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70호] 2017.08.14

그녀들은 왜 강다니엘에 빠졌을까

▲ 지난 8월 7일 데뷔한 워너원과 강다니엘(가운데). photo YMC엔터테인먼트
지난 8월 7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 지하철역에서 돔구장까지 이어지는 길은 말할 것도 없고 야구장 밖 광장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였지만 이날 서울의 최고기온은 34.4도까지 올랐다. 숨막히는 더위에도 사람들이 고척돔을 둘러싸고 300m 넘게 줄을 서 있었다. 야구경기를 보러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날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쇼케이스 콘서트(쇼콘)를 보러 온 사람들이다.
   
   2만석인 공연장 좌석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온라인상에서는 암표가 성행했고 정가 3만3000원인 좌석이 10만원은 기본이고 최고 수백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인천에서 온 중학교 3학년 김윤지·정예리 학생은 표를 구하지도 못한 채 고척돔 구장 지하 푸드코트 한편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굿즈(기념품)를 사고 분위기나 느껴 보려고 왔어요.” 김윤지 학생의 발치에는 팬들이 직접 만들어 나눠준 기념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중 강다니엘 얼굴이 그려진 부채는 김윤지 학생이 가장 아끼는 굿즈다. “강다니엘을 가장 좋아하거든요. 요즘 저희 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이 워너원이에요.” 엑소(EXO)나 방탄소년단도 이미 워너원의 기세에 밀려났다. 정예리 학생도 원래는 다른 아이돌을 좋아했다고 한다. “저 말고도 워너원 팬이 된 친구가 무척 많아요.”
   
   주변 복도에서 돗자리 여러 개를 깔아놓고 있던 33살 강준희씨는 일행 7명과 함께 고척돔을 찾았다. “우리 중 여섯 명은 표를 구했고 한 명은 표를 못 구해서 저희랑 수다만 떨다가 집에 갈 거예요.” 일행은 모두 20~30대 여성들로 워너원 멤버 강다니엘과 윤지성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트위터에서 각자 팬질(팬 활동)을 하다가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인 거거든요. ‘프로듀스 101’ 마지막 방송 때 게스트하우스를 빌려 모여서 방송을 시청한 게 첫 모임이었어요. 나이도, 취향도 맞겠다, 그 후로는 이렇게 모여 다녀요.” 이들 중에는 그룹 신화의 오랜 팬이었다는 사람, 얼마 전까지 B1A4의 팬이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20년 전 H.O.T. 팬질이 마지막”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시각, 40대 유명작가 이수진(가명)씨는 패션잡지 기자 김은경(가명)씨와 함께 고척돔 건너편 만화카페에서 느긋하게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오늘은 기자가 아니라 팬의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제 나이에 공연장 바닥에서 앉아 기다리면 몸살 나요. 좋아하는 강다니엘 얼굴만 딱 보고 즐기다가 갈 거예요.” 두 사람은 공연 시작 직전에야 공연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제 갓 데뷔하는 신인 아이돌 그룹이 고척돔에서 첫 무대를 가지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입장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에서 정부와 국회를 상대하는 대관(對官) 업무 임원 K씨도 워너원 쇼콘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었다. K씨는 ‘워너원’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한숨부터 쉬었다. “중학생,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표 구할 길 없냐고 수없이 물어오는데 진짜 표 구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워너원 신드롬은 기자 사회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취재차 고척돔에 간다는 얘기를 꺼내자마자 기자의 카카오톡 채팅방이 소란스러워졌다. 따로 연락이 와 “꼭 기사를 써야 취재기자 신청할 수 있는 거냐”고 묻는 디지털뉴스부 기자부터 “부디 데려가주면 안 되겠느냐”고 읍소하는 국제부 기자까지, “내가 기사도 쓰고 취재도 하겠다”며 나서는 기자들도 여러 명 있었다. 매일같이 연예인을 만나는 방송작가 사이에서도 워너원의 인기는 대단해 한 시사프로그램 작가는 “워너원을 소재로 하는 시사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하기도 했다.
   
