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미국의 이방카 특사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지난 2월 25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미국의 이방카 특사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국가들은 혼자서 살지 않는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 국가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다루는 부분이 그 나라의 외교 및 안보 정책이다. 외교·안보 이외에도 국가들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명예도 추구하고 경제적인 이익도 추구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 교수는 국가들이 대외적으로 추구하는 이익의 종류를 국가안보, 권력, 경제력, 자존심 등으로 분류한다. 국가안보는 국가의 생존에 관한 것이고, 권력과 경제력은 국가의 힘에 관한 것이며, 명예는 국가의 자존심에 관한 것이다. 모겐소 교수가 제시한 4가지 이익 중에는 우선순위가 있기 마련인데 가장 중요한 이익은 국가의 생존에 관한 ‘국가안보’ 이익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국가의 생존이 중요하다 보니 국제정치는 대체로 국가안보를 위한 노력으로 보여질 정도이다. 국가의 자존심, 국부의 증진 등을 위한 노력은 국가안보의 추구에 비해 밀려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한반도 주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북한 측 인사들이 미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으며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는 몇 개월 전 미국은 북한 핵을 폐기시키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미국이 전쟁을 결심할 때’라는 제목의 글을 주간조선에 기고한 적이 있었다. 그 후 몇 개월이 지난 2018년 3월 현재, 아직도 미국은 북한을 군사 공격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상황으로 점차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 느낌이다. 북한의 핵 위협은 여전히 심각하고, 해결할 시간적 여유는 더욱 짧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혹시나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없는가’에 관한 지적(知的) 논의를 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대화 등 외교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전쟁을 벌이는 나라는 없을 것이며, 미국 역시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미국이 군사력을 앞세워 북한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며, 마치 내일모레 진짜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행동하는 본질적인 이유 역시 상대방에게 진짜 겁을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은 채’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프러시아의 총명한 군사전략가요 군주였던 프리드리히 대제는 미국이 오늘날 북한에 대해 벌이고 있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군사적 압박 작전을 외교적 해결을 위해 대단히 필요한 일로 보았다. 그는 “군사력이 동원되지 않은 외교는 악기가 동원되지 않은 음악회와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교의 영역과 군사의 영역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두 가지가 얼마나 상호 의존적인 것인지를 말해주는 금언이 아닐 수 없다.

작금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위기가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작동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에 관한 지적 분석 작업을 주문받고 며칠을 생각해 보았다. 마치 필자가 오래전 미국에서 박사종합시험을 치를 때 ‘혁명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받아들고 머리를 굴렸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 필자는 ‘혁명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냈었다.

항상 난제를 받아들면 결론보다는 논리적 과정이 중요하다. ‘미국은 언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라는 조금은 ‘미국답지 못한’ 주제에 대해서 역사적·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설명을 해보기로 하자.

지난 2월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코스프레한 외국인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지난 2월 9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코스프레한 외국인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비상상황에서 협상은 없다

‘딜(Deal)’이라는 영어 단어는 미국인들이 대단히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다. ‘장사한다’는 뜻도 있고 ‘거래한다’는 뜻도 있다. ‘협상한다’는 뜻도 물론 있다. 미국 사람들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사람을 ‘딜러’라고 부르고 카지노에서 카드를 배분하는 사람도 ‘딜러’라고 부른다. 꼭 31년 전 트럼프 대통령을 유명하게 만든 것도 ‘Art of the Deal(거래의 기술)’이라는 저술이었다.

이렇듯 미국 사람들은 협상과 거래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의 협상 기술이라든가 미국인들의 협상 행태 등에 관한 글도 적지 않다. 미국 사람들은 빨리 협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시끄럽게 협상한다. 미국 사람들은 형식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은 나이가 많다고 협상자의 권위를 높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런 소소한 아메리칸식 협상의 기술은 여기저기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협상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국제정치 영역에서는 협상이 그다지 많이 보이질 않는다. 미국의 외교를 ‘카우보이 외교’라고 말하는 이유다. 카우보이들은 서부개척 시대의 총잡이들이며, 그들이 살던 사회의 질서는 그들이 가진 총에 의해 유지되었다.

물론 미국인들이 체결한 국제 정치 및 경제적 주제에 관한 협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은 소련과 핵무기 감축 협상을 벌여 미·소 양국이 보유한 핵무기를 대폭 감축시킨 과거가 있다. 또 캐나다, 멕시코와 북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우리와도 자유무역협상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벌인 이런 협상의 주제들은 사활적 국가안보 이익이 걸린 이슈들은 아니었다. 미국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걸려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주거니 받거니 식의 협상을 벌인 적이 없다. 강대국이 된 이후가 아니라 힘이 약할 때에도 미국은 협상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기보다는 전쟁을 택했었다.

