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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6호] 2018.05.07

미세먼지 3차 추적기

도쿄 하늘 되찾은 ‘인벤토리’ 작전

김효정  기자 

▲ 지난 4월 19일 일본 도쿄 신주쿠 도쿄도청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쿄의 전경. 이날 도쿄의 미세먼지 농도는 11㎍/㎥이었다. photo 서경리 탑클래스 기자
지난 4월 4일은 서울 시민에게 기억해둘 만한 날이었다. 물감을 뿌린 듯 파란 하늘과 몇㎞ 밖도 보일 듯 깨끗한 시야, 먼지 한 톨 묻어나오지 않을 것 같은 맑은 공기가 종일 이어진 하루였기 때문이다. 이날의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시 중구 미세먼지 측정소 측정 기준으로 PM10이 12㎍/㎥, PM2.5는 6㎍/㎥에 불과할 정도로 낮았다. 길거리에서는 오랜만에 찾아온 파란 하늘을 사진으로 담아두려는 사람들이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4월 19일 일본 도쿄. 도쿄의 하늘은 4일 서울 하늘만큼 맑았다. 도쿄 신주쿠구 도쿄도청 전망대에 올라가 얼핏 보이는 경치로 짐작해 보니 10~20㎞ 너머의 도시 전경이 뚜렷이 보일 정도였다. 이 시각 도쿄의 PM2.5 농도는 11㎍/㎥. 그러나 도쿄 사람들은 이런 날씨를 특별하게 느끼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도쿄도청에 따르면 2016년 도쿄의 연평균 PM2.5 농도는 12.6㎍/㎥이었다. 이 정도 날씨가 일상이라는 얘기다.
   
   서울에는 변명거리가 있다. 4월 9일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공동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3월 22일에서 27일 사이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국외 영향이 최대 69%에 달했다. 이 발표가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자마자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중국에 항의하라’ ‘중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라’는 시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정부와 서울시 등에서 대중교통 이용 장려정책이나 차량2부제 운행 등 몇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행하는 시민은 거의 없었고 “중국에 항의하지 못하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전가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들은 이 발표에 대해 이견(異見)을 내놓았다. 언론에서는 ‘중국 영향이 69%’라고 발표했지만 사실 최대치가 69%였다는 의미였다. 전문가들은 3월 25일의 경우만 봐도 오전에는 국외 영향이 70%까지 올라갔지만 오후에는 국내 영향이 59~82%로 우세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1월 18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济南市)에서 열린 제22차 한·중 환경협력공동위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 측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정부가 해결방안을 마련하라는 강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자 중국 측에서 곧바로 반발했다. 송샤오쯔(宋小智) 중국 환경보호부 부사장은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 것인지 아닌지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적다. 그러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제대로 대답을 내놓는 사람은 없다. 미세먼지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 결과도 없어서 늘 ‘중국발이다’ ‘아니다’로 입씨름한다. 국내 발생요인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유차 운행을 줄이자, 화력발전소를 멈추자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 요인은 거의 없고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중국 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지만, 중국은 나름대로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의 여론에 휩쓸리는 단기적 대책 말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뭔지 고민해 보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3차 취재가 일본의 환경대책을 중심으로 한 이유가 있다. 일본은 이미 40~50년 전에 고도의 산업화로 인해 극심해진 공해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10여년 전부터 미세먼지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자 선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지금은 대부분의 도시가 매우 청정한 대기 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수철 일본 메이조(名城)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경경제학자로 동아시아의 환경문제에 대해 연구해온 전문가다. 그는 한·중·일 환경 전문가가 모인 동아시아 환경정책연구회를 창설해 이끌고 있는데 특히 최근 일본의 미세먼지 정책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4월 18일 일본 나고야 메이조대 교정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메이조대는 야트막한 오르막길에 자리 잡고 있어 교정 안에서 나고야 시내의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대학 안에서도 가장 양지 바른 곳에는 이 대학 교수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아카사키 이사무(赤崎勇)를 기리는 시계탑이 서 있다. 이수철 교수는 기자 일행을 안내하며 이 시계탑 앞에 서서 “일본의 많은 대학이 그렇지만, 메이조대에서도 제대로 된 연구 결과물을 한참이나 내놓지 못하던 아카사키 교수를 위해 그의 비전과 연구 가치만 보고 꾸준히 지원해줬다. 당장의 결과만을 재촉하지 않은 덕분에 노벨물리학상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둬냈던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이 교수가 아카사키 이사무를 먼저 소개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미세먼지 정책 또한 아카사키 교수의 연구처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보며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미세먼지 정책은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수준이다.
   
