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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8호] 2018.03.12

최흥식 금감원장 채용비리 의혹

점수 미달 친구 아들 추천 하나은행 합격
2013년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절… 금감원은 2016년만 조사

특별취재팀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최흥식 원장이 과거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 시 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에 입사지원한 대학동기 아들을 추천하고 하나은행이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최 원장은 “관행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금감원이 조사해온 금융기관 채용비리 의심사례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 등을 비롯한 5개 시중은행에 대한 과거 채용비리를 조사해 지난 2월 1일 22건의 채용비리 의심사례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입사지원자들을 추천한 시중은행 임직원들이 대거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주간조선 취재 결과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 대학동기인 L씨의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 채용에 응시한 L씨 아들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관련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L씨는 최 원장과 같은 연세대 경영학과 71학번이다. 두 사람은 대학 졸업 후에도 동기 골프모임을 함께하는 등 가깝게 지내왔다.
   
   현재 KEB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 측은 최 원장의 추천 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을 닫고 있다. 함영주 행장은 주간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직접 답변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 않다”면서 답변을 꺼렸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과거 채용비리 의혹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최 원장 추천 건이 발견됐다. 이후 하나금융지주 고위층이 이 건을 놓고 회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L씨 입사서류를 검토해 당시 평가점수가 합격 선에 미치지 못했음을 확인했지만 쉬쉬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L씨 아들은 현재 하나은행 서울 모 지점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최근 주간조선과 만나 “하나은행 재직 당시 나의 인사 추천은 관행이었을 뿐 채용 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 원장은 자신이 L씨를 추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L씨가 점수 미달임에도 채용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점수가 얼마였는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나는 (지인에게) 연락을 받으면 (직원에게 지인의 부탁 내용을) 던져주지만 중간에 ‘푸시’하진 않았다. 나머지는 인사부서에서 알아서 하고 결과만 보고받았다”고 했다.
   
   
   금감원의 검찰 고발 사례와 같아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은 최근 하나은행 측의 과거 채용비리 자체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연말부터 국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시중은행 4곳과 함께 금감원으로부터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2개월간 받아왔다. 금감원은 이 조사를 통해 하나은행을 포함한 5개 시중은행에서 총 22건의 채용비리 의심사례를 적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 중 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검찰은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월 6일 국민은행, 2월 7일에는 하나은행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지난 3월 7일에도 수사관 13명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신사옥에 보내 2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함영주 행장실과 인사부 등의 부서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검찰은 “지난번 압수수색에 이어 보강하는 차원에서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의 시발점이 된 하나은행에 대한 금감원 조사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금융권에서 제기된 바 있다. 당초 금감원이 적발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심사례 13건이 모두 2016년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하나은행 채용비리를 조사할 때 다른 시중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을 투입했지만 2016년도만 조사해 발표했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진즉부터 금감원이 최 원장 재직 기간을 염두에 두고 조사 기간을 설정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었다. 최 원장은 2010년 11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때 하나금융연구소장으로 영입되면서 하나금융과 인연을 맺었고, 2012년 3월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승진해 2014년 3월까지 사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2015년 7월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하나금융 고문 직함을 갖고 있었다. 하나은행은 서울시향의 최대 후원사다.
   
   하나은행 측이 금감원 조사 이후 자체적으로 실시한 채용비리 전수조사 과정에서 찾아낸 것 중 하나가 최 원장 추천 관련 정보다. 최 원장이 L씨를 추천한 근거 자료는 하나은행의 데이터 저장소에 지금도 보관돼 있는데, 당시 지원자 L씨의 채용서류에는 ‘추천자 최흥식 부사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 원장은 당시 ‘사장’으로 재직 중이었으나 인사팀 직원의 오기로 ‘최흥식 부사장’으로 서류에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하나금융지주 임원 가운데 ‘최흥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사는 최 원장이 유일했다. 하나금융지주 측은 한번 저장된 인사자료의 경우 내부 인사라 할지라도 함부로 손댈 수 없도록 하는 서버 운영원칙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나금융은 특이하게 인사자료 등 중요 데이터를 구글의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고 있다. 자체 서버를 두고 관리하는 다른 은행과 달리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한다. 금감원 조사에서 하나금융에서 유독 채용비리 의심 사례가 많이 적발된 것도 역설적으로 하나금융의 데이터 보관, 관리가 철저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나금융의 클라우드 서버에는 지난 수년간의 인사 자료가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시중은행을 조사한 후 금감원이 발표한 ‘채용비리 의심사례’에서 하나은행은 적발된 13건 중 6건이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으로 의심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별도 명단에 포함된 지원자에 대해 서류전형 혜택을 줬고,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를 ‘글로벌 우대’를 통해 최종합격시켰으며, 계열사 경영진 관련 지원자의 점수를 임의조정해 최종 합격시켰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계열사 사장의 지인 자녀에 대해서는 임원 면접 점수를 상향 조정(4.2→4.6)해서 합격시킨 일도 있었다는 의심사례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하나은행 입사 지원자들의 각종 ‘추천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채용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용될 업무방해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KEB하나은행 본점.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최 원장 “채용비리 척결” 강한 의지
   
   하나금융 측은 금감원 조사 이후 “특혜 목적으로 별도 관리된 명단은 없고 임의로 점수를 조정하지도 않았다”는 해명자료를 국회와 언론에 돌렸다가 정의당 심상정 의원에 의해 반박당하기도 했다. 심 의원이 2월 초 공개한 ‘하나은행 명문대 출신 지원자 면접 점수 조작 현황’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 지원자 7명의 면접 점수를 올리고 합격권 내 기타 대학 출신 지원자는 점수를 내리는 방법으로 점수를 조작했다. 하나은행 측은 이에 대해서도 “2016년 채용 합격자 가운데 SKY 출신은 전체의 10%에 불과하고 지방대 출신은 46%를 차지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금감원 조사 이후 은행들의 해명이 이어지자 지난 2월 초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 (채용비리) 조사는 정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확실하다”면서 금융권 채용비리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 원장은 지난 2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은행권 채용비리는 밝혀졌는데 (금감원이) 일종의 공범들인 부정 청탁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심상정 의원의 지적에 “현재 검찰 수사 중이고,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도 곤란하다”며 채용비리 관련 부정 청탁자의 신상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초 최흥식 원장 취임 이후 크고 작은 구설에 시달렸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금감원이 2016년 직원 채용 시 선발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16명의 당락을 바꿨다면서 여기에 연루된 9명의 전현직 금감원 직원에 대한 징계조치를 주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우리은행 채용비리에 금감원 직원이 연루됐다는 심상정 의원의 폭로로 금감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최 원장 본인도 지난해 말 암호화폐 열풍이 일자 “가상화폐 거품이 빠질 것이다. 내기 해도 좋다”고 말했다가 청와대 게시판에 사퇴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여론의 도마에 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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