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56호] 2017.05.08

반도체 해외 특수 두 호황 그래프를 타라!

새 정부의 네 가지 정책 포인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가 전경.
올해 2017년도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7%로 증가한 가운데,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0.1%포인트 높은 2.7%로 높이고 한국은행 역시 2.5%에서 2.6%로 올려 발표했다. 국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6%로 상향조정했다. 금융연구원은 더욱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해 기존 2.5% 성장률을 0.3%포인트나 올린 2.8%까지 높여 잡았다. 물론 상향조정된 경제성장 전망치도 여전히 2% 중후반대여서 경제가 충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번 1분기 경제성장률 실적치가 지난 3분기 가운데 최고였음을 고려할 때 성장률이 계속 하강하던 상황에 비하면 다행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이 현재의 경제 여건을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최근 경제성장률 상승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대부분 국민들은 의아하게 여길 정도로 체감경기와는 괴리가 심하다. 국민들이 경기개선을 체감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소비지표가 여전히 매우 부진하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는 2017년 1분기에 전기(前期)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도 이후 최저치일 정도로 소비 침체는 심각하다. 더구나 그나마 증가한 소비도 대부분 해외소비여서, 실제 내수 소비 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또한 3월 신제품 출시에 따라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판매가 일부 증가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 내구재 소비가 부진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안정적인 소비 패턴을 보이던 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도 감소했다.
   
   
▲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다. 사진은 지난 4월 27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홍보관을 찾아온 학생들. x photo 연합

   불안한 경기 반전
   
   그렇다면 이러한 극심한 소비부진 속에 어떻게 경제성장률 수치가 상향될 수 있었을까? 핵심은 수출과 건설투자에 있었다. 2017년도 1분기에 전(前) 분기 대비 재화수출은 2.6% 증가했고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공공발주 등에 힘입어 건설투자 역시 5.3%나 증가했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성장률 상승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회복을 나타낸다기보다 우리 경제가 수출과 건설경기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수출 역시 우리나라 산업의 전반적인 회복세 때문이라기보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의 활황에 힘입은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국제 특수(特需)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부문별 광공업 생산 기여도에서 1위는 반도체, 석유정제와 화학이 각각 2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 이들 산업이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어서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률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호황은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았다. 여기에 최근 제4차 산업혁명으로 지칭되는 기술 및 경제구조 변화 가운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를 비롯해 정보통신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적으로 반도체 수퍼사이클로 불릴 정도의 역사적 호황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은 2016년 하반기 이후 80%가량 급등했다. 국제적으로 D램 공급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 3개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독과점 체제이다. 따라서 반도체 단가 급등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6년 각각 15%, 20%라는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닝 서프라이즈’로 불릴 정도의 사상 최대에 가까운 영업이익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하며 우리나라 전체 주가지수를 역사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 주가는 2016년 4월 말 130만원에서 2017년 4월 말에 200만원으로 거의 60% 가까이 상승했고, SK하이닉스 주가의 상승폭은 더욱 커서 2016년 4월 말 2만8000원에서 1년 후인 2017년 4월 말 5만4000원으로 거의 90%가량 올랐다.
   
   2017년 4월 우리나라의 코스피 지수는 2200 수준까지 이르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보면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사실상 1200 정도에 머물며 거의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주가지수는 오르는데 본인 주식은 별로 오르지 않는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한다.
   
▲ 반도체 호황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연구원들. photo SK하이닉스

   또한 석유화학 호조는 유가 상승에 따른 관련 제품의 단가 상승과 관련이 높아, 동일한 물량이라 하더라도 수출 지표와 GDP 지표를 수치적으로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관련된 대규모 투자가 수행되지 않는다면 전반적인 경기 상승을 견인할 여력은 약하다.
   
   더구나 반도체와 석유화학은 장치산업 성격이 강해 산업 호황이 고용창출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특정 재화를 10억원어치 생산하는 데 필요한 직접 취업자의 숫자와 다른 부문에서 간접적으로 고용되는 취업자를 합한 취업유발계수가 전체 산업으로는 평균13명 정도인 데 비해, 반도체산업의 경우는 3~4명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석유화학 업종은 더 낮아서 대개 2명 내외이다. 따라서 반도체의 경우 제품주기에 따른 대규모 생산라인 교체·신설에 따라 투자지출은 발생할 수 있지만, 수출 활황이 신규 일자리 창출과 이를 통한 소비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수출실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취업자는 계속해서 감소해왔으며, 기업들의 신규채용 계획 역시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산업은 제품과 수요 주기에 따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하락해왔고, 대개 3~4년 기간을 두고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면서 경기순환 주기가 다른 산업에 비해서 짧았다는 사실에도 유의해야 한다. 물론 최근의 수요 확대는 이것보다는 좀 더 긴 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호황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순환 주기가 강하게 존재하는 산업이라는 특성에 유의해야 한다. 심지어 메모리반도체 호황은 스마트폰 회사들의 재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시적 현상이어서 올해 2분기면 경기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중국이 본격적인 반도체 투자를 진행 중이어서 그 생산효과가 1~2년 내로 곧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석유화학산업도 유가가 더욱 상승하면 오히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로 유가 상승폭이 제한되며, 유가 상승에 따른 산업의 경기회복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보호무역주의 압력은 한·미 FTA 재협상을 비롯해 전반적인 수출여건의 악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국제적인 독점 체제를 사실상 구축한 메모리반도체와 같은 경우가 아닌 자동차·철강처럼 다른 해외 기업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는 불확실성과 위험이 산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 수출 화물로 가득한 부산신항 전경. photo 연합