   
   PM10과 PM2.5 구분부터 시작해야
   
   아직까지 우리는 ‘미세먼지’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른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라고 하면 주로 PM10을 가리키고 PM2.5는 초미세먼지라고 따로 부른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특히 일본에서는 요즘 PM10보다 PM2.5를 주로 다룬다. PM10과 PM2.5는 입자의 지름 크기에 따라 나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PM10을 SPM(부유입자상물질)과 거의 동일시해 따로 부른다.
   
   PM10과 PM2.5가 발생하는 원인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위해성의 정도가 다르다. PM2.5는 PM10에 비해 건강에 훨씬 위험하다. 의학적으로 PM10은 인후두부에서 상당수 걸러진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손발을 깨끗이 씻고 양치를 하라는 식의 대응방식은 PM10 정도를 막아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PM2.5다. PM2.5는 상당수 2차 생성물질로 구성돼 있다. 1차 생성물질은 직접 대기로 방출되는 입자 형태의 미세먼지다. 공장이나 발전소의 매연과 먼지로 발생하기도 하고 동물이나 토양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오염도 1차 생성물질로 분류된다. 2차 생성물질은 발전소, 자동차 등의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나 도장 같은 공정을 거쳐 가스 형태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에 의해 아주 작은 입자로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이런 작은 입자는 화학반응에 의해 쪼개진 것으로 중금속의 농도가 높아 폐 깊숙이 침투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기도 쉽다. 흡착률이 높아 잘 씻기지 않기 때문에 체내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고 자연히 몸에 더 해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지금 ‘미세먼지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PM10인지 PM2.5인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언론 보도에서도 종종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구분하지 않고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쪽을 겨냥해 ‘미세먼지가 나쁘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PM2.5는 보통 수준이라도 PM10이 나쁘면 ‘미세먼지가 나쁘다’고 하는 식이다.
   
   한국이 미세먼지의 개념조차 확립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울 때 일본은 “지금 일본의 대기는 깨끗하다”고 선언할 정도로 대기 질을 개선시켰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이 적은 일본이라고 해서 늘 대기가 청정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도쿄의 SPM(부유입자상물질) 문제부터 살펴보자. 도쿄는 30~40년 전만 해도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던 도시였다. 급속한 산업화로 도쿄 외곽에 세워진 공업단지에서 매일같이 내뿜는 연기로 인해 도쿄 대기는 늘 흐렸다. 급격히 늘어난 자동차의 수도 골칫거리였다. 도쿄도에서 주간조선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SPM 농도는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연평균 50~60㎍/㎥을 맴돌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 확연히 줄어들어 2015년 이후부터는 25㎍/㎥ 이하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기 질을 개선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대책은 당시 도쿄도지사였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경유차 No’ 정책이었다.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유차는 아예 운행을 못하게 했다. 배출가스 기준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쿄도에서 훨씬 강력하게 지정한, 당시 신차에만 적용되는 기준으로 높였다. 채찍이 있으면 당근도 있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비용을 지원해주고 대중교통 시설을 확충했다. 도쿄도 환경국 자동차환경과 우에하라 마이코(上原麻衣子) 과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시하라 도지사는 기자회견장에 페트병에 검은 디젤 그을음을 들고 와서 도민과 언론에 충격을 줬습니다. ‘이게 당신들 몸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세요.’ 으름장을 놓으면서 경유차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반발도 심했습니다. 그러나 경유차만 감시하고 도내 홍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대거 확충했고 관련 부서도 만들었습니다. 노후 경유차를 신고하는 시민 파파라치 제도도 도입했는데 요즘도 가끔 제보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2003년을 기점으로 도쿄도의 SPM 농도는 급격히 낮아졌다. 도쿄도에서 설정한 SPM 환경기준, 다시 말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는 일 평균 0.1㎎/㎥, 가장 높을 때의 시간당 수치가 0.2㎎/㎥가 넘지 않아야 한다. 이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환경기준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2003년에는 SPM 환경기준을 달성한 도쿄도 내 측정소가 34곳 중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2004년에는 34곳 중 13곳의 측정소가 일 년 내내 환경기준을 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SPM이 우리의 PM10과 거의 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젤차를 규제하는 것만으로도 PM10의 수치를 줄일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셈이다.
   