   워너원은 TV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선발된 11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프로듀스 101’은 이미 시즌 1을 거치며 11명의 여자 아이돌 그룹 아이오아이(I.O.I)를 배출하기도 했다. 프로듀스 101은 프로그램 제목 그대로 101명의 아이돌 연습생 중 11명의 데뷔 멤버를 뽑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단 워너원의 활동 기간은 정해져 있다. 이번 시즌 2의 경우는 2018년 12월까지다. 워너원 멤버의 선발은 프로그램 내에서 ‘국민 프로듀서’라고 불리는 시청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일정 등수에 속하지 못하면 탈락해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한다. 마지막회에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받은 투표 수와 생방송 도중에 집계되는 문자투표 수를 따져 11명 연습생의 데뷔를 확정 짓는다.
   
   시즌 1의 아이오아이의 결성과 데뷔·활동 과정도 놀랄 만큼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시즌 2의 워너원은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이다. 단적으로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강다니엘의 경우 마지막회에 받은 온라인·문자 투표 수가 157만8837표에 달했다. 이날 생방송 중에 집계된 문자 투표 수는 120만표가 넘었다.
   
   데뷔하자마자 팔린 음반과 음원 판매량 역시 기록적이다. 8월 7일에 첫 공개된 워너원의 데뷔 음반 ‘1X1=1(TO BE ONE)’의 타이틀곡 ‘에너제틱(Energetic)’은 멜론·지니 등 국내 7개 음원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빅뱅의 지드래곤, 아이유, 엑소와 같은 성적이다.
   
   국내 최대의 음반 차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 팔린 음반만도 14만장에 달했다. 소속사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음반 선(先)주문량이 50만장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7월 발매된 엑소의 정규 앨범이 60만장, 2월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앨범이 37만장 팔렸는데 워너원의 데뷔 앨범이 이들의 뒤를 이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은 드러난 수치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워너원 팬덤의 구성이다. 데뷔 쇼케이스 콘서트가 열리는 고척돔에서도 그렇고,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워너원의 팬덤에는 연령대가 다양하다. 10대도 물론 많지만 30~50대까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1등을 한 강다니엘의 경우 강다니엘에게 투표한 팬 중 10대는 20%에 불과했다. 20대가 40%, 30대가 30%였고, 40대도 10%나 됐다. 으레 아이돌 그룹이라면 10대 오빠부대를 이끌고 다닐 거라 생각하지만 워너원은 그렇지 않다.
   
   거꾸로 얘기해 보자. 워너원은 현재 한국 사회의 10~50대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상(像)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워너원의 인기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2017년을 사는 여성들의 취향과 욕구를 엿볼 수 있다는 얘기다.
   
   
photo 연합

   아이돌, ‘갭 모에’를 보여주다
   
   이런 점에서 워너원 멤버 11명은 대체로 비등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중에서 강다니엘의 인기는 분석해 볼 만하다. 강다니엘은 워너원의 높은 인기를 상징하는 고유명사 같은 존재가 되었다. 데뷔하기도 전에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진으로 발탁되고 있는 그의 인기에는 분명 ‘여성들이 원하는 무엇’이 숨어 있다. 단지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우리 대중문화의 현황과 변화 양상을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강다니엘을 분석해 보자.
   
   강다니엘을 좋아하는 팬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 중 하나는 ‘베이글’이다. ‘베이글’은 ‘베이비페이스에 글래머’를 줄인 말로 원래 여성에게 붙는 단어다. 강다니엘 팬들이 강다니엘을 두고 ‘베이글’이라고 표현하는 이유 역시 얼굴 생김새와 몸매가 주는 인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강다니엘은 대개 여성들이 좋아하는 몸매를 가지고 있다. 키 180㎝에 넓은 어깨, 듬직한 상체에 비해 얇은 허리, 과하지 않은 복근, 길고 튼튼한 다리가 그것이다. 방송에서 그의 어깨를 쟀을 때 60㎝가 나온 장면은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다.
   
   강다니엘의 얼굴은 소년 같은 인상을 준다. 쌍꺼풀 없는 긴 눈은 ‘무쌍(무쌍꺼풀)’이 인기라는 요즘 트렌드에 적합한 얼굴이다. 주로 웃는 표정에 장난기 많은 얼굴 표정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마치 15여년 전 가수이자 배우로 큰 인기를 누렸던 비(정지훈)를 연상하게 한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에도 비는 소년 같은 얼굴에 남자다운 몸매를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
   
   “외모로만 보자면 ‘제2의 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좀 달라요. 유독 강다니엘 팬들은 강다니엘을 사모예드나 리트리버 같은 대형견에 많이 비유해요. 얼굴 생김새와 몸매의 차이에서 오는 어떤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트위터 팔로어를 1000명 넘게 가지고 있는, 강다니엘의 팬 손명진씨의 말이다. 손씨는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카피라이터다. 그는 강다니엘의 인기를 ‘갭 모에’라는 유행어로 설명했다.
   
