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이철원
일러스트 이철원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초반 김소희(가명)씨는 ‘나만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에 젖어 산다. 스펙으로 보자면 김씨는 남부러울 게 없다. 명문 사립대를 졸업해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취업했고, 지나가면 뒤돌아볼 미모에 자기계발도 꾸준히 한다. 그런 그가 얼마 전 후배 부부와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와 밤을 꼬박 새웠다. “꾸준히 돈을 모아 빚도 갚고 집도 살 예정”이라는 후배의 말 때문이었다. ‘저 사람들은 생기발랄하게 사는데, 왜 나만 우울할까? 저 사람들은 집도 산다는데, 나는 이 나이까지 뭘 했지?’라는 자책감이 밤새도록 그를 괴롭혔다.

김소희씨는 객관적 조건으로 보자면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아홉 가지를 잘하고 한 가지가 부족하면 부족한 한 가지만 떠올리면서 ‘왜 나는 이렇게 못났을까?’ 자책한다. 갈랫길에서는 결정장애에 시달려 늘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다. 주변에서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괜찮아” 위로를 해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뭘 해도 자신이 없다. 김씨에게는 마음의 병이 있다. 낮은 자존감. 관련 책을 읽다가 최근에야 병명을 알았다. 그리고 낮은 자존감이 얼마나 삶의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뒤늦게 알게 됐다.

김씨뿐 아니다. ‘낮은 자존감’은 유행병처럼 퍼지는 양상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30대 중반 박소현(가명)씨는 “동창들이 모이면 ‘자존감 바닥’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늘 자신이 없다고들 한다. 다들 잘났는데 나만 부족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존감 씨앗 수준’이라는 말도 한다.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했다는 표현이다. 주변 친구들 거의 다 비슷한 패배감과 열등감에 젖어 있다.”

최근 ‘자존감’이 화두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낮은 자존감’에 대한 자각이 강해졌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든, 온라인에서든 ‘자존감’이라는 용어가 수시로 등장한다. 주로 ‘자존감 바닥’이 눈에 띄고 ‘자존감 마이너스’라는 표현까지 보인다. 자존감은 객관적 조건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박씨처럼 일류대학을 나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있다고 자존감이 높은 것이 아니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자존감이 낮은 이들이 많다. 누가 봐도 남부러울 것 없는 조건을 갖췄음에도 ‘왜 나만 불행할까?’라는 생각을 습관처럼 안고 사는 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이런 현상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 곳은 출판계다.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2016년 9월에 낸 ‘자존감 수업’(심플라이프)은 출간 1년1개월 만에 50만부가 넘게 팔렸다. 이후 올 한 해 동안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단행본만 50종 넘게 출간됐다. 타깃 연령층도 다양하다. ‘스펙보다 중요한 내 아이의 자존감’(덴스토리), ‘아이의 자존감이 자라는 엄마의 말’(푸른육아) 같은 육아서적이 있는가 하면, ‘자존감 있는 글쓰기’(제몬북스), ‘자존감을 높이는 엄마의 글쓰기’(카모마일북스) 등 글쓰기 관련 서적도 ‘자존감’ 타이틀을 내세운다. 최근엔 스타강사 김미경씨도 ‘엄마의 자존감 공부’(21세기북스)를 냈다. ‘자존감 테라피’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자신감 있는 스피치도 ‘자존감 스피치’로 불린다. 교육과 육아서적의 키워드 역시 ‘자존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존감 있는 아이로 키우기’가 육아의 절대명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2018년 10대 소비트렌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코리아 2018’에서 2018년 대한민국의 10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자존감’을 꼽았다. 김 교수는 2018년 키워드를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Wag the dogs)’로 규정하면서 마지막 s 키워드로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Shouting Out Self-esteem)’를 언급했다. 자존감이 하락한 형국을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는 상황에 비유한 것. 개인이 원자(原子)화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옅어지며, SNS 발달로 타자지향형이 되면서 자존감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나홀로 살아가는 것이 운명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관계밀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자기밀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처방했다.

그렇다면 자존감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을까? 과연 과거보다 최근 들어 자존감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객관적 지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20~40대의 자존감 저하는 어느 정도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1월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20대 616명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6%가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고 답했다. ‘보통’은 35.1%였고, ‘높다’는 24.4%였다. 도전과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는 20대 청춘의 낮은 자존감은 우리 사회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50대 이상 세대가 2040세대를 향해 “요즘 애들은 매가리가 없어” “요즘 애들은 패기와 도전정신이 부족해”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것도 젊은 세대의 낮은 자존감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자존감이 화두로 급부상한 자체가 자존감을 상실한 현실을 대변한다.

사실 ‘자존감’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심리학에서 자존감은 기본이 되는 개념으로 ‘정신건강의 척도’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존감을 강조해왔고, 십수년 전부터 ‘자존감’을 내건 책들이 속속 출간됐다. 그런데 최근 3~4년 전부터 유독 자존감이 화두로 급부상했다. 이유가 뭘까?