   
   서울과 도쿄의 ‘경유차 No’가 다른 점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경유차 No’ 정책에 대한 깨달음만 얻을 수는 없다. 도쿄의 대기오염 원인과 서울의 것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수철 교수가 일본 환경성 조사를 인용해 설명한 바에 따르면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関東) 지역의 중국발 미세먼지의 기여도는 약 40%에 그친다. 서울이 그보다 최소한 10~20%는 높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유차를 줄이는 것만으로 서울의 대기가 일본 수준으로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서울과 유사하게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60%에 달하는 규슈(九州) 지역의 미세먼지 문제를 보자. 규슈 지역의 중심지, 후쿠오카(福岡)현의 PM2.5 농도 역시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수철 교수에 따르면 2013년 연평균 18.9㎍/㎥이었던 후쿠오카의 PM2.5 수치는 2016년에는 16.3㎍/㎥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교수는 이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한다.
   
   “하나는 중국발 영향이 감소한 데 따른 것입니다.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해마다 좋아지고 있습니다.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중국의 배출량이 10% 줄어들면서 규슈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도 6% 정도 개선됐습니다. 또 두 번째로는 미세먼지의 발생요인을 정확히 파악해서 당장 절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쳤다는 겁니다. 급발진, 급정거를 자제하는 에코드라이빙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당장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줄인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 중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중국의 영향을 줄이는 데만 골몰하고 있기에는 중국에 국제적 협력의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국내의 발생 요인부터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국내 발생요인을 줄이는 일은 단기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전개될 때가 많다. 단적인 것이 지난 1월 15일 서울시 PM2.5 평균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보되자 실시됐던 ‘대중교통 무료 이용’ 정책이었다.
   
   발상은 나쁘지 않았다. 미세먼지에 기여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디젤차의 배기가스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세먼지가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면 차량 운행량을 줄이는 것이 단기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유인책으로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려던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아마 이는 도쿄도의 ‘경유차 No’ 정책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정책의 필요성과 예상되는 효과에 대해 시민은 물론 전문가에게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서울과 도쿄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었다.
   
▲ 이수철 메이조대 경제학부 교수

   이수철 메이조대 교수는 미세먼지 대책 중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인벤토리(Inventory)’를 구축하는 것을 꼽았다. 인벤토리란 원래는 명세표를 뜻하는 것이다. 각 항목마다 수량과 가격을 알려줘 한눈에 목록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환경적으로 ‘인벤토리’라고 하면 오염물질의 발생원인과 배출량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분석표를 의미한다.
   
   “도쿄의 경우 이미 2008년에 배출원인과 배출량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인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도쿄도 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14.8%에 그치고 도쿄도 인근 6개 현에서 발생하는 게 34.4%, 아예 그 외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게 18.3%, 원인을 알 수 없는 게 32.7%로 나왔습니다. 도쿄도 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만을 따져보면 그중 가장 많은 양이 자동차에서 발생하는데 전체의 4.6%, 도쿄도 내의 원인으로는 6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 아베 사다히로 도쿄도 환경국 대기보전과 과장 photo 서경리 탑클래스 기자

   이 인벤토리를 보면 저절로 도쿄도 내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여야 하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도쿄도 환경국 대기보전과 아베 사다히로(阿部貞弘) 과장 역시 ‘경유차 No’ 정책이 제대로 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이 인벤토리를 꼽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벤토리는 전문가와 시민을 설득하는 객관적인 근거로 작동했다. 또한 도쿄 인근 간토 6개현(縣)에서도 가장 많은 오염발생원이 자동차로 꼽혔기 때문에 인근 현을 설득해 ‘경유차 No’ 정책에 합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의 영향을 부인하지도 않으면서 이런 인벤토리 없이 그저 ‘경유차를 타지 말자’고 말하는 우리 환경당국의 태도는 시민들에게 정책의 의도가 잘못 수용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는 많지만 시민들의 노력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변하는 셈이다.
   
