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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6호] 2018.02.26

군산의 눈물 1만3000명 실직 위기 월세 밀려 야반도주도

군산 김태형  기자 

▲ 지난 2월 21일 전북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한때 택시기사로 돈 벌고 싶으면 전북 지역에서는 군산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 10년 전만 해도 익산과 전주에서 군산으로 올 정도였다니까. 그런데 지금은 다 옛말이야.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어려울 정도야.”
   
   지난 2월 19일 전북 군산 시내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모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택시 미터기를 가리키며 “오늘 하루 벌어들인 수입이 7만원이 조금 넘는다. 옛날에는 하루 20만원도 우습게 벌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40년째 군산에서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군산토박이. 그는 군산에 불황이 닥치기 전인 ‘5년 전의 군산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오후 5시가 되면 운전대를 잡고 군산국가산업단지 내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나 한국GM 군산공장의 정문으로 달려갔다. 현대중공업과 한국GM 직원들이 퇴근 후 군산 시내 곳곳으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직원들을 태우고 시내로 나가기 위해 하루에만 3~4번씩 군산국가산업단지를 왕복했다. 군산국가산업단지에서 군산 번화가인 수송동까지는 약 20㎞로 택시비 2만원 이상이 나오는 장거리다. 그는 하루에 평균 20만~30만원을 벌었다. 그는 “택시기사라 수입이 안정적이진 않았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그의 하루 수입은 10만원 내외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은 데 이어 올해 초부터 한국GM 군산공장이 가동중단 상태여서다. 그는 한국GM 군산공장이 있는 군산국가산업단지에 3~4일에 한 번 정도 손님을 태우기 위해 가고 있다. 그는 “군산시민들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한국GM 공장 철수설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박2일 동안 둘러본 군산은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은 한국GM 공장 가동중단으로 지역 전체가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지난 2월 20일 전북 군산시 군산국가산업단지 인근의 오식도동을 1년3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이곳은 군산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사는 원룸촌과 식당, 술집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기자는 2016년 12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를 앞두고 오식도동을 취재했었다. 그 당시에도 이미 거리 곳곳에 ‘임대 문의’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건물 두 곳 중 한 곳은 비어 있을 정도였다.
   
   인적 드문 유령도시로 1년3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오식도동 거리에서 행인들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문을 닫은 상가들이 더 늘어나 유령도시를 연상케 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흙먼지와 함께 광고전단지가 거리에 나뒹굴었다. 한 식당 주인은 “손님이 뜸한 것이 수개월째여서 이제는 무덤덤하다”면서 “월세를 내기도 어려워 상황이 진전되지 않으면 가게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당가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원룸 건물주 김모씨는 공인중개사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월세가 밀린 한 30대 청년이 야반도주를 해버렸다. 보증금도 다 까먹고 밀린 월세가 130만원이나 되는데. 일자리를 잃고 몇 달째 혼자 끙끙대던 모습을 생각하니 차마 경찰에 신고도 못 하겠다.”
   
   김씨는 2012년 5억원가량을 투자해 오식도동에 11가구의 원룸 건물을 지었다. 처음에는 원룸에 공실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당시 원룸 월세는 보증금 200만원에 33만원이었다. 김씨가 한 달에 월세로만 40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자 친구들 모두 그를 부러워했다. 군산은 2008년 당시 지가상승률이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당시 새만금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건립이 호재로 작용했었다. 하지만 올해 초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군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오식도동의 원룸촌에는 2016년 초부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의 실적부진으로 인해 군산조선소 도크폐쇄설이 돌면서 하청업체들이 하나씩 문을 닫았다. 김씨는 궁여지책으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렸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김씨는 “요즘은 보증금을 없애고 월세를 25만원 이하로 내렸는데도 경기가 얼마나 어려우면 방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면서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한국GM 군산공장 살리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의 원룸 건물에는 11가구 가운데 6가구만 세입자가 들어와 살고 있다. 그나마 김씨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공인중개사 정모씨는 “오식도동의 대로변 원룸을 제외하고는 골목 안에 있는 원룸은 대부분 20~30% 정도만 세입자가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소를 나와 원룸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 원룸촌으로 가보았다. 원룸촌 골목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건물마다 먼지 쌓인 우편함에는 각종 고지서와 전단지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좀 더 골목으로 들어가자 아예 원룸 건물 입구를 자물쇠로 걸어잠근 곳도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원룸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입구를 자물쇠로 걸어잠그지 않았을 뿐, 살고 있는 세입자는 단 한 명도 없어 보였다.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와 한국GM 군산공장 가동중단으로 인해 오식도동의 경제는 초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현재 군산에서는 이번에 충격을 던진 한국GM 공장 폐쇄를 되돌리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군산시 중심가에 위치한 군산시청을 비롯해 군산의 번화가 곳곳에는 ‘오직 한국GM 군산공장 정상화만이 살길이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2월 20일 정부는 사태의 시급성을 반영해 군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긴급 절차를 밟기로 했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군산은 실업자 수급기한 연장, 일자리 관련 예산 우선배정 등 정부의 각종 일자리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군산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데 대해 군산상공회의소 온승조 팀장은 “한국GM 군산공장 철수는 과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보다 군산 경제에 더 타격이 크다. 군산시민으로서 갈수록 군산 경제가 어려워지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우려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GM 군산공장 가동중단은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폐쇄 결정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벌어졌다. 군산 경제의 두 축이었던 자동차와 조선 산업은 2016년 기준으로 이 지역 수출 실적의 42.7%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도크가 폐쇄되면서 협력업체 50개사와 함께 직원 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 군산시내 곳곳에 걸린 현수막.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 지난 2월 21일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의 원룸 건물에 ‘임대’ 광고가 붙어 있다.

