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59호] 2017.05.29

문재인표 검찰개혁

14년 전과 무엇이 다른가

최순웅  조선비즈 기자 csw@chosunbiz.com 

서울 서초동의 모든 눈은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지검장의 출근길에 쏠렸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보필하는 3명의 차장(次長)검사 중 2명이 사법연수원 선배이고 1명은 동기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각 지방검찰청마다 차장검사가 있다. 차장검사는 한자 ‘버금 차’ 자를 써 지검장 다음이라는 뜻으로,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에선 대부분 후배가 차장검사를 맡는다.
   
   지난 5월 22일 오전 8시50분 윤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 도착했다. 노승권(52·21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이정회(51·23기) 2차장, 이동열(51·22기) 3차장이 직접 정문으로 나와 윤 지검장을 맞았다. 윤 지검장보다 연수원 선배이거나 동기인 차장들이 직원들과 출입기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윤 지검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기수와 서열을 깬 인사에 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관용차에서 내린 윤 지검장은 노 차장 등 차장검사들과 가볍게 악수하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모든 검찰 선배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이날 대검 대강당에서 치러진 김주현(56·18기) 대검 차장검사의 이임식에 윤 검사장이 다른 간부들보다 늦게 도착하자 인상을 찌푸린 선배 검사들도 있었다. 윤 지검장은 이임식 시작 시간에 임박해 행사장에 들어섰다. 다른 선배들은 이미 착석한 상태에서 그의 등장으로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행사장에 참석한 한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첫 출근해 바빴겠지만 늦게 행사장에 나타나 주인공처럼 행세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런 시선을 의식했는지 윤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지정석에 앉았다가 다시 외곽으로 자리를 옮기자 대검 관계자는 그를 지정석으로 다시 안내했다.
   
   이날 이창재(52·19기) 전 법무부 차관과 김주현 전 대검 차장검사의 이임식이 있었지만 좌천된 이영렬(59·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이임식은 없었다. 윤 지검장도 이를 의식한 듯 별도 취임식을 하지 않고 검사와 직원들과 약식 상견례를 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풍문에 흔들리는 검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켜 서울중앙지검에 임명한 것이다. 윤 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해도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방검찰청 중 유일하게 고검장급이어서 인사가 불가능했지만,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낮추는 파격을 보였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후 정치적 사건 수사에서 총장 임명권자 눈치만 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낮춘 배경을 설명했지만, 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하기 위한 위한 조치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반면 윗선의 압력에도 본인의 소신을 꺾지 않는 강골 검사를 국내 최대 지방검찰청의 지검장 자리에 앉힌 것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수사하라는 의미로, 검찰 독립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대검 중앙수사부 해체 이후 부패범죄 등 주요 대형사건 수사를 도맡아온 핵심청이다.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이후 검찰 인사·예산을 거머쥔 법무부 검찰국장과 더불어 검찰 내 ‘빅(big) 2’로 불려온 핵심 요직이다.
   
   윤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으로 외압에 맞서 수사를 지휘하다 지방으로 좌천되는 수모를 겪은 인물이다. 이번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지난해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파견돼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수사’를 이끌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구속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인사에 검찰 내부에선 박형철(49·25기)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역할론이 떠올랐다.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 내부 논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박 비서관의 제안이나 의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풍문이었다. 하지만 박 비서관 지인들은 박 비서관이 직접 개입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할론이 나온 것은 박 비서관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사석에서 “실력으로 올라간 사람과 아닌 사람은 다 안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등용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전언이 검찰 내부에 돌면서부터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박 비서관은 윤 지검장 아래에서 함께 수사하다가 국정감사에서 윤 지검장의 항명사건이 벌어진 뒤 대전고검에 이어 부산고검으로 연이어 좌천성 인사가 나자 지난해 1월 변호사 개업을 했다. 청와대는 조 민정수석 임명 다음날 반부패비서관을 신설하고 박 변호사를 임명했다.
   
   박 비서관 지인들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박 비서관이 참모 스타일이지 먼저 제시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제안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고 한다. 박 비서관과 가까운 한 인사는 “박 비서관이 비서관으로서 관련 업무에 관여했겠지만 제안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윤 지검장 인사를 나중에 알게 돼 본인(박 비서관)도 놀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이 검찰 내 우병우(50·19기) 라인과 비(非)우병우 라인 간 권력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풍문도 있다. 수도권 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수사관은 “비(非)우병우 라인 검사가 돈봉투 만찬 의혹을 제기했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특정인이 언론사에 제보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내부 갈등으로까지 비화할까 우려된다”며 “위에서도 내부 이야기를 외부에 전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다른 부장검사는 “우병우 라인이라는 꼬리표는 윤 지검장 체계에서도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 전 수석과 윤 지검장을 따르는 후배들은 대부분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어서 두 사람과 친한 사람이 겹치기 때문에 우병우 라인이라고 알려진 사람도 윤 지검장의 등용을 받을 수 있다”며 “특정인 라인이라는 말은 검찰 내분만 조장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 (왼쪽부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이금로 법무부 차관.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노무현 때와 다르다”
   
