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70호] 2017.08.14

강다니엘 뒤엔 30~40대 연상녀 군단이 있다

▲ 연예계 대표적인 연상연하 커플. 송중기·송혜교 photo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전업주부 정은희(37)씨는 웬만하면 근무시간엔 직장인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6월 15일은 예외였다. ‘독박 육아’가 시작된 후 어쩔 수 없이 연락이 뜸해진 친구들에게도 오전부터 메시지를 돌렸다. “안녕, 오랜만이야. 프로듀스 101 마지막 투표 강다니엘에게 한 표 좀. 오늘 안으로 부탁해.” 투표할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와 함께였다. 남편은 물론 동생과 친정엄마의 아이디까지 동원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은 걸까. 이날은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최종투표 마감일이었다.
   
   강다니엘의 인기 뒤에는 20~30대 ‘연상녀’ 군단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실제 프로듀스 101 1차 투표결과를 분석해 보면 30대 여성들의 지지후보
   
   1위가 바로 강다니엘이었다. 정씨는 ‘호르몬픽(pick)’이라는 표현을 썼다. 본능적으로 끌렸다는 얘기다. “강다니엘은 얼굴은 귀엽고 신체조건은 좋다. 무엇보다 본업에 능하다. 무대 위 퍼포먼스를 잘한다는 얘기다.”
   
   비혼녀 이성희(40)씨는 요가 강사다. 요가 수업은 보통 저녁 시간대에 몰려 있다.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에 맞춰서다. 이씨는 8월 3일 조기 퇴근했다. 요가 수업은 임시 휴강했다. 집으로 곧장 가 목욕재계를 한 후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이날 첫 방영된 Mnet의 ‘워너원 고’를 보기 위해서였다. ‘워너원 고’가 끝난 후엔 채널을 돌려 KBS2TV ‘해피투게더’를 시청했다. 역시 워너원이 출연해서다. 경건한 자세로 방송을 시청한 후엔 팬카페에 후기를 올렸다. 금세 올라온 강다니엘 하이라이트를 돌려 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피부관리사 박미현(39)씨도 비슷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저녁엔 아예 피부관리 예약을 받지 않았다. 생업을 잠시 접은 셈이다. 팬미팅 신청, 부채나 CD 같은 각종 ‘굿즈’ 구입은 이들의 일상이 됐다. ‘내가 이 나이에 아이돌 덕질을 시작할 줄이야.’ 이들의 공통적인 탄식이었다.
   
   
▲ 기성용·한혜진 photo 스포츠조선

   강다니엘의 매력은 ‘다면성’
   
   기자는 이들의 팬심(心)을 관찰하던 중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연상녀 팬들이 강다니엘에게 느끼는 감정은 좀 미묘했다. 가늠좌는 8월 3일의 방송분이었다. 이날 ‘해피투게더’에서 강다니엘은 연애 경험을 털어놨다. ‘손과 키가 작은 여성이 이상형이며, 꼬맹이라는 애칭으로 여자친구를 즐겨 부르곤 했다’는 내용이었다. 워너원의 다른 멤버 황민현과는 대조적이었다. 황민현은 “중학교 3학년 때 여자친구를 잠깐 사귀어 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방송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남자친구의 알고 싶지 않았던 과거 연애사를 들은 기분’이었다.” “이 방송을 기점으로 황민현으로 ‘갈아탄’ 팬들이 주변에 제법 있다”고도 했다. 피부관리사 박씨는 “만약 여자 아이돌과 열애설이라도 터지면 강다니엘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왜 나이 많은 성인 남자들이 설리나 수지 같은 연예인의 열애설이 나오면 아우성을 치는지 이제는 이해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강다니엘 얘기를 할 때면 목소리가 두 톤은 올라가는 리서치회사 연구원 김혜윤(가명·34)씨의 생각은 이렇다.
   
