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전 총무원장과 설정 현 총무원장(오른쪽). ⓒphoto 뉴시스
자승 전 총무원장과 설정 현 총무원장(오른쪽). ⓒphoto 뉴시스

“지옥이에요, 지옥….”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설정 총무원장의 목소리는 분명치 않았다. 웅얼거리는 목소리여서 집중을 하고 들어야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설정 스님은 ‘지옥’이라는 말은 또렷하게 했다. 자신의 퇴진 문제를 두고 종단 안팎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내홍 한복판에 처해진 심정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도덕성 검증 논란에 휩싸인 심정도 ‘지옥’이라는 단어에 함축돼 있는 것 같았다.

총무원장 퇴진 여부를 둘러싸고 시선이 쏠려 있는 설정 스님과의 통화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이뤄졌다. 기자는 지난 8월 8일 오후 5시경 조계종 사태를 취재하다 설정 스님과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향후 행보와 관련한 말씀을 듣고 싶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그러자 얼마 있다 설정 스님이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설정 스님은 10분가량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오는 8월 16일 이전 총무원장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조계종 안팎의 관측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 곤란하니 나름대로 해석하라”고 말했다. 스님은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았고 발언 중간중간 혼잣말처럼 두서없는 말을 잇기도 했다. 언뜻 들으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했다. 그러나 사퇴 여부를 묻는 몇 차례의 질문에도 끝내 즉답은 피했다. 통화 후에는 설정 스님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오히려 스님이 암중모색 중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조계종 안팎에서는 설정 총무원장이 예상을 뒤집고 ‘독자 생존’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월 8일 조계종의 가장 큰 어른인 종정 진제 스님이 교시를 통해 “설정 총무원장의 명예로운 용퇴”를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버틸 생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진제 스님 교시 이후 설정 스님이 오히려 조계종 부·실장 전원에게 사표를 내라고 주문한 사실이 이런 관측을 높였다. 총무부장, 기획실장, 호법부장 등 종단 부·실장급은 모두 중견 스님들이 맡는다. 설정이 보직스님 전원에게 사표를 받기로 한 것은 전임 자승 총무원장과 인연이 있는 보직스님들을 자신의 친위부대로 교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설정이 일격을 날린 셈이다.

설정이 조기에 사퇴하지 않을 경우 자승 전 총무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종단 내 주류 세력은 총무원장 탄핵(불신임)안을 중앙종회에 상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 불교를 대표해온 조계종에서 총무원장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현재 설정은 자신의 도덕성 검증을 제기해온 종단 내 야당 세력과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당시 자신을 지원한 종단 내 주류, 양측 모두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우선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 재가불자 중심의 소위 개혁세력은 야당 성향의 스님들과 함께 설정의 은처자(숨겨둔 처자식) 의혹 등을 제기하며 그의 퇴진을 촉구해왔다. 설정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 “숨겨둔 딸이 있다”는 의혹과 함께 학력위조 및 사유재산 소유 의혹 등이 불거진 바 있다. 그는 이 가운데 방송통신대 졸업 학력을 서울대 졸업인 것처럼 속여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교닷컴 등 일부 교계 언론과 MBC ‘PD수첩’ 등이 설정 관련 의혹을 집중 조명하자 그를 둘러싼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종단 내 주류 세력도 최근 설정의 조기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형 사찰 주지스님들의 모임인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측은 지난 7월 말 설정과 면담을 하고 나서 “8월 16일 이전 설정 총무원장이 용퇴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그에게 압박을 가했다. 또 조계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종정(진제 스님)이 교시를 통해 “설정의 명예로운 퇴진과 절차에 따른 차기 총무원장 선출”을 언급하며 설정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진제 스님은 2012년 자승 전 총무원장 체제에서 종정으로 추대됐고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5년이다.

