고 평행선만 달린 회담, 사실상 실패로 끝난 회담을 설명할 때 동원된 외교적 용어는 다 동원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정상회담은 특히 북한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접근법을 설명했으나 시 주석은 종전의 중국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트럼프의 제의에 이렇다 할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됐다. 왕이 부장은 “조선반도(한반도) 핵 문제에서 중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반도의 평화 안정,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설명하고 “우리는 유엔의 조선(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임을 밝히고, 조선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쌍궤병행(雙軌竝行)’과 ‘쌍잠정(雙暫停)’ 두 가지의 생각 방식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쌍궤병행’과 ‘쌍잠정’은 최근 왕이 부장이 제시한 용어다. 이 가운데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을 말하고, ‘쌍잠정’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자는 뜻의 용어다. 지금까지의 중국의 주장을 다시 짜맞추어 놓은 말장난에 불과한 제의다. 왕이 부장은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가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사실은 틸러슨 국무장관의 회담 설명을 들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양국의 조치 전반에 대해 광범위하면서도 일반적인 검토를 하면서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가 없었음을 발견했다. 시 주석도 나름대로 북한의 핵능력이 상당히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데에 우리와 의견을 같이하고, 북한의 그런 도전이 두 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으며,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 평화적인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인가 하는 검토도 이루어졌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태도와 관련, 대화와 협상을 위한 어떤 태도 변화도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과 함께 취할 수 있는 다른 조치가 있을 수 있는지 어떤 아이디어도 환영한다고 제시했으나, 그런 제의가 중국 측에 독특한 문제를 만들 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 나름의 행동을 준비할 경우 중국이 우리 미국과 협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설명 브리핑에 배석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결의안 이행을 위한 중국 기업들의 대북 거래 차단을 위해 미 상무부가 중국의 랭킹 2위 통신회사 ZTE에 최근 1조17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부과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스티브 머누친 재무장관은 북한 제재를 위한 복합적인 제재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며 중국의 카운터파트와 직접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시진핑의 지난 4월 6~7일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 설명하는 것으로 끝난 것을 보면, 4월 12일 미 항모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던 시점에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요구한 내용도 정상회담 때 시 주석 자신이 밝힌 내용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시진핑 주석이 전화통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조선반도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고, 반도의 평화 안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미국과는 한반도 문제에 관해 소통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시진핑은 미 항모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접근하는 상황에서도 지금까지의 중국 입장을 되풀이하기만 했지, 항모 칼빈슨의 한반도 접근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제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과연 미국은 그런 중국을 내버려두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독자적인 행동에 과연 나설 것인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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