   타이밍이 중요하다
   
   결국 현재의 수출 호황은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특수(特需)로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외여건 개선을 안정적인 소비증대와 같은 국내 경기 회복으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고 그 타이밍도 중요하다. 마침 반도체 호황과 같은 대외여건의 호조 가운데,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운 경제정책의 리더십을 세우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대개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 때는 국민들이 새로운 기대를 형성하는 시기이기에, 정책방향을 잘 설정한다면 국민들에게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형성하고 경기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경기를 회복시키고 경기상황을 반전시킬 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결국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켜 민간소비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데, 민간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크게 네 가지 정책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영업이익이 확대된 민간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협력업체를 비롯한 다른 민간 기업의 국내 활동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추가 창출해 민간 고용에 기반하는 전체 소득을 확대시켜 소비가 증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리쇼어링(reshoring)’이란 이름으로 제조업 기업들을 다시 회귀시켜 미국 국내에서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정책적인 지원을 제공했던 것이 이러한 맥락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여러 정책을 비판하던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정책을 계승하고 더욱 강력한 조치까지 취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를 통한 대규모 감세 역시 이러한 맥락하에 있다.
   
   두 번째는 소득 자체의 증가가 가처분소득 증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가처분소득은 결국 전체 소득에서 세금이나 각종 연금부담 등을 차감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세금 및 공적부담이 너무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국민연금 같은 공적인 부담은 현재 시점에서는 가처분소득이 줄더라도 국민들이 미래에 안정적인 소득으로 충분히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을 줄여 소비를 오히려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최근에는 국민연금 등 공적부담에 대한 국민 신뢰가 상당히 저하된 상태여서 이러한 효과가 약화된 점도 우려할 만하다.
   
   그리고 세 번째는 동일한 가처분소득이라고 하더라도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증가폭이 크기 때문에, 소득분배를 개선해 저소득자의 소득을 높이는 형태로 고소득자로부터 이전지출을 함으로써 경제 전체로는 동일한 가처분소득이라 하더라도 소비가 확대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화로 평가한 1인당 가계 가처분소득은 2016년 1만5000달러로 전년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고, 원화로 환산하면 3.5% 늘어난 것인데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어서 가계 가처분소득이 사실상 증가하지 않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 상황임에도 조세징수가 늘어나서 사실상의 긴축정책이 실시됨에 따라 가계와 기업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제 전체의 국민총처분가능소득 가운데 가계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3%포인트와 0.8%포인트 오히려 감소한 반면, 정부소득 비중은 1.1%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더구나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같은 가처분소득이라 하더라도 가계는 소비보다 저축하는 경향이 강해져서 가계의 순저축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가계 가처분소득이 정체이거나 사실상 감소한 상황에서 저축마저 늘고 있어서 소비 진작은 더욱 어렵게 되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의 활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위축된 민간 투자와 소비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 지출의 역할을 강화하되 지속적인 정부부담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가 충분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정부부담 확대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예측하는 경우, 장래에 보다 많은 세금이 징수될 것이라는 걱정으로 이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면서 오히려 현재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난 4월 25일 목포신항 수출 자동차 야적장에 대기 중인 자동차들. photo 뉴시스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새로운 행정부의 출범을 맞아 안정적인 소비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취해진다면 현재의 일시적인 대외여건의 개선과 결합되면서 경기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정책들은 대개 분배 개선을 통한 소비 확대를 지향하는 형태로는 제시됐지만, 민간기업 활동의 확대를 유도하고 전체 소득이나 가처분소득의 증대와 관련된 부분 그리고 정부의 역할은 강화하되 정부부담은 최소화하는 측면과 같이 다른 요소들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현재 제시된 공약 가운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통해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효과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워낙 경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지금 2% 중후반으로 성장률이 올라간 것을 보고 경기가 개선된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경제발전 단계에서 2% 중후반의 경제성장으로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며 경제를 이끌어가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의 해외 특수를 소비확대와 연결시켜 경기회복과 안정적인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만드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경기 반전의 기회는 사라지고 경제는 다시 장기 경기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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