총무원장 궐위 시 총무부장이 대행

설정이 주류 측으로부터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다. 지난해 10월 총무원장 선거 당시 이들 주류 세력의 지원을 받아 설정이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설정은 전체 선거인단 319명 가운데 234명의 지지를 얻었고 경쟁자인 수불 스님은 82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설정은 총무원장 취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류와 비주류 모두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는 처지가 됐다. 설정의 진퇴 문제는 이미 그의 손을 떠났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히려 종단 안팎에서는 차기 종권, 구체적으로 ‘총무원장을 어떤 식으로 교체할지’를 두고 이해를 달리하는 세력 간의 암투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관측이 높다.

이러한 관측에 힘을 더하는 것이 최근 조계종 내부에서 총무부장 교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조계종 총무부장은 총무원장 궐위 시 업무를 대행하는 자리다. 종단 내 주류가 지난해 설정 총무원장 당선을 지지하고도 지금은 그가 조속한 시일 내에 사퇴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도 총무원장 자리를 지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설정이 한시바삐 물러나야 주류에 속하는 총무부장이 원장 대행을 맡아 차기 총무원장 선출을 위한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현재 주류 측은 ‘불교광장’이라는 종책 모임을 중심으로 종단 내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자승 전 원장도 불교광장의 핵심 구성원이다.

그러나 설정이 지난 8월 3일 총무부장을 반(反)자승 인사인 성문 스님으로 전격 교체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주류 측은 조계종의 국회에 해당하는 중앙종회를 통해 설정의 탄핵(불신임)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주류 측에서는 “설정 탄핵”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중앙종회는 주류가 절대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총 81명으로 구성돼 있는 중앙종회에서 야당 성향의 종책 모임인 ‘법륜승가회’ 소속 의원은 16명에 불과하다.

총무원장 탄핵안이 중앙종회에서 가결되면 이를 원로회의에서 추인해야 확정된다. 원로회의는 종단 내 헌법재판소에 해당한다. 원로회의 측도 현재 설정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종회에서 총무원장 탄핵안이 의결되면 그대로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계종 임시 중앙종회는 오는 8월 16일, 원로회의는 8월 22일로 각각 예정돼 있다. 원로회의는 원래 지난 8월 8일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중앙종회에서 의결된 사안의 추인을 위해 22일로 연기됐다.

조계종 최고 권력자인 총무원장에 선출되고도 1년도 못 돼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설정은 종단 내 다양한 세력과 접촉하며 자신의 거취 문제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져졌다. 심지어 자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고수해온 인사들과도 접촉하며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절치부심해 왔다는 후문이다.

설정은 “이대로는 조계종의 미래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다양한 인사들을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장 주목받은 것은 야당 성향의 명진 스님과의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말 설정이 제3자를 통해 연통(連通)을 넣으면서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설정은 “비공개리에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입장을 명진에게 전했다. 명진은 봉은사 주지를 맡았던 2007~2010년 사이 봉은사 소유 땅 매각과 관련한 구설로 인해 자승 총무원장이 이끌던 총무원으로부터 승적을 박탈당하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명진은 자승 원장 측이 “옳은 소리 하는 나를 내쫓기 위해 무리한 징계를 했다”고 강하게 반박하며 맞섰다.

이번에 설정과 명진 두 사람은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단둘이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 설정은 “조계종단의 개혁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명진의 말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는 불국사 주지를 지낸 설조 스님이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40여일간 목숨을 건 단식을 진행하던 시점이었다. 당시 명진은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낸 설정에게 진정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명진 또한 설정에게 종단 개혁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전달했는데 그중 하나가 총무원 총무부장 교체 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은 별 소득 없이 끝나버렸다. 명진 스님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설명이다. “만남 다음 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설정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어제 나눈 대화는 없던 일로 합시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설정 스님이 인적쇄신 등 종단 개혁방안을 발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설정 스님은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세력의 중심에 내가 있다고 오해한 것 같다. 나는 종단을 위해 쓴소리를 하는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어쨌든 설정 스님은 자신을 총무원장으로 밀었던 자승 전 원장과 멀어진 게 확실해 보였다.”