   ‘모에’란 ‘싹트다’는 뜻의 일본어 ‘萌える(모에루)’에서 파생한 신조어다. 일본 대중문화에서 자주 쓰이는 이 말의 뜻은 ‘대상에게 강하게 끌리거나 열광하다’ ‘특정 기호에 매력을 느낀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갭 모에’란 차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 갭(gap)과 모에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쉽게 풀어쓰면 ‘차이에 열광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강다니엘 팬들은 얼굴과 몸매가 주는 차이에 열광한다. 팬들이 주로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강다니엘의 이중성’이라는 글이 압도적 추천을 받아 ‘베스트 게시물’이 되기도 했다. 강다니엘은 남성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동안 때문에 결코 위협적이지 않다. 위협적이거나 압도적인 남성성은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다. 한때 ‘짐승돌’ ‘근육돌’ 같은 별명이 붙어 남성다움을 자랑하던 아이돌이 유행하던 것과는 다르다. 보다 소년 같고 친근한 아이돌이 인기인데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나더라도 예전처럼 압도적인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적인 몸매에 대한 취향이 사라졌을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강다니엘의 ‘갭’은 서로 다른 취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매력이 된다. 더구나 방송에서 보여지는 강다니엘의 성격은 마치 대형견(犬) 같다는 느낌을 준다. 장난스럽고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큰 덩치가 위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원래 소속사 MMO엔터테인먼트가 ‘말많아’의 약자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발랄한 편이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강다니엘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의류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은혜(26)씨는 프로듀스 101 9회를 보고 강다니엘의 팬이 되었다. 9회에서는 35명의 연습생이 5개 조로 나뉘어 춤과 노래 경연을 펼치는 ‘평가 무대’가 방송됐다. 강다니엘은 ‘열어줘’라는 노래로 무대에 올랐는데 공연 현장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전에는 ‘덩치 큰데 귀엽네’라고만 생각했고 다른 연습생을 더 좋아했는데 ‘열어줘’ 무대를 보고 완전히 강다니엘에 빠졌어요. 웃음기가 전혀 없는 얼굴에 춤도 잘 추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거든요. 그런데 또 다음 장면, 다음 화에서는 굉장히 소년 같은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무대 위에 올라가면 완전히 달라지는데 말이죠.”
   
   김은혜씨의 말처럼 강다니엘 팬들은 무대 아래서는 장난기 많은 소년의 모습이지만 무대 위에 올라가면 완전히 달라지는 그의 표정을 좋아한다. 팬들의 이런 취향은 단지 아이돌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다. 채널이 늘어나고 SNS 등을 통한 소통이 활발해진 요즘 미디어시장에서는 스타라면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촬영장 밖에서는 마냥 소녀 같지만 카메라 앞에서만은 누구보다 카리스마 있는 배우라든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허술하고 어리숙한 모습을 종종 보여도 무대 위에 오르면 뛰어난 가창력을 뽐내는 가수가 그렇다.
   
   이런 경향을 ‘프로다움에 대한 요구’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회식 자리에서는 분위기도 잘 띄우고 쉬는 시간에는 좌중을 웃기기도 하지만 자신의 할 일은 완벽하게 끝내는 직장인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물이다. 일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일도 잘하지만 두루 어울리는 것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프로다움에 대한 요구’란 일종의 갭 모에다. 프로다워야 할 때는 프로답게 하되 인간적인 매력도 지녀야 한다는 상반된 요구를 담고 있다. 강다니엘은 이런 ‘프로다움에 대한 요구’, 갭 모에를 충족시키는 인물이다.
   