   인벤토리는 저절로 구축된 것이 아니다. 도쿄도 측에 따르면 순수 작성 기간만 2년, 예산은 2억~3억원, 동원된 공무원 수만 40~50명에 이르렀다. 짧은 시간 내에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인벤토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도쿄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환경오염 관련 데이터가 풍부하게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아베 과장은 “이미 30~40년 전에 오염을 극복하며 정책을 마련하는 데는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PM2.5가 문제되기 전에도 발생원, 발생지역별로 다양한 수치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 공단 인근 오염도,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암모니아량 등을 모아두고 있었고 이를 합산해 2년 동안 만들어낸 것이 PM2.5 정책을 총괄하는 인벤토리였다. 인벤토리를 만듦으로써 원인을 분명히 알게 되고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애초에 도쿄가 이 인벤토리를 만든 것은 2008년, 막 중국에서 대기오염 문제가 제기될 때의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PM2.5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선제적으로 문제를 인식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환경 당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인벤토리를 만드는 일은 눈에도 띄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당장의 변화도 못 이끌어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인벤토리를 구축하는 것보다 인벤토리를 통해 얻어낸 정책만을 수입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처방은 각 지역의 특색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설득력을 가지기도 어렵고 더 나아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교수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말하기 전에 길고 지루한 연구 끝에 노벨물리학상을 탄 아카사키 교수의 얘기를 먼저 꺼낸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중국과 일본, 도시 대 도시 간 협력
   
도쿄의 PM2.5 인벤토리를 가만히 지켜보면 두 가지 시사점이 더 보인다. 먼저 PM2.5와 여러 대기오염 물질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한 도쿄의 다음 목표가 무엇에 집중되고 있느냐다. 도쿄의 인벤토리를 보면 발생원 불명에서 발생되는 대다수의 미세먼지가 ‘2차유기입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쿄도 환경국의 설명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동차와 산업, 암모니아 발생량 등 가시적이고 실현가능한 것에 대해 줄이려고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이 ‘알 수 없는’ 부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부분이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VOC는 공업 과정이나 주유소, 도장 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화합물로 미세먼지는 물론 오존 문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 한국에서도 오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도쿄는 올해 말 새로 발표될 ‘2차 인벤토리’를 통해 VOC의 발생원별 발생량을 정확하게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 데이터를 정비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쌓인 일본의 노하우는 국제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일본과 중국 간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국제협력의 틀이 갖춰져 가고 있는데 한국에서 하듯이 소극적인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후쿠오카현은 중국 장쑤성(江苏省), 도쿄도는 베이징시, 도야마현은 랴오닝성(遼寧省)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관계에서 일본의 도시들은 필요(needs)를 느끼는 중국 도시의 공유자(seeds) 역할을 한다. 도야마현에서는 랴오닝성의 도시에 연구자와 기술 직원을 파견해 랴오닝성이 인벤토리를 구축하는 것을 돕는다. 도쿄도에서는 베이징시의 연구자를 수용해 노하우를 배워갈 수 있도록 한다. 정부 대 정부가 아니라 도시 대 도시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나누고 협력하는 관계가 구축된다면 전체적으로도 효과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게 일본의 생각이다.
   
   이미 동아시아의 환경오염 문제는 어느 한 국가에서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서로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일본 환경정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여기까지 가면 더 근본적인 문제에 도달한다. 결국 미세먼지 문제는 다른 환경문제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인간이 쌓아온 환경 경시(輕視) 정책의 결정판으로 발생한 것이다. 더 효율적인 생산활동, 더 적은 비용에만 집중한 인간이 만들어낸 ‘시장의 실패’라는 것이 환경경제학자로서 이수철 교수의 설명이다.
   
   “결국은 내연기관의 사용량을 줄여야 하고 VOC 같은 악성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공정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미세먼지 문제는 물론 그와 관련된 오존 문제, 기후변화의 문제 모두 인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 전체를 바꾸려는 각오가 있어야 변할 수 있습니다.”
   
   하늘이 뚫릴 듯 맑은 도쿄에서 서울로 건너오자 곧바로 미세먼지 알림창에 노란색 불이 들어왔다. 4월 20일 서울 마포구의 일평균 PM2.5 농도는 66㎍/㎥. 공항 주변에는 공회전하는 버스와 승용차가 빼곡히 서 있었다.
   
   ※ 이 기사의 취재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 지원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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