지난 8월 1일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조계종 본사주지협의회. 회장은 금산사 주지 성우 스님이다. ⓒphoto 뉴시스
지난 8월 1일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조계종 본사주지협의회. 회장은 금산사 주지 성우 스님이다. ⓒphoto 뉴시스

종단 주류, 탄핵안 가결 의석 확보?

설정은 그 즈음 조계종 소속 전국 24개 대형 사찰 주지스님 모임인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전·현직 회장단의 면담 요청도 받았다. 이 역시 비공개 면담 자리였다. 여기서 설정은 총무원장직 퇴진 요구를 받고 “시간을 달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사주지협의회는 면담 후 총무원장 집무실이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서 “(설정) 총무원장 스님께서 8월 16일 개최하는 임시 중앙종회 이전에 용퇴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발표했다. 설정이 “조속한 시일 내에 진퇴를 결정하겠다”(7월 27일)는 입장만 밝힌 상황에서 대형 사찰 주지들이 용퇴를 촉구한 뒤 아예 사퇴 시한까지 못 박아버린 것이다. 본사주지협의회는 종법상 권한이 없는 대형 사찰 주지들의 친목모임이지만 자승 전 원장과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된 단체로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재가불자들 사이에서는 종단 내 주류 세력들이 설정의 조기사퇴를 앞다퉈 촉구하는 배경에 대해 개혁세력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설정의 도덕성 검증을 주도해온 시민연대 측 인사의 말이다. “주지협의회가 8월 16일 이전 사퇴를 못 박은 건 만약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임시 중앙종회를 통해 강제로 원장직에서 끌어내릴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설정이 자신의 궐위 시 업무를 대행하게 될 총무부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래서인지 자승 전 원장 측이 설정의 조속한 퇴진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만약 주류 측이 아닌 반자승 인사가 총무원장 대행을 맡을 경우 설정이 퇴진한다 해도 이후 상황을 주류가 보장받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어쨌든 설정은 조만간 사퇴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어긋나는 행보를 계속 보이고 있다. 총무원 부·실장급 전원 사표 요구뿐 아니라 지난 8월 7일에는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유전자 채취에 응하기도 했다. 이날 그가 유전자 채취에 응했다는 것은 반대파들이 자신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의 DNA와 자신의 DNA를 비교해 의혹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미여서 종단 내 주류와 비주류 간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하지만 그가 유전자 채취에 응한 것이 딸로 추정되는 인물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쇼’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설정 반대파는 숨겨진 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설정의 숨겨진 딸로 알려진 전모씨는 설정이 총무원장에 출마하기로 한 시점에 캐나다로 떠난 뒤 6개월 만에 잠시 입국했다가 최근 다시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6개월이다. 전씨는 잠시 귀국했을 때 자신의 은행계좌에 있던 돈을 모두 인출해 대만으로 출국했다고 한다. 이후 종적이 묘연해진 전씨에 대해 불교계 일각에서는 “유럽으로 도피했다”는 소문이 퍼져 일부 인사들이 유럽까지 날아가 전씨의 행적을 쫓기도 했다.

만약 전씨가 귀국해 설정과 유전자 대조를 하면 숨겨진 딸 여부는 쉽게 판가름 날 수 있다. 하지만 설정 측 ‘세속 가족’으로 이름을 올렸던 전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해외에 장기체류하며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설정이 딸 의혹을 제기한 일부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한 상태라 관련 사건을 심리 중인 법원에서도 전씨가 귀국해 유전자 검사에 응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종단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종단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고립무원’ 설정 총무원장 묘안 찾을까