언젠가 한·미 자유무역 협상을 담당했던 분이 한·미 FTA 협정에 대해 자신이 거의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둔 협상이었다면서 자신의 협상 기술과 업적을 자랑하듯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필자와 함께 그 말을 들은 분이 “그 외교관 대단하다”고 칭찬하며 나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다고 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우선 미국과 같이 강한 나라가 자신보다 약한 상대방인 한국과의 협상에서 완전하게 패배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될 일이기도 했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다고 말할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재협상하자는 빌미를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협상이라는 것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한 편이 다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나의 견해를 물으신 분에게 “만약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승리한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반드시 재협상하자고 할 것”이라는 말을 한 기억이 난다.

미국은 경제적·군사적으로 세계 제1의 국가다. 미국이 경제적·군사적 협상을 할 경우 결코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는다. 미국이 지는 듯이 보이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봐주기’를 한 것뿐이든지 아니면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그리 했던 것이다.

협상에 관해 미국이 보이는 특이한 태도 중 하나는 언제라도 체결된 협상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을 때는 지체 없이 이를 번복하자고 조르거나 혹은 이를 파기한다는 사실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연맹을 설립한 윌슨의 정책이 미국 의회에서 거부되어 미국이 국제연맹 회원국으로 가입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스타워즈 계획(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은 소련과 맺었던 방어용미사일 개발 금지조약(Anti Ballistic Missile Treaty, ABM Treaty)을 그대로 무너뜨려버리는 것이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도 집권 후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생각되는 각종 불리한 협정들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으로부터 탈퇴했고, 전임 정권이 체결했던 조약들을 재협상하거나 개정 혹은 폐기하자고 주장한다.

미국의 현대 외교사를 살펴보면 영국·독일 간의 뮌헨협정, 독일과 소련 사이의 독·소불가침조약처럼 잘못 체결했다가 차후 큰 사단(事端)으로 발전된 협정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전쟁을 하던 중 승패를 확정하지 못한 채 서둘러 평화협정을 체결해서 두고두고 골치를 썩이고 있는 경우도 한국전쟁 외에는 없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은 그동안 지원해왔던 남베트남을 포기하고 북베트남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는데 당시 미국 사람들은 통일 후 공산베트남이 막강한 민족주의 국가가 되어 오히려 중국의 남진을 막아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부패하고 나약한 남베트남을 향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도와주다가 내린 최종 결론이었다. 그 이후의 역사는 미국의 계획이 맞았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선문답은 안 한다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이 북한과 체결했던 핵 협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당시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대가로 중유 제공, 경수로 발전소 건설 등을 약속했었다. 협상 체결 이후 김정일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대화일꾼들에게 한턱을 내기도 했다. 차후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어차피 북한 정권이 몇 년 더 지속되지도 못할 것인데 그 정도 약속해준들 어떻겠는가’라는 생각으로 북한에 협상 체결에 따른 각종 약속을 해주었다 한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미국은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려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단코 “그렇다(YES)”이다. 한국 사람들 중 꽤 많은 숫자가 “미국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이 그럴 리 없는 것은 미·북 대표가 마주 앉아 공허한 선문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장면이다. 미국은 이미 오랫동안 ‘대화’로써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김정은과 만나서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겠다”고도 했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보자는 말이었다. 2017년 12월 28일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는 23년 전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이 밝힌 북핵 해결 인터뷰 영상이 올라와 있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기로 했다는 클린턴의 인터뷰 동영상과 함께 19년 전 자신의 북핵 관련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이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당신은 대통령으로서 북한을 선제타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북핵 문제 해결책을 묻는 앵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선은 협상을 할 겁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협상이란 명목으로 우리는 사실상 북에 뇌물을 바쳤을 뿐이죠. 돌아온 건 북한의 비웃음뿐입니다. 우리는 북한을 막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합니다.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핵을 겨눌 때까지 기다릴 겁니까? 북한 미사일 대부분이 뉴욕과 워싱턴을 겨냥할 때까지 말입니까? 무언가 해야 한다면 바로 지금 해야 합니다. 우리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저들이 먼저 협상하려 들 겁니다.”