자존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복잡다단하다. 개인적·사회적 요인이 얽히고설켜 있다. 자존감 형성에는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양육태도가 절대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최근의 자존감 콘텐츠 열풍이 설명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시대·사회적 요인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우리는 각자 개별적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불안을 겪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병원에 환자가 늘면 고민상담 메일도 늘고, 환자가 줄면 메일도 줄어든다. 요즘에는 단풍놀이 계절이라 확 줄었다. 불안할 땐 다 같이 불안하다. 작년 연말에 환자가 특히 많았다. 정국이 불안하고 나라가 어수선할 때였다. 소속감이나 자긍심이 떨어지면 개인의 자존감도 하락한다.”

저성장 기조의 경제 상황 역시 무관하지 않다. 이나미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 국가가 어느 정도 성장을 멈추게 되면 개개인의 주관적인 만족도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존감에 대한 관심 급증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는 과도기적 국가의 특징이라는 얘기다. 먹고살기 힘들 때에는 자존감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지만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관심의 대상이 바깥에서 내부로 향하게 된다고 한다. 이나미 교수의 설명이다.

“어떤 면에서 전체주의적 교육을 받은 6070세대는 자존감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다. 동조주의가 강한 6070세대는 개성을 추구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자존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지표다. 개성과 다양성을 가진 개인의 출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존감 콘텐츠에 수년간 관심을 가져온 이혜진 해냄 편집장의 생각도 비슷하다. “자존감은 사실 어느 책에서나 흔하게 등장한 보통명사 같은 개념이었다. 최근 자존감 상실에 대한 자각이 급증한 것은 갑질 등 개인의 가치가 짓밟히는 상황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개인의 가치에 대한 감수성은 높아진 반면, 사회적으로 개인의 개별성을 짓밟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존감 훼손을 느끼는 상황이 많아졌다.”

자존감 감수성은 20~40대가 가장 민감하다. 자존감 문제로 정신분석전문의를 가장 많이 찾는 연령대도, 자존감 관련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연령대도 20~40대다. 소위 IMF세대라고 불리는 X세대부터 N포세대까지 포함한다. N포세대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집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오포세대’, 희망·취미까지 포기한 ‘칠포세대’를 아우르는 용어다.

윤홍균 원장은 2040세대가 자존감 감수성이 높은 배경에는 개별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개별적 요인은 핵가족화가, 사회적 요인은 불경기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먼저 개별적 요인이다. 30~40대 이하는 주로 핵가족 형태에서 성장했다. 개별적으로 파편화된 삶을 살다 보니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간접경험할 기회가 적다. 대가족에서는 형제자매와 삼촌 등을 보면서 저절로 보고 배우는 것들이 많다. ‘실연을 당하면 몇 날 며칠을 몸져눕는구나’ 같은 것을 그냥 안다. 그런데 개별화된 삶에서는 간접경험의 기회가 적다 보니 ‘나만 힘들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요인은 경제 상황과 밀접하다. 불경기 이후엔 희망이 희미해져서 노력해도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과거엔 안정적이지는 않아도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세대는 노력해도 선택과 집중을 잘 못하거나 방향을 잘못 잡으면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낮은 취업률이 자존감을 저하시킨다는 건 두말할 필요 없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의 조사에 의하면 취준생의 88.4%가 취업 과정에서 “자존감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대 후반 취준생 762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는 ‘자존감 도둑’ 1위로 ‘내 자신’을 꼽았다(59.3%). 그 다음으로는 면접관(42.1%), 동기·친구(33.9%)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사에서도 10명 중 9명이 취업준비 기간에 자존감의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취업준비 중 가장 힘든 문제” 1위 역시 자존감(23.0%)을 꼽았다.

올 한 해 동안 ‘자존감’ 키워드가 들어간 단행본이 50종 넘게 출간됐다. ‘자존감 수업’은 50만부 이상 팔렸다.
올 한 해 동안 ‘자존감’ 키워드가 들어간 단행본이 50종 넘게 출간됐다. ‘자존감 수업’은 50만부 이상 팔렸다.

결정장애, 행동중독 초래

자존감 문제는 한국의 교육현실과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 자존감은 인정과 지지, 존중과 칭찬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남과의 비교, 상대적 박탈감이 일상화된 교육현장에서는 잘하는 것을 칭찬해주고 지지해주기보다 못하는 것을 부각해 혼내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자존감은 추락한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충분히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정서적 허기감이 생긴다. 이런 아이는 99가지에 능하고 1가지에 서툴면 그 한 가지 때문에 자기비하를 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될까?’ ‘나는 왜 그걸 못할까?’ ‘더 노력해야 해’라며 자신을 달달 볶게 된다. 성취를 해도 만족하지 못하고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이런 아이들은 성장과정에서 게임중독, 도박중독, 알코올중독 등 행동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자기조절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결정장애가 늘어나는 것도 자존감 결핍과 맞물려 있다. 결정이란 자존감 있는 삶의 방식이자 실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이 자존감 콘텐츠 붐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있다. 트렌드를 반영해 출간한 ‘자존감 수업’이 잭팟을 터뜨리면서 출판계에 거꾸로 ‘자존감 열풍’이라는 메가트렌드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자존감 수업’은 1인출판사 ‘심플라이프’에서 출간했다. 마케팅이 전무하다시피해 온전히 콘텐츠의 힘으로 대박 신화를 이뤄냈다. 이 책을 기획한 박경란 편집장은 “4년 전부터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를 주목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가정 구조와 사회 구조가 변화하면서 개별화된 삶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있다. 과거에는 조직과 동아리 중심이었다면 점점 개인화, 파편화된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를 지켜내는 심리적 힘이 중요한데,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건 자존감이라고 봤다. 심리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를 만날 수밖에 없고, 자존감 문제를 외면하고는 심리 문제 해결이 어렵다.”