주류와 설정 스님과의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 조계종 개혁을 촉구해온 이들은 “철저하게 권력을 나눠 먹는 형태로 짜인 현 중앙종회를 해산하고 재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연대 한 관계자는 “중앙종회 의원 중 일부는 금품이나 권한을 공유하는 구태의연한 방식 속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종단 개혁 차원에서 현재의 종회를 대체할 새로운 종회 구성이 요구되고 있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현 중앙종회의 임기는 오는 10월까지다. 만약 주류 세력이 설정 퇴진 후 신임 총무원장 후보를 낸다면 주류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중앙종회가 유지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주류 측이 예상과 달리 발 빠르게 설정의 조기퇴진을 압박하고 나선 것도 종회의원 임기만료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설정 총무원장을 둘러싼 종단 내 주류와 비주류 간 힘 겨루기는 8월 23일로 예정된 전국승려대회의 결과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승려대회의 결정 사항은 종법상 구속력을 갖지 않지만 전국 승려들이 집결해 총의를 모을 경우 총무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초법적 기구의 성격도 가진다. 1994년 종단 내 부패척결을 목적으로 처음 열린 전국승려대회 결과 서의현 당시 총무원장의 3선이 저지되면서 종단 개혁의 물꼬가 트인 바 있다.

이번 전국승려대회에서 논의될 주제 중 하나로는 자승 전 총무원장 체제에 대한 검증론도 거론되고 있다. 일부 재가불자들은 “2009년부터 자승 총무원장이 조계종을 이끌어온 8년 동안 불자 수가 크게 감소했고 종단 내 부정과 부패가 만연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류의 중심에 있는 자승 전 원장 측은 현재 종단 내 주요 계파에 영향력을 끼치는 송월주 스님 측 인사들과 종책모임인 ‘금강회’ 구성원들과 교류를 강화하며 권력교체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홍 포교원장, 현응 교육원장, 정념 월정사 주지 등은 대표적인 금강회 회원들로 자승 전 원장과 가깝다. 또 ‘월주사단’으로 불리는 도법·원행·성우 스님 등도 종단의 주류로 분류되고 있다. 자승 전 원장 측은 8년간 이어진 자승 총무원장 시절 종단 내 잡음이 사라지는 등 자승이 종단의 발전을 위해 기여한 부분이 크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교계 일각에서는 자승 전 원장 시절 수백억원에 달하는 국고보조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사정당국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계종단의 권력 향배에 따라 향후 또 다른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누가 적폐로 몰리느냐의 싸움이 조계종 전체를 또다시 막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문일답 |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

“사퇴 언급 적절치 않다”

지난 8월 8일 오후 설정 총무원장과의 간단한 전화 인터뷰가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반대파들의 주장대로 8월 16일 이전 용퇴를 결정할 계획인가. “나중에 소상하게 전말을 밝힐 기회가 있을 거다. 지금은 이렇다 저렇다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 말을 잘못 꺼내면 이상한 해석이 돌아온다.”

-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나름의 수습방안을 찾고 있나. “종단 구조가 단순하지 않다. 종단이 잘될 수 있는 하나의 진통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픔과 어려움이 있지만 종단이 새롭게 태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봐달라.”

- 주지협의회에서 8월 16일 이전 설정 총무원장이 사퇴할 것이라고 이미 발표했는데, 맞는 얘기인가. “(김 기자가) 나름대로 해석하시라. 그간의 일을 종합적으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거다.”

- 총무원장 진퇴 문제를 본인이 아니라 다른 관계자들이 언급하는 이유는 뭔가. “(그들이) 얘기할 수 있으니까 했겠지. 지금 내 입으로 사퇴를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 마음고생이 심할 것 같다. “지옥에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다. 종단이 덜 소란스럽고 종법이 지켜지는 속에서 안정적으로 변화를 꾀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이 좋은 방향으로 결실을 맺을 것이라 생각한다.”

- 자승 전 총무원장과도 진퇴 문제를 상의했나. “누구와도 만나 얘기할 수 있고, 그렇게 하고 있다. 사퇴 시점에 대해서는 맞다, 아니다는 입장을 현재 얘기하기 어렵다. 이해해달라.”

키워드

#커버스토리
김대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