   
▲ 지난 8월 7일 워너원 데뷔 첫 무대가 열린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안팎은 팬들로 온종일 붐볐다. photo YMC엔터테인먼트

   아이돌, 인성을 갖추다
   
   강다니엘을 좋아하는 팬들이 ‘덕질 포인트(좋아하는 지점)’라고 짚어내는 부분을 들여다보면 대중이 아이돌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의 시작을 언제로 잡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를 시작점으로 잡으면 한국 대중문화에서 아이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지 20년도 넘은 지금, ‘바람직한 아이돌’이라는 원형(原形)이 등장할 시점이 됐다.
   
   강다니엘 팬들이 꼽는 프로듀스 101의 인상적인 장면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2회에 나온 강다니엘의 인터뷰 장면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보통 역할을 나눠 갖는데 노래를 잘하는 멤버가 보컬이 되고 춤 담당, 랩 담당이 따로 있는 식이다. 강다니엘은 노래보다는 춤과 랩을 담당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프로듀스 101에서는 랩 담당 연습생에게도 노래 실력을 늘릴 것을 요구했는데 강다니엘은 이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랩 담당인데 노래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아이돌은 뭐든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서울에서 중학교 수학교사로 근무하는 임유진(39)씨는 “그 장면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부당한 요구일 수도 있잖아요. ‘랩 담당이 굳이 노래까지 잘해야 해’라고 반발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일단 해내고, 또 해낸 것에 대해 자랑하거나 뻐기지 않고 담담하게 말한다는 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충격적이었어요.”
   
   그저 그런 평범한 연습생이었던 강다니엘이 눈에 띄게 팬을 늘린 것은 9회의 콘셉트 평가 무대 때의 일이다. 이 당시 강다니엘은 프로그램 내에서 벌칙을 받았다. SNS를 통해 팬들의 참여를 독려했는데, 이런 행동이 SNS 사용을 금지한 프로그램 내의 규칙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임씨는 “적극적으로 SNS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처벌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다니엘은 논란이 일자마자 곧바로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고 벌칙을 받아들였다. 평가 무대에서 무슨 곡을 하고 싶은지 선택할 수 없게 된 것인데 이 때문에 강다니엘은 가장 마지막으로 남은 ‘열어줘’라는 곡으로 평가 무대를 가졌다. 그리고 이 무대에서 그는 말 그대로 ‘대박’을 터트렸다. 현장 투표에서는 1위를 했다. 강다니엘의 모습만을 찍은 무대 영상은 1035만명이 봤다. 곧바로 이어진 순위 발표식에서는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가 대학원에 다니는 강준희씨의 말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저는 항상 잘못한 일은 곧바로 인정하되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바르게 행동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어요. 정말 제가 가르치던 모습 그대로 강다니엘이 행동하더군요.”
   
   요즘 아이돌 팬덤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일 중 하나는 팬들의 변심과 관련된 것이다. 팬들은 아이돌 멤버에 대해 보이콧 선언을 하기도 한다. 결혼과 더불어 팬을 기만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1세대 아이돌 H.O.T.의 멤버 문희준에 대해 ‘지지를 철회한다’는 팬들의 성명서가 나오기도 했다. 무혐의로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성범죄에 연루됐던 JYJ 멤버 박유천 역시 팬사이트에서 ‘지지를 철회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불성실한 태도로 논란이 됐던 비스트의 전 멤버 장현승은 결국 SNS를 통해 팬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한국 아이돌 시장에서 아이돌은 외모만 갖춰서는 안 된다. 프로페셔널한 실력은 물론 팬들이 좋아할 만한 인성까지 갖춰야 한다.
   
   팬들이 요구하는 아이돌의 인성이란 결국 우리 사회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기준이 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듯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의연하고 담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돋보이는 일이 된다. 강다니엘에게는 SNS와 관련된 논란이 결국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작용한 셈이다.
   
   
▲ 지난 8월 7일 워너원 데뷔 쇼케이스 콘서트가 열린 서울 구로구 고척돔 주변으로 공연을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섰다. photo 더쿠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다”
   
   중앙일간지에서 디지털뉴스부 기자로 일하는 박영주(가명)씨는 강다니엘 팬덤에는 책임감과 의무감 같은 감정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강다니엘의 원래 소속사는 MMO엔터테인먼트로 중소 규모 기획사로 분류된다. 소속 연예인의 수도 적은 편이지만 소속 연예인 중 아이돌 그룹은 없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들어갔지만 아이돌 그룹을 키우지 않는 소속사에서 강다니엘은 좀처럼 데뷔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프로듀스 101이 시작하던 시점에서 101명 연습생 중 순위도 23위로 애매한 상황이었다.
   