   생산성 전 세계 130위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 실직 위기에 몰린 근로자는 1만3000여명에 달하게 된다. 군산공장 직원 2000여명과 인근 1차 협력업체 35곳의 직원 5700명, 2차 협력업체 100곳의 5000명의 일터가 위협을 받는 것이다.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5만명이 직접적 영향권에 든다는 분석이다. 이는 군산 전체 인구 약 27만명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외지인 직원 비중이 높은 조선업과 달리 자동차는 지역에 뿌리를 내린 산업이어서 공장 폐쇄로 인한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준중형차 크루즈와 다목적차량 올란도를 만든다.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128만㎡ 부지에 생산라인 2개를 두고 연간 26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 1997년 지어진 대우자동차 공장을 GM이 2002년 10월 인수했다. GM 군산공장의 수출액(생산 대수)은 2011년 39억달러(26만8000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35억달러(21만1000대), 2013년 23억달러(14만4000대), 2014년 11억달러(8만1000대), 2015년 7억달러(7만대), 2016년 4억달러(3만4000대)로 해마다 급감해왔다. 설상가상으로 군산공장에서 생산해 2017년 2월 내놓은 신차 ‘올 뉴 크루즈’는 불량이 생겼고,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도 새 모델을 출시한 지 오래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작년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13만2377대로 2016년보다 26.6% 급감했다.
   
   미국 GM 본사의 ‘이중적’인 경영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GM이 미국 캔자스주 공장에 2억6500만달러(약 2846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 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제럴드 존슨 GM 부사장은 “품질과 고객에 대한 페어팩스 공장의 헌신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GM 본사가 한국 정부를 압박해 지원을 받아내고, 미국에서는 자국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GM 군산공장의 낮은 생산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 세계 자동차 공장 148개의 생산성을 비교한 ‘하버리포트’(2016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GM 군산공장은 대당 생산시간이 59.31시간으로 130위다. 공장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가 노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노조의 파업권 확보 규정이 유달리 한국만 노조에 유리하게 되어 있어서다. 미국의 경우 노조원 찬성률이 3분의 2 이상, 독일은 75%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반면 한국은 과반이 넘으면 파업이 가능하다.
   
   한국GM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적자가 나는데도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끊임없이 임금을 올려줬다. 수출량이 급감한 2014년 이후에도 매년 3~4%씩 임금을 인상했다. 연간 순손실이 3000억~9800억원이 났던 2014~2016년에도 노조원들은 매년 10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아갔다. 2013년 7300만원이던 한국GM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2016년 8700만원으로 19% 올랐다. 한국GM 사장을 지냈던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매년 임금협상을 준비하느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쉽지 않았던 때도 많았다”고 말한 바 있다.
   
   기자가 만난 군산시민들은 한국GM 군산공장이 정상화가 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노조와 미국GM 본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군산시민이 한 말 가운데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군산시민들도 막무가내로 정부가 막대한 돈을 한국GM에 지원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노조는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길 것이 아니라 기업이 어려울 때 자신들부터 먼저 내려놓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타 지역 사람들이 군산시민을 지역경제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볼까봐 걱정된다. 한국GM 군산공장 철수 논란을 계기로 정부는 군산 경제를 살리기 위한 보다 궁극적인 방안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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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황희연  ( 2018-03-06 )    수정   삭제
적자가 발생해도 임금, 상여금, 성과급 등을 요구하는 노조가 이성이 없는 집단이다. GM이 미국에는 투자하고 한국에서 철수를 한다고 2중적으로 보는 것은 양심을 저버린 평가다.기업은 사회적 책임이 있다면서 노조는 없다는 말인가 노조기 생생을 먼저 찾아야 한다. 나의 가슴에 손을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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