   “강다니엘의 경우 일반인 시절부터 지켜본 것 아닌가. 연애 감정이라고 할까. 기존 연예인들과는 다르게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연하 여성보다 연상이 좋다는 대답까지는 잘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과거 연애 얘기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기획사에 항의하고 싶다. 역시 이번이 두 번째 데뷔라 그런지 황민현이 처신을 잘한다.”
   
▲ 비·김태희 photo 쿠팡

   왜 하필 강다니엘인가. 30대 팬들이 꼽는 강다니엘의 매력은 ‘다면성’이다. 무대 밑에선 귀엽고, 무대 위에선 섹시하다. 때로는 ‘동생’, 때론 ‘남자’, 변신에 능하다. 한마디로 ‘연하남’이 ‘연상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대치의 매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이건 순전히 강다니엘이 연하이기 때문에 통하는 매력이다. 또래나 연상남이 동생처럼 굴다가 오빠처럼 굴면 느낌이 다르다. 나잇값 못 한다고 생각하거나 다중인격자가 아닌지 의심했을 것 같다.” 연구원 김혜윤씨의 말이다.
   
   사실 연상녀와 연하남의 만남은 ‘트렌드’라 부르기 새삼스러울 정도로 일반화됐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혼인 이혼 통계’를 보면 체감할 수 있다. 초혼 부부 중 여성이 연상인 경우는 1996년 9.3%였던 것이 2016년 16.3%로 늘었다. 동갑 부부(2016년 15.9%)까지 더하면 지난해 결혼한 초혼 부부 10쌍 중 3쌍이 동갑 혹은 여성 쪽이 나이가 많은 부부다.
   
   결혼이 아닌 연애 중인 커플의 경우엔 굳이 비중을 따지는 게 무색할 정도로 많아졌다. 대중에 자주 회자되는 연예인 커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결혼 예정인 ‘송송 커플’(송혜교-송중기)부터 김태희-비, 보아-주원, 한혜진-기성용 등이 대표적이다. 미나-류필립처럼 나이 차(17살)를 뛰어넘은 연애로 자주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는 커플도 있다.
   
   연상 여성에 대해 요즘 한국 남성들은 어떤 인식을 갖고 있을까. 먼저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펴봤다. 남성 이용자들이 많은 ‘디젤매니아’ ‘이종격투기’ 등의 커뮤니티에선 연상녀가 단골 화제다. ‘XXX(배우)처럼 예쁘면 10살 연상이라도 사귀나요?’ ‘몇 살 연상까지 만나 보셨어요?’ 같은 주제로 투표창을 연다. 댓글은 이렇다. ‘영혼까지 악마에 팔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처갓집 방향으로 108배 가능’. 몇 살 연상까지 사귀어 봤냐는 질문엔 ‘12살’ ‘8살’ 등 다양한 답이 달린다.
   
   
▲ 연상녀들의 지지를 받는 강다니엘. photo YMC엔터테인먼트

   “연상녀는 이해심 깊어”
   
   본인보다 나이 많은 여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7살 차의 연상녀와 결혼한 김모(34)씨는 “진지한 태도로 사는 분을 찾다 보니 아내를 만났다”고 말했다. “가치관이 잘 맞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나이 차는 고려사항이 전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비혼남 최모(35)씨는 ‘경제적 부담’을 언급했다.
   
   “20대 시절부터 연상 여성과 자주 만났다. 대개 사회에 먼저 나가 자리를 잡은 경우가 많아 데이트 비용 부담이 적다. 회사 일이 바빠져 못 만나는 경우에도 이해를 잘 해줘서 좋았다. 직장 생활에서 힘든 점 상담도 해주곤 했다.”
   
   채팅앱에선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채팅앱’을 검색해, 순위가 가장 높은 앱을 다운받았다. 30대 중반 여성으로 프로필을 설정한 후 접속했다. 접속하자마자 쪽지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5분간 30통 이상 도착했다. 상대는 거개가 20대 초·중반 남성이었다. 30대 초반은 거의 없었다. 아예 처음부터 ‘연상녀 만나고 싶다’고 말을 건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유를 물었다.
   