   “강다니엘 팬 중에 완전 처음부터 강다니엘을 좋아했던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다른 연습생과 함께 좋아하거나 호감 정도만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많아요. 그러다가 여러 평가 무대 방송과 인터넷으로만 풀리는 ‘직캠 영상’을 보고 반한 사람이 많죠.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 본인의 노력으로만 1등을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껏 대중문화시장에서 아이돌이란 잘 가공된 기획상품이었다. 그러나 프로듀스 101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내 기호와 취향에 맞는 아이돌을 선택해 스타로 만드는 데 시청자가 직접 참여한다는 느낌을 주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101명 연습생 중 한 명일 뿐이었던 평범한 연습생을 발굴하고 직접 투표하고 주변을 독촉해 응원하며 데뷔까지 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청자는 아이돌 멤버와 동지의식을 느끼게 된다. “제가 키웠어요” “내 아이예요” 엄마 혹은 누나팬을 자청하는 팬이 많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인 김윤지 학생은 강다니엘보다 10살이 어리지만 “우리 애”라는 표현도 종종 썼다.
   
   “제가 걱정하는 건 워너원 활동이 끝나고 나면 강다니엘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하는 점이에요. 저도 그렇고, 다른 팬들도 그렇고 기를 쓰고 아이의 성공을 바라는 이유가 그거예요. 돌아갈 곳이 마땅찮으니까 지금 크게 성공해야 할 것 같다는 절박함이 있어요.”
   
   잘생긴 얼굴을 감상하고 멋진 노래를 듣기만 하는 팬들이 아니다. 스타의 시작·성공·미래까지 깊숙이 관여함으로써 팬들은 스타와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번역가이자 대중문화평론가인 박현주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원래 성공하는 아이돌은 대중적 인지도는 낮더라도 열정적인 팬들, 이른바 ‘코어(core)팬’ 층이 두꺼워야 해요. 그런데 프로듀스 101 같은 프로그램은 집에서 TV를 시청할 뿐인 라이트(lite)한 팬들에게도 몰입의 기회를 줌으로써 코어팬으로 강화하게 만듭니다.”
   
   기존 아이돌 시장은 수많은 아이돌에 대한 정보를 탐색할 여유가 있고 호기심이 있는 매니아들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워너원은 평범한 시청자들도 아이돌 시장에 끌어들였다. “내가 이 연습생의 미래를 지켜줘야 해”라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시청자들이 갖게 했다.
   
   이렇게 형성된 팬덤은 스타와 팬에 대한 자부심까지 갖는다. 강다니엘 팬들은 강다니엘을 ‘자영업자’라고 부른다. 23위에서 12등, 8등에서 1등으로 꾸준히 성장한 데는 강다니엘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이 뒷받침됐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이런 자부심은 강다니엘뿐 아니라 워너원 팬덤 전체를 아우르는 감정이기도 하다. 소속사 없이 엄마의 차를 타고 녹화장을 오가며 결국 데뷔한 멤버 김재환의 팬들은 매니저 역할도 자청하고 나섰다. 악성 댓글을 모아 법적 대응하는 팀이 따로 꾸려지기도 했다. 지난 8월 8일 김재환이 CJ E&M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많이 컸어” “잘했어”라며 가족이 할 법한 칭찬글을 쏟아낸 것도 팬들이다.
   
   다시 8월 7일 고척돔의 현장으로 돌아가 보자. 공연장의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자 팬들은 갓 데뷔한 아이돌의 팬덤답지 않게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쇼콘 진행자로 초청된 전현무씨가 워너원 멤버들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자 “우리 아이들에 대해 많이 안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마치 수년간 동고동락한 것처럼 팬덤은 이미 강하게 형성돼 있었다. 옆에 앉은 팬에게 말을 걸어봤다. “워너원의 인기는 반짝 인기라고 생각했어요. 프로그램이 끝나면 사라지는….” 30대 방송 관계자라는 팬이 대답했다.
   
   “우리가 선택해서 키운 아이들인데 그럴 리 없죠. 진짜 성공을 거둘 때까지 책임지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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