자존감은 개별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문제다. 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 10%대의 높은 실업률, 개별화·파편화된 삶, 사랑 잃은 경쟁의 시대를 뚫고 가야 하는 세대에게 자존감 상실은 피하기 힘든 유행병이다. 치유가 힘든 중병(重病)임에는 틀림없지만 치유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안팎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스로는 시선을 내부로 돌려 진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밖에서는 “네가 뭐가 못나서” “뭐가 부족해서”라는 조언은 피하라고 한다. ‘지금 그대로도 괜찮아’라는 뻔한 위로가 필요한 시대다.

자존감이란?

자신감, 자만심, 자존심과는 달라

자존감이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말한다. 즉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지, 낮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레벨을 의미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정도’도 맞다. 자신감, 자만심, 자존심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신감’은 나의 능력과 과업의 난이도를 상대적으로 비교한 개념이고, ‘자만심’은 나의 능력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거나 과업들의 난이도를 지나치게 낮게 잡을 때 생기는 마음이며, ‘자존심’은 자존감과 연관된 감정으로, 자존감이 생각이라면, 자존심은 감정이다. 일반적으로 자존심은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느끼는 상한 감정을 말한다.

자존감에는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의 세 가지 축이 있다. ‘자기 효능감’은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것이고, ‘자기 조절감’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 ‘자기 안전감’은 자존감의 바탕이 된다.

- 윤홍균 ‘자존감 수업’ 중


인터뷰 |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자존감 수업’ 저자)

“자존감 회복 수업은 다이어트와 비슷”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의 별명은 ‘윤답장 선생님’이다. 상담메일에 답장을 꼬박꼬박 해주기 때문. 그런데 ‘자존감 수업’ 출간 이후로는 쉽지 않다. 유명세를 타면서 하루에도 수십 통씩 쌓이는 날이 많다고 한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한동안 답장을 기다리시는 시간이 무척 길 것 같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 ‘자존감’이 출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화두가 됐다. 예상했나.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직장관계 스트레스 등 원인이 다양하다. 진단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흐르는 증상이 있다. 바로 자존감 저하다. 자존감이 핵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고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호응은 예상 못 했다.”

- ‘자존감 수업’이 독자의 마음을 훔친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요즘 독자들은 상당히 똑똑하다. 정보 습득 능력이 빠르다. 그분들은 이미 자신을 사랑해야 하고 아껴야 한다는 걸 머리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건 몰랐다. 나는 방법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했다.”

- 저하된 자존감은 회복 가능한가. “자존감 회복은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일단 심리학적 지식이 기반돼야 한다. 다이어트할 때 어떤 음식을 먹어야 살이 찌고 통풍이 걸리는지 알아야 하듯 말이다. 그 다음엔 실천이 중요하다. 일단 책이든 유튜브든 보면서 따라해볼 것을 권한다. 혼자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이 있듯, 책이나 정보만으로 자존감 회복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혼자 힘으로 도저히 안 될 경우 제3자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이 별도로 있나. “지금은 자존감 수업을 주로 강연 형태로 하고 있다. 자존감 학교를 구상 중이다. 본인의 자존감 회복을 토대로 타인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다. 자기 자존감을 높이고 타인의 자존감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겠나.”

- 자존감 감수성에 대한 세대 간 격차가 크다. “한때는 다그침과 채찍질이 장려됐다. 호랑이선생님이 좋은 선생님, 위로해주는 선생님은 나약한 선생님으로 취급되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그런 태도가 필요했겠지만 점점 서로를 받아주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것이 상식적인 시대로 가고 있다. 사회갈등에서 생기는 괴로움이 짧으면 좋겠다.”

- 핵가족화는 관계의 단절을 초래했지만, 네트워크에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위로받는 경우가 많은데. “SNS에서는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이려 한다. 안 좋은 일을 겪어도 힐링하려 애쓰는 모습만 보인다. 동호회 커뮤니티가 많지만 좋은 것을 나누는 모임이 90% 이상이다. 감정이나 슬픔, 위로를 나누는 모임은 일단 숫자가 확연히 적다. 게다가 SNS로 감정을 교류하는 방식은 인류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니다. 문자로 감정을 교감하다 보면 오해와 상처가 많이 생긴다.”

- 자존감 낮은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면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자존감이 낮다는 사실을 나쁘게만 보면 안 된다. ‘꼭 고쳐야 해’ ‘단점이야’ 식으로 접근하면 더 상처받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존감이 낮다면 속상해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자존감이 낮은 것조차 사랑해주면 좋겠다. 그래야 나중에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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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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