   23살 A의 답이다. “또래나 어린 여자애들은 철없다는 생각이 든다. 취업 준비하느라 안 그래도 힘든데 연애 때문에 마음고생하기 싫다. 연상 여성을 만나보니 편안히 대해줘서 좋더라.” 21살 B는 “아예 연상만 만난다. 지금까지 4명 사귀었는데 그중에 12살 연상도 있었다”고 답했다. “12살 차라도 외모 관리를 잘해서 그 정도 나이 차로 보이지 않았다.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인데 누나들은 이해를 잘 해줘서 좋다.”
   
   많은 남성이 ‘편안하다’는 이유와 함께 ‘성(性)적 만족도 혹은 기대감’을 들었다. 23살이라고 밝힌 C는 “처음엔 친구가 연상 여성이랑 연애한다고 하도 자랑을 해 호기심 때문에 만나 봤다”며 “그때 만났던 분은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고 할까, 스킨십을 잘 이끌어주더라. 그게 좋았다”고 말했다. 26살 D는 ‘경제력’을 언급했다. “취준생 생활이 길어지니 솔직히 자금 사정이 안 좋다. 또래나 어린 여성을 만나면, 때마다 이벤트며 선물이며 상대가 기대하는 것들이 있어 부담스럽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20~30대 미혼남녀 33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주제는 ‘연상의 연인에게 세대차이를 느끼는가’. 남성은 연상 연인의 장점으로 ‘이해심이 많은 것’(46.9%), ‘아는 것이 많은 것’(14.4%),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것’(13.1%)을 꼽았다. 단점은 ‘노화가 빨리 온다’(30%), ‘뭘 하든 이미 다 해봤을 것 같다’(21.9%), ‘연인의 친구들과 어색하다’(19.4%) 순서였다.
   
   여성들의 생각은 어떨까. 강다니엘의 30대 팬 김혜윤씨의 말이다. “나이 어린 남성과 만나 보니, 고정관념이 덜하고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좀 더 평등하더라. 경제 능력이 있는 여성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 20대 중반 이모씨는 “어느 순간부터 연하남만 만난다”고 답했다. “귀엽기도 하고, 남자면서 오빠 같기도 한 복합적인 매력이 있다. 지금도 4살 연하와 만나는 중이다.”
   
   ‘미친 연애’를 쓴 작가이자 연애상담사로 유명한 최정씨는 연하남과의 연애를 말리는 쪽이다. “3살 이상 차이 나는 연하남과 연상 여성이 결혼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거의 이런 경우다. 여자가 남자보다 많이 뛰어나거나 여자가 집을 마련하는 경우다. 그게 아니면 둘 다 완전 극빈층인 경우다.”
   
   최씨의 말대로라면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여성 개척자들 덕에 부부의 지위나 성관념이 진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연상연하 커플을 다룬 영화 세 편
   

   졸업(The graduate·1967)
   
   주인공인 21살의 벤저민(더스틴 호프먼)이 여자친구의 어머니인 40대의 로빈슨 부인(앤 뱅크로프트)과 밀회하는 내용이 있어 개봉 당시 화제가 됐다. 오늘날까지도 연상의 여성, 특히 유부녀와 젊은 남성의 특별한 관계를 묘사할 때 단골로 거론된다.
   
   

   도쿄타워(2005)
   
   21살의 대학생 토루(오카다 준이치)와 어머니의 친구인 41살의 유부녀 시후미(구로키 히토미)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로서는 드물게 해피엔딩이다. 영상미 때문에 일본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꽤 호평을 받았다.
   
   

   투마더스(Adore·2013)
   
   소위 ‘베프’ 사이인 두 여성이 있다. 둘에게는 각자 아들이 있다. 친구의 아들과 연인이 돼 오랜 기간 관계를 이어간다는 내용이다. 도리스 레싱의 실화소설이 원작이다. 나오미 와츠와 로빈 라이트가 여주인공을 맡았다. 영화 내내 배경으로 등장하는 아름다운 호주 바닷가 풍경 때문에 이들의 관계마저 일견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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