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68호] 2017.07.31

對中 인권전쟁 선언한 트럼프 그 뒤에는 스티브 배넌이 있다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 지난 7월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를 하고 있다. photo AP
올가을 열릴 제19차 중국공산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일까.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2기를 확립해야 할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이전의 지도자들과 ‘확실히’ 다른 시진핑만의 컬러가 필요하다. 워싱턴 국제정치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시진핑만의 독자성, 다시 말해 세 달 뒤 열릴 공산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대만 어젠다’로 집약된다. 바로 통일이다. 시진핑만의 작품으로 대만 통일 어젠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신의 권위와 정통성을 세워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7월 1일 열린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식을 보자. 시진핑의 화려한 등장이 홍콩발 글로벌 뉴스로 전해졌다. 대만 통일 어젠다를 염두에 둔 리허설로 와닿는다.
   
   대만 통일 어젠다라는 장밋빛 꿈과 더불어 권력기반을 지켜줄 ‘회초리’도 필요하다. 내년 3월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등장할 국가감찰위원회가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국가 기강을 바로잡자는 의도에서 출발하는 공산당 조직이다. 이 조직이 반시진핑 세력에 대한 탄압수단이 될 가능성도 높다. 민주화 세력에 대한 감시 역시 국가감찰위원회의 중요한 업무가 될 전망이다. 중국 내만이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활동가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감시 탄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인터넷을 통한 민주주의 활동 탄압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미 시작됐겠지만 왕단과 같은 반체제 인사들의 전화 내역과 SNS 개인정보도 곧바로 국가감찰위원회 정보망에 올라갈 것이다.
   
   류샤오보의 죽음은 이같은 상황하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사건이다. 류샤오보의 죽음을 둘러싸고 서방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꿈쩍도 안 한다. 아예 보란듯이 시신을 화장해 바다에 뿌렸다. 2017년 여름 중국 정부의 지상과제는 ‘핵심 지도자’ 시진핑의 권력강화다. 나머지는 전부 헛소리에 불과하다. 류샤오보가 그러했듯이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폴란드의 바웬사도 수감 중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나 세 사람 중 독재정권의 감시하에 세상을 뜬 사람은 류샤오보 단 한 명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죽음이 ‘깊은 슬픔(Deeply Saddened)’으로 와닿는다고 말했다.
   
   당초 인권 문제는 트럼프의 대중 정책 카드와 무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특유의 ‘딜(Deal) 정치’에 따르면 인권 같은 이상적인 문제는 논외로 분류됐다. 그러나 트럼프 정권의 내면과 현재의 미국 상황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 인권 문제가 결코 간단히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전망이 가능해진다. 핵심은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다.
   
   배넌은 정책 전문 전략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트럼프의 오른팔이다. 필자의 판단이지만 트럼프 정책의 90%는 배넌의 머리에서 나온다. 트럼프 딸인 이방카와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핵심참모지만 차원이 다르다. 피도 중요하지만, 머리가 한층 더 현실적이다. 한국에서 배넌의 이미지는 ‘백인 지상주의자’나 ‘극우 기독교주의자’ 정도로 비쳐질 듯하다. 미국 내 리버럴 매체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다. 하지만 트럼프 절대 지지자가 보면 달라진다. 미국 본래의 모습을 되찾자는 ‘십자군 전사’로 비쳐진다. 7월 26일 트럼프가 트위터로 전한 ‘트렌스젠더 군입대 불허’ 역시 배넌의 작품이다. 리버럴 신문·방송에서는 난리지만 이 정책에 동조하는 미국인도 많다.
   
   
▲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photo AP

   6월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
   
   배넌은 중국과의 전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이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의 종교적 확신에 가깝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지난해 5월 배넌은 “5년이나 10년 내로 중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남중국해가 전쟁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배넌의 생각은 ‘제4의 전환(The Fourth Turning)’이란 책에 근거한 확신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발간되지 않았지만 ‘제 4의 전환’은 21세기 사상사, 나아가 미래학 관련 필독서에 해당한다. 1997년 윌리엄 스트라우스(William Strauss)와 닐 호위(Neil Howe)가 함께 쓴 책이다. 세대론 분석에 기초한 역사서다. 과거사에 대한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미래에 관한 예측도 가능케 한다. 대략 80년에서 100년마다 큰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18세기 미국 독립전쟁, 19세기 중반 남북전쟁과 뒤이은 대복구사업, 20세기 중반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 그 증거라는 주장이다. 중국과의 충돌이 곧 닥칠 ‘제4차 대변화’란 것이다.
   
   황당한 얘기로 들리지만 미국 정치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제4의 전환’은 배넌만이 아니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참모들도 신봉한 현실정치의 나침반이다. 현재 벌어지는 트럼프의 대중 정책의 배경에는 ‘전쟁도 불사한다’는 배넌의 세계관이 투영돼 있다. 배넌이 보는 중국은 악(惡)의 화신이다. 더 크기 전에 끝장내야만 한다는 것이 배넌의 신념이다.
   
   중국의 인권유린은 민주주의 대형(大兄) 미국의 정당성과 권위를 보장하는 호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말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한 미 국무부의 발표는 그같은 행보의 증거다. 류샤오보의 죽음은 인권을 통한 중국 민주주의 운동가를 지지·지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은 1776년 독립 이래, 아니 독립 이전부터 전쟁으로 날밤을 새운 나라다. 241년에 불과한 역사지만 전쟁사에 관한 한 그 어떤 나라도 따라가기 어렵다. 21세기 들어 벌인 전쟁만도 10여차례에 달한다. 2017년 여름 상황만 봐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전선 어딘가에서 미군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은 거의 평화에 가까운 무혈시대로 느껴진다. 과거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처럼 미군 병력이 대규모로 나서서 직접 싸우는 전선은 사라졌다. 신문·방송에서 자주 접하던 전쟁 사상자 관련 뉴스도 사라졌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어딘가에서 전쟁을 필요로 하는 것이 2017년 미국의 현실이다. 핵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김정은이 타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중국이 보다 더 위협적이다. 이미 일상화된 것이 남중국해에서의 충돌이다. 류샤오보의 죽음은 바로 이같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미국의 정책전환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맨으로 성장한 트럼프가 인권을 대중 외교의 목적 그 자체로 여기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수단을 목적 이상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 시진핑의 민주주의 탄압이 강화될수록 트럼프의 심야 반중 트윗도 늘어날 것이다. 더불어 왕단을 비롯한 민주주의 활동가들의 목소리도 한층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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