지금 북한과의 대치 상태가 전쟁 직전에 도달한 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관리들은 여러 차례 대화에 대해 언급했다. 예컨대 미국의 UN 대사인 니키 헤일리(Nikky Haley)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게 될 몇 가지 단계를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장기간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및 핵실험 중지’였고 그 다음이 ‘북한이 핵 폐기와 관련된 대화를 하고 싶다고 선언하는 일’이었다.

중요한 점은 미국이 북핵을 완전하게 폐기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 북한과 만나서 선문답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 먼저 행동(장기간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실험 중지)을 보이고, 그 다음 구체적으로 협상의 주제(비핵화)를 밝히라는 것이 미국의 주문이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은 비록 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미국도 대화 혹은 외교적 수단에 의한 북핵 문제 해결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전제했다. 폼페오 국장은 대북 무력 공격 방안이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일련의 옵션”이지 외교에 우선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혔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북한의 대화 제의를 진정성이 있는 대화 제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화의 의제가 없는데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행동으로 보이고 의제를 명확히 하라

북핵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을 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가 미·북 대화를 주선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북한의 대화 의향을 전달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맞을 때 대화할 것이라는 반응을 즉각 보였다. 트럼프가 생각하는 조건 중 최하의 것이 아마 대화의 주제일 것이다. 주제도 정하지 못한 대화는 말장난일 뿐더러 북한에 시간 벌어주기용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트럼프는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야 말 것이라는 단호한 결의를 갖고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 폼페오 CIA 국장은 북한 정권 당국자들이 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를 오바마·클린턴 행정부와 같은 부류의 정부로 착각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강경파인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같은 사람은 북한이 대화에 나설 의향을 내비친 것을 선전 전략의 일환으로 일축했다. 볼튼 전 대사는 지난 2월 26일 VOA(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북한과의 대화는 실익이 없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대화 제안은 선전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지난 25년간 북한과 직·간접 대화를 나눠왔다.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면서 동시에 모든 대화로부터 이득을 얻어왔다. 때문에 이번 대화 제안을 새로운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미국이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진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도 과거 그런 길을 여러 번 거쳤고 매번 실패했다.”

볼튼은 이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 내에 한국의 다음 정부를 기다려야 한다는 실망감은 혹시 없습니까”라는 VOA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차기 정부를 기다릴 사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이 옳다면 단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북한이 핵탄두를 갖고 미 본토 어디든 도달할 역량을 갖추기까진 단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미·한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막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 모든 공은 다 북한으로 넘어갔다. 비핵화 회담을 열자고 명확히 말하면서 우선 성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성실한 태도란 아까 언급했듯이 장기간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스스로 중지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나빠진 것은 북한 탓이다. 북한이 오로지 방어적 목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북한을 위해서는 대단히 애석한 일이지만 지난 2월 28일자 폭스뉴스는 김정은이 최근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50t이나 되는 화학무기를 팔아넘겼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미국 사람들은 사자와 같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반드시 지키지만 그들에 대항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맹수와 같이 기필코 물어 죽인다.” 미·북 대화 가능성과 관련해 백선엽 장군의 이 말은 참고할 만하다. 적국에 대한, 그리고 국가안보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관점을 정확히 함축한 말이다.

북한은 너무 오랫동안 미국을 가지고 논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할 때다. 트럼프는 지난 세월 미국의 외교적 실패 사례들을 미국의 힘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정치가들이 바보스러웠다는 사실에서 찾는 인물이다. 또한 트럼프는 “세계는 미국의 지도자들을 비웃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왔다.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 김정은이 미국과의 비핵화 회담에 응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 불쌍한 북한 주민들, 그리고 애꿎은 희생을 우려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가장 합리적임을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미국 주요 인사들의 말말말

“그들(북한)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올바른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월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회동에서

“북한이 협상에 진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따르는 한국의 세 번째 대통령이다. 햇볕정책은 앞서 두 대통령 당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이번에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2월 26일 VOA(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이라는 미국의 입장, 그리고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의 공동 입장을 확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2월 25일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곧 북한에 대해 전에 없던 엄중하고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발표할 것이다. 북한이 올림픽 깃발 뒤에 숨어서 국민을 노예화하고 넓은 지역을 위협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2월 7일 일본 총리와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가)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되기 원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월 17일 백악관에서 가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정책 목표는) 북한의 정권 교체, 정권 붕괴, 통일 가속화가 아니며 38선을 넘어 북으로 올라가려는 구실을 찾는 것도 아님을 우리는 분명히 해왔다.”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지난해 5월 3일 국무부 직원 대상 연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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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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