   안태근(51·20기) 국장의 좌천 인사로 검찰에선 비검찰 검찰국장 인사를 예상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고, 2011년 쓴 책 ‘검찰을 생각한다’에서도 “참여정부(노무현 정부)에서는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인 법무부 탈검찰화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 책에서 “법무부는 행정부 내에서 검찰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등 검찰 기득권 이익 옹호와 확장에 적극 기여했다”며 “검찰 고위직 자리를 보장해주는 역할을 해왔다”고도 했다. 또한 “법무부는 검찰 업무 외에 행형(行刑), 인권 옹호, 출입국 관리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며 “검찰과 다른 업무를 하는 법무부는 검찰과 완전히 다른 인원에 의해 구성돼야 한다”고도 썼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청와대는 윤 지검장 인사와 함께 법무부 검찰국장에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검사장)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 ‘법무부 탈검찰화’에 실패했다는 평가와 중립적인 인물 등용으로 검찰개혁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윤 지검장과 박 국장의 인사를 발표한 날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과 김주현 대검 차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이틀 만에 청와대는 검찰 수뇌부를 정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이금로(51·20기) 인천지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봉욱(51·19기) 서울동부지검장을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각각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검사장급을 지낸 한 변호사는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당선되면 급진적인 인사정책을 펼칠 것처럼 보였지만 윤 지검장 인사를 제외하면 급진적이지 않다”며 “조직 내에서 덕망이 높은 봉욱·이금로 검사장을 전임자보다 한 기수 낮은 자리에 각각 배치한 것은 조직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후배 격인 정상명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고검장급인 법무부 차관에 발탁하는 등 기수 파괴 인사로 검찰 내 반발에 부딪힌 경험을 문 대통령이 잊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기수 파괴에 대한 검찰 반발로 당시 노 대통령과 평검사들이 TV중계로 ‘검사와의 대화’를 갖게 됐을 때 민정수석으로서 이를 지켜본 문 대통령이 검찰 반발을 피하기 위해 평소 소신보다 한발 물러선 인사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병우 라인의 자충수
   
   문재인 정부는 검찰을 다루는 데 있어 노무현 정부 때보다 능숙해졌다. 파격적인 인사로 검찰에 충격파를 던지고 반발할 틈을 주지 않고 안정을 꾀하는 식의 인사를 단행했다. 그 여파로 검찰 내부는 뒤숭숭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선임되기 전, 법무부 차관과 대검찰청 차장검사(고검장급)가 직무를 대행하는 체계에서 검사장 인사를 전격 단행해 개혁을 완성하려 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앞세워 인사로 검찰을 장악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인사로 ‘검찰 독립’을 꾀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검찰개혁 방안이지만 ‘대통령이 되니 검찰을 장악하려 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 민정수석 자리에 대표적인 검찰개혁론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가늠좌를 조정했지만 방아쇠를 당기기엔 명분이 부족했다. 공교롭게도 명분을 제공한 쪽은 대표적 우병우 라인으로 평가받는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안 국장이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방아쇠가 당겨졌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1000여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대상에 오른 안 국장과 이 수사를 지휘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4월 21일 각각 검찰국 후배 검사와 특수본 간부들을 데리고 나와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특수본이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한 뒤 4일이 지나서다. 안 국장과 이 지검장은 동석한 후배들에게 50만~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나눠줬다.
   
   이 사실이 지난 5월 15일 언론에 보도됐다. 수사 대상으로 오른 검찰 인사와 수사를 담당했던 인사의 저녁 자리에서 돈이 오간 점, 이들이 주고받은 돈이 영수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활동비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검찰 후배를 격려하는 자리로 부적절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냈고, 문 대통령은 이틀 뒤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감찰조사를 직접 지시했다.
   
   이 지검장은 특수본 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지만 사건 초기 이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두 사람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대신 이 지검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안 국장을 대구고검 차장으로 좌천 인사냈다. 고검 차장은 초임 검사장이 가는 자리로, 2011년 8월 검사장이 된 이 지검장과 2013년 12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안 국장에겐 강등인사다. 법무부와 대검은 검사와 수사관 등 22명을 투입해 ‘합동 감찰반’을 꾸려 이 지검장과 안 국장, 자리에 참석했던 검찰·법무부 간부 10명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감찰팀이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의 핵심 공약은 고위공직자비리수서처(공수처) 신설과 경찰과 수사권 조정 등이다. 법조계에선 수사권 조정은 개헌의 문제도 있어 공수처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 도입 전 인적 쇄신 가능성
   
   공수처 논의는 199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공수처는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고위공직자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시작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수처가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노무현 정부 때였다. 정부가 법안을 냈지만 국회에서 흐지부지됐다. 이번 대선에선 주요 대선 후보들이 대부분 공수처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워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와 같은 검찰 고위 전·현직 인사들의 비리가 문제가 되면서 문 대통령이 공약한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중 검찰의 비리를 적발하는 검찰개혁의 성격이 강해졌다.
   
   법조계에서도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공수처 도입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수처 신설에 대해 반대 의견이었던 대한변호사협회가 제한적으로 공수처 도입 찬성을 고려하고 있다. 김현 대한변협 협회장은 “공수처 도입 등에 대해 아직 대한변협의 공식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공수처를 신설한다면 검사의 비리 등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임 하창우 대한변협 협회장은 지난 2월 성명을 통해 “공수처 등 ‘기구 특검’은 임명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거나 ‘옥상옥’이 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공수처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공수처장 임명을 대통령이 할 경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와 제2의 검찰을 만들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해결되지 않아 단시간 내 국회를 통과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때문에 검찰 내에선 문 대통령이 윤 지검장으로 시작된 인적 쇄신의 속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정해지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검사장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홍만표 변호사가 많은 사건을 수임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에 영향력이 막강한 우 전 수석과 친분이 있어 검찰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며 “인적 쇄신을 이유로 또 다른 우병우를 만든다면 검찰개혁은 시작도 하기 전에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수 문화를 파괴하고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인사를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앉힌 것 자체가 검찰개혁의 반(半)은 된 것”이라며 “이번 검찰개혁은 정치에서 검찰을 독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

2471호

2471호 표지

지난호보기 정기구독
유료안내 잡지구매

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찾기
호르반
삼성전자 갤럭시 s8
밀양시
조선토크 브로슈어 보기

주간조선 영상 more

이어령의 창조이력서 연재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